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하늘이 열리고 말았다.
일요일. 산지 농가로부터 구매해온 마늘이 아직 하차(下車) 전인데 어이할꼬?
저녁부터 내린다던 빗줄기는 점점 거세어지고 하늘마저도 온통 검은 구름으로 가득하다.
하차를 위하여 각 영업점에서 지원나온 직원들이 그나마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7시부터 시작된 하차는 11시가 되어서야 겨우 작업을 종료한다.
마음같아서는 비와 땀범벅이 된 직원들을 위하여 사우나라도 배려하고 싶었지만
또 한편으론 고구마를 심기 위하여 얼마나 기다려왔던 '단비'인가?
우중(雨中)에 심는 고구마는 뿌리내림으로부터 착색단계로 이어지는 생육 뿐만아니라
고구마 알맹이도 고른 성장과 더불어 품질이 균일하단다.
마늘하차직원 그대로 강화군 양도로 출발.
이미 빗줄기는 단비에서 장대비 대우(大雨)로 변해 있었다.
내륙과 달리 바다를 끼고 있는 강화군 양도소재 고구마밭은 폭우 뿐만아니라
설상가상으로 거센 바람까지 더하여 '해볼테면 해보라'는 자연의 항거이다.
강화군 양도면 고구마작목반장 민경렬 사장!
부지런하기로 대한민국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만큼 진국인 민사장은
아들 둘에 딸 하나를 키우는 애국자.^^
마트와 수많은 직거래장터, 이벤트 행사장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강화호박고구마를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열정을 다하였다.
4년전,
강화현지 오두막에서 인연이 된 민사장은 서로에게 복(福)을 전파하는 전도사임과
동시에 또한 서로에게 대어(大魚)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브랜드상품으로 이름하기 위하여 쏟은 그와 우리들의 노력은
기어이 '산좋고 물좋고' 브랜드상품으로 출시되어 매년 효자상품으로서 으뜸이 되었다.
열악한 일기지만 고구마순으로부터 모든 준비를 착실히 갖추어 놓았다.
7명의 봉사대원! 오늘은 전사(戰士)였다.
400여평이 넘는 고구마밭이지만 허리 한번 펴지않는 직원들의 수고와 열정에
5시를 넘어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발가락으로부터 머리끝까지 생김새로 따지면 '병만족'을 능가하는 직원들이지만
사랑스럽기로는 애인과도 같구나.
(고구마순 심기 개시 - 12시 정각 : 옆 논이 빗물로 가득하다)
(한고랑씩 임무부여 - 땅심이 좋은 밭이다.)
(드디어 마무리 - 수확기 고구마 한알이라도 홀대할 수 없는 인연)
연서웰빙마트점 방수관련 긴급 미팅요청이 접수되었다.
제직원들의 저녁식사를 형준군에게 부탁하고 우중(雨中) 도로물살을 가른다.
반가운 소식이 함께 하였다.
6월초 매실수확과 함께 대대적인 '매실담그기 시연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방송사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촬영협조가 이어진단다.
전국적으로 내리는 폭우이지만 행사준비의 철저를 기하기 위하여 매실농가에 대한
막바지 품질관리로부터 수확방법까지 원칙을 준수하도록 당부를 거듭한다.
술자리가 이어졌다.
경기체감에 따른 일선 점장의 고민과 고충이 성토되지만
이미 피곤에 절인 몸뚱아리는 알뜰한 위로와 격려보다는 탁배기 몇 잔에 되려
내 몸이 흐느적거리고 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자리를 일어서는 일선점장.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빗소리에 아량곳하지 않고 녀석들 잠에 취하여 있다.
세상을 씻어가는 듯한 장대비 빗줄기에
내 몸과 마음 또한 슬그머니 우중(雨中)에 섰다.
수고하였어. 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