용자신화 엘 카디온 제 23화 [Vacation] - 저녁, 새벽, 그리고 다시 아침 - (하)
밤 12시.
12라는 숫자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숫자다. 12 다음의 13이 않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거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24라고 궂이 쪼개기도 귀찮아 12까지만 세는지 모르지만, 12시에서 1시로 넘어가는 것때문에, 12는 영(0)시, 그러므로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맞닿는 때다. 새벽을 아무렇게나 새고, 잠 오게 하려고 수면제나 박카스를 먹었다가 잠이 오히려 깨버린 사람이라도 12라는 숫자가 전광판에서 깜빡이면 오지도 않는 졸음이 올때가 있는 것이다. 뭐, 특별히 그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그냥 멋때문에 12시쯤에 암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12시라는 시간에 어울리게, 몇초 틀리지 않은 그시간을 틈타 암살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도전장이나 예고장같은 촌스러운 것을 쓰지는 않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프로였고, 인정도 없고, 로맨스나 정은 천장에 집어놓고, 가식따위라면 이미 운동장에 굴리는게 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인 2138년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지금 암살을 기도하며 숲속의 중국풍의 대저택으로 가는 외길을 타고있는 그들은 시대착오적에 에누리없이 맞아떨어지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사무라이'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숲속에는 닌자도 사십여명정도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군인복장의 인간들도 맞먹는 수를 자랑하며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120여명. 거기에, 각각의 군단에는 양복차림의 사람들이 십여명씩 끼어있었다.
이런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속해있는 집단의 이름은 '어둠의 눈'이란 암살자 집단. 어디의 누구같이 역사가 일천년을 넘고 예고장으로 검은편지를 보내는 멍청이들은 아니다. 그래도 역사가 삼백년은 조금 넘은 단체이며, 전 세계의 중요인물 숙청에 대단한 은밀함을 보이고, 100%의 확실한 암살률(?)을 보여주는 집단. 총원은 약 170여명 정도였다. 그중에는 전통무술을 쓰는 자도 있고, 인술(忍術)을 쓰는자도 있으며, 각국에서 보디가드나 용병으로 일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어느정도로 대단하고 은밀하냐면, 현재 대 격전이 일어나는 산골짜기, 용자로봇 대 바이오네트 악당로봇군단(......)의 전투를 슬그머니 빠져나와, 그 전투가 일어나는 곳에서 좀 떨어진, 그러나 너무나 정직하게 원형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이 장원으로 달려온것으로 확인할수 있다.
이것은 적의 함정을 에누리없이 말해주고 것이다. '어둠의 눈' 암살단 단원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자만은 할지언정 긴장은 하고 있지 않았다. 타겟은 고작 중학생 정도의 것에 호위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얼뜨기 들이다. 신기한 힘을 사용한다고 들었지만 그뿐. 그들의 세상에서는, 적어도 수와 실력, 그리고 경험이 많은 자들이 강자였다. 지금의 약자는 그들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약자들이 지금 철저한 방비를 취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지금 천천히 장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사무라이들이 돌격하고, 각종군인들이 양옆의 숲에서 총격전을 준비하는 동안, 닌자들이 본채에 침입, 목표를 처리한다. 단순하지만 양동작전의 면이나 그들의 질로 봤을때는 최선의 방책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천천히 산길을 달리던 사무라이들은, 마침내 어둠속에서 문을 식별할수 있을때 쯤에 이르러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뭐랄까, 방비가 없는 것도 이상했지만 이상황에서 전력으로 달려야 숲의 분대와 연계를 펼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리더가 없음에도, 그들은 그것을 거의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진행은, 저쪽에 쓰러져있는 무언가에 의해 가로막혔다. 어지간하면 그냥 밟고갈 기세의 그 사무라이들이, 놀라며 멈춰선 까닭은, 바로 정문앞에 누군가의 몸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옷의 정장인지 평상복인지를 입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였는데, 허리에는 검은 칼집의 검을 차고있었다. 그 모습은 일본도의 그것과 흡사해서 몇몇 사무라이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대다수는 그것보다는 그 남자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기괴하게도, 그 남자는 전혀 움직임이 없이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살았다면 숨이라도 쉬어야 겠지만, 그 남자는 그냥 쓰러져 있는 채였다. 위아래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다.
그 남자의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몇몇의 사무라이가 검을 가리키며 '찔러볼까?'라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다른 몇몇은 '시체같은데.'라는 제스쳐를 취함으로서 그들을 제지했다.
그래서 그 '시체'가 꿈틀거렸을때, 수많은 전장터를 오고가며 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무라이 복장의 암살자들도 놀랄수밖에 없었다.
".........길고긴 배경설명을 뚫고오신 독자 여러분께 감탄을 보내며. 난 아직 죽지 않았단 말이다."
검을 지지대로 삼으며 일어나, 쿨한 표정을 내보이며 일어선 검은 머리칼의 남자. 이제보니 차이나풍의 정장이다. 하지만 그 쿨한 표정과는 달리 다리는 안쓰러울 정도로 후들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흘러나오는 말도 일본어라, 사무라이들은 그가 하는 말을 대충이나마 알아들을수 있었다.
'그렇다면 방금것은 배고파서 쓰러져 있던것?' 거의 모든 사무라이들은 이 생각을 대책없이 떠올리며 서로를 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에누리없는 사실로서, 방금전까지만해도 보초를 서던 이 쿨한 표정의 검사는 공복과 피로에 대항해 조금 휴식을 취하기 위해 누운 자세(얼굴을 땅에 대고 대자로 뻗어있는 자세이긴 해도)에 들어가 있던 것이었다.
"아무튼, 난 파천검성류(波天劍星劉)의 카이. 현재는 스파클 브레이브 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소이다. 목숨이 아깝지 않거든 달아나시오."
'그런모습으로 그따위 말을 해도 씨도 먹히지가 않는단다, 아가야.' 거의 모두가 20대 후반에 들어가는 그들은, 거의는 아니지만 한 반쯤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빼들었다. 파천검성류라니, 고류살인검을 잘 아는 그들도 모르는 유파아닌가. 뜻도 전혀 통하지 않는 제멋대로의 한자도 그렇고. 대충 독음만 끼워넣은거잖아. '류'자도 틀린것 같고. 게다가 상대는 많이 쳐줘봐도 스무살 전후인것 같다. 나이에 판단해 적을 판단하는것은 잘못되었지만, 지금 사십명의 사무라이로 무장된 이 분대는, 저따위 한명의 검사쯤은 쓸어버리고도 남을 것이었다.
......게다가, 굶어서 쓰러져 있는 녀석에게 질리가 있을까.
"피냄새가 나는군. 너희에겐."
저 놈을 어떻게 도륙낼까를 생각하던 이들은, 갑자기 중얼거린 카이의 말에 어리둥절해 했다. '목욕은 많이 했단 말이다.' 개그 감각은 형편없어도 여유는 갖추고 있는 그들이다.
"어때, 내 몸이 피에 젖어 보이나?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느냔 말이다!"
갑자기 변한 카이의 모습. 표정은 쿨했지만 그 표정엔 냉기만이 서리고 있었고, 배고픔에 후들거리던 다리는 이미 곧게 지면을 딛고 있었다.
"아닌것 같군. 하지만......살인의 무게를 짊어지지 못하는 무사는 버러지 만도 못한 녀석들이야."
이 기세는...!!!!
