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13
S#1. #영신방
이 노인, 봄동이를 무등 태우고 앉아 텔레비전 보고 있다.
영신, 미수 가루 그릇 쟁반에 받쳐 들고 문을 연다.
영신 : 미스타리! 미수 가루 100개 타 갖구 왔어요!
이노인 : (관심 없다는 듯 텔레비전에만 시선을 준 채 흐흐 웃고 있다)
영신 : 드시구 싶다 그러셨잖아요. (미수가루 그릇 소꿉놀이 상 위에 얹어 이 노인 앞으로 갖고 가며)
봄인 어디 갔어요? ....화장실 갔어요?
이노인 : (텔레비전에 시선 준 채) 이단 (햄버그 발음 못해서) 햄그랑 저어기 갔어요.
영신 : 네?
이노인 : 저어기.......이단 햄그랑.....학교 먹으러 갔어요.
영신 : (당황하며) 네? (방 안을 살펴보는.....봄이 가방과 햄버그 봉지 없어졌다. 당혹스럽게 굳는)
S#2. #영신 마당
창백한 영신, 쉐타 하나 걸치고 마당으로 달려 나온다.
기서, 세수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 닦고 있다.
영신, 기서는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허위허위 마당 밖으로 달려 가는데.
기서 : 어디 가요?
영신 : 봄이가......학교에 갔어요. (달려가는데)
기서 : (당황하다가).......같이 갑시다!
S#3. #학교 운동장
태창, 보람, 지선,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자기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봄이를 보고 있다.
봄 :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햄버그 봉지 흔들며) 니네들 줄려구 이단 햄버그 갖구 왔어.
태창 : (옆에 있는 돌맹이를 손에 꼭 쥔다)
보람 : (여전히 당황해 있고)
지선 : (역시 당황해 있는)
태창 : 야! 꺼져!!!
봄 : (그 말에 잠깐 걸음 멈추고) 괜찮아. 태창아. 나 요술코트 입었어....니네들한테 이단 햄버그만 주구 갈거야.
(걸음 옮기는데)
태창 : 오지마! 이 악마야!! 가! 가란 말야!!!
봄 : (당황하며) 나 악마 아냐.....천사야......난......
태창 : (손에 쥔 돌을 던질 듯 하며) 가아!! 가까이 오면 이거 던진다!! 가아!! 이 악마야!!!! (하는데)
석현모(E) : 누가 악마야! 누가!!
봄이, 돌아 보면, 석현모, 봄이 뒤쪽으로 오고 있다. 그 뒤로 용주도 오고.
석현모 : 이 놈의 자식이 누구 보구 악마래, 멀쩡한 애 보구!!........너 오늘 내 손에 잡히기만 해봐, 이 염병할 눔!
(하고 당장 팰 듯이 오는데)
봄 : (당황하며) 할머니.....(하고 다시 태창을 보는데)
태창 : (당황하며) 아녜요!! 봄이 몸에 악마가 들어갔단 말예요!! 악마를 무찔러서 봄이를 구해야 돼요.....
가아!! 악마야!! (하며 봄이를 향해 돌을 던지는데)
석현모, 당황하며 그대로 달려와 봄이를 감싸 안는다.
태창이 던진 돌, 석현모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는다.
석현모, 그대로 봄이를 감싸 안고 주저 앉는데.
봄 : (놀라서) 할머니이이이!!!!!!
S#4. #마을 길
몹시 충격 받고 겁에 질린 봄이, 도망치듯이 달려오고 있다.
숨이 차 잠깐 쉬고.....눈에 눈물이 그렁해 달리기 시작하는.
가슴에 안은 햄버그 봉지에서 햄버그가 툭툭 떨어진다. (봉지 밑이 뜯어졌다)
S#5. #다른 길 (석현의 차가 있는 근처의)
석현의 차, 서 있고, 하루를 꼬박 샌 초췌한 석현, 그사이 잠들어 있다. (길 한쪽으로 차, 서 있는)
이때, 저 앞으로 달려오고 있는 봄이의 모습 보인다.
봄이, 바들바들 떨며 달려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멈춰선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한 상태)
봄이 앞으로 기서의 차가 멈춰 선다. 운전석의 기서, 차에서 얼른 내려 선다.
봄 : (바들바들 떨며) 아저.....씨.......(눈물이 뚝 떨어진다)
기서 : (걱정스러움 감추지 못하고 봄이 앞으로 다가간다. 봄이 표정에서 심상찮은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한다.)
영신 : (조수석에서 내려 선다.....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봄이를 보는)
기서 : (걱정되지만, 그래도 말은 까칠하게) 학교 갔었어? 수호 천사 말두 안 듣구?
.....너 자꾸 이딴 식으루 개기면 나 니 수호천사 안 한(....하는데)
봄 : (기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서의 와락 끌어 안으며 비죽비죽 거린다. 곧 큰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
기서 : (바들바들 떨고 있는 봄이 느끼며....당황하는데)
영신 :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철렁하며 봄이 쪽으로 힘겹게 발걸음 떼서 오며) 왜....... 왜 그래? 봄아?......
학교에서 무슨....무슨 일 있었어?
봄 : 엄마아......용주 오빠 할머니가......용주 오빠 할머니가아아.......
기서 : ........
영신 : (다시 철렁) ....용주 오빠 할머니가....왜?
봄 : 용주 오빠 할머니가아.....나 땜에에.......나 땜에에에에........(하며 결국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다)
기서 : .......(당혹스럽고)
영신 : (무슨 일인가? 창백한 표정으로 봄이를 보는데)
한쪽 길 옆 차 안의 석현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바로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도 모르고.
석현의 차와 창백하게 서 있는 영신, 기서를 꼭 끌어안은 봄이....한 화면에 잡히며.
S#6. #보건소 마당
기서의 차,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기서, 운전석에서 내리며 석현모의 차가 서 있는 것을 본다.
용주, 마당 한 켠에서 울고 있다.
S#7. #보건소 안
석현모,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베드에 앉아 있다.
종수, 베타딘으로 소독하고 있고, 소란, 감동받은 표정으로 석현모 보며 옆에서 돕고 있다.
김기사, 한쪽 구석에 걱정스럽게 서 있다.
