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에 나타난 동물〕
인류는 의식주·의약·농경·어업 등의 생산활동과 관련하여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의 동물이나 식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왔다. 인류의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의 동물이나 식물에 관한 지식이 점차 축적되면서 정밀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경우도 곳곳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유적·유물 중에 생물의 유물이나 생물에 관계되는 유물이 많이 출토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세종실록지리지 世宗實錄地理志≫·≪동국여지승람 東國輿地勝覽≫ 등의 지리지와, ≪향약집성방 鄕藥集成方≫·≪동의보감 東醫寶鑑≫ 등의 의서(醫書)가 간행되었다. 특히 지리지에는 각 고을에서 산출되는 경제성이 높은 동물의 명칭이 실려 있어서 그것들의 분포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어류의 경우 홍어는 강원도를 제외한 전 연해 고을의 토산품이고, 진어(眞魚:준치)는 전라도·충청도·경기도·평안도·경상도 등 남해와 서해에 나며, 여항어(餘項魚:열목어)는 강원도·함경도·평안도의 산간 여러 고을에서 났다. 송어와 연어는 경상도·강원도·함경도의 연안 고을의 토산물이고, 은구어(銀口魚:은어)는 거의 전국적으로 산출되었다.
석수어(石首魚:조기류)는 전라도·충청도·경기도·황해도·평안도·경상도 등의 남해와 서해에서 산출되고, 은어(銀魚:도루묵)는 강원도·함경도에서, 고도어(古刀魚:고등어)는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 등에서 났다. 약재로 쓰는 백화사(白花蛇:유혈목이)는 경기도·충청도·경상도·전라도·강원도의 여러 고을에서 났다. 자해(紫蟹)는 경상도·강원도·함경도에서, 대하(大蝦)는 전라도·충청도·경기도·황해도·평안도 등의 서해에서 났다.
연체동물의 경우 합(蛤:조개)과 석화(石花:굴)는 평안도·황해도·경기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함경도 등 거의 전 해역의 산물로 되어 있으므로 단일종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홍합은 평안도를 제외한 7도의 산물이었다. 오적어(烏賊魚:오징어)와 낙제(絡蹄:낙지)는 서해에, 문어는 전라도·경상도·강원도·함경도에서 났다.
해삼은 평안도·경기도를 제외한 바다에 면하는 고을의 토산물로 특히 경상도·강원도·함경도에서 많이 난다고 하였다. 봉밀(蜂蜜:벌꿀)은 8도 168고을의 토산물로 되어 있으므로 옛날에도 양봉이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약재로서의 동물을 인부(人部)·금부(禽部)·수부(獸部)·어부(魚部)·충부(蟲部)로 분류하였는데, 금부에는 조류 이외에 박쥐도 들어 있고, 어부에는 어류 이외에 문어류도 들어 있으며, 충부에는 빈치류(貧齒類)·파충류·양서류·어류·절지동물·환형동물·선형동물 등이 포함되어 있어 충(蟲)은 매우 넓은 의미로 쓰였고, 오늘날의 견해에서 볼 때에는 인위적 분류방식임을 알 수 있다.
≪지봉유설≫ 이후에는 ≪물보 物譜≫·≪재물보 才物譜≫·≪물명고 物名考≫·≪자산어보 玆山魚譜≫·≪우해이어보 牛海異魚譜≫·≪임원경제지 林圓經濟志≫·≪전어지 佃漁志≫·≪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규합총서 閨閤叢書≫ 등이 출간되었는데 여기에도 동물이 기록되어 있다.
≪물보≫에는 동물을 인충(○蟲:어류 21종류)·개충(介蟲:연체동물 18종류)·수족(水族:수달·해마·물개·해달·해삼·홍합·낙지·문어·오징어·새우·올챙이·개구리·두꺼비·해파리·장구벌레·거머리·말거머리 등 19가지)·주충(走蟲:주로 곤충과 쥐며느리·거미 등 28종류)·비충(飛蟲:주로 곤충·박쥐를 포함한 25종류)·육금(陸禽:조류 16종류)·수조(水鳥:조류 17종류)·모충(毛蟲:포유동물 36종류) 등의 8무리로 나누고, 각 동물의 한자명과 한글명을 병기하였다.
