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 18 : 00 해남땅끝 전망대앞 도착
전망대앞에서 사진을 부탁한 박성덕이란 형과 인연이 닿아 우린 해남을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여행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 형은 여행마니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컴퓨터 A/S관련 회사를 그만두고, 어느 군청 이벤트를 위해 전라남도 곳곳을 여행하고 있단다.
그 이벤트도 참 독특했는데 전라남도 170곳의 명소를 지정된 장소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제출하면 1등에겐 모닝 자동차를 준다고 하였다.
거기서 머리가 띵~!하게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는데 굳이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이런 숨어있는 이벤트나 정보만 발취해서 찾아다니면 충분히 먹고 살겠구나~ 생각했다.
요즘 시대는 노동의 시대가 아닌 정보의 시대란 말이 그 형을 통해 새삼 실감하였다.
아마도 성덕이 형이 1등하지 않을까 확신했다. 승용차에 자전거를 실고, 하루에 수십 곳을 이벤트를 위해 돌아다닌다고 하였는데 170곳을 전부 돌아다닐 작정이었다. 해남에서 만났을 땐 이미 일주일만에 절반정도 미션을 완수한 후였다.
여행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 아닌가!
그 형은 작년 한달간의 일본 자전거 여행에 이어 이번 5월경 대만 자전거 여행도 계획중이라고 했다.
나도 자전거나 좋은거 하나사서 달려볼까? 기름값도 안들고, 운동도 되는 자전거는 오토바이에 비해 매력이 있다.
단! 우리나라 도로만 사람과 자전거에 대한 배려심이 갖추어졌다면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데 후진 도로문화가 아쉽다.
찜질방도 없어 불안했는데 성덕이형 덕분에 오랜만에 방다운 민박집을 구해 쉴 수 있었다.
성덕이형이 자신도 예전에 여행 중 많은 사람에게 도움받았다며 특별히 해물탕을 사주셨다.
이 얼마만에 먹어보는 진수성찬인가!
여행에 관한 진지한 얘기들로 하루를 마감하였다.
0407 08 : 30
성덕이형의 이벤트 사진을 저장해둔 컴퓨터가 고장이 나는바람에 먼저 가본단다.
땅끝 전망대도 둘러보며, 오후까지 같이 여행할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성덕이형!! 만약 이 글 본다면 리플이나 쪽지로 답장 주세요. 서울에서 한번 봅시다!!! 지금 대만에 있을라나?
주유비 - 5,000
민박 - 20,000
낙지밥 + 과자 + 초콜릿 - 4,600
결론만 말하자면 해남 땅끝이란 도시. 사실 특별히 구경할만한 것은 없었다.
시시한 전망대와 바다가 전부이다.
대한민국 최남단이란 타이틀만으로 올만한 곳이다.
오후 보성 녹차밭 도착
드라마, 영화에 자주 나오는 명소 보성 녹차밭.
보성에도 녹차밭들이 많은데 이곳이 가장 유명하고, 크다. 간판은 [대한다원]이다. 이곳이 오리지날 명소이다.
영화에 자주 나올만한 이유가 있었다. 뻥뚤린 하늘과 산 중앙에 녹차밭이 둥지를 틀 듯 자리하고 있었다.
시원한 규모를 자랑한다. 평일임에도 관관객이 많이 방문하였다.
피로했던 눈이 녹차밭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초록색 물결이 몸의 찌꺼기들을 씻어주는 듯 하였다.
녹차 아이스크림도 맛나게 먹으며 1시간 가량을 여유있게 구경하였다.
연인과 같이 왔더라면 정말 좋았을 녹차여행.
홀로 여행을 고집하는 편이지만 이때만큼은 옛 애인이 생각났다. 미래의 애인과 함께 다시 가야겠다.
녹차밭 나무 한그루.
18 : 00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 도착! 구례와 하동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구례부근 슈퍼마켓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 화개장터를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초등학생들은 도시 아이들에 비해 낯가림이 심하였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전해진다.
은행열매(3,000)를 먹으며, 화개장터를 둘러봤다.
조용남 아저씨의 '화개장터' 노래만 들으면 와보고 싶었던 그 곳.
5일장으로 알고 있는데 현잰 관광명소처럼 되버려서 매일 열리는 듯 하였다.
상업적으로 변한거 같아 아쉽기도 하였지만 유명해졌기에 지금 구경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정겨운 인심은 느끼지 못했지만 시골 장터 분위기는 느껴졌다. 지금은 버스 대절까지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구경하는 하동 대표명소이다.
섬진강 오리지날 재첩국(7,000)을 먹어보았다. 원조 재첩은 낱알이 아주 작았다. 재첩이 굵고 큰건 중국산이다.
