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한국연합회 제35회 선교부를 섬기게 되어서 서울로 올라갈 때 평소에 교회에서 타던 마티즈를 가지고 올라갔다. 주변에서 이구동성으로 장거리 출장을 하려면 차를 바꿔야 한다고 말들을 해서 일 년을 버티다가 이듬해 12월에 신차를 하나 뽑았다. 그때 뽑은 차가 지금 타고 다니는 투싼이다. 차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마티즈면 어떻고 투싼이면 어떤가?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늘 연비는 체크 하는 편이다. 지인에게 연비가 좋다는 말만 듣고 선택한 차가 이 차다. 연비가 좋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라는 뜻이 아닌가? 똑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도 더 오래 혹은 더 멀리 걸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만큼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엉뚱한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최근 기름값 인상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나의 애마에게 어제는 보닛을 툭툭 쳐주었다. 청도를 다녀오면서 리터당 24.1km를 달려 주었기 때문이다. 평소 고속도로를 타면 1리터에 19에서 20킬로 정도를 달리는데 거의 6년이 되어가고 12만 킬로미터를 달린 차량치고는 너무 잘 달려 준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중간에 원치 않았던 사고도 한번 당해서 뒤 범퍼를 갈고 대수술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차를 잘 관리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기념으로 곁에 있는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기록을 남겨두었다.
좋은 연비가 나오려면 물론 연비가 좋은 차이어야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그 차를 타는 사람의 운전 습관도 중요하다. 과속하거나 급발진 및 급정거를 자주 하면 당연히 연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불필요한 동작이나 행동으로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또한 연비가 내려가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연비가 나쁘다는 것은 평소에 운전 습관이 나쁘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로 위에서 교통 법규를 준수하면서 경제속도를 유지한다면 누구나 연비를 끌어 올리고 차를 안전하고 튼튼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번에 청도에서 나는 걷기 지도자 교육을 받았다. 맨발 걷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말 걷기란 무엇인지 그리고 올바른 걷기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서 신청했고 정말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두 분의 강사가 강의하는 내내 많이 생각했고 반성도 많이 했다. 나는 지금까지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살았는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가? 강의하는 내내 두 분의 모습 속에서 나이를 초월한 멋진 몸을 유지하고 있는 그분들이 삶이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결국 부모님이 물러준 몸은 하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신체를 저질 체력으로 만들고 어떤 사람들은 강인하고 군살 없는 멋진 몸매를 유지한다. 결국 자신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비록 비싼 고급 승용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리면서 보닛을 툭툭 쳐 준 것은 1ℓ에 24㎞를 달려 준 내 차가 고마웠고 주인보다 자신을 더 잘 지켜준 내 투싼이 대견했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것은 별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는 날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내 관속에 들어갈 때도 스스로 걸어서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하던 강사의 당찬 각오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귓가에서 쟁쟁거렸다.
부모에게 저질 체력을 물려받고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건강한 체력을 물려받고도 늘 병원을 오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생활 습관과 자세 그리고 삶의 태도가 문제다. 이제 나도 육십을 바라보면서 늦지 않았다면 열심히 걸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삶이 주는 소중한 가치와 교훈을 되새겨 보면서 고급은 아닐지라도 명품 인생을 살아 봐야겠다. 내 승용차 투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