석현모 : 앗 따거....앗 따거어어.....(소독하는 종수 손을 쳐 내며) 날 죽여라, 날 죽여.........
아무리 돌팔이지만 그거 하나 안 아프게 제대로 못해?!
종수 : (화가 나지만 참고) 일단 소독이랑 지혈을 해야 돼서.......조금만 참으세요. 용주 할머니.....
애들두 다 참거든요? 이정도는?
석현모 : (그래도 불신이 가득해) 김 기사! 육지루 나가자! 차 대기 시켜!......
육지 병원에선 이깐 정돈 하나도 안 아프게 해준다던데......
종수 : 아 진짜 다들 너무 육지 육지 그러신다....육지 소독약에 금가루를 뿌린 것두 아니구
소독약은 육지나 섬이나 서울이나 푸른도나 똑같거든요?
소란 : 가만 좀 계셔보세요, 아줌마....상처가 생각보다 커서 꿰매야 될 거 같은데.....
석현모 : (기함하며) 꿰매다니......꿰매다니......이 돌팔이 보건소에서 내 머릴 꿰맨다구, 지금?!!
종수 : (화를 누르며) 돌팔이 소리 한 번만 더하시면 저 진짜 웁니다.
석현모 : 울어, 울어. 안 말려. 내가 홍도 오빤 줄 아냐?........... 김 기사! 차 대기 시키라니까!!
김기사 : (난감하게 보다가) 네.......(대답하고 밖으로 나가는)
소란 : 잠깐만요오.....일단 지혈이라두 하구... (하며 붙잡는데)
기서 : (안으로 들어선다)
석현모 : (기서와 시선 마주치고.....움찔하는.....마음 한 켠엔 찝찝함이 있다)
종수 : 이 할머니 지금 suture (주; 수쳐-봉합) 해야 되는데......육지 병원으로 가시겠다구 이렇게 막무가내로 똥고집......
(석현모 보며 강건하게) 가세요, 그럼!.....저도 이렇게 나 무시 하는 분 앞에선 손 떨려서 못해요. 가세요......
안 막을테니까 육지루 가세요. (소심하게 비죽이며) 칭찬은 고래 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이렇게 기 죽어서 내가 어떻게 내 역량을 발휘를 해애....
석현모 :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피가 흐르는 머리를 싸잡고 침대에서 내려 서려 하는데)
기서 : (석현모 앞으로 가 서며) 제가 하겠습니다.
석현모 : (보는)
기서 : (다짜고짜 석현모의 머리를 잡고 살피며) bone (주; 본-두개골)은 괜찮은 거 같고,
scalp( 주;스칼프-두피) laceration (주; 래서레이션-찢어진 상처)이라 suture만 하면 별 문제 없겠네.....
(소란 보며) .3-0 nylon(주; 쓰리 제로 나일론-봉합하는 실의 일종) 하나 하구 set줘요.
석현모 : (기서에 대해선 의사로 신뢰가 있다...큼큼....
시선이 문득 보건소 벽에 붙은 벽보 -올바른 에이즈 상식-로 향한다.)
S#8. #영신방
영신, 한 대 맞은 듯 넋 나간 표정으로 봄이를 본다.
봄이, 이불 뒤집어쓰고 울고 있다.
영신, 태창이 봄이한테 돌을 던졌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그 돌을 석현모가 맞았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은 상태다.
이노인, 봄이 옆에 앉아 같이 울 듯 비죽이는 표정이다가.....“울지마! 메주야!” 하며 이불을 들춰서
고개 안으로 들이 밀고 봄이를 달랜다.
영신 : (벌떡 일어나며) 보건소 갔다 오께요, 할아버지......봄이 좀 지키구 계세요. 절대루 밖에 나가시면 안돼요.
이노인 : (이불 밖으로 고개 빼서 영신을 보며) 네.
영신 : (걱정스럽게 보다가 밖으로 나가는)
S#9. #보건소
기서, 석현모의 상처를 꿰매고 있다.
옆에서 소란 돕고 있고, 종수, 식식거리며 석현모를 노려보다가도.....상처 꿰매는 것을 유심히 배우며 관찰하고
(자기도 손 모양 따라하며)......다시 밉게 석현모를 노려 보기를 반복한다.
석현모, 그 와중에도 끊임 없이 궁시렁거리고 있다.
석현모 : 감히 사람한테다 돌을 던져?........깡패 난봉꾼 자식 아니랄까봐 지애비 가 하던 짓을 고대루 하구 있어, 썩을 눔.....
그 쥐콩 만한 눔을 콩밥을 멕여? 말어? (하는데)
기서 : (손길 멈추고) 저기.......집중을 못하겠거든요? 조용히 좀 해주실래요?
석현모 : (그 소리에 입을 닫고....흘끗 기서를 본다....이렇게 괜찮은 놈이 왜 영신일 좋아할까? 이해가 안된다)
두섭모 : (문 벌컥 열고 들어온다) 아이고, 우리 부처님.......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 병국이 오빠가 치매에 걸렸어두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있대니까는.....(와서 석현모의 손을 덥석 잡으며)
아이구, 기특한 년.....아이구, 멋진 년.
석현모 : (짜증난 표정 지으며 두섭모 손을 탁 쳐낸다) 놔아! 이 삽살개 뒷다리 같은 년! 이 년은 또 어떻게 알구 왔어.
소란 : 아주머니가 아니었으면 우리 봄이......진짜 어쩔 뻔 했어요.......아무리 아니라 그러셔두...
두섭모 : (소란의 말에 이어서) 핏줄이 땡기는 걸 인력으루 어쩔 수가 없는거야, 그게.
석현모 : 땡기긴 뭐가 땡겨? 송창자 빤스 고무줄이 땡겨?!! 핏줄은 누가 핏줄이야, 누가!! (하다가 아우우 아픈 표정 짓고)
기서 : .........(처치하다 멈추고.....조용히 하라고 한 마디 하려다 관두고)
석현모 : (아파서 찡그리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소란이 너, 괜히 넘겨 짚구 쓸데 없는 말만 퍼뜨려 봐!!
특히 송 창자! 이 년 너!! 석현이한테 전화해서 내가 봄이 땜에 다쳤니 어쨌니 입만 떼봐!
