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꾸준하게 걷듯, 꾸준히 걷기 책자를 펴내는 도서출판 황금시간이 이번에는 <강원도 걷기여행>을 펴냈다. 길 따라 발길 따라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 책 또한 도서출판 황금시간 편집부에서 걷기 여행을 전담하는 기자들인 ‘길찾사(길을 찾는 사람들)’가 일일이 걷고 찾아가고 찍은 자료와 사진들로 정성스레 꾸몄다. 그냥 베낀 것이 아니라 땀과 더불어 취재해 만든 책자임을 몇 장 들쳐보는 것으로 이내 알 수 있다.
책은 420여 쪽으로 매우 두껍지만 역시 북 인 북 형태로 자세한 지도와 사진, 개념도만 따로 모아둔 맵 인 북(Map in book) 부록이 매우 쓸 만하다. 강원도 심산유곡을 찾아가는 데 이만 한 길잡이도 없을 것이다. 노고와 비용이 만만찮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길찾사는 기꺼이 월간산 독자들을 위해 책의 내용 일부를 제공해주기로 했고, 이에 본지 편집실은 이 책에 실린 39개 코스 중 알짜배기 6곳을 골라 전재한다.
[강원도 걷기여행] 거진해맞이봉 산림욕장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라 말하고 싶은 길
등대체육공원 입구~해맞이봉 산림욕장~화진포 갈림길~해안도로~등대체육공원 입구
누가 내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뒤에 있는 거진해맞이봉 산림욕장을 꼽겠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오롯이 바다의 몫이다. 낮은 동산에만 올라도 푸른 바다와 하늘의 중심에 선다. 수평선 위를 끝없이 달려온 파도가 심장을 불끈 들었다가 놓는 곳, 남한 최북단의 동해 바다 산책로를 걸어보자.
【등대체육공원 입구-해맞이봉 산림욕장(인어동상)】 지도 1~13
속초에서 시내버스로 등대체육공원 입구까지
거진해맞이봉 산림욕장은 동해안의 언덕에 조성해 놓은 산책로다. 이 언덕에는 등대도 있다. 시계(視界)가 좋아 동해와 설악산의 풍경을 양쪽으로 보며 걸을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날씨가 더 청명하다. 수증기를 머금은 구름이 태백산맥에 걸려 영서지방에 눈비를 다 쏟아버리고 영동 해안엔 맑고 건조한 공기만 넘어오기 때문이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체육공원 입구(1)는 속초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7~8분 간격으로 회차(回車)하는 곳이라 교통이 편리하다.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회 센터가 있어 저렴하게 해산물을 먹을 수 있도 있다. 회 센터로 가는 길목의 찻길 옆, 철제 계단을 오르면서 산책은 시작된다.
소나무가 숲을 이뤄 고요한 길이다. 파도소리도 숲으로 잦아든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항구엔 방파제를 때린 파도가 흰 포말이 되어 흩어진다. 철 계단이 끝나면 따뜻한 질감의 나무계단(2)이 흙속에 박혀 있다. 계단이 끝나면 길은 편평하게 누워 있고 시야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솔숲과 그 위로 펼쳐진 무한대의 구름바다가 길을 장식한다.
오솔길을 따라 몇 걸음만 가면 등대(4)가 등장하고 주변으로 갈림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길을 찾느라 두리번거릴 필요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된다. 길목마다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고 설령 표지판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변 시야가 워낙 잘 트여 있어 길이 이어질 지점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설악산이 빚어내는 풍경은 황홀하다.
등대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체육공원은 아파트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터와 비슷하다. 체육공원의 반대편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대가 있다. 등대를 지나면 태양전지로 작동하는 가로등이 있고 T자 갈림길(6)이 있다. 왼쪽은 거진항으로 내려가는 길이므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가 몇 걸음 안 가 오른쪽 길로 가면 자연스레 명태축제비 전망대(9)와 아래로 보이는 등대체육공원(10)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체육공원에서 태양전지 가로등이 있던 산책로로 올라 1시 방향(11)으로 200m 정도만 가면 거진해맞이봉 산림욕장이라고 쓰인 비석과 이층 정자(12)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인어동상이 있는 전망대(13)다.
【장승-화진포갈림길】 지도 14~23
느릿느릿 화진포산책로도 이어갈 수 있어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의 극명한 대비, 손을 뻗으면 당장이라도 잡힐 듯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 앞에서 공간과 거리 감각을 상실한다. 발아래 굽이도는 해안도로로 파도가 쉼 없이 밀려온다.
이곳에서 보는 길은 1시 방향에 보이는 건물(인근 공군부대에 딸린)로 이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장승과 조각물(14)이 설치된 곳을 지나쳐 한 걸음 한 걸음 느리게 걷는다. 빨리 걸으려 해도 풍경에 취해 느릿느릿 걷게 된다.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사거리(15)에 도착한다. 정면으로 가야 산책로를 이어가는 길이다. 오른쪽은 조금 급한 계단을 따라서 해안도로로 가는 길이며 왼쪽은 거진항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발걸음을 통통 튕겨내는 듯한 흙길을 밟아 언덕을 오른다. 조금은 경사진 흙길 중간에 통나무를 계단처럼 박아놓았다. 경사가 끝나는 곳은 사방이 트인 평지다. 이곳이 명당일까? 무덤들이 몰려 있다. 이곳부터는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임도가 이어져 있다. 무덤을 지나면 첫 번째 갈림길(17)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이므로 왼쪽을 택해 걸어야 한다. 군부대에서 세워놓은 길의 경계를 따라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포장길이 시작되면서 ‘구보반환점’이라는 표지판(19)이 서 있다. 길은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며 내려간다. 숲길이 끝나는 콘크리트 포장갈림길(23)까지 두 번의 포장구간을 지난다.
【간이주차장-해안도로-체육공원입구】지도 24~30
화진포로 갈까, 해안도로로 갈까?
콘크리트로 포장된 삼거리에 도착하면서 숲길은 끝이 난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 방향은 찻길을 따라 거진읍내로 이어진다. 화진포나 해안도로로 가려면 우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가 바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화진포(왼쪽)나 해안도로(오른쪽)를 선택하면 된다. 아니면 지나온 길을 거꾸로 걸어도 좋다. 어느 길이건 바다와 호수를 접하며 걸을 수 있다.
잠깐 고민하다 해안도로 쪽으로 걷기로 한다. 오른쪽으로 이어진 붉은색 인도를 따라간다. 여름 피서철을 제외하곤 차량통행이 드물어 넓은 찻길이 고요하다. 간이주차장(24)을 지나면 내리막길이 끝나고 해안가를 따라 걷게 된다. 도중에 해맞이봉 산림욕장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들이 보인다. 해안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느긋하게 걸으면 출발장소인 체육공원 입구(30)로 돌아온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도치알탕을 먹었다. 도치 알이 걸쭉한 국물을 한 수저 뜨니 톡톡 튀는 알이 씹을수록 구수하다. 칼칼한 국물에 쨍한 겨울 추위도 사르르 녹는다. 주인 아주머니가 “밥을 국물에 넣어 자박하게 비벼 먹어보라”고 한다. 과연!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코스 가이드 ▶걷는 거리 : 총 4.8㎞(단축 1~15구간) ▶걷는 시간 : 2시간(단축 30분) ▶난이도 : 쉬움
▶대중교통 거진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거진항 종점까지 간다.
