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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광장 스크랩 초정 김상옥선생 시비 남망산에 세우다.
장지성 추천 0 조회 6 09.05.02 00:3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초정(艸丁) 김상옥(金相沃)선생 남망산에 시비건립

 

통영뉴스발신지 webmaster@tynp.com

 

 

통영이 낳은 문학과 예술계의 큰 봉우리인 초정 김상옥 선생의 시비(詩碑)가 시인이 별세(2004. 10. 31)한 지 2년반 만에 완공, 제막식을 오는 3월29일 갖는다.

   
▲ 남망산에 세워진 초정 김상옥 시비
통영시와 초정 김상옥 기념회가 주관해서 건립한 초정 시비(높이: 1.9m 길이: 3.3m)는 통영시 동호동 남망산 공원에 미륵산과 한산도 앞 바다가 보이는 기슭에 터를 잡았다. 특히 남망산 공원의 '이 충무공 시비'는 김상옥 시인이 1950년대에 건립을 주도, 비문을 짓고 글씨를 썼기 때문에 시인의 시비를 남망산에 세운 것은 각별한 인연을 느끼게 한다.

이 시비는 "초정 김상옥선생의 고귀한 시 정신을 후세에 널리 알리고 문학적 업적을 선양하기위해 환경 친화적으로 건립, 문화시대에 걸맞은 문화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통영시의 지원 등 모두 8천만원으로 건립됐으며 조각은 김창규(金昌圭) 강릉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시비의 본체 포천석 앞면에는 그의 대표적 동시조인 <봉선화>를 초정의 육필 붓글 
씨로 새기고 뒷면에는 그가 그린 백자 그림과 시력(詩歷)을 새겼으며, 본체 상단부 상주석(尙州石)의 왼쪽 끝 원형 오석부분에는 초정의 얼굴을 음각했다. 본체 상단부 뒷면 오석에는 초정의 전각작품도 음각되어 있다.

시비 본체 주위에는 초정이 그린 백자 그림들과 <백자부>, <제기(祭器)>, <싸리꽃>, <느티나무의 말>, <어느 날>, <가을 하늘>, <참파노의 노래>등 시와 시조를 새긴 의자 모양의 포천석 열 개를 놓아 초정의 예술과 문학의 편린을 만져보고 앉아서 즐길 수도 있게 했다.

   
▲ 생전의 초정 김상옥 시인
통영시 관계자는 "워낙 초정 선생이 시, 서, 화, 전각 등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인 예술을 창조한데다 시도 자유시, 시조, 동요, 동시 등에 다 탁월했던 분으로 선생의 육필 글씨와 여러 형태의 백자그림, 그리고 몇 개의 전각작품에다 원고지 글씨까지 새겨 아주 다채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독특하고 볼거리가 많은 시비 공원이 됐다"며 "선생의 문학과 서예, 회화, 전각예술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는 야외 전시장이 된 셈이어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명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근배 초정 김상옥 기념회 부회장은 "<봉선화>는 초정 김상옥 선생의 첫 시조시집 <초적(草笛)>을 통해 발표됐으며(1947. 4.15) 해방 후 지금까지 교과서에 실려 세기를 넘어 국민의 노래가 되어왔다"면서 "올해는 <초적>이 세상에 나온지 꼭 6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봉선화>시비건립은 그 의미가 한층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각 작가 김창규 교수는 "당대에 몇 안되는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던 초정 선생이 지닌 통유적(通儒的)인 교양의 폭과 깊이를 표현함과 동시에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통영의 자존심을 잘 살릴 수 있는 품격 있는 조형물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면서 "초정 선생의 종합적인 예술적 능력을 보여주는 시. 서, 화, 전각(詩. 書. 畵. 篆刻)등의 결과물을 의자 등에 적절히 배분해 시인의 세계를 입체적인 시점과 시각에서 다양하게 펼쳐 내 보이도록 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한편 다음은 시비 본체와 의자모양의 돌에 새긴 초정의 시다.