전장에서 갈고 닦여지고 살인으로 충족된 그들의 감각은, 갑자기 피어오르는 카이의 살기에 한순간에 반응했다. 느슨해졌던 신경이 단번에 응축되는 순간, 카이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촤악!!!!!
선두의 두명의 사무라이의 가슴에서 붉은 혈화가 피어오르며 축 쓰러진 것은, 카이가 검을 축 늘어뜨린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남은 사무라이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카이는 아슬아슬하게 간격밖에서 그들에게 싸늘한 얼굴을 지었다.
그들의 눈에조차 보이지 않은 쾌검!
"걱정마라. 죽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다음부터 다가오는 놈들은 팔의 근육을 끊어주겠다."
아까까지 배곯으며 거의 빈사상태에 놓인 스파클 브레이브 카이의 말에는 첫 인상과는 다른 살기가 있었다. 많은 인명을 살상하며 그 실력을 쌓은 정예급의 사무라이들이 멈칫할 정도로.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것 같다.
"크아아앗!!!"
사무라이 한명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드는 것을 신호로, 기합을 넣으며 검을 쳐들고 달려드는 사무라이들. 그 흉흉한 기세에 보답으로, 카이는 단지 그의 몸을 조금 앞으로 전진시켰다.
12시 1분.
"시작이군."
"아아."
가부좌를 틀은채 앉아있던 백호와, 정원 중간정도에 놓인 바위(...)에 걸터앉아있던 청룡은, 굳게 닫힌 대문에서 들려오는 칼과 비명소리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작은?"
"비영과 함께 지붕에서 대기중."
"카온은?"
"숲이다. 녀석이 걱정은 되지 않는군."
"현무는?"
"지현과 마이토들의 방안에서 대기중."
"썬더리온과 블레이드는?"
"오는중.....인데, 아까 가르쳐 줄때는 뭐한거냐!"
"너따위 말 일초정도 기억하면 내 뇌에 찬사를 보내주겠는데?"
"뭐얏!!!!"
청룡이 분노하는 것을 싹 무시한 백호는, 그의 검을 어깨에 짊머지고 장원을 죽 둘러보기 시작했다. 잡초가 무성히 자라 그의 무릎까지오는 풀들이, 휘황찬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검제의 검이 차디찬 달빛이라면, 권황의 주먹은 불어닥치는 빛의 바람...."
".............백호, 너 지금 뭐라고 했나?"
"그냥 머리에서 떠오른거다."
".............네놈의 양아치 스타일은 시적인 감성과는 너무 안어울린다. 입을 닫고 있다면 적어도 반이상은 나갈거야."
12시 1분.
권황(拳皇)의 빛의 바람은 정말 몰아닥치고 있었다.
타앙!!! 탕탕탕!!!!!
물론 위에 있는 의성어보다는 훨씬 많은수의 소리와 총알이 오갔다.
지금 마이토들이 버티고 있는 저택의 왼쪽 숲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수와 양과 질로볼때는 거의 한규모의 소대들끼리 격전을 벌이는 것과 비슷했지만, 결과적으로는 50여명의 사수들과 한사람의 모습을 지닌 존재와의 총격전에 지나지 않았다. 더 사기적인 사실은, 그 한사람의 모습을 지닌 존재는, 어둠속에서도 서멀스코프와 단련된 감으로 그를 정확하게 노리는 솔져들의 총알을 남김없이 피하며 그들 중앙으로 돌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검은 자켓을 입은 남자는 특별히 총을 많이 쏘는 것도 아니고, 몸놀림도 보통사람보다는 뛰어났지만 이 솔져들과는 별 차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내가, 거의 전방향에서 쏟아지는 총격을 모두 피해내며, 오른손으로는 방아쇠를 당기고 왼손으로는 '빛의 바람'을 날리기 시작한것은 딱 1분전.
'심안'으로 날아오는 총알 하나하나의 궤적을 모두 보며 몸을 뒤집고, 무서울정도의 반사로 총을 쏘고, 그의 왼손에서 퍼져나오는 황금빛의 '스파클 파워'를 어쩔때는 방패의 모양으로, 어쩔때는 화살의 모양으로 응용하며 적을 요격하는 카온의 모습은, 권황의 모습하고는 동떨어진 모습이긴 했지만, 군신(軍神)의 모습으로 기록되기는 충분한 모습이리라. 카온의 공격 한번에 한명이 정신을 잃거나 어깨하나를 잃고 쓰러져 가고, 이제 남은 인원은 4/5인 4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듣기보다 대단한 녀석들은 아닌데...?"
스파클 브레이브에다가 안드로이드의 신체를 가진 자로서, 인간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적어도 이 솔져들은 인간들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전투능력을 지닌 자들인 것이다.
"쳇, 난전으로 몰려고 했는데 포위진을 짤줄이야. 중간에서는 움직이기가 힘이들군."
나무와 나무를 방패로 삼고, 가지와 가지를 뛰어 날아다니는 카온의 손이 번뜩일때마다 저 멀리서 총을 겨누던 사수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쓰러져 갔지만, 그 횟수는 점차 줄어갔다. 적들도 뛰어난 자들이라, 카온이 좀처럼 수를 좁히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 좋아."
일단 잠시라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권법에 재주가 있는 카온이지만 이런 총격전이 싫은 것도 아니었다. 이쪽은 사람을 죽일 마음이 없으니까 전력을 다하지 않고 단순히 기분전환 정도로 할수도 있다.
사람은 절대 죽이지 않는다. 그것은 스파클 브레이브 들간에 맺어진 암묵적인 불문률이었다.
12시 5분.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녀석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군."
"당황했겠지. 여기로 저 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움직이려고 했는데 정작 집에는 침투 못하니까. 닌자라면, 근접전에선 약하겠지?"
"그렇군."
칼을 어깨에 지고 하릴없이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백호와, 똑같은 자세로 걸터앉아 백호의 말에 일일히 대답해주는 청룡의 모습은 변한것이 없다.
"뭐, 저 두녀석은 '절대' 다치거나 하지는 않을것 같으니까, 여기서 지키고 있는게 낫겠지?"
"지키고 있어야 할긴 있어야 하겠군."
그들의 말은 언뜻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들이 서서히 퍼져나가는 살기를 읽을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렇게 혼란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요는, 그들은 지금 서서히 움직이는 시노비(닌자)들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그들만은 아닌듯했다. 거의 동시에, 지붕위에서 벽력같이 쏘아진 하나의 빛의 화살이 숲속에 명중하는 것, 그리고 아주 흐릿했지만 뭔가 보랏빛의 잔영이 지붕에서 솟아오르는 것. 그것은, 침입을 의미했다.
"가자!!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다!!!"
"율동은 싫은데."
검집 채로 검을 들어올린 백호와 창끝을 딱딱한 가죽으로 싼 청룡은, 잡초사이를 스르륵 가르며 벽쪽으로 다가갔다. 거의 직감적으로, 벽쪽에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는 것을 느낀 백호는 보지도 않고 자신의 왼쪽을 후려쳤고, 무언가 딱딱한게 부딛치는 감각과 함께 자신이 친것이 붕 떠올라 저쪽으로 쳐박히고 말았다.
"시노비로군."
"시노비?"
거의 동시에, 창으로 자신의 오른쪽을 찔러 한명의 시노비를 무력화 시킨 청룡의 중얼거림에 물은 백호의 말을, 다시 청룡이 받았다.