동서울터미널→거진터미널 06:15~18:40 (13회 운행) 거진터미널→거진항 1, 1-1번 버스(20분 간격) ▶승용차 춘천 방향의 46번 국도를 이용해 양구, 인제를 거쳐 간성읍까지 간 뒤 화진포 방향의 7번 국도로 10분 정도 가면 거진항 체육공원 입구(N 38。 26´ 53.4˝ E 128。 27´ 51.7˝)에 도착한다.
*주차 - 거진항 체육공원 입구(N 38。 26´ 53.4˝ E 128。 27´ 51.7˝)에 차량 3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숙박하는 경우라면 거진읍내의 숙박업소 주차장을 이용한다. ▶숙식(지역번호 033) *숙박-거진읍내에 화포리131펜션(682-1223), 보배성펜션(682-2772), 한일여관(682-2877) 등이 있다. *식당 -거진읍내에 진부령식당(681-3006), 염광활어횟집(682-3131), 무등숯불갈비(682-2878) 등이 있다. *매점-거진읍내 *식수-코스 내 없음 *화장실-체육공원 입구(1번 지점)
[강원도 걷기여행] 한탄강 강변길 우리네 삶 닮은 검은 벼랑길 따라
승일공원~승일교~고석정~직탕폭포~구 강변길~태봉대교~승일공원
철원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한탄강 레저도로 1차 구간이 조성됐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승일교를 시작으로 힘찬 물줄기가 장관인 직탕폭포에 이르는 4.9㎞ 강변길이다. 레저도로는 향후 3~4년에 걸쳐 한탄강 줄기를 따라 양지리마을까지 연장될 예정으로, 완공되면 왕복 24㎞ 강변길로 거듭난다. 이 코스는 레저도로를 중심으로 걷기 좋은 길을 더해 구성했다. 뱀 허리처럼 휘어진 한탄강 협곡을 거슬러 가다 보면 전혀 위험하진 않아도 마치 벼랑길을 걷는 기분도 느껴진다.
【승일공원~고석정】 지도 1~5
붉은색으로 포장된 레저도로
들머리는 신철원에서 한탄대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으로 널찍하게 자리한 승일공원(1)이다. 이곳에는 넓은 주차장(무료)과 식수대, 그리고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길은 화장실 뒤편 승일교(2)로 이어진다. 6·25전쟁을 기점으로 반은 북한이 반은 남한이 만들었다는 승일교는 철원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다. 이름에 얽힌 유래도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승만의 ‘승(承)’과 김일성의 ‘일(日)’에서 빌려왔다는 말도 있고, 좀 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6·25전쟁 때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중 전사한 박승일 대령을 추모하기 위해 이름 지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승일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 협곡 사이로 한탄강이 꼭꼭 감춰두었던 속살을 드러낸다. 검은 벼랑 사이로 하얀 포말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물줄기가 일대 장관이다. 한탄강은 은하수를 뜻하는 ‘한(漢)’과 여울을 의미하는 ‘탄(灘)’, 즉 ‘큰 여울’이란 뜻을 담았다. 하지만 전쟁과 분단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함께 해 오며 그 물색마저 혼탁해져 버린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제 색깔을 찾을 수 있을까.
승일교를 지나면 붉은색으로 포장된 레저도로가 일반도로와 나란히 이어진다. 463번 지방도와 만나는 ㅓ자 삼거리(3)까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고석정 입구 사거리(4)까진 평지를 걷는다. 길 옆 463번 지방도를 따라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지만,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안전한 편이다.
이 코스는 철의삼각전시관이 있는 고석정유원지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원지 내 주차장은 요금을 받고, 특히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붐벼 자가운전으로 올 경우 되도록 승일공원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고석정 입구 사거리부터 계속해서 레저도로가 이어지지만, 여유가 된다면 길에서 잠시 벗어나 철원8경 중에 하나인 고석정(5)에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유원지 안에 철의삼각전시관, 놀이공원, 산책로, 쉼터 등이 잘 꾸며져 있고, 무엇보다 고석정에서 바라보는 한탄강 풍광이 좋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석정은 철의삼각전시관 뒤로 돌아가 안내판을 따라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孤石亭’이라 쓰인 간판 입구로 들어선 후 조금 가파른 계단길을 잠시 내려가면 한탄강 협곡이 훤히 보이는 고석정이다. 정면으로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林巨正)이 은거했다는 고석바위가 볼거리다. 여름에는 순담계곡부터 래프팅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고석정 입구 사거리~직탕폭포】 지도 6~14
‘한국의 나이아가라’가 눈앞에
고석정 입구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건너 다시 레저도로로 진입한다(6). 사거리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463번 지방도와 점점 멀어지며 한탄강 협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7). 길 중간중간 전망 좋은 곳에 마련된 쉼터(8)가 눈에 띈다. 한탄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류를 만날 때는 가로놓인 구름다리(9)를 건너기도 해 걷는 재미를 더한다.
궁예가 세운 태봉국에서 이름을 빌려온 태봉대교(12)를 지나 20여 분 가면 레저도로가 끝나는 T자 삼거리(13)까지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잠시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직탕폭포(14)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도 불리는 직탕폭포는 철원8경 중에 하나다. 하지만 상상한 것처럼 그리 웅장하진 않다. 폭 80m, 높이 3~5m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멀리서 보면 마치 장보(長洑)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낙차에 비해 수량이 풍부해 낙수 소리만큼은 여느 폭포 못지않게 우렁차다.
【구 산책길~태봉대교】 지도 15~25
강변에 운치있는 정자 하나
2009년 12월까지 조성된 레저도로 1차 구간은 승일공원부터 직탕폭포(단축 코스 종착점)에 이르는 4.9㎞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원점회귀할 때는, 거리는 길지 않지만 흙길과 돌계단이 주를 이루고 좀 더 한적하게 한탄강 줄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구 산책길을 선택하자.