단체루 그냥 조동아릴 꿰매 버릴테니까...(하다가 다시 “아우우 나 죽네에.....”하며 죽을 상을 하는)
기서 : (답이 없다)
소란 : (입술 삐죽)
두섭모 : (입술 오므리며) 그래 그래. 샷따 마우스 할테니까 니 머리부터 빨리 꿰매라. 꿰매 주세요, 선상님.
기서 : ......(....보다가 다시 처치 시작하는)
석현모 : (다시 궁시렁거리는) 근데, 영신이 그 년은 정신이 있는 년이야, 없는 년이야.....지가 에미면 알아서 그런 앨
방구석에다 열쇠 채워 가둬 놔야지 어딜 함부로 싸돌아 다니게 해서 무고한 동네 주민한테 피해나 입히구......
기서 : (결국 버럭) 조용히 좀 안하실래요?!! 이러다 엉뚱한데 찔러요?!!
석현모 : (흠칫.....입을 닫는)
기서 : (굳은 표정으로 마무리 매듭 한다.)
석현모 : (그래도 다시 궁시렁) 가만......영신이 이 년.....이런 일이 있을 줄 알구 일부러 봄일 학교에 보낸 거 아냐?...
내가 학교에 간다는 거 심심이한테 들어갖구 고단수로 머리 쓴 거 아냐? 여우같은 년!
기서 : (어이가 없다)
S#10. #보건소 마당
영신, 보건소 마당으로 헐레벌떡 뛰어 와서 선다.
용주(울음은 그친), 고개 푹 떨구고 한 쪽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영신 : 요......용주야....
용주 : 아줌마아.....
영신 : 할머니.......어떻게 되셨어?
용주 : 아줌마네 의사 아저씨가.....지금 찢어진 데 꿰매구 계세요.
영신 : ..........(멍하다)
용주 : 우리 할머니....봄이 구할라다 그렇게 되신건데......
영신 : (눈물이 그렁해져).......알어......들었어........(들어가려다......차마 못 들어가고......망설이고 있는데)
이때, 보건소 문 열리고,
기서, 담배 한 개피 입에 물고 나오다가 영신과 부딪힌다.
영신 : (당혹스럽게 기서를 보는)
기서 : ........(착잡하게 보는)
용주 : 우리 할머니.....괜찮으세요?
기서 : ......어.....치료 다 끝내구 링겔 맞구 계셔....넌 집에 가 있어.
영신 :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기서 : (영신의 팔을 잡는다. 들어 가지 말라고 고개 저어 보이는)
영신 : (기서 팔 쳐내고 그래도 들어가는)
기서 : (영신이 걱정스럽다....심난한)
S#11. #보건소 안
머리에 붕대를 감은 석현모, 베드에 링거 맞고 누워 있다. 끙끙 앓는 소리 오버해서 내며.
두섭모, 옆에서 손을 잡으며 “아이구, 멋진 년, 아이구, 기특한 년. 관세음 보살, 나무아미 타불‘ 하며 연신 중얼거리고 있다.
석현모는 그 소리가 싫어 연신 째리며 손을 쳐내고.
종수와 소란, 한쪽에서 의료 기구들 정리하고 있다.
영신, 안으로 들어선다........붕대를 머리에 감고 있는 석현모를 보자 다시 눈물부터 핑그르르 돈다.
소란 : (먼저 발견하고) 영신아.....
두섭모 : 아이구, 영신이 왔냐?
석현모 : (보기 싫어 눈 찡긋 감고 외면해 버린다)
영신 : (석현모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꾸벅.......정중하게 목례를 한다) 고맙....습니다.
석현모 : (갑자기 눈을 뜨더니 다다다 쏘아 부치는) 송사리 재첩국 끓이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뭐가.....뭐가 고마운데?......니 새끼 대신해 돌 맞아 줬다구 고마워? 착각하지 마......
난 그저 용주가 떠밀어서 나두 모르게 그게 봄인 줄두 모르구.......보람이나 지선인 줄 알구 엎어진거야.
영신 : (당혹스러운)
두섭모 : 이 년이 근데 실컷 이쁜 짓 해놓구 왜 이...(래...하는데)
석현모 : (O.L.) 그게 봄인 줄 알았으면 삼십육계 줄행랑 쳤지, 내가.......
에이즈 걸린 애 잘못 감쌌다 나까지 에이즈 걸리면 어쩔려구......내가 약 집어 먹었냐? 치매 걸렸어, 내가?!!
영신 : (점점 당혹스러운데)
종수 : (참다 못해) 아 진짜 그 할머니 듣자듣자 하니까......봄이가 사실은 할머니 친 손주라면서요?!!
영신 : (그 말에 하얗게 질리고)
석현모 : (역시 하얗게 질리고)
종수 : 다들 할머니 무서워서 쉬쉬해서 그렇지, 모르는 사람은 모르구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하는데)
소란 : (당황해서 종수를 꼬집어 버린다)
종수 : 아악.....(하다가 서슬 퍼렇게 자신을 노려 보는 석현모의 눈빛에 아차 하며 소심하게)
......이라고 박 모씨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두섭모 : 여기 송모씨도 말했다......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국자야. 그냥 니 입으루 툭 까놓고 (하는데)
석현모 : (벌떡 일어나 앉아 영신 노려보며) 니 입으루 똑 바루 말해봐! 봄이 애비가 누구냐?
저 것들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우리 석현이가 봄이 애비야?!!
영신 : (바들바들 떠는)
S#12. #보건소 진료실 밖 (세트 안의)
기서, 한 쪽에 서서 안에서 나는 소리 듣는다. (문 열려 있다)
석현모(E) : 우리 석현이냐구? 봄이 애비가?!!
기서 : (서늘한)
S#13. #보건소안
영신, 하얗게 질려 창백해 있고....종수, 소란, 두섭모 불안하게 영신을 보고 있다.
소란과 두섭모는 차라리 속 시원히 말해 버려 하는 표정이고.
석현모 : 막말루 그래 그렇다구 치자.....젊은 혈기에 술 먹고 하룻밤 실수 했다구 쳐......
그래서 재수 없게 애가 들어섰다구 쳐.......그 애를 근데 왜 니 맘대루 낳아? 누구 맘대루?