"남자 닌자."
"여자는 없는건가?"
"밝히는것도 때를 잘 잡아서 하는거다."
"여자가 있으면 손속을 봐주게 되서."
퍽!!! 퍼어억!!!
그런 말을 한가롭게 나누면서도 사정봐주지 않고 검과 창을 휘둘러 벌써 다섯명을 기절시킨 둘은, 이제는 셀수없이 정원으로 내려오는 시노비들을 마구잡이로 쳐내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에 맞춰, 지붕에서 빛의 화살을 쏘아내는 주작의 기세도 만만치 않게 커지고, 그녀의 화살은 가차없이 시노비들의 어깨나 다리를 뚫어 녀석들을 무력화 시키고 있었다.
"백호!!! 절반은 비영이 맡았으니까 나머지 절반은 너희가 맡아!!!"
"뭣!!!? 절반이나 맡았다고!!!!?"
"광학미채로 적 안에서 교란중이야!!!"
확인할 겨늘은 없었지만, 그래도 비영이 절반이나 맡아준다니 확실히 안심은 되었다. 사실 시노비들이 슈리켄(표창)을 던지기 시작하자, 장거리 공격을 할 겨늘이 없는 그들로서는 그것을 막으면서 때때로 공격을 거는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주작앞을 지켜! 주작, 계속 활을 쏴!!!"
"쏘고 있잖아!!!"
그러나 닌자들도 녹녹한 상대는 아니라, 직선공격의 화살을 아슬아슬하게나마 피하고는 있는듯했다. 더구나 그들이 멀찍히 물러나며 암기를 쏟아내듯 백호와 청룡에게 던지자, 둘은 그것들을 피하고 튕겨내면서도 물러나는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백호, 다음순간 뛰어들어! 내가 쫓아 들어간다!!"
"난전을 만든다는 거지? 알았어!!!!"
만약 이때 시노비들중 한국어를 아는 녀석이 있었다면 쳐들어오는 백호에게 슈리켄이라도 쏠수 있었겠지만, 그것을 모른 상태에서 백호가 무시무시한 기세를 떨치며 쳐들어오자 당황하며 옆으로 피했다. 일단 들어오면 뒤쪽에서 암기를 날릴 작전이었지만, 그것은 백호와 조금 떨어져 들어온 청룡의 창질에 무위로 돌아갔다.
"우라차차!!!!"
빠가가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그 소리에 장단을 맞춰가며 시노비들은 속절없이 패배의 구렁텅이에 상처와 함께 떨어졌다. 그들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인술(忍術)을 마음껏 펼칠 겨늘도 없이. 교전한지 십분도 채 못되어서 뛰어든 절반가량이 창룡과 백호, 그리고 주작의 연합전술에 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담을 넘으려던 시노비들을 투명상태에서 기절시킨 비영의 활약에 전부 당하고 말았다.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암살단의 어이없는 패배였다.
12시 15분.
카이도 약 10분만에 사십여명의 사무라이들을 해치웠다. 전부 가슴이나 손목들을 베어 무력화 시킨것이지만, 인간이 아닌 카이는 그 공격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명중시켜 빠른시간안에 사무라이들을 무력화 시킨것이다. 인간이 아니고서는 할수 없는 경지였지만, 카이 역시 무리한듯 안색이 상당히 나빴다.
"...........배고프군."
그렇게 한마디 중얼거리는 카이의 주위로, 아까까지는 뒤에 물러나 있던 양복을 입은 녀석들, 아까까지의 표현으로는 '보디가드'들이 에워쌌다. 무표정한 얼굴에 거대한 체구. 검은 선그래스 같은것도 쓰고 있는, 전형적인 경호원 모습.
하지만 그 모습에서, 카이는 조금 복잡한 기운을 잡아냈다. 느낌이라고 말할수도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오늘 점심때쯤 조우한 녀석들과 같은 음습한 기운이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도 바이오네트에 강화받은 녀석들이냐?"
음습한 녀석들은 꼭 음습하게 대답도 안한다. 게다가 천천히 카이를 향해 들어올리는 주먹들의 핏줄은 기묘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혐오감을 느낄정도로 기묘하게.
".................쳇, 귀찮은 녀석들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검을 들어올려 중단의 자세를 취하는 카이. 그런 그를 향해 남자들이 돌격해왔다.
12시 15분.
".........응? 뭐야, 이 반응들은?"
심안으로 온 신경을 숲 전체로 쏟아붓던 카온은 순간 이상한 반응들이 곳곳에서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때 그는 솔져들을 반수가량 다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놓고, 용케 피한 녀석들에게는 직접 육박전을 벌여 기절을 시키는 방법으로 싸우고 있었다. 효과는 있었다....너무 피곤했지만.
"으음.......심안도 오래사용하면 피곤한가 보군. 아무튼, 이 반응들은 뭐야?"
뭔가 기묘하고 음침하고 인간이 아닌것 같은 느낌.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다가, 그것이 아침에 자신이 없앤 사람의 느낌과 얼핏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뭐야. 혹시 카이에게 들은, 강화어쩌고 하는 녀석들인가?"
나무가 뽑혀서 날아오는것이라면 충분히 강화받을 만 한것 같았다.
"그래, 그 정도면............뭣!!!!!!!?"
적어도 그의 몇배는 될듯한 나무가 뿌리를 드러낸채 그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뭐, 뭐, 뭐야!!!!!!?"
날아오는 거목을 보고 놀란 카온은 생각할 겨늘도 없이 온몸의 스파클 파워를 집어넣어 올려친 카온. 황금빛 파동이 솟구치며 그 거목이 뒤로 날아 카온의 뒤에 떨어졌다. 하지만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숲을 밀며 거목들이 그에게로 솟구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 우아아아아악!!!! ㅠ.ㅠ!!!!"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비통(?)해하며 온 기력을 다 불어넣어 쳐내고 뛰어올라 피해 숲의 위로 날아오른 그의 앞으로, 다시 굵은 나무들이 뿌리채로 뽑혀 날아오고 있었다.
"싫어어엇!~!!! 나도 분위기 있게 배틀하고 싶어어어엇!!!!!"
눈에는 눈물을 좍좍 뽑아내며 팔과 다리를 아무렇게나 저어내며 나무를 튕기는 카온. 아직도 숲에서는 나무가 움찔움찔 들리더니 확 뽑히며 카온에게 던져지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젠장!!!"
다가오는 나무 하나를 밟고 도약해 다시 눈앞으로 날아오는 나무를 쳐낸후 그것을 다시 밟고 도약. 그런식으로 무겁게 날아온 나무들의 위로 날아오른 카온. 그가 너무 빨리 움직여 떨어질 자리를 아직도 잡지 못한채 공중에서 날고있던 거목들의 위에서, 카온은 주먹을 쥐며 외쳤다.
"빙섬!!!!"
파아아앗!!!
왼손에서 발출되는 푸른빛의 기운이 퍼져나오며, 그의 밑에서 날고있던 나무들을 휩쓸어 버렸다. 부분부분이 얼며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나무들. 빙섬의 발출의 반동으로 더 높은 공중으로 솟아오른 카온은, 공중에서 쉽게 균형을 잡고 얼어붙은 나무들의 더미위로 가볍게 착지 했다.
"누구냐, 이런 효율 나쁜 장거리 병기를 쓴.....호오, 너희냐?"
