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을 거두다
강신홍
어미 손 놓칠세라 불안한 아이처럼
바람에 헐렁해진 노끈 가닥
이 손 벌려 저 손 벌려
붙잡고 의지하며 자란 완두콩
연두 빛 껍질을 벗기면
긴 책상 앞줄에 앉아
선생님 말씀 놓칠세라
귀는 커다랗게 고개는 바짝
고만고만한 유치원생 같은
둥그렇지도 않고
네모진 것도 아닌
상큼한 연두색 콩알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서너 알이 들어도 여덟 알이 들어도
어쩌다 두 알만 들어도
작으면 작은 대로
굵으면 굵은 대로
크기를 자랑치 않는 아이들처럼
고르게 자라난 완두콩
모두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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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방 (시)
완두콩을 거두다
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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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
24.07.15 20:5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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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두콩
여든이 되어서도
헐렁한 노끈 가닥에 온몸을 의지하고 있다
엄마 손 놓칠까
내 내 불안했던 세 살 적 기억
휘어 잡고
열심히 태양을 향해 달렸는데
기염을 토하며 살았는데
줄 선 책상 앞줄에 앉아
귀는 쫑긋 고개는 바짝 쳐 든
서너 알이든
여덟 알이든
어쩌다 두 알이어도
작으면 작은 대로
굵으면 굵은 대로
그저 귀엽고 깜찍한
연두 빛 콩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