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30년 공주고등학교
인물초대석정 운 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前 서울대학교총장
친애하는 공주고 제50회 졸업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단풍과 청명한 가을을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 하는 여러분들의 졸업30주년 기념 모교 방문행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내 고향 공주와 충청남도의 명문고인 공주고등학교를 항상 곁에 두고 사모해 오던 중 며칠전 '봉황 30년’ 기념문집을 준비하고 있는 기획편집위원회의 원고 부탁을 받고 여러분들을 지면으로나마 만나 뵙고 인사드리게 돼서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도 아마도 어려서 공주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공주고등학교에 진학을 해서 여러분과 같이 공주고의 동문이 되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공주고등학교는 우리나라의 정치 • 경 제 • 사회 • 문화 •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주고등학교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50회 졸업생 여러분들은 졸업 후 3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인생의 즐거움과 고난을 함께하면서 지금까지 왔을 것입니다. 이제 지천명의 나이를 접하면서 공주고등학교를 상징하는 봉황지소(鳳凰之 巢)를 큰 선물과 함께 실천하는 의리 있는 동문들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큰 금액의 장학금은 모교의 교육발전과 재학생들이 학습 하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입니 다. 공주고 동문들의 20주년, 30주년기념 모교 방문행사 소 식을 접하고 저는 아주 깊은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동문들의 염원을 담은 많은 발전기금과 함께하는 모교 방문 행사는 전국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서울대학교총장으로 있는 동안 매년 신입생 입학 현황을 살펴보아 왔습니다. 특목고도 아니고 외국어고도 아닌 중소도시의 공립학교인 공주고등학교는 매년 이른바 서울대학교의 상위그룹에 속하는 사회대,자연대,법대,의대,경영대 등에 두 자리수 가까이 합격하는 것을 보고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에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공주고등학교의 야구부는 50회 여러분들의 입학과 함께 재창단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야구를 참으로 좋아합니다만 그래서 야구부는 50회 여러분과의 인연이 더 깊고 애착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전국대회 우승은 물론 세계적인 걸출한 스타 박찬호와 두산베어스의 김경문 감독 등 얼마나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배출되었습니까? 이러한 모든 것들은 공주고이기 때문에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공주고등학교에서 계속해서 21세기를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몇 가지 사항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책 읽는 습관을 항상 가져야 할 것입니다. 책읽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 책을 통한 많은 인연과 꿈들이 영글어 각자의 현실을 풍요롭게 해줄 뿐만 아니라 흔들리는 삶을 곧추 세워주는 척추처럼 사람을 바로 서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어려움이 많이 있을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희망과 꿈을 향한 비전(vision)을 갖고 부단히 자아개발과 자기성찰을 해 달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돈보다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1등일 수 없듯이, 하나의 가치가 모든 것을 압도하던 시대는 이제 역사 속으로 퇴장했습니다. 우리의 행복은 경쟁에서 이기는데 있지 않고,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와 자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치는 결국 이 세상에 나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다는 자신감과 자긍심, 그리고 이 넓은 사회에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다고 믿는 겸손함과 경건함으로 나타나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 입니다.
아울러 어려운 때일수록 가슴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leadership)을 가져야 되겠습니다. 처음과 끝이 항상 같은 사람, 속 다르고 겉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중대한 사안일수록 정도(正道)로 가야할 것입니다. 지금은 고도의 지식기반사회(knowledge-based society)이지만, 사람을 믿고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은 보통 당사자의 인성과 감성이 기준이 된다할 수 있으며, 어느 수준에 이르러 일단 같은 집단의 일원이 됐으면, 업무추진 능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때부터의 승패는 성실성과 정직성이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동북아 전역을 무대로 살아 가야할 것입니다. 백제의 고도 아름다운 공주에서 21세기를 이끌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친애하는 공주고 50회 졸업생 여러분! 졸업 30주년기념 모교 방문행사를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오며, 오랜만에 방문하는 모교에서 옛 추억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오며, ‘봉황 30년’ 기념문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공주고등학교의 무궁한 발전과 50회 졸업생 여러 분들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 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출생 : 1947년 2월 29일(충청남도 공주시 탄천면) 봉황문집에서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