1. 봉선화
 비오자 강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2. 백자부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 한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3. 제기(祭器)
 굽높은 제기(祭器)
 신전(神前)에 제물을 받들어
 올리는-
 굽 높은 제기(祭器).
 시(詩)도 받들면
 문자(文字)에 매이지 않는다.
 굽 높은 제기(祭器)!


4. 싸리꽃
 그 꽃은
 작은 싸리꽃
 아 산들한 가을이었다.
 봄 여름
 가리지 않고
 언제나 가을이었다.
 말라서
 바스라져도
 향기남은 가을이었다.


 5. 느티나무의 말
 바람 잔 푸른 이내 속을 느닷없이 나울치는 해일이라 불러다오.
 저 멀리 뭉게구름 머흐는 날, 한자락 드높은 차일이라 불러다오.
 천년도 한 눈 깜짝할 사이, 우람히 나부끼는 구레나룻이라 불러다오.


6. 어느 날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生涯)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7. 가을 하늘
 인생이 별거냐  도랑에 물 쏟듯
 쏟아버리고,  담배 연기 너머로
 티 한 점 없는  짙푸른 갈 하늘,
 한참 동안  모든 것 제쳐놓고
 멍청히 섰노라면,  눈길도 살갗도
 산(山)도라지 꽃빛으로  베어 든다.


8. 참파노의 노래 (일부, 원고지에 쓴 육필)
 늙고 지친 참파노  인제는 곡예(曲藝)에도 손을 씻고
 철겨운 눈을 맞으며  종로의 인파(人波)속을 누비고 간다.
 길을 찾으면 있으련만  봄이 오는 머언 남쪽 바닷가

초정 김상옥(1920-2004) 시인은?

초정 김상옥(艸丁 金相沃)은 1920년 5월3일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동 64번지에서 태어났다. 8세때 부친을 여의고 통영보통학교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에는 집안이 어려워 인쇄소 소년공으로 들어갔다.

1934년 15세때 금융조합연합회신문 공모에 동시 「제비」가 당선되었고, 17세 때 조연현과 함께 동인활동을 하던 『아(芽)』에 시 「무궁화」를 발표했다. 그해 장응두, 윤이상 등과 함께 일경에 체포된 이후 해방될 때까지 세 차례 옥고를 치르고 쫓겨 다녔다.

1937년에는 함경북도 웅기로 시집간 누나를 찾아가 청진에 있는 서점에 취직하고 문학활동을 시작, 김용호, 함윤수와 함께 『맥』동인이 되었다. 1939년 10월 『문장』에 가람 이병기 추천으로 시조 「봉선화」가 실렸고, 11월에는 『동아일보』시조 공모에 「낙엽」이 당선됐다.

1945년 8월, 조국이 해방되자 김상옥은 유치환, 윤이상, 김춘수, 전혁림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조직하여 향토문화창달에 힘쓰고, 47년 4월에 첫 시조집 『초적(草笛)』을 간행했다. 49년 1월에 시집 『고원의 곡』을, 6월 『이단의 시』를 연이어 출간하고 54년에 충무공 이순신의 시비를 통영 남망산에 세웠다.

해방후 통영, 삼천포, 마산, 부산 등지의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3년 서울로 이주해 인사동에 골동가게 아자방(亞字房)을 열고 시중에 흩어진 문화재를 수집, 그 가치를 바로잡고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종합적인 예술활동을 벌였다.

1973년 시집 『삼행시65편(三行詩六十五篇)』을 간행하고, 75년 산문집 『시와 도자』, 80년에는 시집 『먹을 갈다가』(창작과 비평사)가 나오고, 89년 고희기념시집 『향기 남은 가을』을 펴냈다. 1982년에 중앙시조대상을, 2001년 가람시조문학상을 받았다.

2004년 10월26일에 부인 김정자 여사가 세상을 떠나자 그 닷새 후인 10월31일 향년 85세로 부인을 뒤따르 듯이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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