거한에 표정없고 개성없는 검은 양복들을 멋없게 차려입은 십수명 정도의 남자들이, 나무의 산 위에 우뚝 서 있는 카온의 주위로 넓게 둘러싸졌다. 그들의 팔이 비정상적으로 꿈틀꿈틀 거리는 것을 얼핏 본 카온은, 가당치 않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 다스로 덤벼도 난 안진다, 이녀석들아. 놀이 끝났으면 빨리 시작해야지?"
12시 15분.
"뭔가 이상합니다, 이 사람들."
"두번째야. 놀랄일은 없을것 같은데."
비영과 청룡의 작은 대화를 얼핏 들으며, 백호는 뭔가 싸늘한 감정을 앞의 남자들에게 느끼면서도 검을 힘있게 잡았다. 카이와 카온과는 달리, 백호, 청룡, 주작과 비영은 뜰 한가운데에서 양복남자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남자들의 수는 십수명정도로, 카이와 카온을 습격한 수와 얼추 맞아 떨어졌다.
"히잉....이렇게 가까워서는 활도 못쓴단 말야...ㅠ.ㅠ"
"......근접전으로 상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작씨를 지키면서 싸우는것은..."
"쳇, 이녀석들, 대치상태가 무너지면 당장 달려들듯 한데."
"당연하지.."
비영, 백호, 청룡이 가운데의 주작을 세방향으로 지키는듯한 형태의 진형을 원형으로 포위한 양복거한무표정 남자들의 손이 세세하게 꿈틀거리는 것은 그들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점심에도 만난 그 상대들에게 그들의 공격이 얼마나 통할 것이었다.
뭔가 천진스럽게 말한 주작은 주저없이 활을 당겨 한 남자의 정수리를 겨눴다. 주작을 둘러싼 셋은 그때까지는 놀라지 않았지만, 주작이 아무렇지않게 쏜 빛의 화살이 남자의 정수리에 적중되고, 그 남자의 머리가 팍 튀기며 터진 순간은 정말 놀라고 말았다.
"............어머? 초록색 피네. 꺄아...머리가 다 날아갔는데 움직이네?(<-주작)"
"....................그, 그래도 사람한테 검을 쓸수는...!(<-비영)"
"....................분명 좀비나 뭐 그런쪽 아닐까. 저 녀석들.(<-백호)"
"바보녀석. 좀비는 머리 날리면 안움직인다. 적어도...게임에서는.(<-청룡)"
제길, 왜 우리쪽은 공포분위기얏!!!!!(<-셋의 머리에서 한순간에 떠오른 생각.)
"치고들어간닷!!! 손속 봐줄 필요는 없어!!!!"
"간다!"
"주작씨는 지원을.."
이제는 더이상 볼필요 없다는 듯, 결의를 단단히 하고 세게 치고 들어간 셋. 남자들의 포위망이 순간 좁혀들며, 세명씩 조를 이뤄 백호와 청룡, 비영에게 조여들어가고, 나머지 하나는 주작을 향해 솟구쳤다.
"지금부터 장난칠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백호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검에서 흰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의 앞과 뒤를 잡으며 손을 펼친 남자들의 몸에 빈틈은 없었지만, 백호는 그것을 무시하고 옆으로 검을 그었다.
촤악!!!!!!!!!
흰 기운이 검은 밤이 둘러친 장막에 선을 이루며 그어지고, 그 선의 진행선상에 있던 남자의 허리가 흰 빛의 잔영과 뿜어져나온 초록빛의 피를 흩뿌리며 갈라지고 말았다. 완전히 일도양단되어버린 것이었다.
퍼어억!!!!
하지만 백호도 그 대가로, 허리 깊숙히 들어온 한 거한남자의 주먹에 적중되고 말았다. 허리에서 우드득 소리가 나며 정원 한 구석까지 날아가버린 백호는, 등을 담장에 세게 부딛치며 멈추고 말았다.
"칫!!! 꽤 하잖아!!!!"
능숙한 권법가처럼 도법을 밟아가며, 검을 늘어뜨린채로 벽에 기대어 서있는 백호에게로 접근하는 두남자. 하지만 백호도 그때는 욱신거리는 허리를 어느정도 바로잡을수 있었다.
"없애 주맛!!!"
콰아앙!!! 콰앙!!!!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두개의 주먹을, 하나는 머리를 숙이고, 하나는 옆으로 재빨리 몸을 날려 피한 백호는, 그상태에서 몸을 뒤집으며 검을 세차게 쳐올렸다.
촤악!!!!
그것에 또하나의 흰빛이 검은 공간을 갈랐다. 이번엔 또다른 남자의 몸을 절단해 버리며. 이번에도 초록빛이 튀겨지며, 오른쪽 다리와 함께 왼쪽 하반신까지 잘려버린 남자의 몸이 정원에 굴렀다.
"좋아, 나머지 하나..!"
아직도 허리가 욱신거림을 느끼며 곧바로 선 백호. 남은 하나의 장한은 동료들의 어이없는 무력화 탓일까, 자세를 취하고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백호도 하단 자세로 빈틈없이 장한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설마."
백호의 빈틈없는 자세에 흐트러짐이 생긴것은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였다. 그가 대치하고 있던 거한 남자의 옆으로 다가와 똑같은 자세를 취한 거한 남자는, 아까 그가 허리를 절단낸 거한이었다. 다른 옆으로는 다리를 잃은 남자가 절뚝거리며 나와, 그의 손에 든 절단된 다리를 붙이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뭔가 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이지만, 초록빛의 체액같은것이 줄줄 흐르는 그들의 몸과 그들의 변화없는 표정에, 다리를 척척 붙이고 허리를 붙이는 것이 마치 인형을 연상시키는 것 뿐이었다.
"거짓말이지, 이건?"
백호가 망연하게 중얼거리는 가운데, 청룡의 싸움역시 당황속에 펼쳐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리치가 긴 창으로 두명의 목을 찔러버린 청룡이 우세했지만, 곧 상처를 회복해 버린 그들이 다시 합세해, 아무리 공격해 치명상을 입혀도 바로 회복하며 청룡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비영도 마찬가지로, 두자루의 장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러 급소를 벤 그녀의 공격마저 회복해버리는 거한남자들의 협공에, 그녀는 그녀의 실력을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는데만 모두 소비하고 있었다. 유리한 상황에 있다면 주작으로, 그녀는 날쌔게 몸을 뒤로 옮기며 빛의 화살을 퉁퉁 튕겨내는 것만으로 검은양복거한남자(아까 머리가 거의 박살난 녀석...그러고보니 칭호가 점점 늘어나는것 같은데?)의 몸 곳곳을 뚫으며 남자의 움직임과 회복을 동시에 지연시키고 있었다.
"꺄하하하! 뭔가 나무를 쏘는것 같애~!!!! 쏘면 맞잖아!"
즐겁다는 듯 소리치는 주작이었으나, 그 표정은 창백하고 억지로 웃는 눈가에는 눈물이 어려있는 것으로 봐서 그녀도 엄청난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베어도 베어도 계속 회복됩니다!!!"
"어떻게 하면 되지!!!!?"
12시 17분.
"회복되지 않을때까지 벤다....일까."
크아아아악!!!
