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이 28일 새벽4시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철도는 지난 4월 20일에도 멈출뻔한 위기를 맞았었다. 철도노조가 △1인승무계획 철회 △민영화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했었던 것. 다행히 노사는 20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하며 파국을 막았다.
정부의 합의안 파기가 파업 불러
철도노조가 2개월만에 다시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부가 지난 4월 20일 노사가 합의한 '안'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총파업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4. 20 합의안을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철도구조개혁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규탄했다. ⓒ민중의소리
노사는 지난 4월 20일 철도개혁 및 공공철도 건설과 관련해 "향후 철도개혁은 철도노조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관련 법안이 성안될 경우 조속한 시기에 국회통과를 위해 철도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한다."라고 합의한 바 있다.
이에따라 철도노조는 지난 5월 3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6월 철도개혁과 관련한 노조 요구안을 확정하고 △요구안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 실시 후 △7, 8월 대정부 교섭진행 △9월 노정 합의안 도출, 사회적 합의 추진 후 입법완료 수순의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조합이 공식입장을 정하기도 전에 일방적 입법추진을 강행했다. 정부는 의원입법 형식을 통해 지난 19일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한국철도시설공단법, 한국철도공사법 등 철도구조개혁 관련 3개 법안 중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한국철도시설공단법 등 2개 법안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통과된 2개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로 송부, 법사위에서 통과되면 오는 30일, 7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노조는 정부의 일방적 입법추진에 반대해 지난 16일 조직을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파업투쟁을 선언했다. 또 19일에는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의 상임위, 본회의 의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안 발의자와 건교부도 불충분한 논의 인정
정부와 노조의 불충분한 논의를 통한 입법 추진은 철도구조개혁 관련법안 대표 발의자인 이호웅 의원(민주당)과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도 인정하고 있는 바다.
이 의원은 17일 국회 건교위에서 법안 제안 설명 도중 "제안된 3개 법안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건교부, 철도청, 고속철도건설공단과 관계 노동조합의 의견을 조율하였으나 철도노조와의 이견이 있는 채로 법안을 제출하게 된 점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건교부는 20일 철도노조에 보낸 '철도산업구조개혁 추진경과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안 입법을 귀 노동조합과 합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게 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조차 지키지 않아
한편, 국회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조차 지키지 않기도 했다. 국회법 59조는 '위원회는 발의 또는 제출된 법률안이 그 위원회에 회부된 후 15일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또 58조는 '위원회가 안건을 소위원회에 회부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체토론이 끝난 후가 아니면 회부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법안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되도록 하려는 취지의 반영이다.
그러나 위 법안들은 9일 이호웅의원 등 13명의 서명으로 발의 후 단 8일만인 17일 건교위에 상정됐으며, 대체토론도 없이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졸속입법은 중단되어야 한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국회 스스로 국회법을 어긴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철도구조개혁관련 3개 법안의 6월중 법안처리는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입법하기로 한 지난 4월 노정합의의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철도노조의 투쟁명분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되었다."라고 덧붙였다.
△"노정합의 파기하는 노무현정권 못 믿겠다." ⓒ민중의소리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했다는 건교부 주장은 거짓"
일방적 입법 추진이라며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건교부는 "정부의 대화요구에 대해 노조측은 내부입장 정리 등을 이유로 공식적인 대화를 기피하다가 지금에 와서 대화가 부족한 것 같이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라고 밝혔다. 또 그간 "건교부, 철도청, 정치권이 노조와 수 차례 직ㆍ간접적으로 만나 의견수렴을 하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홍보국장은 "세 차례 철도청과 철도노조가 만났으나, 그 자리에서는 4월 20일 합의한 임단협과 관련해 노동조건에 대한 협의를 하였다. 철도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 "건교부에서 수 차례 노조와 만나 철도구조개혁과 관련해 논의를 하였다고 주장해서 누구와 만나 무슨 논의를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구하자 제시하지 못했다."라며 "건교부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건교부의 이런 태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철도구조개혁관련법안은 철도노동자의 신분전환 등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번 철도파업은 전 직종에서 대다수 조합원이 참여하는 강력한 투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남희 선전홍보국장은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이행률이 어떤 파업 때보다 높다."라며 "이번 파업은 최대규모의 파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49개 시민사회단체, "입법추진 보류하고, 노정간 성실한 교섭해야"
민주노동당, 민변 등 49개 정당시민사회단체 등은 26일 공동선언문을 내고 "정부와 민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추진하면서, 철도노조와의 논의과정이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은 채 입법 추진하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고, 정부와 여당이 노정합의를 위반한 채 철도구조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철도구조개혁 법안 처리를 일단 보류하고 지금이라도 노정간 성실한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