구 산책길 입구(15)는 직탕폭포에서 레저도로로 되돌아가기 전 강변을 따라 연결된다.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강변에 운치 있는 정자(16)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 태봉대교에서 번지점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실감나게 구경할 수 있다. 정자에서 조금 더 가면 ㅓ자 삼거리(17)다. 이곳에서 레저도로로 접근하려면 12시 방향 간이화장실 옆으로 직진한다. 태봉대교 아래로 난 길을 통과한 후 5분 정도 더 가면 구 산책길이 끝나고 다시 레저도로와 만나는 삼거리(18)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종착지인 승일공원(25)까지는 다시 레저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 워킹 팁 ]
고석정과 임꺽정에 얽힌 전설
임꺽정(林巨正)은 1559년경을 전후하여 황해도, 경기도, 강원도 일대를 무대로 활동한 의적이다. 재주가 비상하여 과거 등용에 뜻을 두었으나, 천민 출신으로 출세 길이 막히고 조정의 부패와 관료들의 행패에 불만을 품어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규합하여 ‘대적당(大賊黨)’을 조직했다. 이후 지금의 고석정 건너편 산 정상에 석성을 쌓고 이곳을 본거지로 삼아 조공물을 약탈해서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을 했다. 관군에 쫓겨도 포위망을 쉽게 뚫고 빠져나가곤 했는데, 그 재주가 흡사 민물고기인 꺽지와 비슷하여 ‘임꺽지(임꺽정)’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의적 활동을 하던 임꺽정은 1562년 조정의 토벌사에 쫓겨 황해도 구월산에 숨어들었다가 부하의 밀고로 관군에 체포돼 사형 당했다. 고석정 경내에 있는 인물상은 조각가 이원경의 작품으로 방문객들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소문난 맛집 폭포가든
레저도로 종착점인 직탕폭포 인근에는 식당이 4~5곳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직탕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폭포가든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깨끗한 지하수에 고기를 담아두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그때그때 손질하여 음식을 내놓아 신선한 육질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매운탕의 맛을 좌우하는 다진 양념을 그들만의 비법으로 만들어 시원하고 얼큰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 직탕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식당에 100여 석, 안에도 50여 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코스 가이드 ▶ 걷는 거리 : 총 12.3㎞(단축 6.1㎞, 15~25구간 제외) ▶ 걷는 시간 : 3시간~3시간30분(단축 2시간) ▶ 난이도 : 쉬움
▶대중교통 신철원시외터미널이나 동송시외터미널에서 승일공원~고석정~직탕폭포~동송읍을 오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단, 승일공원은 버스정류장이 없기 때문에 운전기사에게 미리 말해야 한다. 직탕폭포에서 마무리할 경우 15분 거리에 있는 장흥리 주다리마을 앞 정류장까지 도보로 이동한다.
▶ 승용차 서울에서 의정부, 포천 방향으로 이어지는 43번 국도를 이용하면 신철원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신철원에서 승일공원으로 가려면 문혜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463번 지방도를 따라 3㎞ 정도 가면 된다.
*주차 - 레저도로 시작점인 승일공원주차장(N38。 11´ 09.6˝ E127。 18´ 08.0˝)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10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고석정주차장(N38。 11´ 16.4˝ E127。 17´ 19.9˝) 주차료 소형 2000원, 대형 5000원.
▶숙식(지역번호 033) *숙박-신철원 읍내, 고석정~직탕폭포 코스 구간에 마이그린펜션(452-6294), 바위섬펜션(452-4745), 필모텔(452-6558) 등이 있다. *식당-고석정송어장회집(455-3623),고석정황소마을(455-1535), 마당바위쉼터(455-5324). *식수-승일공원주차장, 고석정 *화장실-승일공원주차장, 고석정, 직탕폭포, 구 산책길
춘천호반, 이 단어가 갖는 상투적인 의미는 ‘낭만의 길’과 통한다. 그러나 마이카 시대의 춘천호반은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강변 드라이브 코스로 기억되기 일쑤다. 100m를 3초에 주파해 버리는 무서운 스피드가 난무하지만 진정한 낭만의 기억을 새기는 데는 진득한 물내음을 깊이 들이마시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걷기만 한 것이 없다. 강물이 사랑한 이 도시에는 북한강과 의암호 동쪽 라인에 걸쳐진 아름다운 물길 산책로가 뻗어있다. 테마공원이 있고, 놀이터가 있고, 드라마 촬영지도 있는 이 호반 길에서는 걷는 내내 자전거조차 너무 빠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102보충대~북한강 산책로】 지도 1~3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동무 삼아
인구 25만의 춘천시는 북한강과 소양강이라는 걸출한 물줄기를 붙잡고 발달했다. 이 물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을 많이 가두는 소양호를 낳았으며, 춘천호와 의암호 같은 대형 호수도 품었다. 이 강물과 호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물의 도시’ ‘호반의 도시’라는 막강한 물(水)의 이미지를 춘천에 심어주었고, 걷기꾼에게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동무 삼아 걸을 수 있는 호반 산책로를 선사했다.
물길 따라 걷는 이 길은 의암호 상류 북한강 옆에 자리한 102보충대 입구 버스정류장(1)이 출발점이다. 군대생활이 편해졌다고는 하나 민간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팍팍한 생활이기에 신병교육대 입소식이 있는 날은 씩씩한 군악대 행진곡이 울려 퍼져도 늘 섭섭함과 눈물 젖은 손수건이 흘러넘친다.
만남은 없고, 이별만 있는 이곳에서 시내 방향을 보면 횡단보도(2)가 보이니 그리로 가자. 건널목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둑으로 올라가는 샛길과 계단이 있다. 둑 위(3)에 올라서면 붉게 포장해 놓은 북한강변 산책로가 걷기꾼들을 맞는다. 유난히 붉은빛이 강한 이 산책로는 일부러 색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의암호가 시작되는 소양2교까지 엇비슷한 붉은 계열로 칠해져 있다. 그러다가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 의암호를 이루는 지점의 소양2교 다리를 지나면 산책로는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총 거리 10㎞가 넘는 이 물길 산책로는 오래전부터 남쪽인 중도선착장을 시작으로 의암호반을 따라 북쪽으로 조성돼 오던 것으로 2009년에야 이곳 102보충대 부근까지 연결되었다. 앞으로도 강변 산책로는 화천 방향으로 더 뻗어 나갈 테지만 그것은 활동영역이 넓은 자전거에 적합할 뿐, 놀며 쉬며 걷는 걷기여행에는 102보충대부터 시작해서 중도선착장까지 가는 것이 여러 모로 알맞다.
【한계울교-춘천인형극장】 지도4~5
강 건너 미루나무 두 그루
빨간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산책로를 사뿐사뿐 걸으면 시선은 어느새 잔잔한 북한강 수면 위를 따라 걷는다. 강물이라고는 하지만 하류에 있는 의암댐이 거센 흐름을 든든하게 막는 덕분에 산책로 주변은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하다. 강 건너 미루나무 두 그루가 수호하듯 우뚝 솟은 마을은 높은 건물이 없어 완벽한 전원 풍경을 연출하고, 그 뒤로 아련하게 겹쳐지는 능선파도가 이곳이 강원도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강가를 맴도는 실바람이 일상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낚아채 가고, 마음은 거울같이 잠든 수면처럼 평온을 맞는다.