"뭐, 칭찬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카이의 늘어져 있는 검은 움직이지 않는것 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스파클 파워를 실은 그 타치(일본도)는 그의 주위에 원만한 검막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잔상조차, 한치의 빈틈조차 허용하지 않는 검막에 닿는 남자들은, 너덜너덜 해지는 그들의 몸을 감싸며 뒤로 물러날수 밖에 없었다. 거의 저며진듯한 팔과 다리에서는 회복이 조금씩 되고 있을뿐이다. 생체조직자체가 카이의 난무에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거지....."
더군나나 카이는 남자들을 향해 달려들어 한명을 검막에 가둬 전신을 난도질해버리는 수법으로 열명중 다섯명의 전신을 난자해 버렸다. 초록빛 체액에 범벅이 된채 너덜너덜해진 몸이 바닥에 부딛치며 꿈틀거리는 광경은 잔인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카이에겐, 강력한 소멸기(적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기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도 목숨을 잃지 않고 꿈틀대다니, 카이가 오히려 질릴 지경이었다.
"후우.....하지만 이몸은 피곤하단 말이다. 빨리빨리 덤비지 않겠나...."
12시 18분.
"제길!!! 덤비지마앗!!!!! 열파아아앗!!!!!!!!"
카온은 분위기를 잘탄다. 아무리 우세에 있어도 뭔가 공포적인 분위기가 주위를 감싸면 저절로 끌려가 버리는 때가 많다. 물론 싸움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원초적인 공포, 즉 시체가 일어나 처벅처벅 걸어오는 바이오하자드적 공포를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카온이 열파를 써 한명을 불태워 버려서 10대 1에서 9대 1의 상황을 만들어도, 그 불태워버린 한명이 전신이 불에 타는데도 그냥 서서 다 타버리는 광경은...
"하얗게 불태웠.....시끄러웟!~!!"
아무도 말 하지 않는데도 자기 혼자 그렇게 할말 다하며 오른손에서 붉은빛의 열파를, 왼손에서 푸른빛의 빙섬을 쏘아내, 자신에게 달려오는 두명의 남자를 불태우고 얼려버렸다. 카이보다는 이쪽이야 말로 효과가 있어서, 생체조직을 태우고 얼려버리면 회복은 하지 못한다.
"좋아, 앞으로 일곱!"
그러나 그 틈을 타 달려온 한 거한이 카온의 안면에 펀치를 뻗었다. 엄청난 빠르기와 파괴력을 가진 펀치였지만, 그것을 이미 알고 있던 카온은 그것을 옆으로 고개를 숙이며 피하고, 그대로 왼쪽 훅으로 오른팔 겨드랑이 밑을 처 올렸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공중으로 붕 날은 거한은, 뒤에서 달려오던 한명과 부딛치고, 거의 동시에 발출된 카온의 '열파'에 두명 모두 불꽃에 휩싸였다.
"오케이!! 다섯! 자 와라.....에?"
의기양양하게 소리친 카온의 눈앞에는 다섯개의 각양각색의 자세로 널부러진 몸들뿐, 멀쩡해야 할 다섯개의 반응과 그 반응이 따라다니는 몸들은 카온의 심안의 범위 내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상하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카온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 다섯개의 반응들이 그의 뒤쪽에 뭉쳐 있는것과, 그것들이 거의 동시에 약해지며 촛불 꺼지듯 사라져 버리는 것은 그의 심안으로 알수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과장을 섞어, 카온은 여유롭게 뒤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만들어놓은 얼음나무(?)의 산(??)이 그의 시선에 가득차 있었다.
"뽑힌 나무가 얼어붙어 얼음산을 만들어 버리다니. 나의 고상한 연출을 위해서 수고한 군의 노력에 보답하고는 싶지만 지금은 배경이 별볼일 없으니, 나의 미모를 봐서라도 초라한 등장신을 봐주지 않겠어?"
뭐야, 이 느끼찬란한 대사에 말투는? 카온은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얼음나무산(???)의 꼭대기를 향해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달을 배경으로 그 산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한 인영을 발견한다. 무언가 사람같은것을 양쪽손에 들고있는...
"..........뭐야, 저 녀석?"
맨몸에다가 가죽조끼만을 입은 상체. 하의로는 쫘악 달라붙는 가죽바지. 머리는 보통길이의 머리를 앞머리는 붉은색, 옆머리는 푸른색, 뒷머리는 금색이라는 휘황찬란한 색으로 물들인 남자(중키여서 어딘가가 빠진 느낌이 든다.)...인지 여자인지 알수없는 얼굴. 손톱에는 붉은 매니큐어가, 콘택트렌즈로는 붉은색과 푸른색을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낀......
......비쥬얼락을 잘못 이해한 사람의 복장, 이 카온의 눈앞에 있었다.물론, 비쥬얼락을 모르는 카온의 눈에는 뭔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어딘가 비어있는 옷들이 춥게만 보일 뿐이었다.
"............춥지 않냐?"
"훗, 정진정명의 이몸에게는 춥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
"하긴, 기름기가 줄줄흐르는 느끼한 말투에 그런 이상한 차림을 할 정열이라면 얼음도 녹이겠지."
"후, 역시 나의 미모에 정신 못차리나 보군. 이상한 말을 하는거 보니까...."
"단지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대체 누구야?"
"사랑의 노래를 흩뿌리는 정열의 갓 엘릭서, 마트리엘이라고 불러주지 않겠어?"
뭣이, 저런녀석이 갓 엘릭서란 말이냐. 카온은 놀람에 가득찬 눈빛으로 마트리엘을 노려봤다. 그러고보니, 천년전쟁의 기록에도 그의 이름이 있었다. 어딘가에 있었는데...
"후후훗. 본편이 없어져서 찾기 귀찮아 어물쩡 넘어가려는 누군가의 속셈이 보이는군. 후후후."
"내가 특별히 바보란 소린 아니군....뭐 좋아! 믿을수는 없지만 네녀석이 갓 엘릭서란 말이냐!"
"마트리엘 님이라고 불러주겠어? 품위없군. 네 녀석이라니."
그런말을 하며, 마트리엘은 실없이 웃었다(원래는 고혹하니 뭐니한 표현이 들어가야 하지만...실없다. 마치 고혹적으로 웃으려고 애쓰는것 같다). 카온은 그런 그 녀석을 보며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 다섯명 반응이 사라졌는데. 네녀석이 먹어치우기라도 했냐?"
"으응. 그렇지 않아. 그 녀석들은 내 식신(주: 도가에서 부적으로 부리는 종이인형)들이었으니까."
"뭐?"
"뭐, 식신이라기 보다는......부리는 분신, 일까."
"분신.....이라면. 역시 자신의 머리칼을 뽑아서 만드는것?"
"손오공이냐, 내가!!!! ^^++"
"아아. 그렇다면 역시 몸을 둘로 쪼개면 하나씩 늘어나는..."
"플라나리아나 아메바가 아니얏!!!! --+++"
"아무튼, 그 분신을 거둔 까닭은?"
"훗......."
마트리엘은 거창하게 일어나는 모습에서조차, 데스카이져나 파이어리온에게서 느껴지는 기품이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방정맞다.
"왜냐면 이 지체높고 고귀하신 몸이 직접 상대해 드리겠......어엇!!!?"
마트리엘이 놀란 까닭은 있다. 갑자기, 상당히 떨어져 있던 카온이 빈틈을 타 점프해, 마트리엘이 일어난 바로 그 순간 안면에 펀치를 날려버린 것이다. 점프력에 어퍼컷의 원래파워가 붙어있다. 뼈와 살은 확실히 분리된다.