시원한 국물! 풍부한 맛! 재값을 하였다.
섬진강을 끼고, 19번 국도를 쭉~ 타면 벚꽃이 작렬하였다.
마치 만화영화 '수풍위인풍첩'이 연상되듯 하이바에 벚꽃잎이 꽂히면서 무수히 휘날렸다.
감히 진해 벚꽃 축제는 섬진강 벚꽃에 비하면 쨉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도로엔 벚꽃이 날리고, 오른편엔 섬진강 줄기가 쭉~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도로. 스쿠터와 벚꽃, 섬진강이 만나 영화처럼 달린다.
해남에서 만난 성덕이형이 가르쳐줘서 찾아간 섬진강 벚꽃 도로. 길이도 달릴만하게 적당히 길고, 분위기가 일단 끝내준다. 추천!!! 진해를 가지말고, 섬진강으로 가자! 이건 대박 정보다!
0408 08:00
나까지 포함해 5명 정도만 있었던 썰렁한 찜찔방에서 기상했다. 장사가 안되어서인지 뜨거운 물도 틀어주지 않는 찜찔방 주인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니 장사가 안되지.
잠깐 스쳐지나가는 관광객이라 생각하지말고, 언젠간 다시 오는 관광객이라 생각해야 되는데......... 다음에 화개장터를 간다면 비싸더라도 민박집에서 자야지.
찜질방내에 있는 식당에서 시원한 다슬기탕 먹고, 드디어 부산집을 향해 출발이다!!!
다슬기탕 - 6,000
15 : 00
부산 고향집에 도착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부산은 오래도록 살았던 도시지만 신선하였다.
산 위에 집들이 쭉~ 펼쳐져 마치 이탈리아 나폴리에 와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부산이 이런 독특한 도시인지는 미처 몰랐었다.
집은 언제나 푸근하고, 편안하다.
어머니 생신이 다음주라 미리 생일파티도 하고, 친척형과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테이큰 정말 재밌음!), 동네친구들도 만나서 술도 마시고, 동생과 진솔한 얘기도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피자 - 18,000
케잌 - 17,000
주유 - 5,000
햄버거 - 10,000
술값 - 20,000
0414 10 : 30
6일을 부산에서 여유있게 쉬었다. 미오100 점검도 하고, 엔진오일도 직접 갈아주고, TV보고, 친구만나고, 컴퓨터하면서 일상적인 즐거움을 맘껏 누린 것 같다.
아쉽지만 가족들과 헤어질 시간이 왔다. 다시 꿈을 찾아 전국일주 여행을 마무리 지어야 된다.
집에서 여유있게 쉬어서 막상 떠나려고 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맘 같아선 스쿠터를 용달에 실고, 어서빨리 서울로 가고픈 유혹도 생겼다. 마치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힘들지만 다시 출발했다.
빠르게 가고자 요령 피워 구서IC 도시고속도로를 타다 경찰 아저씨에게 잡혔다. 조그만 스쿠터가 도시고속도로를 타니 누가 신고했나보다. BMW 오토바이를 몰고온 경찰 아저씨. 친절하게 벌금을 책정?하고, 나를 7번 국도가 있는 기장까지 안내해주었다. 감사했지만 벌금때문에 기분은 좋지 않았다.
벌금 - 30,000
7번 국도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울산을 지나는 중 보리밥을 먹었다.
보리밥 - 5,000
보리밥집에서 한 아저씨가 '호미곶도 좋지만 간절곶이란 곳도 좋으니 한번 가보란다. 조금만 가면 있단다'
그래서 찾은 간절곶.
개인적으론 유명한 명소인 호미곶보다 간절곶이 더욱 볼만하다.
바위에 파도가 부딪치는 강렬한 바다와 유채꽃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커다란 우체통도 재미있었고, 규모도 호미곶보다 넓은 편이다.
포항을 지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호미곶 도착.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 내심 기대를 하였는데 커다란 손 동상 두개 빼곤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규모도 생각보다 작다.
바다에 손 동상 하나, 반대편 지상에 손 동상 하나가 마주하고 있다.
호미곶은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서 잠시 보고 출발했다.
날이 어두워지려해 어서 빨리 찜질방을 찾아야했다.
18 : 00
포항 도시로 돌아가 온천포항건강랜드란 쌔끈한 찜찔방을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온천을 해볼 수 있겠구나!!!
온양을 지날때 온양온천을 못간것이 무척 아쉬웠는데 포항에서 한을 풀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온천은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떠났는데 시간, 비용문제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었다.
다행히 시설 좋은 곳에서 온천욕을 즐겨 기분좋았다.
