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마지막 가을’을 걷다
1. 일기예보에 11월 8일부터 날씨가 급변한다고 보도되었다. 비가 며칠 내리고 기온이 급강하면서 본격적인 겨울로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겨울이 되면 시작되는 또 다른 문제는 ‘미세먼지’ 악화이다. 중국에서 겨울 난방이 시작되고 바람의 방향이 북서풍으로 바뀌면 한반도는 미세 먼지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동안 지속되었던 청량한 가을 하늘의 풍경도 이제 작별할 시간일 듯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화요일 하던 답사를 일요일로 옮기게 하였다. 하지만 일요일은 차량이 많아 이동하는데 불편하다. 그래서 선택한 답사지가 내가 살고 있는 파주다. 파주의 길은 대부분 걸었지만 그 시간은 오래 전이다. 임진각에서 시작되는 파주의 북부 코스를 출발했다.
2. 임진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이다. 이 곳은 해남 땅끝 마을에서 시작되는 한반도 종주의 마지막 장소이며, 수많은 길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평화누리길, 코리아 트레일, 의주길, 경기도 둘레길 등 다양한 코스의 길안내가 뒤섞여있다. 하지만 파주는 이제 익숙한 지역이 되었다. 어떤 방향으로 안내가 되던, 그 곳이 향하는 방향은 이제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직은 따뜻한 가을의 햇살과 함께 걷기 시작하였다.
3. 걸으면서 길의 방향이 과거와는 다른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민통선 경계를 중심으로 이동하던 길이 마을 중심을 지나는 길로 바뀌었다. 새로운 방향이 마음에 든다.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걸으면서 한 무리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본다. 상당히 경사가 진 언덕을 오르면서 헉헉 거리는 그들의 숨소리가 좋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활력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힘에 부쳐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간다 한들, 부끄러울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움직인다는 것,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4. 오늘의 답사 고갱이는 화석정에서 바라 본 ‘임진강’의 모습이다. 단풍과 낙엽이 만들어내는 가을 정취와 함께 최적의 방향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의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은 율곡이 왜 이 곳에 정자를 만들었는가를 실감하게 한다. 생각이 달라지고, 삶의 변화가 오게 되면, 같은 곳의 장면도 다른 느낌으로 바라보게 된다. 과거 S와 바라보던 임진강의 모습과 오늘의 임진강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장소와 인간의 결합을 통해 장소는 항상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5. 파주의 북부 길을 걸으면서 파주의 장소적 의미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임진각과 임진강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들, 그 곳을 천천히 지나면서 문산역으로 돌아온다. 마정리, 장산리, 임진리, 선유리 등 문산읍에 속하는 소박하고 조용한 북쪽의 마을들이다. 어쩌면 오늘이 2021년 마지막 가을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지금, 창밖은 비가 내리고 차가운 기운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옷장의 옷도 바꾸어야 할 계절이 되었다.
첫댓글 아침에 첫눈이........ 가을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