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일기' 연재를 시작한다. 연습이면 연습, 일기면 일기지 왠 연습일기? 두 가지 이유다. 나는 자나깨나 글쓰기를 생각하는데 요즘은 자꾸 생각이 막히고 맘만 앞설뿐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 상상력, 열정 모두 고갈되었는지 죽어라 작정해야 겨우 두어줄 쓸까. 나는 내 삶에서 글쓰기가 끝나는 순간 의미 없음, 그냥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이고~ 무슨 대단한 문사나 되나부지? 할지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일을 할때 이유와 목적이 반드시 있어야하나. 그저 뜻없이 하는 일이 대부분 아닐까? 내 경우 글쓰기가 그렇다.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는 단순한 행위, 그냥 쓰고싶고 즐거워서 쓸뿐....
글쓰기가 꼭 직업 작가나 학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비록 소시민일지라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게 글쓰기고, 그렇다고 멋진 글, 통찰력 있는 글만을 쓰란 법도 없다. 그냥 가벼운 글, 생활에서 느낀 것,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기록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내 삶에서 글쓰기 그 자체가 중요한 삶의 행위요, 의미라고 여기는정도지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런점에서 연습일기도 하나의 글쓰기 방식이고, 이를 통해 글쓰기를 지속하려는 거다. 또 다른 이유는 평소 덤덤히 하던 연습이 좀 짜임새있고 긴장감이 생기지 않을까싶어서다. 글쎄 생각처럼 잘 될까? 뭐 안 되면 어때, 그냥 해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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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습일기 첫 번째이니 내 나름의 연습방법을 소개한다. 연습은 매일 오후 3시 30분~ 5시 30분까지 2시간 내외.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체로 매일 하는 편이다. 2시간동안 쉬지않고 하는건 아니고, 중간 중간 두어 차례 휴식을 취한다. 다음은 연습순서. 먼저 가볍게 입술풀기를 10분쯤 한 후, 교칙본인 아르방 제 1권 롱톤 파트를 30분정도 한다. 이렇게하면 대략 40분 소요되는데 잠시 쉬었다가 정기연주회 연주곡을 차례로 연습한다.
그동안 연주곡 연습은 오디오에 CD음반을 틀어놓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식이었다. 지난 몇 년 옥상 컨테이너를 연습실로 이용하다 최근엔 안방에 서재를 꾸미면서 연습실로 함께 사용한다. 서재는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자연 방음이 되기 때문에 연습실로 안성맞춤이다.
서재로 옮기면서 연습 방법도 약간 바꿨다. 과거 컨테이너에서 사용하던 오디오는 그대로 놓고, 서재에서는 노트북을 다른 오디오에 연결한 후 유튜브 연주실황을 대형 모니터로 보면서 연습한다. 이렇게 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우선 다양한 연주를 자유롭게 선택 할 수 있다. 또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독주자의 연주 모습을 모니터로 직접 보면서 연습하기 때문에 생동감이 있고 연습이 지루하지 않다. 가령 지난 몇 달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은 루돌프 제르킨 연주,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의 런던심포니 CD음반을 이용하다가 최근 서재 연습실로 옮기면서 손열음의 피아노 연주, 임헌정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꿨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보니 트럼펫이 쉬는 부분은 모니터로 손열음의 연주뿐 아니라 지휘자,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함께 감상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굳이 이 연주실황을 택한건 손열음의 기막힌 연주 때문이다. 연주자가 워낙에 1급 피아니스트로 정평이 있지만 피아노 텃치가 투명하리만치 명확하고, 셈여림, 특히 포르테 부분은 마치 건이 터질정도로 강렬해서 감상하는 자체만으로 너무 즐겁다. 워낙 자주 보면서 연습하다보니 이제는 피아니스트의 작은 제스처까지 세세히 기억될정도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연주실황은 카메라가 주로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현파트, 목관파트만 보여주고 트럼펫은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 점이다.
나는 비록 동영상이지만 마치 소설을 읽을때처럼 머리 속에 풍요로운 상상력을 한껏 동원해서 실제 무대에서 연주하는 기분으로 연습하곤 한다. 행복은 마음 먹기 달린것. 어떤가. 만약 당신이 손열음과 함께 무대에서 직접 연주를 한다면 얼마나 황홀하겠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유명 오케스트라 유명 연주자와 함께 연주하는 나. 그런데 이게 상상이 아닌 현실이라니....