≪재물보≫에는 우충(羽蟲)·모충(毛蟲)·인충(鱗蟲)·개충(介蟲)·곤충(昆蟲)의 5무리로 나누었고, ≪물명고≫에는 생물을 유정류(有情類)와 무정류(無情類)로 나누었다. 이 중 유정류가 동물에 해당되는 것으로, 우충(羽蟲)·수족(獸族)·수족(水族)·곤충(昆蟲)의 4무리로 나누었다.
해산생물을 관찰한 서적으로는 ≪자산어보≫가 있는데, 여기서는 생물을 인류(鱗類)·무린류(無鱗類)·개류(介類)·잡류(雜類)로 나누어 각 생물의 한자명과 속명을 기록하고 형태를 서술하였다. 특히 잡류 중에는 동물 이외에 해초도 기록되어 있다. ≪우해이어보≫에는 어류 50여 종, 개류 8종 이외에 두족류·복족류·부족류·집게류 등 10여 종이 다루어졌다. 각 종마다 형태·습성·맛·서식처·식용법·잡는 법 등을 기록하였는데, 형태와 습성을 비교적 상세하게 적고 있다.
≪임원경제지≫ 전어지에서는 동물을 강어(江魚)와 해어(海魚)로 구분하고, 각각 인류·무린류·개류로 나누었다. 여기에는 총 97종의 어류와 포유류(26종)·조류(7종)·파충류(4종)·꿀벌·게(11종)·새우(7종)·연체동물(22종)·해삼·해파리가 수록되었다. ≪규합총서≫에는 160여 종류의 동물이 나온다. 이와 같이 우리 고문헌에 수록된 동물은 종류수가 많지 않고 표기도 한문 위주로 되어 있으며, 분류방식도 ≪본초강목 本草綱目≫의 분류방식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동물상〕
동물계를 19세기 초부터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로 구분해 왔고, 근래에는 동물분류학상 원생동물(原生動物)·식세포동물(食細胞動物:板形動物 1문만 가지며, 한국에서는 미발견임)·측생동물(側生動物:해면동물 1문만 가짐)·진정후생동물(眞正後生動物)의 4아계(亞界)로 나눈다.
우리 나라의 동물을 유럽식, 즉 현대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부터로 유럽인 학자에 의해서였다. 20세기 초엽부터는 일본인 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해졌으며, 한국인도 1910년 이후부터 이 방면의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연구인원이 얼마 안 되고 연구성과도 미미하여, 우리 나라의 동물상을 우리 손으로 적극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이후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포유동물은 소목·고래목·식육목·토끼목·쥐목·식충목·박쥐목의 7목에 속하는 22과 105종 또는 아종이 알려져 있다. 7목 중 박쥐목이 27종 또는 아종으로서 가장 많은 종을 포함하고, 다음이 쥐목(24종 또는 아종)과 식육목(24종 또는 아종)이다. 토끼목에는 멧토끼·우는토끼의 두 가지만 있다.
포유동물 중 한국 특산인 것은 멧돼지·고라니·오소리·노란목도리담비·산달·족제비·제주족제비·여우·너구리·우는토끼·청서(청설모)·날다람쥐·하늘다람쥐·대륙발쥐·고슴도치·뒤쥐·제주땃쥐·울도땃쥐·야마시나땃쥐·두더지·관박쥐·제주관박쥐·문둥이박쥐·고바야시박쥐·뿔박쥐 등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물범·반달가슴곰·사향노루·산양·쇠고래·수달·진도견·하늘다람쥐 등이다.
조류는 아비목·논병아리목·슴새목·사다새목·황새목·기러기목·매목·닭목·두루미목·도요목·비둘기목·두견이목·올빼미목·쏙독새목·칼새목·파랑새목·딱다구리목·참새목 등 18목 65과 420여 종 또는 아종 알려져 있다. 이것들 중 56종은 미조(迷鳥), 48종은 텃새, 256종은 철새인데, 철새 중에서 112종은 겨울새, 64종은 여름새, 90종은 봄·가을의 나그네새이다.
