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토요일의 밤 그림자가 쉽게 저물지 못하고
무설재를 뒤흔들며 하늘과 땅을 울리는 듯
천둥 번개 요란한 비바람이 만만치 않다.
어쩐지 잠들지 못할 밤이 될 것 같아
티비 앞에 앉아 케이블 채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히든싱어를 보기로 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프로그램이어서 관심은 있었지만
늘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던 터라 기억해놓고 들여다 볼 만큼의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시끄러운 바깥 세상, 지축을 흔드는 천둥 번개의 기세에 눌려 잠 못드는 밤이 된다고 하면
어차피 시끄러울 거, 티비나 보자 로 결정을 하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히든싱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윤도현 편이다.
세상에...이런 운 좋은, 횡재한 듯한 기분이라니.
개인적으로 윤도현의 광 팬이다.
헌데 모창을 하는 윤도현들 역시 한결같이 광 팬들의 집성촌 가족인 것 처럼
한결같이 소싯적 우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윤도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 윤도현 이라는 이름 석자 앞에 붙은 팬심을 바라보면서 또한 녹화 현장에서 장면을 연상해보자니
어쩐지 록커의 본능을 숨기지 않는 윤도현의 열정과 더불어 포장되지 않은 순수 매력이
팬들에게 진심으로 저절로 전달되어 그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창력으로 말하자면 탁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음색이 독특하다면 독특할
그러나 아주 뛰어남은 아니면서도 대중을 휘어잡는 목소리가 그의 반전 매력이기도 하니
어찌 그 남자 윤도현을 좋아하지 않을소냐.
사실은 여전히 부끄럼을 내포한 그의 똑부러지지 않는 어눌한 말투 역시 그의 매력을 더하는 한 요소로
작용함은 물론 거칠게 내지르는 록커로서의 자존감은 또 가히 상상을 초월하니
무조건 내지름이 록커로서의 자존심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가 바로 윤도현 일 것이다.
어쨋거나 히든싱어를 보는 내내 그를 흉내내며 그와 유사한 음색으로 혹은 창법으로 윤도현과 밀당을 하는
모창 싱어들을 보자니 얼마나 연습을 하고 얼마만큼이나 좋아해야 저 정도가 될 수 있을까 싶어 혀를 내둘렀다.
와중에 순간 기억은 잠시 허공을 맴돌다 "안산 제1대학" 공연장으로 날아갔다.
한참도 전의 일이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아들아이가 중학교 시절이니 1999년도 쯤이거나 2천년 초 정도 되겠다.
서울의 위성도시, 계획도시라 일컬어지던 그러나 문화의 불모지요 척박하기 짝이 없는 감성들이 존재하는 그런 곳
안산에 윤도현 밴드가 공연을 온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과 쥔장은 서둘러
안산 1대학으로 달려갔다.
젊은 피들로 가득한 안산 1대학에서 윤도현 밴드를 만난다는 설렘과 흥분 그리고 청춘들 사이에
목을 빼고 열광할 준비를 마친 쥔장은 발을 구르고 온몸으로 뛰면서 그들과 하나가 되어
윤도현의 거친 숨소리와 동행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잊고 살았던 심장의 박동과
땀냄새와 어울려 내지른 탁성과 뒤엉킴 속에서도 현장에 있다는 사실에 광분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 당시에 비디오 촬영은 금물이었으나 아들 녀석이 발휘한 눈치껏 솜씨로 비디오 촬영에 성공한 후
날이면 날마다 윤도현 밴드의 현장실황을 보며서 즐기는 짜릿한 그 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 가 싶었지만
삶의 고단함에 내몰린 채로 살아진 날들로 인해 그 날뛰던 록에 대한 열정은 잠시 소강상태로 멈춘 채
멀리서 그래도 여전히 윤도현 해바라기를 하며 그의 음악에 박수를 보내곤 했었다.