이번 연주회 연습에 대비해서 드보르작 교향곡 CD 두 장과 <티토의 자비> 서곡 한 장, 그리고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CD 등 모두 네 장의 음반을 구입했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의 자비> 서곡은 워즈워스 지휘, 이스트로폴리타나 카펠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낙소스 레이블의 CD음반을 이용했다. 낙소소는 한 장에 7,000원 내외의 염가반 음반으로 유명한 레이블인데 주로 제 2급의 연주단체가 활동한다. 그렇다고 1류 연주자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어서 과거 정명훈, 백건우 등이 이곳에서 음반을 낸바 있다.
드보르작 역시 그동안 라파엘 쿠벨릭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와 또 한 장의 CD음반을 이용하다 최근 유튜브 실황연주로 바꿨다. 처음엔 KBS교향악단 연주에 맞춰 연습하다가 요즘은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뮌헨필하모니를 이용한다. 이 연주로 바꾼것은 템포가 아주 느려서 요즘 칸투스 연주 템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워낙 빠른 템포라 따라가기 급급했는데, 이 연주실황을 이용하니 따라하기가 편안하다. 다만 그동안 빠른 템포로 하다보니 이 연주에 맞추려면 음가가 약간 길어져야한다. 이 점이 좀 혼란스럽지만 느린반면 연주가 안정되고, 호흡을 좀더 풍부하게 쓸 수 있어 좋다.
특히 빠른 3악장경우 다른 음반 연주는 너무 빨라 정신없지만 이 음반은 요즘 우리 연습 속도보다 약간 빠른 정도여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다만 2악장 도입부가 너무 느려 호흡 부족을 절감한다. 아직은 복식호흡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이 절대 부족한데다 입술, 어깨 손 등 온몸에 힘이 들어가 느린 연주일수록 연주하기가 힘들다.
연습은 연주곡 세 곡을 차례로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연주하는 것으로 대략 마무리되는데, 전체 2시간 내외로 연습을 마칠 수 있다. 지금까지 연습방법을 두서없이 장황하게 소개했다. 어떤가 아마추어로써 과연 이런 방식이 효과적일까? 지금 하는 방법이 옳은지 잘못된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누가 조언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
첫댓글 응원합니다-!
감사~ 열심히 소개하겠습니다. ^^
대단하시네요
항상 멋진모습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습이 밥먹듯 생활화하기 쉽지 않은데...
예전엔 임헌정 지휘자가 안보였느데 요즘은 좋은 지휘자라고 느껴지네요
나이가 있다는 것은 중후함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부끄럽습니다. 연습이랍시고 하긴 하는데 들인 품에 비해 실력은 어째 늘 제자리인것 같아서.....^^ 옛날 얘긴데요, 브라스밴드 시절 오죽하면 트럼펫 퍼스트를 후배가 맡고 제가 세컨을 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빵점이었죠, 하이고~ 지금도 그 생각만하면 자존심 상하고 창피해서 원~ ^^ 근데 지금은 나이까지 들고보니 과연 오케스트라를 따라 갈 수 있을지 늘 전전긍긍입니다. 어쩌겠어요. 밀려나지 않으려면 죽어라 노력하는 수밖에....지휘자님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저는 음악 속도 체인저라는 앱을 쓰고 있습니다. 멜론에서 연주곡을 다운 받아 이 앱으로 속도를 조절해가며 연습중입니다.
아, 이런 것도 있었군요.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그저.. 존경스럽고.. 부럽고..
샘~ 정말 멋지세요^^
요즘은 나이들어감에 대해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새삼스레 어떻게..가 아니라,
이제껏 나를 만들어온 무엇들을..간소화시키고 집중하는것이 필요하구나..
샘의 연습일기를 읽으며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강해집니당~~
지휘자샘 말대로, 이러한 샘의 존재만으로도 우린 복받은거네요^^
'간소화시키고 집중'....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사실 열심히 산다고는하는데 괜스레 부산하고, 불필요한 만남, 불필요하게 허비하는 시간은 어찌도 많은지. 그래서 더욱 '간소화와 집중'이 필요할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나이드는게 참 조심스럽더라구요. 지금 내가 하는 말, 행동이 제대로 된건지 자꾸 되묻게되고, 조심스럽기도하고, 그래서 더욱 움츠러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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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일기' 쓰기 잘했네요. 정샘 덕분에 귀한 팁을 알게됐으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