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데 들희 가랴 사립 닷고 쇼 머겨라. 마히 매양이랴 잠기 연장 다사려라. 쉬다가 개는 날 보아 사래 긴 밧 가라라.
심심은 하다마는 일 없을손 마히로다 답답은 하다마는 한가할손 밤이로다 아희야 일즉 자다가 동트거든 일거라. ----윤선도 <하우요(夏雨謠)>
농사철에 비가 오면 우선 쉬게 되어 좋습니다. 소나 먹이고 연장 손질이나 해 두었다가 비가 개면 다시 일을 하면 됩니다.
한문 때문에 우리말을 외면하던 조선 시대에 우리말을 가장 감칠맛나게 구사한 시인으로 칭송받는 윤선도의 하우요(여름비 노래)에도 바로 이런 정서가 묻어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비가 웬만해야지요.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물러갈 줄 모르고 또 다시 퍼붓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 이야기 한 자락.........
예로부터 사위를 백년지객이라 했습니다. 사위가 집에 오면, 장모는 씨암탉은 물론 고기 반찬, 생선 반찬, 있는 것 없는 것, 다 준비해서 융숭하게 대접합니다.
여기에 맛을 들인 사위, 아예 집에 갈 생각을 않습니다. 이제 더해 줄 것도 없어서 걱정을 하던 장모,
"여보게, 이제 그만 가라고 가랑비 오네." "허허, 장모님도 있으라고 이슬비 오는데요."
얼마나 미웠을까요.ㅎㅎㅎ 딸만 아니라면 물바가지로 그냥.... 그러나 그럴 수 있나요. 예로부터 딸 둔 죄인이라 했으니....
그런 업보 때문인가....... 현대는 완전히 처지가 역전되었습니다. 장인 장모는 비행기 타고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기차 탄다잖아요.
윤선도의 시조에 보면 장마가 '마'로 나옵니다. '마'에 긴 장자가 붙어 장마가 되고, 여기에 다시 비가 붙어 장맛비,.... 저는 옛날처럼 그냥 '장마비'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발음하기도 그렇고, 어법을 따져 봐도 새소리를 샛소리 하지도 않잖아요?
그건 그렇고요. 내친 김에 좀 찾아봤더니 비에도 참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빗줄기의 굵기에 따라
안개비 - 빗줄기가 아주 가는 비 는개 -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 보다 좀 가는 비 이슬비 - 아주 가늘게 오는 비, 보슬비 가랑비 - 가루처럼 내리는 비 억수 -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장대비 - 굵은 빗발이 쉴 새 없이 세차게 내리는 비 작달비 -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
다음은, 내리는 양과 기간에 따라
여우비 - 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소나기 -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그치는 비 궂은비 - 끄느름하게 오래 두고 오는 비 큰비 - 내리는 양이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는 비 장맛비 - 일정기간 계속해서 많이 오는 비
여기서 장맛비는 다시 몇 가지로....
봄장마 - 봄철에 오는 장마 건들장마 - 초가을에 쏟아지다가 반짝 개고, 또 내리다가 다시 개고 하는 비 늦장마 - 제철이 지난 뒤에 오는 장마 억수장마 - 여러 날 계속하여 억수로 퍼붓는 비
다음은, 비의 효과에 따른 이름.....
단비 - 알맞게 오는 비 약비 -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 찬비 - 내린 뒤에 추위를 느끼게 하는 비 웃비 - 비가 계속 올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좍좍 내리다 그치는 비 먼지잼 - 겨우 먼지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는 비 개부심 - 장마에 큰 물이 난 뒤 한동안 쉬었다가 한바탕 내리는 비
이쯤 되면 우리말, 참 대단하다 싶지 않나요?
비 피해 없도록 미리 대비하시고 장마철, 건강에 유의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