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금오신화』의 작자 김시습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다섯 살에 이미 경서를 읽었으며 시를 지어 사람을 놀라게 하였으므로 신동이라 칭송되었다. 이 소문은 궁중으로 퍼져 세종대왕께서 친히 불러 시를 짓게 하고 비단을 상사(賞賜)할 정도로 이름이 났으나, 세조의 즉위에 분격하여 몸을 스스로 버려서 산사(山寺)로 유랑하였다. 이후, 김시습은 전국을 두루 순회한 다음 경주의 금오산에 들어가 은거하면서 금오신화를 엮어 산 속에 숨겨 두었다고 한다.
『금오신화』에는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모두 비현실적인 귀신, 용궁, 사후세계, 꿈 등을 나타내고 있고, 현실에 바탕을 둔 소설은 한 편도 없다. 이것은 당대(唐代) 소설의 한 부류인 전기소설(傳奇小說)의 영역에 있다고 하겠다.
1)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남원에 있었던 만복사가 무대로 되어 있다. 취처(取妻)하기를 바라던 노총각이 마음에 그리던 처녀를 만나 통정하고 즐거워하지만, 그 곳은 죽은 처녀의 무덤이었고 한바탕 꿈같은 것이었다. 다만 무덤 속의 처녀가 준 선물 은그릇을 현실적으로 가지고 나왔는데, 그것은 처녀의 관 속에 넣었던 부장품이었다는 현실 연관 표현은 이상세계의 현실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사후세계를 완벽하게 인정한 내세관은 불교사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2)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
이 소설은 전반부의 결연담(結緣談)과 후반부의 우혼담(遇魂談)으로 뚜렷이 나누어지는데, 엄격하게 구분해 보면 두 편의 소설이 연결된 형태이다. 결연담만으로 보면 완전한 인간의 현실적 사건을 표현하여 한 편의 애정소설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생은 송도의 한 유생으로서 학교를 오가는 도중에 거실(巨室)의 담장을 통하여 최씨 처녀를 엿보고, 애정을 호소하는 시를 써 안으로 던졌다. 최씨 역시 이생에게 약속의 글을 던져 날짜를 정한 다음, 담장을 타고 넘어 들어가 서로 만난다.
여기에서의 적극적인 태도는 오히려 최씨쪽이었음을 볼 때, 주자학을 신봉한 조선시대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외출이 잦은 이생이 부친으로부터 질책을 당하고 지방으로 쫓겨났을 때에도 최녀 쪽에서 상사병을 앓게 되고, 그 연유를 안 최녀의 부모 주선으로 행복한 결혼을 성취한다.
이렇게 결혼한 처녀가 홍건적의 침입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가, 육체에서 분리된 영혼이 양간(陽間)에 다시 나타나 이생과 얼마 동안 산다는 내용이 후반부이다. 이 후반부에서 특히 작자 김시습이 강조하여 표현한 것은 여성의 윤리의식이다. 죽음을 택하더라도 열(烈)을 지키는 여성윤리 의식은 불효로 규정지을 수 있는 전반부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3)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선비 홍생이 평양 부벽정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비몽사몽간에 기자(萁子)의 딸과 고금사를 이야기하고 시로써 화답한 일종의 몽유록이다. 평양이 민족역사의 옛 터전이었다는 점에서 김시습은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이라 믿어진다. 취중의 혼미 속에서 천상천녀를 만나 시를 주고받으며 놀았다고 한다면 별로 의미를 부여할 문제가 아니겠지만, 평양에 기자릉(奇字陵)까지 모시고 있는 의식 속에서 기자의 딸을 만났다는 것은 민족적인 뜻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4)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박생은 불교의 지옥설에 대하여 약간의 회의를 가진 선비로, 유학에서 주장하는 이단(異端)의 학설을 가지고 부정해 보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하루는 꿈 속에서 바다 속의 한 섬에 닿게 되었는데, 여기가 바로 남염부주(南閻浮州)라는 염라대왕이 사는 곳이었다. 박생은 이곳의 왕과 함께 긴 시간을 불교와 유학에 관한 문답을 하고 나왔다. 귀신, 윤회, 제사, 윤리 등 여러 문제를 회답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김시습 자신의 종교관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5)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한생이 용왕의 초청을 받아 용궁에 들어가서, 용왕이 그 딸을 위해 지은 별당의 상량문을 지어 주고 용궁의 잔치 대접을 받은 후, 용궁 속의 여러 곳을 구경한 다음 선물을 얻어 나온 이야기이다. 김시습이 자신의 재주를 비기어 나타낸 이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수업은 끝났지만 올린다, 올린다 하고 이제 올리네요
다들 잘 계시나요? 내일도 진한 향기가 남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