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타,드디어 바다를 향해 떠나다.
토요일 아침 8시,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자륜사무실에 모여 윤숙이 준비해온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몸을 녹이며 설레는 마음을 살짝 추스리고는 두대의 차량에 각각 나누어 타고 바다를 향해 내달립니다. 옆자리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다 "삼백미터 전방에서 우회전하세요~~"라고 분명히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얘기했을 네비처자의 길안내를 듣지못하고 내달리던 원담의 선발차량이 증평초입에서 잠시 길을 잃고 헤멘후 다시 길을잡아 들어선곳은 충주, 사과의 고장답게 가로수가 온통 사과나무로 심겨져 있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있는 윤숙이 아무나 따먹으면 어찌하나 공연한 걱정을 합니다. 아침식사를 하지못하고 온 멤버들을 위해 10시쯤 아침식사를 하자시던 야운형님의 말씀이 생각나 찾아든 도로변 식당이 하필이면 순대국밥집, 역시나 야운형님은 순대국을 드시지 못하고 주인장께 특별히 청해 형님것만 우거지국으로, 나머지는 순대국으로 아침을 챙겨먹습니다.후발로 열심히 따라올 자륜차량에도 든든히 휘발유밥을 먹인후 우리는 길을 체촉했지요.
- 제천 의림지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제천의 의림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중 하나라는 이곳 의림지는 삼한시대 우륵에 의해 처음 축조된 저수지라고 합니다. 의림지를 예찬하는 시인묵객들이 많았다는데 그중 노산 이은상시인의 시를 잠시 감상해 볼까요.
"의림지 봄 버들아래 공어회를 즐긴다는데
나는 왜 가을바람에 낙엽을 밟고 왔나
같은봄, 안누리는 뜻을 구태 묻지마시오 "
- 영월의 장릉
의림지를 뒤로하고 다시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비운의 왕 단종이 모셔져있다는 영월의 장릉...
12살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후 영월의 청룡포에 유배되어 사시다가 결국 죽임을 당하여 이곳에 쓸쓸히 누워계십니다. 장릉 초입의 기념관에서 잠시 사육신과 생육신을 만나고는 새로만든 듯한 방부목계단을 올라 장릉에 다다르니 때마춰 흰눈이 그날의 아픔을 말해주는 듯 슬프게 내리는군요.
- 정선의 화암동굴
다음 목적지인 화암동굴 입구에 도착한 것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눈에 띄는 식당이 있어 망설임 없이 찾아든곳은 다름아닌 도깨비식당, 그저 한우리의 도깨비회원들이 생각나서 였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이유는 없답니다. 이고장의 특산물인 듯한 곤드레비빔밥과 감자부침개를 곁들인 동동주로 잠시 여행의 피로를 덜어봅니다. 동동주의 진한 맛 만큼이나 거센 바람이 문밖의 낙엽들을 우왕좌왕 이리저리 흩어놓네요. 아직도 갈길은 먼데 화암동굴 매표소에서 잠시 갈등을 하다가 기념사진 한장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가리왕산을 향해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 가리왕산이야기
얼마를 달렸던가, 생각보다 크지않은 산아래 동네에 도착하니 이곳이 바로 5일장으로 유명하다는 아라리의 고장 정선이라네요. 일정이 맞지않아 장구경은 하질 못하고 근처 마트에서 고기며 술이며 오늘저녁을 거하게 채워줄 저녁거리를 장만한후 망설임없이 "가리왕산이야기" 라는 펜션으로 들어섭니다. 새로 신축했다는 황토방에서 나른하게 오수를 즐기던 주인장께서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시네요.한눈에 보아도 참으로 선하게 생기신 분입니다. 여장을 풀고 잠시 팬션을 둘러본 우리는 주인장의 초대로 안채로 차한잔하러 올라갔는데 그곳엔 아주 특별한 인연이 기다리고 계시네요. 대학출강도 하시면서 사진작가 활동을 하신다는 연륜의 무게감이 제법 느껴지는 곽선생님 내외분과 대체의학,사상의학등을 하시며 산골에 은거하고 계신다는 박선생님이 바로 그들입니다.사진작가활동을 하시면서 스승과 제자사이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가신다는 곽선생님 내외분은 해마다 동막골에서 음악과 함께 하는 특별한 사진 전시회를 열고 계시는 듯한데 내년 전시회에서는 우리 행타를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시는데 귀가 솔깃해지네요. 내년 여름이 벌써 부터 기다려집니다.
