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곡성 곤방산 (727m)
지리산, 섬진강 조망 좋은 큰봉 곤방산
곤방산은 전남 곡성군 오곡면에 자리한 해발 727m의 산이다.
담양군 대덕면과 곡성군 오산면의 경게를 이루며 지나는 호남정맥은 연산(505m)에서 동남쪽으로 곁가지 산줄기를 뻗친다. 일부에서 '통명지맥'으로 부르는 이 산줄기는 통명산(765m)을 비롯하여 동악산, 작산, 한동산, 주부산, 천덕산, 모후산 등 크고 작은 명산들을 솟구친다. 통명지맥의 동녘 끝에 곤방산이 자리, 보성강과 만나기 위해 압록 합수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 섬진강을 지그시 굽어보고 있다. 산 이름에 희한하게도 '곤할 곤' 자가 들어있어 물어보았더니 남원 살던 방씨들이 명당을 찾다 피곤해서 주저앉았던 산이라서 곤방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봉조리에 사는 오근기씨(76세)의 설명인데 다분히 조선후기 동네 이야기꾼이 지어낸 냄새가 난다. 64괘 중의 하나인 곤괘형국 어쩌고 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그 유명한 심청의 전설이 동녘 자락의 섬진강에 녹아 흐르고 북녘 덕산리에는 고려의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을 모신 덕양서원이, 남녘 봉조리에는 현조팜스테이마을이 조성된 곤방산이다. 한번은 올라보아야 할 조국의 명산이다.
곤방산 들머리는 오곡면 봉조리에 있는 괴불터다. 서봉마을이 저만치 바라보이는 곳으로 불당으로 추측되는 신축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 동쪽에 북쪽으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도로가 있다. 다소 가파른 길은 곧 무덤 셋이 자리한 지능선에 닿고 무덤 뒤로 뚜렷한 산길이 이어진다.
여기저기 보춘화가 꽃을 피운 산길에는 산새소리가 유난히도 정겹다. 넉넉히 반시간이면 해발 330m의 주능선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솔숲능선은 참으로 싱그러운 산길이다. 몇 개의 너럭바위와 진달래가 어우러지고 소나무와 참나무가 사이좋게 뒤섞인 이 숲길을 휘적휘적 걸어가면 해발 530m로 짐작되는 능선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곤방산 1km, 전망대 3km, 우물 0.2km'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북서녘 능선에서 약간의 바위지대를 만난다. 바위에 올라서면 남녘으로 천덕산이 눈부시다. 다시 산길을 이어 지도상의 곤방산 정수리(715m)에 올라선다. 10개의 무덤이 빼곡히 점령한 대머리 정수리에는 반쯤 묻힌 삼각점과 글씨가 보이지 않는 이정표가 자리한다.
둘러보는 사방의 조망이 좋다. 동북으로 노고단~반야봉을 이어간 지리산이, 동남에는 태안사로 유명한 봉두산이 멋지다. 남녘으로는 천덕산과 그 너머로 조계산도립공원이, 서남으로는 주부산, 통명산, 백아산, 모후산이 첩첩의 파노라마를 펼쳤다.
서녘능선을 이어 2분 거리의 705봉에서 다시 무덤을 만난다. '용호 광산김공 철수지묘'라 새겨진 비석과 산신지위의 제단을 마련하고 석축을 쌓았다. 그 위쪽으로 초록모자 같은 키 작은 상록수를 심은 무덤은 정성이 깃든 참으로 아름다운 음택이다.
무덤 서쪽은 바위벼랑이다. 왼쪽으로 급경사를 조심스레 내려섰다가 다시 능선에 붙으면 올라올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신작로 같은 산길이 이어진다.
억새, 싸리가 밭을 이룬 옛 헬기장을 지나면 727m로 짐작되는 삼거리봉, 진짜 정상이다. 묵무덤이 자리한, 곤방산에서 가장 높은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지형도에는 삼각점이 자리한 715봉을 곤방산이라 표기하지만 필자의 고도계로 측정했을 때 12m가 더 높은 이곳이 곤방산의 정수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무덤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정표에는 '큰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덕양서원 4.5km, 곤방산 1.6km, 동심재(임도) 1.4km, 깃대봉 1.8km'라 적힌 이정표를 사진에 담는다. 큰봉 주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숲을 이루었다.
함께 오른 덕산산악회 회원들과 간식을 나눈 후 북녘으로 하산길에 나선다. 1분 거리에 말끔히 정비된 헬기장이 있다. 뒤돌아 본 큰봉과 비슷한 높이 같아 고도계를 살폈더니 726m다. 헬기장을 조성하지 않았다면 큰봉보다 이곳이 더 높았을 터. 옛날의 곤방산 정수리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북쪽의 멋진 능선길을 10여분 가면 갈래길을 만난다. 느긋한 능선길과 허리께를 지나는 길이 길게 이어진다. 군데군데 진달래가 꽃모닥불을 지피고 솔가리가 수북한, 솔방울이 뒹구는, 솔향기 진동하는 산길을 내려간다.
