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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낭송문학회
 
 
 
카페 게시글
낭송영상 스크랩 8월 19일 "한국시페스티벌/예술의전당(서초)/푸치니홀" - 이지나 시인 "삼포세대의 결혼"
frameshot (이지나 CP) 추천 0 조회 83 12.08.20 11:39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삼포세대의 결혼 / 이지나 시인

 

이게 뭔 질 아세요?

어제 그일 보내고 골라놓은 찻잔 이예요

근데 그걸 아세요?

평소에 쓸 머그잔을 살 때는 몰랐던

애틋한 감정이 이 잔 안에 쌓여있다는 것을...

무겁지는 않은지 오래 쓸지를 고민했었는데

이 잔을 고를 땐 사랑하는 그 사람도 좋아할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보낼 우리의 행복할 순간들을

상상해봅니다

 

작은 물건을 바라볼 때도

지나가는 천진한 아이를 바라볼 때도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도 행복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어요

불과 몇 개월전만 해도...(음악이 격동적인 혼돈의 음악으로 바뀌며 의자에 앉아 근심어린 목소리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세 가지를 포기했었는데...

 

(갑자기 성질에 못 이겨 급하게 일어나며 화난 목소리로...)

힘겹게 일 해도

빠듯이 돈을 모아도

연분이라는 작잔 간절히 기다려도

코빼기 한 번 볼 수 없는데

포기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관객을 향해...) 그것만이던가요...

비싼 저녁에, 럭셔리한 커피를 마시며

즐길 수 있다는 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설정일 뿐

삼포세대인 저에겐 연애는 사치였습니다!

 

사랑스런 아기를 꿈꾸는 것도

당치도 않을 일일게다

낳질 말아야지...

 

가까운 선배나 친구 동생들도

세 가질 포기하고 있다는 게

다행인지 안도감인지...

 

vot ? 엄마 : “결혼 안 할거니?”

 

후배 : “올해가기 전에는 가셔야죠!”

 

아빠 : “우리 딸 결혼도 못 했는데 나 죽으면 어떠하니... 으흐흑...”

 

(목소리들이 크로징 되면서 혼돈을 겪는 모습, 머리를 흔들거리며 초췌해지는 모습이다. 계속 격해지면서 머리를 강하게 흔들며...)

 

그만! 그만!

신호등 브레이크 걸며 멈춰 버린 나의 시계엔

정적만이 존재할 뿐

아무도 다가서질 못 할 정도로 성난 고양이 같은 저였어요. (손으로 얼굴을 할퀴듯한 액션...)

내 마음은 닫혀진지 오래였습니다.

멈춰져버린 건 시계뿐이 아니였습니다

두근거려야 할 심장도 소리를 잃은 듯

달려있는지를 의심해야 했으니까요...

 

vot ? 선배 ; “너 가면 갈수록 너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관객석을 향해 대답한다.) 알아요

 

vot ? 선배 : “얼른 결혼이라도 해서 부모님 안심이라도 시켜드려야지.”

 

결혼이다 연애다 출산 포기, 저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vot ? 선배 : “삼포하다 너부터 죽이겠어!

 

그럴거예요 저부터 죽여야죠

(음악이 격동으로 빠르게 전개... 그러다 조명이 커지며...)

 

 

vot ? 천사의 목소리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40%에 가까운 2030대 세대들이 세 가질 포기한지 오래지만 포기한 사람끼리 만나~! 그럼 뭘 더 포기하겠어! 호호호(천연덕스럽게 웃는 웃음소리)”

 

(평온한 목소리로... 감정의 희비를 느끼며...) 내려놓자!

나로부터 시작 된 욕심을 버리면 더 행복할 거야!

그래서 이렇게 행복한지 모릅니다

 

 

왜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들을 그 때는 꿈꾸지 못 했을까

작은 나의 가슴이 이렇게 큰 사랑을 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도록 아름다운

우리의 사랑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라나서 터져버릴지도 모르는데...

삼포세대의 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결혼 후에도 치솟은 물가 때문에

신혼여행 포기, 내 집 포기, 노후 포기

뭐든지 세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참 불쌍한 세대입니다

이왕 선택해야 할 삼포라면 전

좌절, 두려움, 포기입니다

 

 

.... 시간이 약속 시간이 늦었네요

오늘은 삼포세대 그 사람과의 결혼반지를 맞추러 갑니다

그이가 기다리겠어요

여러분 다음에 봐요 안녕 (급하게 무대뒤로 퇴장...)

 

----------

시꽁트 : 시의 문장이 꽁트가 되어 입체적인 시어로 풀어진다. 기존 눈으로만 읽던 시를

공감각적인 시도(눈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공감하게 하는 퍼포먼스)

빠른 문학적 접근과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는 시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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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8.21 07:10

    첫댓글 이지나 시인의 활동이 날로 큰무대로 진출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천안낭송문학회가 친정이니 잊지는 마소서

  • 작성자 12.08.21 10:17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천안낭송문학회의 힘을 느낍니다. 감사드리며^^

  • 12.08.21 09:13

    우리 막내 지나가 천안낭송문학회를 더 큰무대로 진출시키는걸로ㅋㅋ 수고했네 막내^^

  • 작성자 12.08.21 10:20

    회장님 우리 낭송문학회의 발전이 더 큰 것 같아 자부심을 느껴요^^ 이 날도 전국의 문인들이 모이셨지만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젤 수고 많이 해주시는 회장님께도 감사드리며~^^

  • 12.08.28 10:59

    화이팅!!!! 우리 이지나 막내시인님. 열심히 하다보면 더크게 성숙하는것 이지나시인의 문운을 빕니다^*^

  • 작성자 12.08.28 21:38

    늘 제가 부족하지만 든든한 낭송문학회 선배님들 덕분에 성장하는 겁니다^^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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