18목 중 참새목이 177종 또는 아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도요목(70종 또는 아종), 기러기목(37종 또는 아종), 매목(32종 또는 아종)이며, 제일 적은 것은 1아종만을 포함하는 쏙독새목이다.
조류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들은 까막딱따구리·검은머리물떼새·고니·괭이갈매기·개리·흑기러기·노랑부리저어새·느시·따오기·두루미·개구리매·매·붉은배새매·새매·참매·황조롱이·먹황새·바다제비·백로·백조·검독수리·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소쩍새·솔부엉이·쇠부엉이·슴새·아비·오골계·올빼미·왜가리·원앙·재두루미·저어새·칡부엉이·칼새·크낙새·큰고니·큰소쩍새·팔색조·흑고니·황새·흑비둘기·흑두루미 등 46가지이다.
파충류에는 거북목과 뱀목의 2목이 있다. 거북목에는 바다에서 사는 장수거북과 바다거북, 민물에서 사는 남생이와 자라가 있다. 뱀목의 도마뱀류에는 3과 9종 또는 아종이 있는데, 장수도마뱀·장지뱀·올디장지뱀은 우리 나라 특산이다. 뱀목의 뱀류에는 대륙유혈목이·유혈목이·비바리뱀·구렁이·줄꼬리뱀·누룩뱀·능구렁이·실뱀·무자치·밀뱀·살무사·북살무사·까치살무사·쇠살무사·먹대가리바다뱀·바다뱀 등 3과 15종이 알려져 있다.
양서류에는 도롱뇽목과 개구리목의 2목이 있는데, 도롱뇽목에는 도롱뇽·꼬리치레도롱뇽·네발가락도롱뇽의 3종이, 개구리목에는 무당개구리·두꺼비·물두꺼비·청개구리·수원청개구리·맹꽁이·참개구리·금개구리·북방산개구리·산개구리·아무르산개구리·옴개구리 등 12가지가 있다.
어류는 원구강(圓口綱) 2목 2과 5종, 연골어강(軟骨魚綱) 10목 26과 59종, 경골어강(硬骨魚綱) 23목 173과 871종으로 모두 935종이 알려져 있다. 이 중 순민물고기는 약 120종이다. 해산 어류 중 한류성인 대구·명태, 난류성인 정갱이·삼치·조기·참치, 중간형인 꽁치·참도미·고등어·멸치 등은 경제성이 매우 높고, 담수어류 중 잉어와 가물치는 몸이 크다.
이 중 미더덕은 동해·남해·서해에 널리 분포하며, 우렁쉥이(멍게)는 동해와 남해에 분포한다. 한국산 극피동물에는 바다나리류·성게류·불가사리류·해삼류의 4강이 있는데 161 종이 알려져 있다. 모악동물(毛顎動物)은 바다의 동물성 플랑크톤인데 우리 해역에서는 39종이 알려져 있다.
절지동물(節肢動物)문은 매우 다양하여 세계적으로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물의 종류 중 이미 알려져 있는 약 120만 종 중 약 95만 7000종을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기지의 동물 약 1만 8900종 중 절지동물이 약 1만 3900종이다.
이 중에서 주형류(蛛形類, 거미류 포함) 약 1,400종, 바다거미류 35종, 갑각류 약 1,150종(새우류 약 90종, 집게류 약 60종, 게류 약 190종, 만각류 약 50종, 단각류 약 140종, 등각류 약 100종, 요각류 약 390종, 기타 약 130종), 곤충류 약 1만 500종, 순각류(지네류) 40여 종, 배각류(노래기류) 30여 종이 알려져 있다.
곤충류는 무시류(無翅類)에 속하는 낫발이목·톡토기목·좀붙이목·좀목·돌좀목, 유시류(有翅類)에 속하는 하루살이목·잠자리목·귀뚜라미붙이목·바퀴목·사마귀목·흰개미목·강도래목·집게벌레목·메뚜기목·대벌레목·다듬이벌레목·새털이목·이목·총채벌레목·노린재목·매미목·풀잠자리목·딱정벌레목·부채벌레목·벌목·밑들이목·벼룩목·파리목·날도래목·나비목 등 30목이 알려져 있다.
