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인터뷰는 블로그에 잘 안 올린다. 다만 윤종신은 편애하는 취재원이라. 평소 여러모로 관심이 많았는데 ‘두 시의 데이트‘ 진행자와 게스트 관계로 만나면서 드물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인연을 빌미로 삼청동에서 만났다. 잡지에 실린 것 보다 좀 더 긴 버전.
[윤종신 인터뷰] 나는 행복할거야
윤종신은 맥락 있는 가수다. 동시에 맥락 없는 예능인이다. 그는 그 둘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를 시험 중이다.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행복 하고 싶어서다.
요즘 <명랑 히어로>가 참 재밌다. <라디오 스타>와는 또 다르다. 지난 주 광우병 파동에 대해 시원하게 다룬 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명랑 히어로>의 기획 의도가, 진짜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다. 모르는 건 그냥 모르는 대로 간다. 나만 해도 미리 공부해가는 게 없다. 공부해가면 다른 시사 프로그램이랑 다를 게 없잖아. 인터넷으로 뉴스 볼 때도 제목만 훑어보고 내용은 안 본다. 구라는 그래도 시사 문제에 대해 기본 지식이 있는 아이니까 논외로 치지만, 나랑 하늘이 같은 경우는 매 사안에 시민 평균의 시각으로 접근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막상 김구라가 정치 문제에 관련해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면 다른 멤버들이 재미없다고 비난하고 난리던데.
걔가 원래 궤변이거든. 말 잘 들어보면 죄다 궤변이야(웃음). 또 시사문제 같은 경우는 편향성을 갖기 쉬운데 그럼 프로그램이 망가지니까 적절하게 조절하느라 그러는 거다. 언뜻 보면 막말 방송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깔려있는 프로다. 그런 지점에서 꽤 많은 조율이 필요한 프로그램인데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호흡이 맞아 떨어져 편하다.
그러고 보면 박미선, 이하늘, 김성주 빼면 전부 <라디오스타> 멤버다.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나?
방송사 측에서 <라디오스타> 멤버 네 명을 브랜드화하려고 한다. 일본에는 종종 그런 사례가 있는데 벤치마킹 하는 거다. 지금으로선 일단 <라디오스타>랑 <명랑 히어로> 두 개 돌려보면서 분위기 보는 정도다.
정작 방송국에선 별 생각 없이 짠 건데 괜히 너스레 떠는 거 아닌가.
눈치가 백단인걸.
5년 동안 잘해온 MBC FM <두시의 데이트> 진행자 자리를 내놓았다. 잘린 건가?
9월에 11집이 나온다. 015B의 정석원씨와 함께 작업했다. 앨범 작업에 더 신경 쓰고 싶어서 그만뒀다. 사실 지치기도 했고. 5년을 매일 했으니 지칠 만도 하지 않나.
그런데 왜 <명랑 히어로>에선 잘렸다고 했나.
그게 재밌잖아. 예능은 확실히 망가져야 재밌다. 특히 <명랑 히어로>나 <라디오스타>는 입으로만 웃기는 프로그램이잖아. 정통 예능계에서 그건 외팔이나 절름발이에 가깝다. 몸 개그가 작렬해줘야 마땅한대 그게 어려우니까 입으로라도 아주 제대로 망가져줘야지.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7.egloos.com%2Fpds%2F200805%2F14%2F31%2Fb0007531_482a52497b9c8.jpg)
‘텅빈 거리에서’를 들으면서 여기 왔다. 한 때 015B의 얼굴 없는 미성의 가수가 지금은 예능계의 빛나는 늦둥이다. 예능계 판세가 리얼 버라이어티 쪽으로 옮겨오면서 윤종신의 진가가 폭발한 듯 보인다. 사실 듣고만 있어도 벅찬 게 요즘 예능 프로인데, 당신의 순발력을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애초 가수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야 워낙에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웃음을 주는 것도 좋아하니까. 내 노래만 들었던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라디오 방송 들었던 사람들은 윤종신이 다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방송 중에 못 웃기면 집에 가서 반성하나.
(웃음) 안 그런다. 다만 자기 몫은 다 해야지.
지금 꺼내 먹고 있는 약이 뭔가.
영양제도 있고, 장에 관련된 약도 있고.
바로 그 지점인데. 윤종신 11집의 애절한 발라드를 듣던 사람들이 불현 듯 장 질환과 치질과 <라디오스타>와 <명랑 히어로>를 떠올리며 괴로워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미지의 문제다. 음반 판매나 평가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되진 않나.
그것마저 내가 모두 감안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윤종신의 음악은 변함없다. 사실 나이 들면서 완성도는 훨씬 좋아졌다. 그 이미지의 문제 말인데. 이런 생각은 해. 왜 슬픈 노래를 하는 사람은 다른 모든 면이 슬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잣대 자체가 너무 촌스럽다고 본다. 평소 열심히 재밌게 살던 사람이 슬퍼질 때 더 지독하게 슬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이미지 싸움이라는 문제에서 해방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그램 나와서 웃기는 것도, 무대에 올라 슬픈 노래 부르는 것도 모두 윤종신이다. 왜 사람들은 그게 같은 인물일 수 없다는 걸까.
동의한다. 하지만 단지 개인의 노력이 아닌 시스템과 환경의 총체적인 환기가 필요한 일이라 어렵다.
내가 좀 해보려고. 대중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화두에서 자유롭고 싶다. 내가 즐겁게 잘해나가면, 끝내 이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남을 즐겁게 하고 싶다. 그런데 그걸 숨기고 발라드 가수로서의 이미지만 고집하면, 그럼 인간 윤종신이 행복할까. 이 모든 게 이미지에 유리하고 불리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나는 내 상태가 꽤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음반에 대한 반응이 적을 수도 있다.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고. 그렇게 마음을 비웠다.
가수 윤종신은 예술가지만 예능인 윤종신은 딴따라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그 두 이미지가 결코 중첩될 수 없이 허공에 떠 있는 셈이다.
그게 참 아쉽다. 내가 여기 와서 보니까 예능계가 결코 경시받을 곳이 아니다. 여기 사람들 대단히 명석하고 무서울 정도로 치열하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은 심리를 이용하거나 대중을 다루는 기술면에서 천재적으로 발달돼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내가 예능계에 몸담더니 괜히 편든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무시당할 사람들 아니다. 당신 일전에 나랑 배우 이야기 한 적 있지 않나. 많은 배우들이 영화 속에선 참 좋은데 실제 만나서 대화해보면 허당인 경우가 많잖아. 여긴 반대다. TV 속에선 바보다. 만나보면 굉장히 똑똑하고 고민이 많고 솔직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첫댓글 마지막부분에 강호동오빠에 대해 명시했기에 퍼오긴 했는데.. 넘 짧나? 'ㅇ'
노노~~~참 잘햇어욤~^0^
흠.. 예능쪽에 계시는 연예인 분들이.. 다른 연옌업종에 계시는 분들 보다두 무시??당하는 경우가 잇죠.같은 연예인이라두...제 갠적인 생각으론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그분들 스스로는 자기를 낮추고 망가?지면서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자기를 버리신다는거~ 예전에 누군가가 한말이 생각나네요..울고 싶을때도 웃어야 한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