누구 인생 말아 먹을려구?!!
영신 : (할 말을 잃은 채)
석현모 : 제대루 책임지지도 못할 앤 왜 니 멋대루 낳아 갖구 이 사단을 만드냐구?
영신 : (멍해지는)
두섭모 : 저 년이 또 대못을 치네......안 그래도 피멍으로 성할 날 없는 애 가슴에 대못을 쳐.
다시 또 도로 아미 타불일세. 다시 또 도로 아미 타불이야......도로 아미타불. 도로 아미타불.
영신 : (멍한 채)
석현모 : (도로아미 타불 계속 중얼거리는 두섭모 흘겨보다가 다시 영신보며 다다다다) 능력있고 잘난 부모 만나
아무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도 있는 애를 왜 굳이굳이 니가 낳아서 저 모양 저 꼴로 만드냐구?
암도 아니고, 감기도 아니고, 에이즈가 뭐야, 에이즈가!!......
힘든 세상 태나서 고통만 주구 보낼 걸 왜 낳았냐구, 니 맘대루!!
기서 : (안으로 들어서더니 영신을 보고) 뭘 꿋꿋이 서서 듣구 있어요? 대꾸 한마디 못하구?
영신 : (흠칫)
석현모 : (저 놈은 또 뭐야.....싸늘하게 보는)
기서 : (영신에게 말하는) 뭘 계속 듣구 있냐구? 등신 같이?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 얘길......들을 가치도 없는 얘길.
석현모 : (기가 막혀) 이보세요......(하는데)
기서 : 갑시다. (영신의 손목을 꼭 끌어 쥐더니 그대로 우왁스럽게 끌고 밖으로 나간다)
영신 : 잠깐만요.....이거 놔요.....잠깐만요.......
기서 : (잠깐 멈추고 석현모 보며) 살겠다고 들어선 앨 죽입니까 그럼?......태어나지 않는 목숨은 함부루 죽여도 돼요?!....
그리구, 봄이, 그렇게 쉽게 안 보낼겁니다. (서늘하게 보다가 우왁스런 힘으로 영신을 끌고 나가는)
영신 : (곤혹스런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가고)
석현모 : 아니, 저 저 눔이......(허허 기가 막혀서.....말을 잃고)
일동 :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눈이 동그래져서 보는)
S#14. #보건소 마당
기서, 영신의 손을 잡고 우왁스럽게 끌고 나온다.
영신, 기서를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며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온다.
기서, 조수석 차문을 열어주며 그제야 영신의 손을 놓고.
기서 : 타요!
영신 : (노려 보는)
기서 : 들어가지 말랬잖아요, 그러니까......
영신 : (노려 보는)
기서 : 안 타요?
영신 : (보다가 휙 돌아서 보건소 밖으로 걸어간다)
기서 : (황당하게 보는데)
갑자기 뚝뚝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기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는.
S#15. #보건소 앞 길
가는 빗줄기가 뚝뚝 쏟아지고 있다.
영신, 걸어가는데. 기서, 뛰어 와 영신을 막고 선다.
기서 : 차, 타라구요, 아줌마!
영신 : (노려 보는)
기서 : 비 오잖아요.
영신 : 속이 상해서 그러시잖아요. 맘이 아파서 그러시는 걸....어른한테 어떻게 그 따위루 말을 해요?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용주 할머니가 아저씨 친구예요?
기서 : (어이 없어) 아줌마....
영신 : (O.L.) 방금 하신 짓 하나두 안 고맙거든요?
기서 : (나름 충격을 받았다.)
영신 : 많이 맞아야겠다, 아저씨.......(다시 돌아서는데)
기서 : (서운하게 보다가....결국 못 참고 삐딱하게 시비 거는) 이렇게 등신같이 빙신 같이 밟혀주구 당해주다보면
언젠가 며느리로 손주로 받아 줄 거다....그 계산 하구 있어요?
영신 : (걸음 멈추는)
기서 : 무조건 이해해해주구, 참아주고 당해주는 게 일종의 전략인가? 그럼?
영신 : (돌아서서 본다)
기서 : 진작 말을 하지.
영신 : (말 없이 보고 있다)
기서 : 몰랐잖아아아
영신 : (어이가 없는)
기서 : 알았어요. 그 집 일에서 신경 끊어요, 앞으룬.......그쪽이 내 눈 앞에서 죽어 나가두 눈 하나 깜짝 안할테니까........
(더 말하려다 성질이 욱 치미는 듯 몸을 휙 돌려 차가 있는 보건소 마당 쪽으로 간다)
영신 : (기서에게 마음 한 켠에 미안함 마음이 있지만....어쩔수 없단 생각이 든다)
S#16. #마을 길
영신, 비를 고스란히 맞고 걸어간다.
영신 뒤 편으로 오고 있는 기서의 차가 보인다.
기서, 고집스럽게 등을 보이고 빗 속을 걸어가는 영신을 서늘하게 보다가......
엑셀을 밟으며 속력을 올려 영신을 추월해서 지나가 버린다.
영신, 멀어져 가는 기서의 차를 착잡하게 보는.
S#17. #마을 길 (석현차 있는 곳/석현 차 안)
차 유리창으로 툭툭 비가 떨어지고 있다.
초췌하고 까칠한 석현, 그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차 안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석현, 은희 이름을 찾아서 누른다.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린다.
석현, 허탈한 표정으로 다시 멍해졌다가......다시 한번 더 핸드폰을 해본다. 역시나 꺼져 있다.
석현, 라디오를 켜고 시트에 등을 기댄다.....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다.
무력감과 참담함이 온 몸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석현 차 세워진 옆 길로 거칠게 달려가는 기서의 차.
S#18. #영신방
봄이(노란 코트 입고), 봄동이와 나란히 앉아 초코파이 먹으며 비디오 보고 있다.
‘슈렉’ 이 방송되고 있다.
봄이, 삐져서 퉁퉁 부었다.
이 노인, 열심히 초코파이 껍질 까서 봄이 앞에다 놓아 준다. 봄이 눈치 살피며.
이때, 전화 벨 울린다.
봄이, 전화 받지 않는다. 벨 소리 계속 울린다.
봄 : (괜히 심통) 아, 시끄러......비디오 보는데.
