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와사가 비치(Wasaga Beach)로
062021 Father's Day
그저께는 토요일, 그 그저께 금요일 밤 10시에 큰 아들에게서 온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동생하고 이야기하는가 보다 생각하고 아내는 거실에서 티비보고 있길래 피곤해서 자려는 데, 부산하다. 뭔가? 해서 나가보니 둘째가 웃으며 '크로이네가 와사가비치로 새벽에 간다는데 같이 가자고 그러네 ㅎㅎㅎ.' 아내는 벌써부터 신나서 부엌에서 돌아다니는 소리가 그 부산이었다. 나도 그제서야 가라앉았던 기분이 살아나 한마디 했다.
"아니, 지금이 몇 신데 그 먼 곳을 가자고 이제서야 연락을 하노? 저거끼리 가라 그러면 우리 크로이가 울겠제. 좋다. 가자! 우리는 아침 7시30분에 출발이다. 아무것도 준비말고 빈 몸으로 오라 했으니 그대로 따르자~"
말을 하며 부엌에 들어가니 할매는 벌써 이것 저것 챙기느라 난리다. 수박도 산 것 하나 넣고 상추며 산마늘 저린 것 등 기본 반찬을 준비하며 투덜댄다.
"애는, 일찍 알려주었으면 소갈비라도 준비할 텐데..."
'아이고마. 그 돈 어찌 다 감당할라꼬. 지금이 어느 땐데...'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나는 우리 손녀 크로이를 만나서 수영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몇 번 맨손 체조도 하고 몸을 점검했다.
아침에는 늘 같이 내가 먼저 일어났다. 햇살이 좋았고 바람이 없었다. 오늘부터 오피셜 썸머(official summer)이다. 그리고 토요일이자 아버지날(Father's day) 이브이다. 공교롭게도 모든 것이 잘 집중되어 있어서 좋았다.
작은 넘이 운전하는 SUV를 타고 하이웨이 7번 서쪽으로 20분쯤 달려 우회전하여 400 하이웨이를 탔다. 맑은 공기며 밝고 찬란한 햇살들이 여름의 아침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어찌 그냥 가겠노?
"첫 번 온 더 루트(on the route)에서 너그는 스타박스 사고 나도 담배 한다 피고 가자"
멋진 기분은 중간에 쉬며 느껴야 하는 거다. 역시 좋았다. 둘이 커피 사러 간 사이 무려 2가치의 담배를 피며 찬란하고 멋진 이 아침을 즐겼다. 우리 크로이가 벌써 '하라부지 어디쯤 와' 하고 카톡을 했거든. 좋아서 속으로 미소를 무지 지었다 ㅎㅎㅎ.
우리가 먼저 도착하였다. 갸들은 오면서 월 마트에 들렸다 온다 고 연락이 왔다. 토요일 9시경 아침이라서 모든 뷰가 맑고 상쾌하였다. 바람도 거의 없었다. 온타리오는 무조건 바람이 없든가 자면 좋은 날이다. 내 경험칙상 ㅎㅎㅎ. 그건 믿어도 된다.
Wasaga Beach Area 1의 입구에 도착하니 종일 주차 요금도 22불에서 15불로 낮추어 져 있었다. 왠 일? 하여튼 고요한 해변 끝, 늘 우리가 와서 놀던 본부에 진을 쳤다. 다른 2팀이 먼저 와 있었고 우리는 바닷가 바로 옆 모래 사장에 자리를 잡고 와사가비치 운영소에서 비치해 둔 나무 테이블 2개를 그곳으로 옮겨 놓았다. 곧 우리 크로이가 왔고 우리는 허그(hug)에서 부터 신나기 시작하였다. 큰 넘이 마음먹고 준비한 고기며 햄버그 쏘시지 등과 야채를 펼쳐 놓고 회사업무 일과 며느리의 즐거운 고생들을 들었다. 우리 크로이 이 넘이 이제 5년 7개월짜리 이다. 어떻게 물을 겁내지 않고 좋아하는지... 종일 해도 밝고 뜨겁게 비추었고 바람도 결국은 적당하게 불었다. 물 온도도 적당하여 추운 줄 몰랐다. 나는 내 나이를 생각하지 못하고 크로이를 잡고 꽤 깊은 곳까지 갔다 돌아오는데 숨차고 힘 빠져 이래서는 안되겠다 하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 ‘모두들 얕은 데서도 조심해라’ 라고 내가 말했는데… 나는 바다 바로 옆에서 태어나 자라고 놀고 하며 거친 동해바다와 친 했는데, 그래서 지금도 수영은 잘 하리라 생각했는데, 큰 일 나겠더라. 하여튼 우리는 기대보다 훨씬 즐겁고 재미나고 보람된 멋진 비치 피크닉을 즐겼다.
"할머니. 오늘 할머니하고 자고 가도 돼?"
아직 함께한 즐거움에 미련이 남아서 자고 간다고 한다.