동양화 한폭이 너른창으로 성큼 들어와 채색되어 있는 안채거실 한모퉁이에서 시종일관 벽난로에 불만 지피고 계시는 박선생님은 아직은 그다지 말씀이 많지 않으시네요.
유쾌한 가운데 상견례를 마친 우리는 어두워지기전에 장비를 설치하기로 하고 잘가꾸어진 잔디밭 한켠에 제법 모양을 갖추어 놓은 야외무대에 서둘러 음향장비를 설치합니다. 주인장께서 우리의 공연을 위해 일부로 조명도 추가로 설치하시고 커다란 가스난로까지 서둘러 장만해 놓으셨다니 그성의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산골의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군요. 바람이 잦아든 듯 잠잠 하다가도 불현듯 삭풍이 들이닥쳐 서있는 모든 것을 쓰러뜨릴 듯이 웅웅 짖어댑니다. 산골에 어스름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즈음 무대앞 한켠에 마련된 바베큐장에 숯불이 타오르고 우리는 준비해간 고기를 굽기 시작합니다. 주인장께서도 공기밥에 야채에 소주에 고기까지 충분히 챙겨주시니 이만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네요. 소주몇잔으로 충분히 워밍업을 하신 야운형님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됩니다. 비록 관중들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는 게의치 않고 돌아가며 신나게 공연을 이어나갑니다. 밤이 깊어가면서 기온이 떨어져 기타를 잡은 손에 감각이 없어질만큼 아려오는 고통조차도 우리에겐 아마도 즐거움이었던가 봅니다. 가리왕산 자락에 한바탕 신나게 신명을 풀어놓은 우리일행은 그쯤되어 산신의 심기가 불편해질 만큼 밤이 깊어진 즈음에 공연을 접고 숙소로 자리를 옮깁니다. 아직도 무언가 채우지 못한 것이, 비우지 못한 것이 가슴 한켠에 남아 있었던가 봅니다.
숙소거실에 술상이 차려지고 각종 주류잡화가 이켠저켠으로 넘나들면서 많은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이곳 주인장께는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한번더 오고싶다는 뜻으로 공연한 인사치례가 아닌 진심을 담은 너스레로 감사함을 표시했고 무엇보다 내년 여름엔 동막골에서의 가슴벅찰 또다른 추억거리를 놓칠세라 곽선생님께 행타의 초청여부를 표나지 않는 집요함으로 확인을 몇번 해보기도 합니다. 술이 몇순배 들어가니 점점 말문을 여시는 박선생님께는 다들 체질이 궁금했던지 너도나도 사상의학적 체질을 여쭙는데 흔쾌히 알려주시네요. 하지만 도인답게 그쯤에서 더이상의 진도를 허락치 않으시니 아쉬워 하는 모습들이 역력합니다. 가리왕산에서 새로운 연을 맺은 네분의 과분한 칭찬에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좋은 기분을 어쩌지 못하는 속물근성 조차도 오늘은 반갑네요.과다한 알콜주입으로 꿈과 생시가 오락가락할 즈음 박선생님께서 알맞게 제동을 걸어주시니 어느누구도 마다는 사람없이 차분히,하지만 결코 열의가 식지않은 가운데 자리를 정돈하며 하루를 마감하기로 합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새로운 추억의 날을 가슴가득 채워놓고 말이지요.
이렇게 행타의 겨울나들이 첫째날이 깊어갑니다.
첫댓글 제가 기다리고 있어요~~~ 후기 읽으니 맘이 편해 져요~~~
사진들 다 잘 나왔네요~ 후기 정말 재밌습니다. 후속편 어서 올려주세요!!
성혜씨~ 건강하게 잘지내지요? 언제 한번 얼굴좀 보자구요~~ 잘지내요~~
성촌수고했어요 다음후기가더욱기대가되네요 빨리보고싶습니다
형님~~ 막상 쓰려하니 펜이 잘나가질 않네요~~ 짬짬이 쓰려니 시간이 더 걸립니다.
어디..시베리아 다녀온 사진같아..ㅋㅋ. 윤숙이 꽃. 너는 1박을 조심해야 하는기여....ㅎㅎㅎㅎ 좋았겠다.
도리어 우리 남자들이 조심해야 합니다. ㅎㅎ
난 사람보다 개가 더 무서워~~
다시 그날이 새록 새록 생각나네요,,,넘 즐거운 시간이었ㅅ습니다...
이틀내내 운전하느라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