이노인 : (전화기 쪽으로 가서 소리 지르는) 시끄러. 바보 똥개야. 조용히 해. (하며 전화기를 때리는데)
봄 : (하는 수 없이 몸을 질질 끌며 가서 전화를 받는다. 초코파이 오물거리며 시큰둥하게) .....네............봄이네 집입니다.
보람(F) : .......봄아.....나.......보람이.
봄 : (초코파이 먹다 말고 움찔하는)
보람(F) : 쫌....괜찮아?
봄 : ............(뿌우....대답 않는)
보람(F) : .........태창이 선생님한테 혼나구 한 시간 동안 벌 서구.....지네 엄마한테 회초리두 맞구 그랬어.
봄 : (아무 말도 못하고.....초코파이 입에 문 채 씹지도 못하는)
보람(F) : 태창이가 만화책을 너무 많이 봐서 그래.....니가 용서해줘, 봄아.
봄 : (여전히 초코파이 입에 문 채 씹지 못하고)
이노인 : (슬쩍 와서 봄이 손에 들린 초코파이를 한 입 먹어버린다)
보람(F) : 그럼.....안녕....봄아. (하는데)
봄 : (얼른) 요술 코트 입었단 말야.....(하는데 자기 설움에 눈물이 다시 맺힌다)...나 인제에......요술코트 입어 갖구우우......
(비죽비죽 눈물이 터진다) 인제에....니네들한테 에이즈......안 옮아아아....알지도 못하면서, 씨이.....
(우왕 울음 터진다)
이노인 : (자기가 초코파이를 먹어 우는 줄 알고 베 물었던 초코파이 다시 뱉아 손바닥에 놓고 봄이에게 다시 내미는)
보람(F) : (자기도 비죽거리며) 요술 코트라구?
봄 : (터지는 울음을 있는 힘을 다해 참으며) 어. 요술 코트......석현이 삼춘이 사줬어......
이거 입으면 에이즈 안 옮는다 그랬단 말야아아....(다시 와앙 울고)
보람(F) : (같이 와앙 울며) 진짜야아? 잘 됐다아아.
봄 : (와앙 같이 운다)
이노인 : (손바닥에 뱉은 초코파이를 봄이 눈치 보며 계속 봄이 앞으로 내밀어 주는)
보람(F) : (훌쩍이며) 그러엄........봄아......너두 가가멜 새끼 보러 갈래?
봄 : .........(울음을 참으려고 꺽꺽거리는)
보람(F) : (훌쩍거리며) 접때 우리가 발견한 들고양이 있잖아. 가가멜.......어제 새끼 낳았다?......보러 갈래?
봄 : ........(뿌우한 표정으로 대답 않고 꺽꺽거리는)
보람(F) : (훌쩍거리며) 지선이랑 난 엄마 아빠 몰래 지금 보러 가기루 했는데......넌 안 갈래?
이노인 : (손바닥 위에 올려진 초코파이를 봄이가 계속 안 받고 있자 봄이 뺨에 문질러 버리는)
봄 : (씨이 하는 표정으로.......꺽꺽 거리다) ........여자 고양이야?....남자 고양이야?
S#19. #영신집 마당 앞
빗줄기가 조금씩 거세지고 있다.
기서, 거칠게 차를 몰아와 세우고는......운전석에서 내려....그대로 걸어오다가
덩달이 밥 그릇을 있는 힘을 다해 뻥 걷어차 날려 버린다.
표정에 노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기서, 마당 안으로 들어서다가 마침 나오던 봄이와 맞닥뜨린다.
봄이, 노란 코트 모자를 푹 뒤집어 쓰고, 나오다가 기서를 보고 당황한다.
봄 : (자기가 먼저 선수치는) 고....고양이 보러 나온 게 아니구요 똥 누러 나왔어요! 똥!!
기서 : ........눠.
봄 : 네. 고맙습니다. (저도 모르게 대문 밖으로 나가다가 아니지 참....하며 다시 화장실쪽으로 휙 꺾어서 간다)
기서 : (에미나 딸이나 또 뭐가 그렇게 고맙냐.....하는 표정이다가 봄이가 목욕탕 문을 닫고 들어가자
다시 수돗가에 있는 세수대야를 사정없이 걷어차 버리고는.......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목욕탕 문 빼꼼히 열리고.......봄이, 고개만 내밀고 기서가 방으로 들어간 것 확인하고는
목욕탕에서 나와 열심히 대문 밖으로 달아난다.
S#20. #기서방
기서, 얼굴을 부비며 화를 달래고 있다......내가 왜 이러지? 걷잡을 수 없이 자꾸 화가 치미는 스스로가 이해가 안된다.
다시 뻥! 방문을 걷어차는.
S#21. #마을 길(석현 차 있는 곳)
빗줄기 점점 더 거세지고......바람 마저 불기 시작한다.
영신,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걸어오고 있다.
이런 영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차 안에 아직도 무력감으로 앉아 있는 석현이다.
석현의 눈빛이 무섭게 흔들린다.
석현의 차창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영신의 모습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석현, 먹먹한 눈빛으로 영신을 보다가.....차에서 내리려다 그만 둔다......
그저 먹먹한 시선으로 멀어지고 있는 영신의 뒷 모습을 애틋하게 응시하는데.
아나(E) : 비와 함께 남해 안에는 바람도 강하게 불 것으로 보입니다.
서해 5도와 남해안, 제주도에는 강풍 특보가, 대부분 해상에는 풍랑 특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S#22. #영신방
인서트-텔레비젼 화면. 일기 예보 속보가 방송 되고 있다.
둑방을 넘나 드는 거칠고 높은 파도. 쓰러진 나무들. 파손된 하우스, 대피중인 선박들등.....자료 화면 보여지며.
아나(E) : 현재 제주 기점 노선의 항공기 30편이 결항 됐으며 해상에도 풍랑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남해안과 서해안, 소형 여객선의 운항이 전면 통제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 드립니다.
카메라 빠지면, 이 노인, 열심히 초코파이를 쌓아 올리고 있다......제법 쌓았나 싶으면....무너지고.....
이 노인,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초코파이 쌓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봄(E) : 초코파이 탑 이따만큼만 쌓으면 미스타리한테두 애기고양이 보여주께에.