큰봉을 출발한지 40분쯤에 천덕산(552m)에 닿는다. 자칫하면 트래버스길 왼쪽에 자리한 천덕산을 지나치기 십상이다. 산이라기보다 봉이라고 불러야 할 이곳에는 '구례, 409. 1985 재설' 이라 표시된 삼각점과 나뭇가지에 걸린 팻말이 있다.
조금 더 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은 덕양서원, 오른쪽은 깃대봉으로 가는 길이다. 깃대봉이 지척이다. 빗돌과 '당산마을 2.5km, 곤방산 3.4km, 덕양서원 2.7km'라 적힌 이정표가 자리한다.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이곳에서는 잠시 쉬어가며 사방을 둘러보아야 한다. 북쪽으로 오곡면 너머 곡성읍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구성저수지 초록못이, 뒤돌면 오늘 오르내린 곤방산과 큰봉이 잘 보인다.
이후 길은 당산마을을 굽어보는 오봉정 지나 계곡을 내려선다. 진달래와 벚꽃이 꽃대궐을 이룬 길에는 하늘을 찌를 듯 키 높은 오동나무가 수두룩하다. 전설의 새 봉황이 깃들어 열매를 먹는다는 그 오동나무, 보랏빛 꽃을 피우고 악기를 만드는 그 오동나무.
어쩌면 곤방산은 상서로운 봉황의 산인지도 모른다. 오동나무가 자라는 계곡이라는 뜻의 오곡면이나 오지리, 서봉, 봉조리 등 봉황새와 오동나무를 상징하는 많은 지명들이 어찌 우연만이랴.
당산마을 어귀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을씨년스런 무덤이 아니라 붉은 진달래와 하얀 벚꽃이 어우러져 꽃대궐을 이룬 아름다운 무덤공원이다.
싱그러운 연초록빛 산길에 덤을 더한 화창한 날씨. 문득 뒤를 돌아본다. 계곡과 능선에 내려앉은 꽃구름이며, 그림인 듯 세워진 오봉정, 그 너머 눈부신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아름다운 산세. 이름도 신비로운 저 곤방산. 보랏빛 오동꽃이 활짝 피는 오뉴월 어느날, 끝 모를 벽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오 오 봉황새의 청산이여!
*산행길잡이
괴불터-(30분)-주능선-(1시간)-곤방산 정수리-(30분)-큰봉-(40분)-천덕산-(1시간)-오곡종합건강센타
곤방산의 산행들머리는 곡성군 오곡면 봉조리의 괴불터. 새로 짓는 건물의 동쪽에 급경사의 시멘트 밭길이 있다. 곧 무덤 셋이 자리한 지능선이 이어지고 비교적 뚜렷한 산길이 시작된다. 30분이면 주능선에 올라선다. 530m의 능선삼거리에서 북서쪽 길을 이어가면 해발 630m 지점에서 조망 좋은 바위지대를 만난다.
경주김씨 무덤을 지나면 지도상 곤방산 정수리다. 낡은 삼각점과 10개의 무덤이 자리하는 이곳에서 서쪽 능선을 이어 2분이면 산신제단까지 갖춘 멋진 무덤이 있다.
헬기장을 지나면 묵무덤이 자리한 곤방산의 최고봉인 큰봉에 닿는다. 이후 느긋한 솔숲능선을 따른다. 삼각점이 있는 천덕산은 스쳐 지나기 쉽다.
조금 더 내려서면 덕양서원으로 내려서는 길과 깃대봉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깃대봉은 오른쪽이다. 이정표가 있는 깃대봉에서 당산마을까지는 오봉정과 공동묘지를 지나 2.5km 거리다.
*교통
하루 13회 다니는 전라선 열차나 광주에서 27회, 남원에서 12회, 구례에서 35회 출발하는 버스가 곡성까지 간다.
곡성에서 봉조리까지 가는 버스가 1일 4회(06:10, 08:30, 13:00, 18:30) 출발한다. 곡성에서 압록까지는 군내버스가 수시로 다니는데 압록에서 택시로 서원마을까지 가면 7,000원 받는다. 압록택시 061-362-4342.
곡성에서 서원마을까지는 택시요금이 15,000원이다. 곡성개인택시 363-4342.
날머리인 오곡면에서 곡성까지는 군내버스가 자주 다닌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 남쪽의 압록리에 전주식당(362-8389)을 비롯한 음식점과 모텔이 있다. 봉조리 현조마을에도 민박집이 몇 곳 있다. 363-8112.
기차마을민박(363-1103), 다래민박(362-2702), 백운산장(362-2890), 별천지가든(362-8746), 섬진강(363-2350).
곡성은 고들빼기김치와 추어탕, 호박떡이 유명하다.
*볼거리
오곡면 덕산리에 있는 고려의 충신 신숭겸 장군을 모신 덕양서원이 있고 보성강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오곡면 압록리에는 압록유원지가 있어 산행 후 둘러보기 좋다.
죽곡면 동계리 봉두산 자락에는 보물 다섯 점을 소장한 태안사가 있다. 들어서는 숲길은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하고 옥류가 흐르는 계곡이 나란히 이어지며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계류가 흐르는 암반 위에 떠있는 듯 세워진 능파각이며 들머리의 울창한 솔숲과 부도밭이 산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탑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simsanmunh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