그런데 기억의 저편은 여전히 그 열광의 도가니 였던 시절을 기억하니 참으로 한 번 인식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법인지...그러고 보면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커텐을 치고
불을 꺼 놓은 채로 윤도현 밴드의 비디오를 보면서 혼자 낮이건 밤이건 소리를 내지르며
미친듯이 온 몸을 흔들고 헤드뱅잉까지 하면서 그의 노래를 따라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참 절묘한 기억과 천둥 번개 치는 날의 타이밍으로 윤도현을 만나게 되었다.
뿐만이더냐...날이 맑아도, 흐린 날의 조짐을 보여도 마음만 내키면 그저 윤도현 밴드의 비디오를 틀어놓고
커텐을 쳐놓고 바깥 공기를 차단 한 채 어두운 조명 아래 넋놓고 윤도현 밴드에 심취하여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소리를 질러대며 혼자 흥분하던 그 시절에는
아이들이 "엄마 또 시작이야" 의 볼멘 소리를 들어야 정신을 차릴 만큼
아이들의 귀가 사실도 까맣게 모르거나 잊곤 하였다 는 웃지 못할 이야기.
어쨋거나 여전히 YB를 사랑한다.
특히 그의 노래 중 18번은 "너를 보내고" 다.
또한 누구나 좋아하는 "사랑 TWO"는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 남자 윤도현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물론 윤도현의 'MUST'를 즐겨 보면서 늘 그 현장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그 현장은 젊은이들에게 넘겨 주고 남겨진 자로서 티비를 보며 즐기는 것 또한 나쁘지 않아
그저 티비를 통해 체감하는 것을 누리기도 한다.
다만 현장의 생동감과 흘리는 땀과 순간 순간 내질러야 할 아우성이 그리 울 때가 있다 는 것.
그렇게 히든싱어를 보며서 잠시 과거를 다녀왔다.
그 남자,
윤도현의 말마따나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으며 그를 추종하는 열혈 매니아들에게 모범이 되며
록커로서의 당당함과 무한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음악사에 길이 남을 만큼의 음악인으로 자리매김을 하면 좋겠다 는
희망사항을 남기며 윤도현을 좋아하는, YB가 건재하는 한 진심의 광팬으로서 아낌없는 응원과 더불어
비틀거리지 않을 YB의 행보를 지켜보는 지원군으로 남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히든싱어 윤도현 편 에서
새삼스럽게 더욱 더 불붙으며 되살아난 YB 밴드에 대한 애정이 낼 모레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의 아줌마로서
개인적으로 고맙기 까지 하다.
이 또한
일종의
살아있음으로 누리게 되는 희멸이므로.
첫댓글 윤도현 좋지요~! 나 엮시 롹메니아여서... ㅎㅎㅎ
역시 통한다 는...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ㅎㅎ 다양한 분분 일치...유유상종과 라는 말씀?
나는 이런 장르의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연히 보면서 참가자들의 열정은 부럽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젊음이 부러운 것인지도.
아, 우리도 한때 그런 젊음이 있었다 고 회상하시기만 하면 됩니다요.
그때는 그 실절에 맞는 음악이 있었을테니 말이죠.
젊음을 부러워 하지 마세요...나이 든다 는 것은 또 그만큼의 삶의 지혜가 잇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이미 지나온 세상이잖아요.
얼마 전에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패티 킴 고별 공연을 보다가
열광을 할 수 없어
뒷 부분에서 사람들 밀려 나오기 전에 슬그머니 나왔는데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패티킴 예전엔 무척 좋아했는데 노래 하시는 것 뵈니까 고별이 너무 늦은듯 하더라구요~!
목소리가 너무 늘어져서... 나이는 어절 수 없는 모양이에요~! * *
야아...그래도 공연을 보러 갈 정도면 열정도 있고 여전히 누군가를 이대한다는 말도 되니 보기에 좋네요.
그런데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멋진 여자 입니다...패티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