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기량·성적 등 객관적 면에서 한국 축구가 ‘레블뢰’ 프랑스를 앞서기는 무리다. 월드컵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외국기자 10명이면 10명 모두 프랑스의 승리를 자신 있게 예상한다. 그렇지만 공은 둥글다. 한국 축구가 프랑스를 상대로 내세울 강점은 무엇일까?
■팔팔한 체력 vs 급격한 하락
한국은 토고전에서 오히려 후반들어 활발한 움직임을 되찾으며 역전승했다. 반면 프랑스는 스위스전에서 경기를 지배하다 후반 15분 이후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고 말았다.
실점하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최대 약점이다. 앙리는 스위스전 후 “30~31℃를 넘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전반전을 마친 뒤 지쳐 버렸다”라고 말했다. 노쇠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승부수를 띄워 볼 수 있다. 그 타이밍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판단에 달려 있다.
■5연속 무패 행진 vs 4경기째 무득점
패배에만 익숙하던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만 5경기째 무패 행진(3승 2무·7득점 3실점)을 기록 중이다. 그 내용은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벨기에전 1-1. 한·일월드컵 2승 1무. 이번 대회 토고전 승리로 이뤄졌다.
반면 프랑스는 한일월드컵 3경기서 무득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대회 스위스전에서도 골을 넣지 못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 리베리는 “한국을 반드시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한다”라고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프랑스를 조급하게 만들 노련한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아드보 코드’ vs ‘자케 증후군’
프랑스는 대부분 선수들이 흑인 위주로 구성돼 국가관이 뚜렷하지 않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월드컵 때야 데샹이라는 프랑스 혈통의 주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지단과 바르테즈를 빼고는 모두 흑인이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도 부르지 못한다는 비판마저 받을 정도다.
반면 한국은 팀 정신의 우위로 객관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 이른바 팀 정신과 헌신적 한국 축구의 힘인 ‘아드보 코드’는 큰 자산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강한 리더십으로 선수들 장악에 성공한 반면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과 유럽 선수권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아드보카트 감독과 11년간 프랑스 청소년대표팀을 지도한 게 가장 큰 이력일 만큼 경험이 부족한 도메네크 감독의 지략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