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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가지고 싶었을 뿐이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던 그들에게서
빼앗아주고 싶었을 뿐이다.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원하는 건 단 하나.
원수란 운명으로 만난 그
크라피카.
갖고 싶다.
아름다운 그의 영혼을
내 소유로 만들고 싶다.
증오스러울 정도로 사랑하는 그.
크라피카.
그로부터 10년이란 길다면 길다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난 그 날부터 단하루도 그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에 대한 마음이 풍화되어가긴 커녕 점점 그리움만이 깊어져갔을 뿐이었다.
우보긴씨가 죽었을때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감정 보다는 설마하는 감정이 더 먼저 들었다.
그인가?
사슬인간이라는 우리의 말살을 원하는 자가?
그런 생각이 내 마음을 가득 찼을 뿐이다.
난 지금 그를 만났다.
그의 포로라는 입장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그는 나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는 나에게 있어 오후의 커피타임이나 다름없다."
그는 날 마구 때렸다.
흥분한 모양이군.
이대로 날 죽여도 상관없어, 크라피카.
너의 손이라면 내가 죽어도 괜찮아.
"나에겐 인질로서의 가치는 없다."
그의 당황하는 표정은 옛날과 흡사했다.
저절로 미소가 자아졌다.
"안 그런가? 동료양반."
"사실이야."
우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
내가 죽어도 내 자리를 다른 단원이 메꾸어 가겠지?
미련은 없다.
"너희는...뭐지?"
너무 당연한걸 묻다니.
"환영여단이지."
...
"너인가? 쿠르타족의 말살 때도 네가 단장이었나?"
말한다면 어떤 반응일까.
"우보긴은 죽기 전에 뭐라고 했지?"
"기억나지않아!"
"훗, 나도 마찬가지다."
알았다, 크라의 약점.
크라는 친구들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확실히 찌를 수 있다.
파크노다, 알아차려라.
비행선 안이었다.
크라, 아니 사슬인간은 초조해 하는 듯 했다.
그때와 똑같구나, 크라.
친구를 소중히 생각하는것말야.
만약 그 때 그 일만 아니었다면 넌 날 지금까지 소중히 생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