간간이 자전거가 지나가는 이 길을 1㎞ 정도 걸으면 조그만 지류가 합쳐지는 곳에서 한계울교라는 다리(4)를 만난다. 한계울교를 건너 계속해서 산책로를 걸으면 갑자기 강 건너편이 가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강 중간에 위도라는 섬이 길게 드러누웠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의암댐이 생기기 전에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를 쓴 위도는 지금도 고슴도치섬이라고 많이 불린다.
섬 하류 쪽으로 신매대교가 걸쳐진 덕에 유원지가 생겨 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춘천의 랜드마크를 꿈꾸며 2010년 하반기까지 환골탈태를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등짝만 물 위로 길게 내놓은 고슴도치섬을 거의 지날 무렵 왼쪽 위로 춘천인형극장이 보인다. 이 극장은 1995년 춘천인형극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인형극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극장이다. 또 춘천인형극장 안에는 춘천인형극박물관이 120평 공간에서 200여 점의 관련자료를 전시한다. 이 박물관에서는 막대 인형극실, 손 인형극실 등의 테마별 인형전시실이 있으며 직접 인형을 조정해 볼 수 있는 체험관도 갖춰져 있어 아이와 함께 들러볼 만하다.(☎033-242-8450, 10:00~17: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2,000원, http://theatre.cocobau.com)
춘천인형극장 밑을 돌아나가는 산책로를 지나면 차량진입방지용 말뚝을 지나 ㅑ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온다(5). 가야 할 길은 두 번째 우측 길이지만 별다른 푯말이 없어 자칫 첫 번째 길로 꺾어 들어가기 쉽다. 만약 그 길로 가게 되면 자동차 레이싱 트랙이 있는 모터파크섬으로 들어가게 되므로 주의하자. 이 모터파크는 오프로드 전용 레이싱장으로, 간혹 이와 관련된 대회로 인해 터질 듯한 굉음이 고요했던 섬을 뒤흔들어 놓는다. 5번 갈림길에서 제대로 길을 찾아 들어갔다면 육림랜드 옆 은행나무 산책로를 걷게 된다.
【육림랜드 옆-평화공원】 지도 7~8
황혼 무렵 소양강 갈대밭에서 흐느끼던 소녀의…
놀이동산인 육림랜드 옆 강변산책로 역시 여전히 붉은색으로 걷기꾼들을 이끈다. 여기부터 500m 구간은 다른 코스와 달리 산책로 양옆으로 은행나무와 잣나무가 도열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 수차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힘차게 돌아가는 양어장 구간부터는 다시 뙤약볕을 피하고 싶어진다. 대체로 호반 걷기 코스는 그늘이 없는 편이므로 구름이 많은 날이 좋고, 한여름은 야경을 보며 걷는 것이 적합하다.
그렇게 무심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15분 정도 더 걸으면 소양강댐을 지나고 북한강과 합쳐지며 의암호를 이루는 소양강 합수머리의 소양2교(7)를 건넌다. 물의 도시 춘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소양2교를 건넌 후에는 같은 물줄기이되 이름이 의암호로 바뀐 물길을 곁에 두고 걷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산책로는 어느새 붉은색에서 녹색 계열로 바뀌어 있다.
얼마 안 가 오른쪽으로 생기면서부터 여러 가지 화제를 몰고 왔던 ‘소양강 처녀상’이 물 위에 우뚝 서 있다. 동상이 서 있는 정확한 위치는 의암호지만 소양강이 흘러드는 곳이므로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황혼 무렵 소양강 갈대밭에서 흐느끼던 애잔한 시골 처녀의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7m라는 거대한 높이는 장벽이지 않을까 싶다. 어두운 밤에는 ‘귀신상’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쓴 동상이지만 이를 처음 보는 외지인들에게는 그랬거나 말거나 여전히 볼 만한 구경거리다.
치맛자락을 말아 쥔 모습이 야하게 보인다고 하여 치마길이를 길게 늘여서 제작했다는 후문이 들리는 소양강 처녀상을 지나 얼마 못 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일본어로 적혀 있다. 덕분에 이곳은 욘사마의 흔적을 찾아 춘천까지 날아온 일본 아줌마들이 남이섬과 함께 어김없이 발도장을 찍고 가는 관광코스에 포함됐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한국전쟁 참전국 국기들이 게양대 위에서 펄럭이는 춘천 대첩기념 평화공원에 닿는다. 이 공원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남하하던 북한군에 맞서 3일간 춘천을 방어했던 춘천지구 전투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에 세워진 공원이다. 이 전투는 전쟁 발발 후 국군이 처음으로 승리한 전투로 기록되어 있다.
갖가지 전쟁 관련 조형물들과 운동기구들이 들어선 평화공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허름한 선착장이 보인다. 이곳은 중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근화선착장(8)으로 관광지화되어 있는 삼천선착장과 달리 중도로 들어가는 뱃삯도 약간 저렴하다.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해서 중도로 건너갈 수 있다. 단, 중도로 건너간 뒤 마을에서 유원지 안으로 들어가려면 유원지입장료 1,300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황금비늘테마거리-중도선착장】 지도 9~15
소설가 이외수의 작품이 테마
근화선착장을 지나쳐 자전거도로 겸용 녹색 산책로를 1㎞ 정도 더 가면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9). 둑 밑 연갈색 산책로가 도보 전용이므로 그쪽으로 내려가 걷는다. 둑 위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한결 줄어들어 발걸음이 더 가뿐하다.
이 도보 전용길은 공지천 하류의 오리보트장으로 이어진다. 오리보트장이 끝나면서 이 도보 전용길도 마무리되므로 둑 위로 올라와 공지천교를 건넌다(10). 공지천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춘천 출신의 인기작가 이외수씨의 작품을 테마로 한 ‘황금비늘 테마거리(11)’가 산책로를 따라 조성되어 있다.
테마거리는 깔끔하게 지어진 화장실과 작은 공원이 있는 곳에서 끝난다. 앞으로 갈 곳은 삼악산과 의암호가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덕에 춘천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춘천 문화방송국이다. 화장실 옆 나무계단을 올라(12) 오른쪽으로 150m만 가면 방송국 주차장이다(13). 주차장에서는 광장 매점 오른쪽으로 ‘춘천시 어린이회관 70m’ 이정표를 따라 내리막을 잠시 걷는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침엽수 사이를 잠깐 걸으면 앞이 트이면서 멀리 코스 종착지인 중도선착장이 보인다. 어느새 붉은색으로 다시 옷을 갈아입은 산책로를 10분 남짓 밟으면 중도선착장에 닿는다(14).
중도선착장은 정확히 말하자면 중도유원지로 건너가는 배를 타는 삼천동선착장이지만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저 중도선착장 하면 바로 이곳 삼천동선착장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좀 더 걷기를 하고 싶다면 배를 타고 건너가 너른 잔디밭이 보기 좋은 중도유원지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를 걸어볼 수도 있다. 귀가하려면 중도선착장 주차장을 지나 큰길로 나오면 있는 중도선착장 버스정류장(15)으로 간다.