이때, 밖에서 번쩍 번개가 치더니 쾅!!하고 천둥이 친다.
이노인, 깜짝 놀라 혼비백산해서 얼른 이불을 뒤집어 쓴다.
S#23. #기서방
기서, 심난한 표정으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강풍 때문에 창문이 덜컹거리고, 빗 소리도 제법 거세다. 다시 쾅! 하고 천둥이 친다.
기서, 흠칫 놀란다......천둥을 무서워한다.
영신이 걱정 된다.
기서, 천둥이 무섭긴 하지만.......벌떡 일어서더니 겉옷 껴 입으며 방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S#24. #영신 마당 (늦은 오후)
기서, 마루로 내려서 신을 신는데.......다시 쾅! 천둥이 친다.
기서,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움츠리며 귀를 막다가.........푸 한숨 뱉고 일어나 나가려는데........
비에 흠뻑 젖은 영신, 대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기서 : (머쓱하기도 하고.....당혹스럽기도 하고.....화도 아직 가시지 않은 눈빛으로 영신을 보는데)
영신 : (기서에게 짧게 시선 주는 둥 마는 둥하고 자기 방 쪽으로 간다)
기서 : (저 여자가 진짜........다시 수그러들었던 화가 뻗친다)
S#25. #영신방
영신, 물이 뚝뚝 듣는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선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고, 이 노인, 천둥 소리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영신 : (한쪽에 있는 수건으로 물기 닦으며, 봄인 줄 알고 명랑하게) .....우리 딸, 화 좀 풀렸어?........
엄마가 오다가 태창이 만났는데, 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구 싹싹 빌더라......인간성 좋은 니가 한번만 봐줘라야........
봐 줄수 있지? 우리 봄? (서랍장에서 갈아 입을 겉옷과 속옷 꺼내며)....용주 할머니두 많이 안 다치셨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구.....
이노인 : (영신이 안 보는 동안 고개 삐죽 내밀다가.....천둥 소리 다시 쾅!하고 들리자 그대로 이불 다시 뒤집어 쓰고
벌벌 떠는)
영신 : 엄마! 샤워하구 올께.......샤워 다하구 떡볶이 해 먹자. (방문 열고 나간다. 방문 닫고)
이노인 : (여전히 이불 뒤집어 쓴 채)
잠시 후, 문 열리고, 영신, 다시 들어온다.
영신 : (의아한 표정으로 이불 쪽 보다가.....) 할아버진 어디가셨어? (하더니 이불을 확 걷어서 본다)
이노인 : (겁에 잔뜩 질려 있다)......언니야아.....
영신 : 할아버지!!!!
이노인 : 언니야......무서워.....
영신 : (기가 막힌) ......봄이는요? 봄이는 어디 갔어요?!!
이노인 : 몰라.
영신 : (하얗게 질려) 어디 간다는 얘기 안했어요? 언제 나갔는데요?!!!
이노인 : (다시 쾅! 천둥이 치자.....얼른 이불 다시 뒤집어쓰는)
영신 : (날씨도 심상찮은데.......어딜 간거야? 안색 창백해져 뛰어 나가는)
S#26. #영신 마당
영신, 마당으로 내려서 우산 쓰고 빗길을 뛰어 나간다.
영신 : 봄아아..........봄아아...........
천둥 소리, 다시 쾅! 울리고.
S#27. #기서방
기서, 천둥 소리가 무서워 인상 팍 쓰고 이어폰 꽂고 있다.
“봄아........”애타게 부르는 영신의 목소리 듣지 못한다.
다시 번쩍 번개 치고.....천둥도 치지만.
기서, 이어폰을 꽂고 있어 듣지 못한다.
S#28. #석현 차안
천둥도 치고. 양동이로 들이 붓듯 비가 쏟아지고 있다.
석현, 물 한모금도 제대로 못 먹고 차에만 있었다. 기운이 쭉 빠진 듯 핼쓱하다.
석현, 오디오 볼륨을 크게 올리고......눈을 감는다. 온몸과 정신을 지배하는 무력감으로 거의 패닉 상태다.
영신(E) : 봄아! 봄아!!!
S#29. # 마을길
영신, 폭우와 강풍을 뚫고 미친 듯 봄이를 찾고 있다.
가래 들고 판초 뒤집어 쓰고 뛰어 가는 남자들에게 “우리 봄이 못 보셨어요?” 묻지만,
남자들, 고개 저으며 자기 갈 길을 바삐 가는.
강풍에 들고 있던 우산이 날아간다.
영신, 다시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열심히 애타게 봄이를 찾는다.
영신 : 봄아아.......이 보옴........봄아아아!!!
S#30. #기서방(저녁)
어느 새 어둑어둑해진 기서 방.
기서, 방 바닥에 누운 채 이어폰까지 꽂고 끼무룩 잠들어 있다.
다시 번개가 번쩍 치고, 천둥이 쾅 친다! 천둥 소리에 흠칫 잠에서 깨어나는 기서.
기서, 잠깐 멍한 표정이다가.......불을 켜고 얼굴을 쓴다.
기서 : 푸우우.........(한숨 내뱉다 배를 스윽 문지르며) 배 고파........(하다가 다시 쾅! 치는 천둥 소리에 움찔)
S#31. #영신 마당
기서, 마당으로 내려서 손으로 우산을 만들어 쓰고 영신 마루 앞으로 다가가......잠깐 망설이다.....영신을 부른다.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게 약간 의아하지만)
기서 : 아줌마......아줌마..........(하다가 대답이 없자) 봄! 이봄!! (역시 대답이 없다. 뭐야? 하며 방문을 두드리는데)
봄아! 이봄!!!
이노인(E) : 혀엉!! 혀어엉!!!
기서 : (흠칫)
S#32. #영신방
기서, 영신 방문을 열면, 캄캄한 방......이불을 뒤집어 쓴 이 노인의 실루엣만 보인다.
기서, 방 안의 불을 켠다.
이불을 뒤집어 쓴 이 노인, 무서움에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천진한 표정으로 기서를 보고 있다.
기서 :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할아버지........
이노인 : (반가와서) 혀엉.......
기서 : 봄이랑 봄이 엄만 어디 갔어요?