"쿠엑!!!!!!"
원래 말투가 나온것인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얼음산을 굴러 내려가는 마트리엘을 잠시 굽어보다가, 카온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바보냐? 갓 엘릭서를 상대로 기습을 안걸것 같냐? 멍청한 녀석. 나는 정정당당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녀석의 몸이 다시 꿈틀 거리는 것을 확인한 카온은 재빨리 점프해 얼음산에서 단번에 뛰어내려, 그대로 숲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카이하고는 합류를 해야 저녀석을 어느정도 상대할수 있을것 같다. 저 마트리엘이라는 녀석은 바보같아도 힘 하나는 파이어리온과 동급. 카온이 혼자 상대할수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12시 20분.
".........후우."
이제는 한계자체를 넘어선 배가 사정없이 배고픔의 절규를 토해내고 있다. 그것을 타이를까 하다가 그만둔 카이는, 검을 휘둘러 뭍어있던 체액들을 튕겨내고, 자신이 일구어낸 업적 - 열명의 거한남자바이오개조판(?)를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난자시켜버린 잔인한일 - 을 잠시 쳐다보았다. 죽지는 않았다. 괴물에게는 괴물의 처리법이 있으니까, 이정도는 당연하다고 해야할지.
".............배고파. 지현이가 권할때 사양하는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자학의 말을 중얼거리며, 저 꿈틀거리는 녀석들을 묶을까 어쩔까 하는 생각을 하던 카이는, 갑자기 앞에선가 달려오는 카온을 보았다.
검을 뽑아든 카이와 마트리엘이 교차하고, 달빛을 받는 밤하늘 밑에서 굳어버린 그들사이의 잠시의 침묵을 깬건 역시 카온이었다.
".......그것이 바로 비기, 천상용섬(주: 고대 살인검 비천어검류의 절정비기. 참고로 비천어검류에는 불로장수의 비결이 있...퍼퍼퍽.)?"
"아니얏!!! --++++"
카이가 카온에게 소리치는 그 순간, 마트리엘이 부들부들떨며 카이를 노려보는 터에 카이는 움찔하고 말았다. 마트리엘의 가슴에는 붉은 검상이 또렷하게 나 있었다.
"설마.......고류검법의 절정이라는 비천어검류를 이곳에서 보게 될줄은....!"
"그러니까 아니얏!!!!! 대체 이녀석들, 만화를 얼마나 본거얏!!!!!!?"
"아무튼 좋다, 이 마트리엘, 네놈들을 죽이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으리로다!!!"
"시끄러워!!!! 네녀석, 이런데엔 왜 나타나서 사람을 놀래키는......"
"그러고 보니까 너 왜 와있는거냐?(<-카온)"
"당연하지 않나!! 나는....(<-마트리엘)"
..........어라. 그러고 보니. 왜 이녀석이 여기있는거지?
......................................헉! ;;;;;
"..........그, 그거야!!! 네놈들의 사전조사도 할겸, 이 추잡한 인간들을 도와주기도 할겸, 여기 온거야!!!! 하하하핫!!!!!"
"...........뭔가 작가의 형편없는 센스가 드러나는듯한."
"뭘 생각하는거야 이 자식은...;;"
멋적게 웃던 마트리엘과, 축 늘어져있던 카온과 카이가 다시 정신을 차리는 장면이 클로즈업...아니 안돼 극본이 아니얏!!! 정신차려!!!!!!!
"........뭐야? 방금 자해하는 소리가 들렸어."
"신경꺼........--+(<-카이)"
"너는 신캐릭터라 모르나 본데, 작가는 자주 자해한다고."
"아, 그런가.......가 아니잖아!!!! 왜 내가 너희하고 이런 한담이나 나눠야 하는거지!!!!!!!!? 원래는 '니힐하고 느끼한 <적>캐릭터'잖아 난!!!!!!"
".........엘 카디온의 세계에 들어온이상 네 인생은 끝이다. 덧붙여 이녀석이 주인공이지."
"헤~ 엘 카디온입니다~ -▽-"
"마, 말도 안돼는!!!!!!? 이런녀석이 주인공이라닛!!!!!!!!?"
"시꺼!! 빈틈을 만드는 선제공격!!!!"
퍼억!
"커허허허헉!!!!!!"
카온의 펀치한방에 다시 엉망진창으로 굴러가 버리는 마트리엘.
"하하하핫. 나는 엘 카디온의 주인공이다. 정정당당은 내 주의하고는 거리가 조금 있는게 당연하지."
".........정말 그래서 그런거냐? (-ㅁㅠ <-질려있음.)"
"이~놈~들~이이이잇!!!!!!!!"
분노한 마트리엘의 공격에, 모드는 다시 진지모드로. 초록빛의 광파가 둘의 몸을 감싼다.
12시 25분.
콰아아아아아아앙---------!!!!!!!!
"응?"
한참을 재생하는 적들과 교전하던 넷은, 갑자기 폭발해 버린 정문과 그 폭발을 일으킨 초록빛의 광파와 그 광파에 떠밀려 데굴데굴 굴러온 카이와 카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꺄아악!!! 카이씨, 카온씨!!!?"
"뭐, 뭐야!!!!?"
".....오~ 이거 새로운 경험이군. 뭐 나야 항상 맞았지만."
"이런 경험은 싫엇!!!"
"카이,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돼."
"시끄러워!!!!"
웃으며 일어나는 카온과 그에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카이, 그리고 그들을 일으키던 청룡, 백호, 주작, 비영은, 폭발한 문쪽에서 걸어오는 한 괴상한 생김새의 남자의 모습에 움찔했다.
무언가를 속닥거리는 가이아 워리어즈에게 크게 소리쳐보인 마트리엘은, 이미 자세를 잡고 기다리는 카온과 카이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아무튼, 이 고귀한 몸의 주인이신 내가, 너희 먼저 이 고귀한 몸의 주먹으로 쓰러트려 주마. 각오하고 있는게 좋을꺼다!"
"뭔가 이상한 녀석이군. 하지만 파워 하나는 굉장한것 같은데."
"아아. 뭐니뭐니해도 갓 엘릭서 급이니 말이야."
"좋아, 카온 가자! 나머지는 저 남자들을 상대해줘!"
그렇게 외친 카이와 카온은, 이미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던 마트리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도우려고 아까까지의 남자들을 상대하려던 넷은, 갑자기 그들이 사라져 있는 것을 깨닫고 주춤하고 말았다.
"어라? 이녀석들 어디 갔지?"
"............사라졌네?"
사실은 마트리엘이 들어오면서 그가 부리던 분신들의 힘을 보이지 않게 거두어 간것이었지만, 그것을 모른 넷은 우두커니 서있어버릴 뿐이었다.
".........그럼 관전이나 할까."
"아."
백호와 청룡이 한가하게 그런말을 했지만, 카이와 카온 대 마트리엘의 싸움은 두명의 스파클 브레이브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트리엘은 카이의 날렵한 움직임과 카이의 한수 읽고 들어가는 공격에 상당히 당하면서도, 그 무지막지한 파워가 실린 단순한 권각과 에너지 공격으로 카이와 카온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물론 마트리엘의 공격자체가 느려 둘이 맞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빗맞는 것에도 둘은 뼈가 뻐근해 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이 날파리 같은 녀석들!!! 움직이지 마!!!!"