건강랜드 - 6,500
주유 - 10,000
0415 아침
쾌적한 온천포항건강랜드를 뒤로하고, 강원도를 향해 출발!!
드디어 스쿠터가 10000KM를 넘겼다. 지금까지 대략 2000KM 정도 달린 것 같다.
미오100 잘 버텨주어서 고맙다. 든든한 동반자. 조금만 더 버텨줘.
11 : 40 강원도 임원항에 도착
작년 추석특집 서울 - 부산 여행에서도 들렸던 임원항.
다시 찾은 임원항은 여전히 뻥뚤린 바다와 빨간 등대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장시간 꽉낀 헬멧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회덮밥 먹으며 여유있게 쉬었다.
주유 - 5,000
회덮밥 - 10,000
자연을 통해 자유와 평등을 배운다.
속초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만난 멋쟁이 빅스쿠터 아저씨.
18 : 00 속초 도착
먼저 찜질방부터 찾았다. 다행히 속초해수욕장 근처에 꽤 괜찮은 찜질방이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TV엔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가 나왔다.
계속봐도 재미있는 영화다. 전국일주와 쇼생크 탈출은 뭔가 어울렸다. 자유를 갈망한다는 스토리가 웬지 낯이 익고, 동지를 만난것 같았다.
찜질방 - 7,000
0416 08 : 00
미역국, 간식 - 7,100
어제 못봤던 속초해수욕장을 구경했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해수욕장 맨 왼쪽엔 사랑을 전하는 동상들이 인상적이었다.
바다사나이인 나로선 속초해수욕장이 그다지 큰 감동은 주지 못했다. 바다를 보지 못하는 도시인들에겐 괜찮은 풍경과 규모도 넓은 좋은 명소이다.
주유소에서 미오 100 을 점검하는데 에어필터를 고정시키는 쇠덩어리가 부서져 있었다. 예전에 수리한 부위였는데 완벽히 고치지 않아 다시 부서진 듯하다. 잘 정비되지 않은 울퉁불퉁 엉망인 한국도로를 쉼없이 달렸으니 부서질만도 하였다.
다행히 주유소 직원분 중 오토바이에 잘아는 사람이 있었던지라 쫄대를 이용해 임시방편으로 에어필터를 고정시킬 수 있었다.
주유소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전국일주 너무 부럽다고,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날려주어 따뜻한 인심이 기억된다.
09 : 30
작년엔 강릉에서 대관령고개를 넘어 서울에 도착하였다. 2시간동안 진도 안나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다녀야했던 대관령고개의 악몽을 경험한터라 이번엔 속초까지 올라간 다음 미시령을 통해 서울로 갈 계획을 한 것이다.
미시령은 대관령에 비해 확실히 진도가 잘 나간다. 신설된 쭉 뻗은 도로를 타면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이젠 서울이 보고 싶었다.
어서 빨리 집에 들어가 샤워하고,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
12 : 30
서울 우리집 도착!!!
무사히 별탈없이 안전하게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무모하게 도전한 전국일주였지만 잘 다녀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무사히 도착한 것 같다.
미오 100 은 역시나 믿음이 가는 친구였다. 에러나 고장없이 나의 생명을 지켜주었다. 100cc급 스쿠터 중에선 최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자유, 자신감, 도전정신, 평등, 자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여행의 참 맛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돈낭비, 시간낭비, 피곤한 여행을 왜? 하냐고" 묻는다. 그런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일단 떠나보라고... 돈과 시간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것이라고...."
다음엔 오토바이 여행도 좋지만 자전거 여행도 해보고 싶다. 짐받이엔 1인용 텐트하나 실고, 일본이나 제주도를 한달가량 여유있게 여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자고 싶으면 텐트쳐서 자고, 달리고 싶으면 다리를 연료삼아 달리고 최소한의 돈으로 최고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자전거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단 내가 격은 한국도로는 최악이었다. 자전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미오 100 으로 여행하면서 웬만한 신호는 대부분 지켰고, 갓길로 빠지거나 Z형 세치기를 하지 않았다. 다른 자동차가 작은 크기의 미오 100 스쿠터가 잘 보이도록 도로 중앙으로 정석으로 달렸고, 뻥뚤린 국도빼곤 심하게 달리지 않았다.
외국처럼 자전거 도로가 전부 깔려있다면 이것보다 좋은 문화는 없을 것이다. 상상만해도 꿈만 같다. 정부의 문화적인 관심과 실천으로 시민들은 엄청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뉴욕도 가고 싶다! 스위스도 가고 싶다! 런던도 가고 싶다!
언젠간 다시 떠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살고있는 이유이다!
http://cafe.daum.net/djmecca
디제이장비마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