이노인 : (고개 저으며) 몰라요........
기서 : (어디 갔지? 어리둥절한데)
이노인 : 배고파요, 형! 밥 주세요!!
S#33. #마을 길
여전히 폭우 퍼붓고 있고.....
영신, 탈진할 듯한 표정으로 봄이를 애타게 찾고 있다.
영신 : 봄아.......어딨어?........이 봄........봄아아!! (하는데)
지선(E) : 아줌마아!!
영신 :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지선 :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저 편에서 달려온다. 비 그대로 흠뻑 맞은 채) 아줌마아.
영신 : 지선아.....
지선 : (울먹이며) 봄이랑......보람이랑......새끼 고양이랑..... 흙이 무너져 갖구 방공호에 갇혔어요오오.
영신 : (당황하며) 뭐?........어디?
S#34. #마을 중턱 방공호
폭우는 여전히 퍼붓고 있고.
영신, 방공호 쪽으로 달려간다.
갓등 불빛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방공호 위에 커다란 널빤지 덮여 있고, 토사가 쌓이고 있다.
하얗게 질린 영신, 방공호쪽으로 뛰어와 무릎 굽히고 방공호 쪽에다 대고 소리치는.
영신 : 봄아.....이 봄!!.......봄아!!......거기 있어?!!
봄(E) : (방공호 밑에서 들리는) 엄마아아......(보람이의 울음 소리도 같이 들리고)
영신 : (눈물 그렁해지며) 그래, 엄마야.......엄마 여깄어....... 괜찮아? 우리 딸?... 안 다쳤어?!!
봄(E) : 안 다쳤어.......괜찮아...... 근데 엄마, 보람이가 울어.
영신 : 그래......금방 꺼내 주께......엄마가 금방 꺼내 주께.......
(널빤지를 끝을 들어올려-널빤지를 치우면 아이들에게 토사가 흘러 들어갈까봐-
그 사이로 몸을 집어 넣고, 팔 하나를 방공호 쪽으로 내밀고) 자! 엄마 손 잡아! 봄아!!
봄(E) : 엄마......보람이 먼저!!
영신 : 봄아아......(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석현모의 말)
석현모(E) : 힘든 세상 태나서 고통만 주구 보낼 걸 왜 낳았냐구, 니 맘대루!!
영신 : (눈빛 짧게 흔들리며) 봄아아......넌 아프잖아, 지금.... 넌 다치면 안돼......
너 먼저 나오면 보람이두 금방 꺼내 주께, 엄마가......자! 엄마 손 잡아!!
봄(E) : 싫어. 보람이부터 꺼내 줘. 보람이 운다 말야. (보람이 울음 소리도 함께 들리고)
영신 : (봄이보다 마음 씀이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눈물 그렁해지며) 그래.....보람이부터 나와......엄마가 잘못 생각했다......
봄아! 니가 보람이 허리 잡구 좀 들어 올려줘어......하나! 둘! 셋!!
이때, 번쩍 번개가 치고, 한 켠에 서 있던 나뭇가지가 몹시 위험하게 툭 부러지는데...
S#35. # 영신방
빗소리, 바람 소리 여전히 무섭게 들리고.
기서, 소꿉 놀이 밥상 위에 라면 끓여 놓았다.
이노인은 열심히 먹고 있지만, 기서는 걱정으로 제대로 뜨지 못한다.
기서 : (심난한) 어디 간거예요? 둘 다? 이런 날씨에?!!
이노인 : 몰라요..(고개 저으며 라면만 먹는)
기서 : 라면 드시구 계세요....가서 한번 찾아 보구 올께요. (일어서는데)
이노인 : (얼른 포크 놓고 기서 다리 잡으며) 안돼요. 가지 마세요, 형......무서워요.
기서 : 천둥 벼락이 뭐가 무서워요? 할아버지 사나이 대장부잖아요...(하는데 쿵! 천둥이 치자 움찔하는 표정)
이노인 : 가지 마세요, 형......가지 마세요.
기서 : (할 수 없이 앉지만 심난한)
이노인 : 고맙습니다. 형.....(꾸벅 인사하고 라면을 먹는)
기서 : (갑갑하게 보며)...고맙습니다.......시도 때도 없이 고맙습니다......원수를 향해서도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딴 식으루 손녀들을 가르치니까 맨날 그렇게 등신 짓이나 하구.....밟히기나 하구......무시나 당하구....
이노인 : (스윽 보는)
기서 : ......밟혔으면 밟힌 만큼 갚아주고 당했으면 당한 만큼 갚아 주라구 가르쳤어야지, 할아버지!......
그딴 마인드로 어떻게 살아요?이 드런 세상을?.......(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아름다운 세상?........개뼉다구라 그래.
이노인 : 네! 형은 개 뼉다구예요.
기서 : 내가 개 뼉다구가 아니구요. 세상이 (하는데)
이노인 : 형이 개 뼉다구니깐요, 세상이 개 뼉다구예요. 바보 똥개야.
기서 : (흠칫 눈빛이 흔들린다....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
이노인 : 형.....초코파이 줄까요?
기서 : (도저히 안되겠다. 벌떡 일어난다) 아무래두 뭔가 일이 생긴 거 같애요......두 사람 찾아 보고 올테니까
이 방에 꼼짝 말구 계세요.....(방문 열고 나가려는데)
이때, 기서의 핸드폰 울린다. 기서, 발신자 확인하면 종수다.
기서 : (받으며) 네. 오 선생........(당황하며) 네에?!!........ (하얗게 질려) 봄이 엄마가.......어떻게 됐다구요?!!
S#36. #보건소 마당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마당.
기서의 차, 급하게 거칠게 와서 선다.
운전석의 기서, 긴급 상황인 듯 몹시 당황하고 차갑게 굳었다.
S#37. #보건소 진료실 밖 한켠
눈물이 그렁해서 새파랗게 언 봄이, 모자를 뒤집어 쓴채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옷과 얼굴에 진흙과 빗물이 엉망으로 묻었다. 이불로 온 몸을 감싸고 있다.
진료실 쪽을 걱정스럽게 보지만, 가보지는 못한다. (소란이 주의를 주었다)
봄이, 얼굴을 쪼그린 무릎에 푹 묻는데.