이것들 중 딱정벌레목의 종들이 가장 많아 약 2,870종이고, 다음이 나비목(2,800여 종:나방류 약 2,550종, 나비류 255종), 파리목(약 1,100여 종)·매미목(약 1,050종)의 순이다. 딱정벌레목의 장수하늘소와 전라북도 설천의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완보동물문(緩步動物門 )은 50종, 환형동물문(環形動物門)은 380종(多毛類, 갯지렁이류 297종, 貧毛類, 지렁이류 67종, 거머리류 16종), 의충동물문(0xC48F蟲動物門)문 2종이 알려져 있다.
수산자원으로서 중요한 것이 많은 연체동물문(軟體動物門)문은 약 1,000종이 알려져 있는데, 이것들 중 복족류(腹足類)가 가장 많아 약 620종이고 다음이 이매패류(二枚貝類) 307종·두족류(頭足類) 44종·다판류(多板類, 군부류) 26종·굴족류(掘足類, 뿔조개류) 4종의 순이다. 복족류의 경우 육상에는 민달팽이·달팽이, 민물에는 다슬기·쨈물우렁·논우렁이, 바다에는 전복·소라·대수리·밤고둥·총알고둥·긴고둥이 흔하다.
이매패류의 경우 민물에는 재첩·칼조개·말조개·민물담치 등이, 바다에는 굴·바지락·백합·꼬막·피조개·홍합·키조개·국자가리비·떡조개·개량조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두족류는 남해와 서해에 꼴두기(참오징어)·참갑오징어·낙지, 동해에 문어·살오징어가 많다. 성구동물문(星口動物門 별벌레류)은 9종, 완족동물문(腕足動物門 조개사돈류)은 9종, 태형동물문(苔形動物門 이끼벌레류)은 135종, 내항동물문(內肛動物門)은 1종, 구두동물문(鉤頭動物門)은 1종, 유선형동물문(類線形動物門)(연가시류)은 5종이 알려져 있다.
동물기생충의 종류(예:회충·십이지장충)를 많이 포함하는 선형동물문(線形動物門) 23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윤형동물문(輪形動物門)(윤충류)은 약 160종, 복모동물문(腹毛動物門)은 14종, 유형동물문(紐形動物門)(윤충류)은 1종, 동물기생충의 종류〔예:간흡충·조충(촌충)〕를 많이 포함하는 편형동물문(扁形動物門)은 124종, 유즐동물군(有櫛動物門)은 1종, 대부분의 종류가 해산인 자포동물문(刺胞動物門)은 245종(히드라충강 123종, 해파리강 1종, 산호충강 121종), 해면동물문(海綿動物門)은 200여 종(보통해면강 190여 종, 석회해면강 10종, 육방해면강 3종)이 알려져 있다.
원생(原生)동물은 위의 모든 동물이 다세포동물인데 대하여 단세포동물이며 630여 종이 기록되어 있고 5문으로 나뉜다. 이상 한국 땅과 그 연해에 살고 있는 동물의 기지종은 모두 27문에 속하는 약 1만 8900종이다. 하지만 우리 동물상의 구명은 아직도 매우 미흡하다.
〔이 용〕
인간이 최초로 동물을 이용한 것은 식료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선사시대의 패총에서는 작은 짐승과 물고기, 새의 뼈 등이 함께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인간은 동물을 획득하여 식료로 이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 동물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가죽은 의복이나 침구로도 이용되었다.
그 뒤 문명의 발달과 함께 비교적 온순한 동물을 사로잡아 먹이를 주어 기르면 고기가 필요할 때 언제라도 잡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동물의 가축화가 이루어졌고, 이들이 단순한 식료의 대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힘을 덜어줄 수 있다는 사실도 터득하게 되었다. 따라서 말·소와 같은 동물이 농경 또는 물건의 운반에 이용되게 되었다.
≪위지 魏志≫ 동이전 부여조의 기록에 의하면 관직명으로 마가(馬加)·우가(牛加)·저가(猪加)·구가(狗加) 등이 나오고, 전쟁이 일어나면 소의 발굽을 보고 길흉을 점친다고 하였다. 이로써 목축이 성행하였고 이들이 단순한 식료 이외에 운반이나 농경에 쓰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지증왕 3년(502)에 소로 농사를 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