[ 워킹 팁 ]
의암호에 떠 있는 관광단지 ‘중도’
중도는 이 코스가 마무리되는 중도선착장에서 배로 5분이면 건너갈 수 있는 20만㎡의 섬으로 의암호 안에 자리한다. 상중도와 하중도로 분리된 두 개의 섬으로 삼악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들이 호수 바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주변 풍광이 대단히 뛰어나다. 관광지와 위락시설이 하류 쪽에 있는 하중도에 몰려 있어 보통 중도관광지를 갔다 왔다고 하는 것은 하중도를 다녀온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너른 잔디밭과 함께 3000평 규모의 수영장과 보트장, 놀이마당 등을 갖추고 있으며, 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야영장과 펜션 등이 있어 젊은이들의 MT장소로도 각광받는다. 또한 섬 외곽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걸을 수 있는 도로가 나 있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레포츠가 가능하다.
중도는 단순히 놀이시설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신석기와 청동기, 그리고 초기 철기시대의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적은 북방식 돌널무덤 4개와 선사시대 무덤인 돌무지무덤을 비롯해 고인돌, 움집 등 선사시대 것들이 많다. 중도로 건너가는 배는 중도선착장에서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하는 선편을 이용하면 5분 만에 닿는다. 뱃삯은 중도유원지 입장료 1,300원을 포함해 5,300원(왕복)이다. 문의(033)242-4881
코스 가이드 ▶걷는 거리 : 총 11.2㎞ ▶걷는 시간 : 총 3시간~3시간30분 ▶출발점 :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 102보충대 앞 ▶종착점 : 춘천시 삼천동 중도선착장 ▶난이도 : 아주 쉬움
▶대중교통 경춘선 기차를 타고 남춘천역에 내리거나 버스를 타고 춘천버스터미널에 내린다. 102보충대를 경유하는 춘천 시내버스를 타려면 남춘천역과 춘천버스터미널에서 약 1㎞ 떨어진 남부사거리까지 걸어간 후 화천 방향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먼저 남춘천역에서 남부사거리로 가려면 역사를 나와 남춘천사거리에서 운동장사거리까지 800m 정도 걷는다. 운동장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약 500m 더 가면 공지교를 건너 남부사거리에 닿는다. 춘천버스터미널에서는 터미널사거리에서 시청 방면으로 1㎞ 정도 가면 남부사거리를 만난다.
▶승용차 춘천고속도로 춘천IC를 나와 양구 방향 46번 국도를 탄다. 약 10㎞를 달리면 만나는 천전교차로에서 신북 방면 70번 지방도로로 좌회전한다. 5㎞ 정도 가면 나오는 신매대교 직전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2㎞ 앞이 102보충대 주차장이다.
주차는 102보충대 주차장(N37。 56´ 30.1˝ E127。 42´ 43.2˝)을 이용한다.
▶출발점 돌아가기 중도선착장에서 버스터미널이나 남춘천역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없다. 따라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버스터미널(도보 30분)이나 남춘천역(도보 45분)까지 걸어가는 것이 좋다.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려면 중도선착장을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큰 길을 따라 15분 남짓 걸으면 삼천사거리가 나온다. 다시 500m 더 가다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500m 전방 왼쪽이 버스터미널이다. 남춘천역은 버스터미널 옆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두 번째 만나는 운동장사거리에서 남춘천역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15분 만에 닿는다.
*숙박-춘천 시내 다수 *식당-코스 내 다수 *매점-102보충대 외 코스 내 다수 *식수-매점에서 구입하거나 사전 준비 *화장실-102보충대, 강원조정면허시험장 옆(5~6구간), 황금비늘테마거리(12번), 춘천 문화방송(13번), 중도선착장(14번)
[강원도 걷기여행] 홍천 용소계곡 트레킹 원시계곡과 숲으로 떠나는 여행
군유동 입구~연순행씨 농가~금산이터 와폭~괘석리 3층석탑~두촌면소재지
홍천 용소계곡은 철저하게 보존된 원시자연 상태로 걷기꾼들을 맞는다. 그야말로 인공적인 손때가 묻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좁은 길이 희미하게 물길을 따라 이어진다. 홍천에서 꼭 가봐야 할 명승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냥 내버려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지치고 상처받은 도심의 영혼을 치유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병원은 없을 성싶다.
【군유동 입구~군유동 마을~연순행씨 농가】 지도 1~6
아직도 개울에서 빨래하는 풍경이
그 품을 벗어나면 더 선연해지고 간절해지는 길들이 있다. 흔히 만날 수 없는 그런 길들을 필자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길’이라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상사병이 되고, 우울증으로 번지는 세속적인 그리움이 아니기에 그저 생각나면 그곳으로 훌쩍 떠나 그 품에 안기면 그만이다. 용소계곡을 다녀오고 난 후 한동안 그 길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다시 가봐야지. 그때는 카메라도 버리고 GPS도 두고 오롯이 그 길을 느끼며 걸어봐야지’라는 생각에 겨울을 나며 다가올 봄날을 기대했다.
길의 시작은 버스가 하루 두 번 들렀다 돌아가는 괘석리 군넘이 입구 구멍가게 앞(1)이다. 따로 버스정류장도 없고, 그저 괘석리 군넘이 입구 담뱃가게 앞에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가정용 냉장고에 음료수 몇 병 놓고 담배를 팔고 있는 작은 가게 건너편을 보면 어지럽게 이정표가 붙은 나무 기둥이 있다.
여기서 군넘이 푯말을 따라 언덕 아래로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을 내려가면 갈수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계곡이 시원스레 열린다. 이렇게 멋들어진 풍광을 내려볼 때마다 늘 아쉬운 것은 얼키설키 시야를 금그어놓는 전봇대와 전깃줄이다. 하지만 이런 전깃줄마저 반갑게 느껴지게 하는 오지가 잠시 후 시작된다. 포장도로 큰길을 따라 직진하듯 약 25분 정도 지나면 작은 언덕을 넘어서면서 아담한 산촌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군유동이라는 이 마을에 들어서고 약 5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지는 곳(4)이 나온다. 아무런 이정표가 없지만 길 옆으로 ‘용소계곡 펜션’을 가리키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으니 그걸 따라 오른쪽으로 가자. 다시 5분 남짓 내리막을 가면 아까 길 초입에서 보았던 이정표 막대가 다시 길을 일러준다(5). 가야 할 길은 ‘너래소’ 이정표가 가리키는 왼쪽이다. 만약 직진 방향인 ‘갬벌’로 가면 용소계곡 건너 갬벌마을에서 길이 끊겨버리니 꼭 ‘너래소’ 쪽으로 가야한다.
이후로는 계속해서 용소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외길이나 다름없는 길을 가게 된다. 약 10분 정도 지나면 포장길이 끝나고 초록색 양철지붕을 씌운 용소계곡 마지막 민가(6) 한 채가 나온다. 여기서는 민가 본채와 외양간 사이로 난 길을 지나 집을 통과해야 길을 이을 수 있다. 불가피하게 남의 집 앞마당을 가로질러야 하니 조심스럽게 지나자.