"그래. 언제든지 노 프라블름. 할머니 집이 우리 크로이 집인데 왜 안돼. 우리 차 타고 가자~"
내가 조수석에 탓다. 작은 넘이 운전하고, 아마도 그 동안 2-3번 조수석에 타 보는 것이다. 뒷좌석엔 할무이와 크로이가 탓고, 돌아오는 내내 바다 괴물 크라켄(kraken)과 방구 방구 이야기를 지어 내며 하는데,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상상력에 놀랐는지, 도대체 이 넘이 몇 살인가? 의문이 들 절도였다. 그렇게 아침 8시에 출발하여 해 아직 있는 밤 9시에 집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내리는데 오는 내내 께름칙하던 왼쪽 발 등이 디딜 때 마다 시 큰 거리는 통증으로 바닥을 잘 딛지 못하였다. 1시간 40분 동안의, 조수석에서의 공간은 넓었지만 장시간 자세 불편에서 발생한 갸웃이었다. 가끔 뒷좌석에 타고 장거리 다닐 때도 별 문제 없었는데 정말 심각했지만, 손녀가 있으니 표 낼 수도 없이 참았다. 내가 잘 놀아 주질 못하였지만, 삼촌과 할머니가 늘 같이 친구 되어 크라켄(Kraken) 이야기 방구 방구 이야기를 하며 거실에 얼음나라 공주가 인쇄된 담요를 펴고 배 놀이도 하다가 12시가 되어서야 오줌 누고 그만 침대위에서 잠 속으로 떨어졌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어린 아이의 잠자는 모습은 천사였다. 그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달리 없었다. 이 아이를 위해서도 내가 좀 더 오래 아프지 않고 돈 벌며 살아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어른들이 살아 있는 것 만으로 힘이 되겠지만,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부담이 되면 그건 없는 것 보다 못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현실이다. 또 하나, 어떻게 든 아내나 나나 갈 때는 순식간에 가야 하는데... 운명의 신이 그렇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둘째가 부드러운 월남 쌀국수 끓여 먹고 약 먹고 자면 좋겠다 하여 그대로 했다.
일요일 아침이다. 일어나니 발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 거의 85% 정도. 견딜 만하였다. 크로이 이 넘이 일어나자 다시 부산하게 활기 띠기 시작하였다. 할무이는 아침 준비로 바빴고 둘째와 나는 크로이와 보물찾기며 클라켄 방구 방구 소환하여 말로 싸우기 등 바빴다. 밖앗의 날씨도 좋았다. 12시가 되어서 며느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버님, 오후 2시에 좋아하시는 짜장면 사서 넓고 조용한 주차장에서 먹기로 하면 어떨까요?"
나는 무조건 오케이 이다. 다들 굿이다. 즐거워하는 크로이를 차에 태우고 우리는 만리장성이 있는 플라자 뒷 편 넓고 조용하고 나무 그늘이 큰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비치 간이 의자를 2개 꺼내 폈다. 그리고 곧 며느리와 큰 아들이 테이크 아웃한 짜장면, 탕수육과 짬뽕을 음료수와 함께 가져와 전을 폈다. 갸들은 크로이 의자 포함한 3개의 의자가 있어 좋았다. 차 트렁크 뒷문 마주하게 하여 열고 그 사이에 의자 7개를 놓고 편 전은 그럴 싸 하였다. 화기 애애하고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물론 나는 찍사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였다. 이 순간들을 놓쳐서는 안되거든.
그런데 크로이가 엄마 품에서 운다. 놀라서 왜 그러냐 고 엄마가 물으니
"어젯밤에 하라부지 발 아픈 것 모르고 자서 슬프다" 고 한 단다. 이 넘이, 이 넘이 이 좋은 날에 하라부지를 격하게 감동 멕인다. 나는 얼른 달려가 우리 크로이를 안았다. 무슨 말을 하겠냐? 그냥 꼭 안았다. 이 넘이 이렇게 컸구나.
나는 가슴속에 감동의 눈물을 출렁이며 좀 멀리 떨어져 담배를 물었다. 참 그 넘.
그 다음에는 고구마 케익 빅 싸이즈를 사서 같이 먹잖다. 케익 자를 곳도 마땅치 않다 하니
"하라부지 할무이는 크로이가 손으로 퍼 줘도 잘 먹어"
한다. 결국은 그들이 따로 가서 사서는 다시 할무이 콘도집으로 모였다.
크로이(Chloe)의
"하라부지, 아버지날 축하 합니다."
하는 노래와 그 노래를 끝내며 곧
"내 아빠는 여기 있는데 왜 아버지날에 하라부지 노래를 불러야 돼?"
하는 어린아이 다운 생각을 파안 대소하는 웃음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헤어짐은 언제나 안 좋지만, 다시 만날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허그와 빠이 빠이를 남기고 그들을 떠나보냈다.
하라부지 그리고 아버지날을 이렇게 행복하게 보냈다. 아내의 슬픔을 밟고서. 펜데밐 상황이라 큰 언니의 사망 통보를 받고도 그 슬픔을 가슴속에 묻고 표 내지 않았던 아내에게는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한없이 사랑한다.
첫댓글
알콩달콩 사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셨네요^^
발등이 왜 시큰거릴까요?
얼른 치료 받으셔요~
정말..즐거운 그런 날에..
어지간히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할 것 같아요 에구....
귀여운 크로이가...
할버지 걱정이 많이 되었나봅니다 ㅎ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고
기쁨과 즐거움이 있고
마음도 밝고 맑아지는 것 같아요
건강 잘 챙기시고
늘 행복하세요^^
다녀 가셨군요.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진 날들 되십시요~
1시간 전에 손녀 크로이를 보내고 샤워하고 컴 앞에 앉았습니다.
Spring Break(봄방학 1주간)이라서 월요일 밤 부터 오늘 밤까지
재미있게 놀다 보니 잠이 부족해 좀 힘듦니다.
@제임스
아. .아이와 노는 즐거움도 있지만 어른에겐 에너지 소모도 많아 힘들지요 ㅎ
한잠 주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