"미쳤냐!!!!?"
"빈틈!!!"
촤악!!"
"우악!!! 또 베였어!!!! 이자식 역시 비천어검류를 익히고 있잖앗!!"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잖아!!!!! 나는 유파가 없어!!!!"
"어, 저 위에 쓰여있는건 뭐야, 그럼?"
"아, 카온, 저건 그냥 말해본거라서....시끄러웟!!!!! 우린 전투중이잖앗!!!!!"
"하아, 그랬던가. 긴장감이 없어서....에잇!!!"
퍼어어억!!!!!
"크헉!!!!"
잠시 카온의 말에 어이없어해 하던 마트리엘이, 빈틈을 노린 카온의 돌려차기에 뒷통수를 맞고 내동댕이 쳐졌다.
있는대로 풀어헤쳐진 표정을 잠시 가다듬은 카온은, 저쪽에서 다시 일어나는 마트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녀석의 얼굴도 진지해져있었고, 눈에서는 형용할수없는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너...........어째서 그렇게 여유가 넘치는 거냐!"
"하?"
"내 힘을 모르는건 아닐텐데.....나는 갓 엘릭서다! 아무리 네녀석이 스파클 브레이브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해도, 이 힘의 차이는 어쩔수 없는 거라고!! 그런데도 그렇게 태연하게 농담따먹기나 할수 있는거냐!!"
"그거야 네놈이 워낙 웃기니까..."
"그건 그래..."
그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는 가이아 워리어즈는 어느샌가 잔디 한쪽구석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이리저리 술을 따라주며 마시고 있었다.
"날 웃기게 만든건 네놈들이야!!! 제길, 난 진지하단 말이다!!!!"
가이아 워리어즈를 보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마트리엘의 모습에 카이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꽤 흐트러 졌잖아.' 아까까지의 마트리엘을 생각하던 카이는, 이제는 진심으로 화내는 듯한 마트리엘을 노려보다가, 그의 옆에 서있던 카온이 갑자기 한발자국 나오는 바람에 흠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카온은 더이상 실없이 웃지도, 풀어진 표정을 짓지도, 여유롭게 적을 놀리지도 않았다. 카온의 얼굴은 딱딱했으며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수 없었다.
'! 저녀석...?'
그제서야 카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카온은 결코 헤헤거리고 실실거리고 진지하지 않는 성격이 아니었다. 어둡고 자책하는 때가 많았고, 적어도 마음으로 강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런데...너무 자연스러워서 였을까. 변한게 분명한 카온의 밝은 분위기가 전염되어 버린것 때문일까.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카온이 '변해'있다는 것을.
지금, 카온은 진지하다?
"진지 하다고....후. 자신이 왜 여기왔는지도 모르는 녀석이 할말은 아니군."
"뭣!?"
"나는 진지해야 할 상대에게만 진지하지. 적어도 모든 상대에게 인정을 베풀어주는 성격은 아니거든."
"인정이라고?"
"적을 인정해주는 것이 인정을 베풀어주는거지 뭐겠나?"
"뭣....!?"
"네녀석같이 싸울 목적도 의미도 모르는 녀석에게 뭘 바라지도 않지만, 날 이기지도 못할 상대에게 격식차리며 싸울 생각, 나에겐 없으니까."
"뭐가 어쩌고 저째!!!!? 이 녀석이 보자보자 하니까!!"
"너는 왜 여기 왔나?"
"아까 말했잖아!!"
"아니, 틀려. 너는 모르지. 모르긴 몰라도. 네녀석의 싸움은 목적보다는 의무가 먼저인것 같다."
의무로서의 싸움이라면....직업군인의 싸움과 똑같다.
"신에 대한 의무지?"
".....!"
".....속박당한 너희는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이길수 없어."
그렇게 싸늘하게 말한 카온은, 손을 내저으며 마트리엘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 행동에 과장과 허위가 담겨있지만 않았어도, 카이는 비명이라도 지르며 카온을 제지했을 터였다.
"---!"
"돌아가. 너는 우리에게 이길수 없으니까. 목적도 모르는 녀석과 싸우기는 싫다."
가이아 워리어즈(백호, 청룡, 주작, 비영)들도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무기에 손을 가져가 경계태세를 취했다. 카이도 검자루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가져갔다.
갑자기 퍼져나온 마트리엘의 살기가 그 이유였다.
"건방진 놈!!!! 감히 나에게 등을 보여!!!!!?"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모여든것과, 마트리엘이 그대로 카온을 향해 뛰어오른것은 거의 동시였다. 카이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도 힘든 에너지가 마트리엘의 손안의 초록빛 광채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주먹은, 정확하게 카온의 등을 노리고 있었다.
"치잇!! 이녀석...."
카온과는 조금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카이는 한동작 늦고 말았다. 가이아 워리어즈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닿지 못했다. 마트리엘의 공격은 카온의 등을 가차없이 뚫을 것이라고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카이는 그순간 본, 카온의 웃음에 그 가정을 지울수 밖에 없었다. 카온은 웃었다. 그 웃음에는 경멸이라기 보다는 동정의 느낌이 더욱 더 뭍어 나고 있었다.
"너는 날 이기지 못해!!!! 아무리 강한힘을 가져도, 강한 마음, 용기없이는 아무도 이기지 못할거다!!!!!!!!!"
눈깜짝도 안될시간에 등을 돌려 자세를 잡은 카온은, 뻗어들어오는 마트리엘의 펀치에 카운터로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카온의 몸이 그순간 황금빛으로 물든 것은 눈의 착각이었을까.
콰아아아아앙!!!!!!!!!!!
마트리엘의 초록빛과 카온의 황금빛이 어울리는 순간 작렬한 폭광이 모두를 물들이고, 곧이어 뻗어오른 폭광이 마트리엘과 카온을 감쌌다. 하지만 둘다 같은 피해를 입은것은 아니었다. 카온은 단지 반동에 두발짝, 물러났을뿐이지만, 마트리엘은 직격으로 받은 카온의 펀치에 튕겨져 나가 엄청난 기세로 정문 밖으로 튕겨져 나가 버렸다.
".........흠. 주먹이 조금 흔들리는군."
불꽃에 조금 그을렸을뿐인 카온이 손을 흔들며 중얼거리는 동안, 그리고 카이와 다른 가이아 워리어즈들이 입을 쩍 벌리고 질려있을동안, 정문밖에서 뻗어올라 검은 하늘로 뻗어오른 붉은 섬광은, 분명 마트리엘이 도망치는 광경이리라.
.......카온이, 갓 엘릭서를 물리쳤다? 갓 엘릭서를 꽁지 말리고 도망치게 했다!?
"처, 처, 청룡.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감을 못잡겠어!"
"스, 스파클 브레이브 카온이 갓 엘릭서를 주먹 한방으로 물리쳤다...? 과,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야. 설명해줘, 카이!"
"환각이야! 환각이 분명해!"
".........왜, 못 믿는건데?"
상당한 위협과 협박이 담긴 카온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카이를 비롯한 가이아 워리어즈(청룡, 백호, 주작, 비영)는 상당한 열정을 담아 한목소리로(외친것은 청룡과 백호. 나머지는 그냥 고개만 열성적으로 끄덕였음.) 외쳤다.
".............시계가 없어....언제나 끝날까, 유우타?"