답사할 때는 외양간과 앞뜰에 매어놓은 소가 큰 눈을 꿈벅거리며 낯선 나그네를 주시할 뿐 집주인 부부는 어디 출타라도 했는지 보이질 않았다. 집을 지나자 곧바로 나오는 작은 개울에서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집주인인 듯하여 인사를 건네고 “낯선 사람들이 집 앞마당으로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많이 지나다니지도 않고, 조용히 지나가면 상관없다” 한다. 용소계곡 마지막 농가 여주인인 연순행씨는 울산에서 살다 남편 황병익씨와 이곳으로 이주해 들어왔다. 원래 친척이 갖고 있던 땅이었는데, 한눈에 보고 반해 그대로 눌러 앉아 산 게 13년째 접어든단다. 도시 생활에 비해 불편한 게 많아 보였지만 ‘전기가 들어오고 차가 들어오니 도시나 매한가지’라며 무심하게 판판한 돌 위에 빨래를 연신 비벼댄다.
【연순행씨 농가-금산이터 와폭】 지도 7~8
몰래 몰래 드나들 비밀 바캉스터
작은 개울을 지나 5분 정도 더 가니 길이 급격히 좁아지고(7), 사락거리는 발소리 외에는 오른쪽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만이 우렁차다. 박새와 동고비 같은 산새가 간혹 눈에 띄었지만 새소리는 흐르는 물소리에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길이 좁아지고, 10분 정도 더 걸으면 물소리가 커지면서 작은 와폭이 나온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 와폭 부근에는 예전에 금광이 있었다는 ‘금산이터’가 있다. 거대한 너럭바위 중앙을 파고 흐르는 물길은 그 밑에 널찍한 소를 이루며 자연스레 지나는 길손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발휘한다. 여름 피서철, 발품 팔기를 두려워 않는 사람이라면 쉬쉬하며 몰래몰래 드나들 비밀 바캉스터로 적격인 곳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무거운 짐을 지고 이곳까지 찾아드는 극성스런 행락객은 별로 없는 듯 주변은 평화롭고 깨끗하기만 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산길이 끊긴 듯 계곡 쪽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흐른다(8). 잠시 계곡가에 쌓인 돌을 밟고 걸으면 또 왼쪽 산기슭을 따라 난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용소계곡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산길과 계곡 트레킹을 번갈아가며 진행한다. 오솔길과 계곡길의 비율을 따지자면 오솔길이 8대2 정도로 많다. 그래서 걷는 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다.
차가 못 가고, 핸드폰 안 터지는 곳을 오지라고 한다면 용소계곡은 오지 중의 오지다. 이곳은 차와 핸드폰은 물론이고 사람이 지나는 길마저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코스로 이곳을 소개하는 것은 ‘물길만 따라가면 틀림없다’는 비교적 단순한 공식이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곡과 떨어지는 산길 구간이라도 물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계곡과 멀어지면 다시 계곡 쪽으로 길을 찾는 것이 좋다. 그래서 조금만 주의하면 길을 잘못 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끔 보이는 산악회 리본 표식도 길찾기에 큰 도움이 되지만 드물게 계곡 남쪽인 백우산으로 향하는 표식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인적 드문 산길과 물길이기에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여러 모로 든든한 길이다.
【금산이터 와폭-너래소-괘석리 3층석탑 】 지도8~11
조릿대 숲 사이로 사람 하나 간신히 비집고 지날 틈
금산이터 와폭을 지나 다시 10분 정도 더 가면 소나무와 당단풍나무 가지 너머로 용소계곡의 얼굴마담인 ‘너래소’가 슬며시 자태를 드러낸다. 따로 이름표가 없어도 그저 한눈에 넓은 물웅덩이가 너래소임을 알 수 있다. 용이나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를 여럿 품었을 법한 산수(山水)의 조화지만 이름을 알리는 안내표지조차 없다. 덕분에 우리는 너래소에서 그 흔한 전설 하나 건져 올리지 못하고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만 기억으로 새겼다.
이후론 푸릇한 돌이끼를 가득 품은 돌이 듬성듬성 박힌 길이다. 다소 거칠긴 하지만 언덕이 아닌 평지이기에 발 디딜 곳만 신경 쓰면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진 않는다. 오히려 적당히 거친 길은 오지에 발을 들여놓는 걷기꾼의 호기심을 끌어낸다. 다시 10분 정도 걸으면 멀리 계곡 물줄기가 좌우로 갈라지면서 그 사이에 생긴 소나무섬이 보이는 곳이 나타난다(9).
소나무섬 부근까지는 산길 위주로 많이 걷다 이 섬 부근에서 다시 계곡 트레킹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산길로 들어서면 허리춤에서 넘실대는 조릿대 숲 사이로 사람 하나 간신히 비집고 지날 듯한 공간이 벌어져 있다. S라인으로 굽은 조릿대숲길은 조릿대 잎을 허리에 끼고 걷게 되어 왠지 이 길만 걸으면 S라인 몸매가 될 것 같은 희한한 착각마저 든다.
시누대 숲을 지나면 이제는 계곡 연안을 지탱하는 넓은 너럭바위를 밟고 지나는 구간이다. 이 부근에서 자리 펴고 잠시 쉬었다 가기 좋으므로 흐르는 물소리를 음악 삼아 오수를 즐겨도 좋으리라. 다만 어두워지기 전에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비포장길 종점까지는 약 1시간30분에서 2시간이 걸리므로 그걸 염두에 두고 자리를 펼지 말지를 결정하자.
그 후로도 길인 듯 아닌 듯한 좁은 길과 계곡을 넘나들며 40분 정도 가면 길이 넓어지고, 신기루처럼 낡은 3층석탑이 나타난다. 인적 없는 곳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고려시대 석탑은 이곳도 예전에는 사람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음을 말해준다. 공작산에 있는 수타사에서 건립한 것이라고 전해지는 이 석탑은 한때 관청에서 옮겨 세우려 했으나 호랑이가 나타나 방해하는 바람에 지금처럼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괘석리 3층석탑-두촌면소재지】 지도 12~18
바윗덩이들 딛고 계곡 건너로
바람같이 나타난 전설의 3층석탑을 뒤로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정돈된 길을 가다보면 오랜만에 현대인의 손때가 묻은 인공구조물이 나타난다. 바로 이 길을 처음 시작할 때 멋진 경치에 사정없이 금을 그어대던 전봇대와 전깃줄이 그것이다. 그런데 인적 없는 오지를 몇 시간 동안 뚫고 나온 지금은 그것마저 살갑기 그지없다. 전봇대와 전깃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 그 옆으로 폐가도 눈에 띈다. 아무튼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며 드나들던 곳이기에 이제부터는 길이 좋겠구나 싶었지만 얼마 못 가 계곡 하류로 갈수록 길이 점점 투박하고 거칠어진다.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이 꽤 불편하게 느껴질 즈음 계곡 건너 언덕 위로 아이보리색 가건물이 눈에 들어온다(12). 여기서 그 가건물 밑쪽 모래톱으로 계곡을 건너야 한다. 지금껏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오다가 물길을 처음 건너는 것이다. 따로 다리 같은 것은 없으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너럭바위와 큰 바위들을 건너뛰면 어느새 계곡 건너편이다. 수심이 깊지 않아 수량이 적을 때는 아쿠아 슈즈를 신고 첨벙첨벙 건널 수도 있다.
