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해소에서
2. 이방인
3. J's Bar에서
4. 유서
5. 마중가던 길
6. 새
7. Blue Christmas
8. 취중진담
9. 10년의 약속
90년대 후반(정확히 말하자면 94년부터 97년까지)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음악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앨범들이 많이 발매가 됩니다. 90년대를 대표하던 서태지를 필두로 당시 수준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 발표는 한국 대중음악의 질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예- 김건모, 신승훈, 윤종신, 이승환, 신해철, 윤상, 김현철, 015B, 유희열 등이 있을 듯)
하지만 M본부에서 주최했던 대학가요제의 힘이 이 때부터는 음악계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는데요(이즈음부터 순수 음악제라기보다는 쇼의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학가요제가 발굴해 낸 마지막 뮤지션이라 생각하는 전람회의 2집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전람회의 데뷔는 당연히 대학가요제였습니다. 1993년 대학가요제에서 '꿈 속에서'라는 노래로
대상을 받은 후 이듬해인 1994년에 전람회의 1집 앨범이 발매가 됩니다. '기억의 습작', '여행',
'세상의 문 앞에서' 등이 호평을 얻었던 앨범으로 당시 N.EX.T의 신해철이 프로듀서였습니다.
이후 두 멤버의 군 문제 해결 후(공익으로 갔다왔던가? 확실치는 않으나 병역의무는 이행했죠)
1996년에 전람회는 2집 앨범인 본작을 발표하게 됩니다.
신해철이 앨범 전체 기획으로 물러나 있고, 전람회 멤버 둘이서 직접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본 2집 앨범은 다분히 감성은 풍부했으나 다소 아마추어 적이었던 1집의 한계를 벗어나
데뷔 3년차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김동률과 서동욱의 원숙한 플레이와 함께
'이것이 전람회 음악이다'라고 할 수 있을만큼 완벽한 곡 구성 및 멜로디라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김동률과 서동욱이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고 봐야겠네요.)
첫 번째 트랙에서부터 보여지는 완벽한 멜로디 라인은 제목처럼 실제 자신이 고해소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합니다.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스트링(실제 지휘도 김동률이 했다고 하죠)과 함께
김동률과 서동욱의 읊조리는 듯한 허밍은 일품입니다.
다음은 첫 번째 싱글 커트곡인 '이방인'으로 전람회 멤버와 N.EX.T 멤버의 협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잔잔한 연주와 감정을 숨기는 보컬에서 일순간에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곡 구성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션을 맡은 N.EX.T의 드러머 이수용의 드라마틱한
드럼연주가 본 트랙의 효과를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상당한 발전이 보이는 트랙입니다.
'J's Bar에서'는 재즈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트랙입니다. 김동률의 재즈스타일 물씬 풍기는
피아노 연주와 통통 튀는 서동욱의 베이스 연주가 흐뭇하게 만드는 트랙입니다.
전람회 두 멤버의 재기발랄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트랙입니다. 후후후
'유서'는 두 번째 트랙이었던 '이방인'과 유사한 곡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애절한 가사를 애절하게 부르는 김동률과 N.EX.T 멤버인 김세황의 더 애절한 기타 솔로는
지금 들어도 감동적입니다. (물론 표절 시비가 있기는 했지만) 곡 구성 자체는 완벽합니다.
'마중가는 길'은 앨범 내에서 서동욱이 유일하게 리드 보컬을 맡은 트랙으로 서동욱의 다소
완벽하지는 않은 듯한 덤덤한 보컬라인이 애잔한 멜로디 라인과 결합하면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이 트랙을 김동률이 부른다고 하면... 잘 매치가 안되네요)
다음 트랙은 발라드 트랙인 '새'입니다. 이 트랙은 스트링 연주와 김동률의 피아노, 그리고
김동률의 보컬로 이루어진 트랙인데요... '이방인'과 '유서'처럼 서서히 클라이맥스를 향해 진행하는
멜로디라인과 보컬의 조화가 원숙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트랙입니다.
'Blue Christmas'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트랙입니다. 곡이 나쁜 건 아닌데... 1번 트랙부터 6번 트랙,
그리고 뒤의 8번, 9번 트랙에 비하면 왠지 모르게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트랙입니다.
여덟 번째 트랙은 특히나 당시 젊은 남자들이 많이 공감했던 '취중진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멜로디라인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노래를 부르는 김동률의 필링 및
곡 해석력이 꽤 괜찮은 트랙이죠. 거기에 김세황의 기타, 서동욱의 베이스가 곡을 잘 받혀주고 있죠.
마지막 트랙에는 '10년의 약속'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본 앨범에서 제일 아끼는
트랙입니다. 곡의 흐름 자체가 확 튀거나 하지는 않지만, 졸업식 이후의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김동률의 보컬과 피아노, 서동욱의 베이스 연주가 실제 졸업식 때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트랙이어서 그런지 더 맘에 듭니다.(실제로 남자분들 중에서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과 가사에서와 같은 약속을 안 하신 분이 없을 겁니다.) 전람회 멤버들의 곡 해석능력이
이젠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1996년에 나왔던 한국 대중가요 앨범들은(일부 댄스 음악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 일정 퀄리티를
보유하고 있었던 수작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전람회 2집은 단연코 최고의 퀄리티를 보유하고 있는
앨범이라 생각됩니다. 첫 번째 앨범에서의 연습을 거친 후, 이제는 자유자재로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전람회 2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2집에서 너무 많은 걸 보여줬을까요? 전람회는 1997년에 5곡짜리 미니앨범을 내고 해체하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까지 김동률은 총 5장의 솔로앨범을 발매하게 되었고, 서동욱은 일반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후 전람회의 팬들은 김동률의 솔로 앨범에서 전람회의 느낌을 찾으려고 했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김동률의 솔로 앨범에서 전람회의 느낌을 찾는다는 건, 팬들 스스로
서동욱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 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람회의 음악과 김동률의 음악이 똑같은 느낌이길 바란다.' 그럼 서동욱은 뭐였을까요?
그냥 베이스치던 멤버? 그렇다면 김동률과 함께 전람회의 음악에 대해 고민하던 서동욱은 뭐가
되는 걸까요? 흠... 김동률이 그걸 모를리는 없었기에 솔로 앨범에서는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하게 됩니다. 전람회 때와는 다른 느낌의 음악을 앨범 마다 계속 만들게 되죠...
이 모든 걸 한 번에 생각하게 만드는 전람회 최고의 명반이 바로 전람회 2집 앨범 되겠습니다.
첫댓글 정말 주옥같은 곡들이네요
분명 명반이라 할만합니다~!! ^^ 취중진담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고해소에서, 유서, 이방인같은 명곡들이 감춰져 있는 멋진 음반이죠!! 제가 참 좋아하는 'J's Bar에서'도 담겨있는 김동률 2집~~ ^^ 저도 소중히 여겼던 멋진 앨범 소개해 주셔서 참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