"..........글쎄.....하지만 말이야, 기다린답시고 계속 '술'마시며 체스두고, 장기두고, 마작하고, 다시 체스두고, 포커하고, 블랙잭하고, 부루마불 하고, 씨름에 경무에 가라오케라니. 심하지 않을까, 마이토."
"뭐, 괜찮잖아. 우리 요즘 이렇게 즐겁게 논적없고. 그렇지, 지현군? 레지나군?"
"............."
"............."
"..........자네?"
"..........그렇게 놀았으니까."
두꺼운 벽으로 가로막힌 다다미방에 들리는 것은 없다. 그래서 밖에서의 연락이 오지않는한 아무것도 모르는 마이토, 유우타, 지현, 레지나는 올때까지 자지도 못하고, 긴장도 풀지도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때우는 수 밖에 없다. 다다미방에서, 술을 마시며. 이미 스무병인가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문앞에서 보초를 서던 현무도 마찬가지여서,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한채 계속 지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새벽 5시 30분.
마이토, 유우타 수면시작. 이미 3시간전 지현과 레지나 수면시작. 5분후, 현무도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문에 기대 잠이 들었다.
그때까지 이어지던 전후처리, 즉 '샹세이르의 인원들에게 아까 기절시킨 인원들 전원을 포박해 넘겨주는 작업'으로, 카온, 카이, 백호, 청룡, 비영, 주작등은 잠도 못자고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35분에 종결된 작업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대다수가 수면에 들어간다.
아침 7시 30분.
창문도 없는 방이라 어두웠지만 지현은 아침이 오는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거의 본능적이었지만, 이럴때는 아침이라 생각하고 일어나는 게 좋다.
"우음...."
어제는 술은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도 왠지 머리가 깨질것 같이 아파왔다. 통풍시설이 잘 되어있는 방인데도 술냄새는 가득하다. 장기판, 체스판, 마작, 부루마불(...), 카드등이 어지럽히게 놓여있고, 술과 안주가 바닥에 어지럽게 즐비한 '난장판'. 지현은 그 속에서 모포를 두른채 한구석에 눕혀져 있었다.
"하아암...."
잘 둘러보니, 레지나는 옆에 모포를 두른채로 곤히 잠들어 있었고, 마이토와 유우타는 왠지 쓰러진 듯한 자세로 중앙에서 자고 있었다. 하품을 하며, 잠시 상황을 체크한 지현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 둘에게 자신의 모포를 덮어 졌다.
"그러고보니 어떻게 되었을까...."
문을 나서자 가장먼저 현무가 보였다. 워해머를 어깨에 올린채로, 벽에 기대어 잠든 모습. 이런때에도 포커 페이스가 풀어지지 않는것은 역시 그답다고 할까. 그것을 보며 부드럽게 웃은 지현은 방안에서 모포 하나를 꺼내 현무에게 둘러줬다.
"으으...배고파..."
왠지 허기가 느껴진다. 어제 그렇게 많이 안주를 집어먹었는데. 아직 어두운 통로를 지나고, 넓은 홀을 지날때까지도 지현은 전투의 흔적이란 찾을수 없었다. 사람의 흔적도.
조금 으슬한 느낌이다.
"후우..."
어깨를 잠시 움츠리고, 천천히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밖을 나온 지현을 먼저 맞은것은, 산의 차가운 아침공기였다.
"..........에..."
그곳에 모두가 있다.
"........후, 모두 피곤했나보네. 정말."
나무를 베어와서 모닥불이라도 피워놓은것 같다. 작게 탁탁 거리며 불타는 작은 모닥불을 중심에 두고, 청룡과 백호는 각각의 모포에, 카이는 담요를 두르고 앉아서, 비영과 주작은 서로가 붙어서 자고 있었다.
모두가 있다. 아무일 없다는 듯 그곳에 잠들어있다.
".....어...잠깐, 카온은?"
그제서야 카온이 없는것을 알아챘다. 잠시 둘러보다가 아무데도 없는것을 보고, 곧 어딘가가 다쳐서 어디론가로 실려갔나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뭐,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
아직 모두 자는것 같았다. 아침해는 밝았지만, 아직도 새벽의 찬공기는 가실지를 모르고 있다.
"요즘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야, 그래도."
"아, 아니, 그건...."
"뭐, 내눈엔 무리하는것이 아니라서 그것도 좋지만."
"........뭐, 즐거워 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중학생, 14살짜리에게는 즐겁게 노는게 가장 좋다고. 친구도 많이 사귀면 좋고....여자친구는 있냐?"
"................없어.....여자애들은 내 외모가 인형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나봐.....ㅠ.ㅠ"
"우, 울필요는......;;"
"흐음......그래도 친구는 이제 없는걸. 나 맨날 따돌림 당했으니, 됐어...."
".................흐음....그래도 그 쓸쓸해보이는 눈은 '나하고 놀아주세요'라고 말하는것 같은데."
"그, 그렇지 않아!!"
".................친구하나 소개시켜줄까?"
"어?"
"상당히 쓸쓸한 눈을 하고있는 외국여자애.♡ 너하고 같이 있으면 저절로 치유될것 같아서 ♡"
"..........하트는 카온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그래? 하지만 역시 금단의 사랑을 이뤄주는거니까 이정도는 해도 되지않을까 ♡"
"이, 이것봐!!!"
"자. 이거 그 애 만화책. 인연이 있다면 만나겠지만 안닿으면 내가 몸을 던져서라도 만나게 해줄테니까."
카온은 자켓에서 동인지 하나를 꺼내 지현이에게 건네주고, 자신은 손을 흔들며 숲속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지현은 약간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 깔끔한 표지를 보다가, 첫장을 넘겨보았다.
"아.........그애......"
...........그 검은빛의 날개가 달린 여자아이. 언제나 우리카페에 오던 금발머리의 여자아이. 그아이의 모습이 첫표지 뒷장에 깔끔하게 그려져있었다. 만화풍이지만, 뭐랄까, 상당히 닮았다.
...........카온 말대로, 쓸쓸한 눈빛이야.
그리고, 그 책의 뒷면에의 내 그림 역시, 쓸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침 8시.
전원 귀가.
집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소속 단체로 돌아갔음.
그리고 -
휴가의 마지막 30분. 카온-카이-백호-청룡-현무 대 세이지-얀차-가이의 농구시합.스파클 브레이브팀 삼인방에 대패(115-37). 자존심 박살나다. 애로사항 꽃피다.
그 남자 그여자의 사정은 현재 7편....러브히나는 이미 스페셜까지 다 보고, 그남자그여자 끝내면 부기팝은 웃지않는다를 볼차례군요.
...........Ah~ The Power of Cable....
........입니다. 그래서 소설에는 뭔가 신경을 못 쓰는군요. 하하(퍼퍼퍼퍼퍽!).
그래도.......그남자그여자는 물론이고, 의외로 러브히나도 괜찮더군요 >▽< 특히 하루카상은 내 타입....잠시 진정하고. 러브히나도 '꿈과 현실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은연중에 들어있는것도 좋았고.....카레카노는 연출이 좋아서 시작중. 안노, 돈 벌려는 생각중에도 뭔가 하는구나.
그래도 방학중에는 성계의 전기 2가 나와 즐겁습니다 >.< 첫화 받아놓고 어떻게 봐줄까하며 궁리하는 중입니다. 뭔가 잔잔한 재미가 있는 만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