계곡을 건너면 곧 임도같이 넓은 길과 오른쪽에 창고 같은 건물 몇 동이 나온다(13). 직진하듯 오른쪽 길을 택해서 가면 5분 만에 길은 포장도로로 바뀐다. 그리고 용소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아스팔트 도로로 우회전(14)하면 이제부턴 줄곧 큰 길을 따라 직진이다. 어쩌다 차가 한 대씩 지나가는 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이번에는 나지막한 언덕길 좌우로 멋들어진 기암절벽과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와 어우러진 물길이 열두 폭 병풍처럼 화끈하게 펼쳐진다.
용소계곡의 절경은 그렇게 넘치도록 다 퍼주고도 ‘뭔가 모자란 것은 없느냐’고 마지막까지 묻는다. 이후로 용소계곡은 경수천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논과 밭 사이를 흘러 두촌을 거쳐 홍천강과 합쳐진다.
용소계곡의 피날레를 보고 30분 정도 더 걸으면 비로소 44번 국도를 만난다(15). 자동차가 쌩쌩거리며 무섭게 달리는 4차선 차도와 달리 국도 굴다리를 지나면 소담스런 두촌면소재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면소재지 큰길까지 찻길을 따라 400m 정도 가다 시가지 큰길(16)에서 오른쪽으로 100m만 더 가면 두촌시외터미널 격인 금강슈퍼마켓 앞 자은 버스정류장(17)이 나온다. 터미널이란 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나 버스정류장 뒤편에 서울, 홍천, 속초, 인제 방면 버스 시간표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버스표는 금강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코스 가이드 ▶걷는 거리 : 총 13.2㎞ ▶걷는 시간 : 총 4시간30분~5시간30분 ▶출발점 :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 괘석길 27번지(군넘이 입구 담뱃가게) ▶종착점 : 홍천군 두촌면 자은리 자은 버스정류장(금강슈퍼 앞) ▶난이도 : 어려움
▶대중교통 홍천터미널까지 간 후 광암리 혹은 괘석리행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 부근인 군넘이 입구 담뱃가게에 내려달라고 한다.
서울→홍천터미널 서울 동서울터미널 06:15~22:20 (10~20분 간격) 서울 상봉터미널 06:05~21:10 (15회 운행)
▶승용차 춘천고속도로 동홍천IC를 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6㎞ 정도 가다 내촌 방면 451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한다. 약 11㎞ 정도 가면 나오는 내촌면소재지에서 용소계곡 408번 지방도로 방면으로 좌회전해 약 4㎞ 정도 가면 백우산 등산로 입구인 가족고개다. 여기서 2㎞ 정도 더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에 하늘색 양철지붕을 한 담뱃가게가 나온다.
주차는 담뱃가게 앞(N37 。51´ 30.7˝ E128 。06´ 04.1˝)에 조심스레 하면 된다.
▶돌아가기 *대중교통 - 내촌 자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해 서울 혹은 홍천으로 간다. *승용차 - 도착지인 두촌면소재지 자은 버스정류장에서 저녁 6시40분경 지나가는 괘석리행 군내버스(금강고속 033-432-7891)를 이용해 출발지까지 간다.
▶숙식 *숙박-용소계곡 펜션(5번 지점 부근 갬벌마을 033-435-3110). 미리 예약하면 내촌이나 두촌부터 픽업이 가능하다. *식당-두촌면소재지 *매점-군넘이 입구(1번 지점), 두촌면소재지 *식수-없음 *화장실-군넘이 입구(1번 지점), 용소계곡 간이화장실(7~8번 구간)
[강원도 걷기여행] 화천 낭천산림욕장~붕어섬 물안개 자욱한 북한강변 길
낭천산림욕장 입구~낭천루~화천천~북한강~붕어섬~화천터미널
안개를 좋아하는가? 안개 자욱한 강변길을 좋아하는가? 화천은 거의 매일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안개로 인해 신비롭게 변한다. 북한강과 화천천이 시가지를 두면으로 감아 흐르고 있고, 다시 그 둘레를 산들이 둘러싸 안개를 피어오르게 한다. 화천의 ‘걷기 좋은 길’은 화천의 이런 자연환경을 걷는 길이다. 시가지에서 멀지 않은 낭천산림욕장을 가볍게 올랐다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화천천(華川川)과 안개 자욱한 북한강변을 이어 걷는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엔 언덕이었으나 섬이 된 ‘붕어섬’이 있다.
【낭천산림욕장 입구-낭천루】 지도 1~7
화천읍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산림욕장
화천이 화천(華川)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1896년(고종 6년). 고구려 때는 생천군, 야시매로 기록되었으며, <삼국사기>를 보면 통일신라 때 낭천(狼川)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코스의 시작은 그 낭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낭천산림욕장이다. 산림욕장 입구(1)는 화천읍내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화천청소년수련관 바로 뒤편에 있다.
화천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하다. 낭천산림욕장 역시 해발 90m인 입구에서 시작해 고도가 가장 높은 낭천루(327m)까지 표고차가 217m에 불과하지만 ‘편하다’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능선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꽤 가파른 길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입구는 ‘낭천산림욕장’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비석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초반의 포장된 가파른 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정자쉼터(2)가 나온다. 처음부터 힘든 길을 걷는 ‘산책객’을 위한 배려처럼 느껴진다.
길은 여전히 올려다봐야 한다. 쉬엄쉬엄 오르자 곧 ㅏ자 삼거리(3)다. 이정표에 따르면 직진은 ‘등산로’이며, 오른쪽 계단이 심어진 길은 ‘산책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계단을 오르자 주위를 울창한 잡목 숲이 에워싼다. 가파른 계단이 끝나자 길은 사람들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오솔길. 한숨 돌리게 하는 편한 길이 서서히 시작된다.
나사처럼 산 둘레를 휘감아 오르다보면 ‘낭천루’를 알리는 이정표(4)가 나온다. 이 ㅏ자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조그만 쉼터(5). 작은 놀이터만 한 공터에 나무를 찬양하는 시 한편이 쓰여진 안내판과 앉아 쉴 수 있도록 벤치와 평상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소나무 기둥에 붙은 ‘낭천루’ 이정표를 따라 2~3분만 가면 왼쪽으로 이층정자가 보이는 능선(6)이다. 정자 쪽으로 가자 한글로 ‘낭천루’라고 새겨진 현판이 확실하게 보인다. 정자의 이층에 올라보자 전망이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로호 하류에서 이어지는 북한강 물줄기가 조각난 듯이 보인다.
【능선-북한강변-붕어섬 입구】 지도 8~18
매년 겨울 산천어축제 열리는 화천천
낭천루 뒤로는 ‘상덕봉’과 ‘아5리·건강샘터’까지 이어지는 길이 있기는 하나 북한강변 길을 걸으려면 지나온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6번 지점을 지나치면 약수터와 낭천루를 알리는 이정표(8)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간다. 길 왼쪽으로 키 큰 잣나무가 숲을 이뤘고, 아늑하게 보이는 숲 안엔 간단한 체육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얼마 안 가 끝나는 능선 길엔 대붕정(10)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있다. 낭천루처럼 나뭇가지가 시야를 많이 가려 이곳에서도 역시 시원한 북한강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대붕정 오른쪽에 나 있는 조붓한 오솔길을 따라 간다. 곧 나무계단이 있는 T자 삼거리(11). 왼쪽 아래로 보이는 금용사로 내려가면 지나온 이정표에 등장했던 ‘약수터’(12)다. 콸콸 쏟아내는 약수는 아니지만, 돌 받침대에 고인 물이 맑고 차다. 옆에 세워진 수질 검사판에도 ‘음용적합’으로 나와 있다.
금용사 옆으로 난 돌계단을 밞으면 계단이 끝나는 곳에 차도와 그 뒤로 하천(화천천)이 보인다. 차도(13)로 나오면 낭천산림욕장 길도 끝난다. 이곳까지 산림욕장을 걸은 길은 불과 2㎞지만 꽤 힘든 고갯길을 걸은 탓에 그리 싱겁게 느껴지진 않는다.
차도로 나오면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몇 걸음 떼지 않아 화천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하천으로 내려가자 붉은색 자전거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서울의 한강변이라면 끊임없이 자전거와 산책객들이 오갈 테지만 이곳에선 한적한 천변과 아주 가끔 지나치는 산책객들이 전부다.
화천천이 꽁꽁 얼면 구멍을 뚫고 군(郡)에서 미리 풀어두었던 산천어를 낚는 얼음낚시와 별도로 마련된 행사장에서 벌어지는 맨손으로 산천어 잡기, 그 외 ‘눈성쌓기’ ‘눈조각대회’ 등 많은 행사가 열린단다. 이 한적한 천변길에 수없이 몰려든 인파가 언뜻 그려지진 않는다. 그러나 매년 열흘 동안 열리는 산천어축제 덕에 화천을 찾는 관광객은 무려 연간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화천의 대표적인 관광 아이템인 이 산천어가 정작 지역의 고유어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화천천이 북한강으로 합수되는 부근에 이르면 천변길이 끊긴다. 그러면 오른쪽에 있는 보행전용 목교(14)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제 거의 매일 화천을 신비로운 도시로 만드는 북한강이 바로 코앞이다. 흐르는지 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고요한 북한강이 옅어지는 안개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북한강변을 따라 붕어섬까지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둑 위로 오르지 말고 북한강을 왼쪽에 두고서 걸으면 된다. 걷다보면 강가에는 재난구조대 선박(16)도 떠 있고,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비행기는 퇴역한 F4팬텀전투기를 전시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전방으론 한 폭의 수묵화처럼 자신의 모습을 강물 위에 반영한 ‘붕어섬’이 보인다.
강변길을 따라 가면 곧 붕어섬으로 들어가는 붕어섬 다리(18)에 도착한다. 다리의 양 교각엔 소위 ‘대물’크기인 붕어 동상이 물 위로 뛰어오르는 형상으로 얹혀 있다.
【붕어섬-화천터미널】 지도 19~23
물에 잠겨 섬이 된 언덕
붕어섬은 원래 섬이 아니었다. 늪으로 둘러진 언덕이었는데, 춘천댐이 생기면서 북한강 상류 수위가 높아져 언덕의 아랫부분이 물에 잠기고 결국 ‘섬’이 되었다. ‘붕어’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는 유달리 이곳에서 붕어가 잘 잡혔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하늘에서 바라본 섬의 모습이 붕어를 닮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붕어섬은 ‘작은 남이섬’쯤 되겠다. 2인용, 1인용 자전거를 대여해 1.5㎞가량 되는 섬 둘레를 돌아볼 수 있고, 섬의 서쪽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 볼 수도 있다. 그 외 간이매점과 주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천연잔디구장, 테니스장이 있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포장된 도로, 오른쪽은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로 방향을 잡아(19) 시계 반대방향으로 붕어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 된다.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천연잔디구장(20)과 테니스장이 나온다. 테니스장 너머로 붕어섬의 남쪽부분이 더 있으나 안전문제로 이곳까지만 개방되어 있다. 섬을 한 바퀴 돌아 산책로와 포장도로로 나뉘었던 19번 지점(21)으로 돌아온다. 다리를 건너면 붕어섬 일주와 함께 실질적인 ‘걷기’도 끝을 맺는다.
화천터미널이나 코스의 출발지였던 낭천산림욕장도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화천터미널(23)은 강변길에서 둑 위로 올라, 차도 맞은편 시가지로 들어선 뒤 5분 가량 더 걸으면 나온다. 낭천산림욕장으로 가려면 화천터미널을 지나서 읍내를 벗어난 뒤 ‘출렁다리’를 통해 화천천을 건너면 된다. 낭천산림욕장 입구는 화천청소년수련관 바로 뒤에 있다.
코스 가이드 ▶걷는 거리 : 총 6.1㎞(단축 없음) ▶걷는 시간 : 1시간30분~2시간(단축 없음) ▶난이도 : 무난
▶대중교통 코스의 출발지인 낭천산림욕장은 화천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따로 교통편을 이용할 만큼 멀지 않다. 터미널에서 ‘청소년수련관’을 물어보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방향을 알려준다.
▶승용차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춘천JC까지 간 뒤 원주·춘천·조양 방면인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26㎞를 더 달리다 소양강댐 방면으로 빠져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배후령을 넘어 파로호 하류를 지나치면 약 5㎞거리에 낭천산림욕장 입구가 나온다.
주차-낭천산림욕장 입구에 있는 주차장(N38。 06´ 31.3˝ E127。 42´ 44.4˝)과 맞은편 화천 청소년수련관 주차장(N38。 06´ 31.3˝ E127。 42´ 43.1˝)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숙식(지역번호 033) *숙박-화천읍내에 파로호펜션(441-1488), 덕성파크모텔(442-2204),다래민박(442-8577) 등이 있다. *식당-화천읍내에 구이구이(442-9295), 초항의시(산채비빔밥·442-4628) 등의 업소가 있다. *매점-화천읍내 다수 *식수-낭천산림욕장 약수터(지도 12번 지점) *화장실-화천청소년수련관, 붕어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