이때, 안으로 들어서던 기서, 봄이를 황망한 표정으로 본다.
기서 : ......봄아......
봄 : (그대로 못 듣고 얼굴을 무릎에 묻은)
기서 : 이 봄!!
봄 : (그제야 고개를 든다. 반가와서) 아저씨이......
기서 : (마음이 아프다)
봄 : (바들바들 떨며) 엄마가........나하구 보람이 하구 구해 줄래다가........보람이두 구해주구.....나두 구해줬는데........
엄마는.....우리 엄마는.........(하다가 와앙 울음을 터뜨린다)
기서 : (봄이를 꼭 끌어 안아 주며) 괜찮아. 아저씨가 왔잖아. 그래서.....수호 천사 1호!
봄 : 엄마아아아.......(하며 우는데)
기서 : (봄이를 다독이며.....걱정스러운 표정) 천사는 비랑 천둥 같은 거 안 무서워하니깐 ....아저씨 차에 가 있을래?
따뜻하게 히터도 켜놨는데.....
S#38. #보건소 진료실 안
영신, 의식을 잃고 베드 위에 누워 있다.
가슴 부위가 피로 흥건하게 젖었고, 계속 피가 철철 흘러 나오고 있다.
소란, 경악 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 앉아 있고.
종수, 패닉 상태에 빠져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피를 보고 예전처럼 다시 토할 듯한 표정 지으며.
기서, 진료실 안으로 들어서다가 영신을 발견하고, 창백하게 굳는다.
아까 영신에게 내뱉었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이렇게 될지 모르고.
기서(E) : 알았어요. 그 집 일에서 신경 끊어요, 앞으룬.......그 쪽이 내 눈 앞에서 죽어 나가두 눈 하나 깜짝 안할테니까......
기서 : (자책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는)
종수 : 어.....어뜩해요.......푸...풍랑 때문에 배..배도 못 뜨구 헤...헬기도 못 뜬다는데........
기서 : (천천히 영신 앞으로 다가온다)
종수 : (울 듯이 하며) 보건소라서 의...의료 기구도 제대로 없는데에.........출혈이 저렇게 심한데.......
기서 : (시선은 영신에게 준 채.........침착해지려 애쓰며) suture set!!
소란 : (멍하니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기서 : (버럭) suture set!!
소란 : 네?.......예.............(하며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하며 suture set을 기서 앞으로 가져온다)
기서 : (떨리는 손으로 영신의 옷 단추를 푼다)
글러브를 낀 기서, 영신의 상처 부위(오른쪽 옆구리)를 물로 씻어내고 베타딘으로 소독한다.
역시 글러브 낀 종수, 방포(녹색으로 된 큰 사각형 모양의 천-종이나 인조 섬유 재질이 아닌-)를 기서에게 건네면.
기서, 방포를 받아 상처 부위를 뺀 나머지 부분을 한개씩 덮는다.
소란이 마취하는 약을 들어서 주면, 기서, 주사기로 마취할 준비를 한다.
약을 뽑아서 관을 집어 넣을 만한 위치를 찾아 마취를 한다.
종수, 옆에서 튜브를 준비하고 기서가 시술하는 것을 자세히 보면서,
기서의 명령에 따라 메스. 켈리, 튜브 순으로 전달한다.
(기서가 ‘메스’, ‘켈리’, ‘튜브’ 말하는 대로 전달하는)
기서, 상처 부위를 메스로 절개하고 켈리로 벌린 후 튜브를 집어 넣는다.
이후, 고정하기 위해 suture를 한다.
(수술 장면이 자세히 보여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기서와 영신의 감정 교류가 더 중요함)
종수 :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intercostal artery (주; 인터코스탈 아테리-갈비뼈 사이 동맥)를 손상시킨 거 아닌가요?
기서 : (긴장되고 굳은 표정으로....고개 끄덕이는)
종수 : (맞았다......살짝 스스로가 대견한 표정 짓는)
기서 : (넓힌 구멍으로 tube를 집어 넣자 피가 관을 타고 나온다)
종수 : (관이 들어간 부위에 거즈와 테이프를 붙이는)
소란 : (피가 나오는 관을 통에 연결하며 -피를 모으는 통은 자문의께서 준비하실 겁니다-)
......어..어떡해.....저...저 피.....피좀 봐.
기서 : (굳은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다)
종수 : (피 나오는 것을 보면서) 벌써 1L가 넘어요.........지혈이 안되면 낭팬데......
(겁에 질려) 수술 도구도 제대루 없는데에.......
기서 : (자기도 두렵지만 소란 보며) 당장 피를 좀 구해야 될거 같은데.......봄이 엄마 혈액형이 뭐예요?
S#39. #마을 전경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부는.
나무에 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소란(E) : 푸른도 주민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다시 한번 긴급하게 알려드립니다.
S#40. #영신 방 앞
자물쇠로 채워진 영신방.
소란(E) : 보건소에서 지금 급하게 혈액을 구하고 있습니다.
S#41. #영신 방안
이노인, 이불 뒤집어 쓰고 눈만 빼꼼 내민 채 텔레비전 트로트 프로 보고 있다.
소란(E) : B형 혈액을 가지신 분들은 지금 급히 보건소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S#42. #보건소 마당
기서 차 뒷자리에 봄이, 이불을 돌돌 감고 잠들어 있다.
소란(E) : (울먹하며) 지금 피가 없어 사람이 죽을 지도 모릅니다.
S#43. #마을 길 한켠 (석현 차 있는 곳)
석현, 자포자기한 사람처럼......몹시 지치고 기운 없어 보이는.......아사할 것 같은 표정으로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 있다.
(실내등이 켜져 있는)
소란(E) : 여러분의 따뜻한 온정이 필요합니다. B형 혈액을 가지신 분은 지금 당장 보건소로 와 주십시오.
석현 : (다시 천천히 눈을 감는)
S#44. # 보람부모 방안
보람모, 보람을 꼭 끌어 안고 있다. 영신에 대한 부채감이 있다.
보람부, 찜찜하고 심난한 표정으로 방송을 듣고 있다.
소란(E) : (울먹이는) 사람이......봄이 엄마가 지금.......혈액이 없어 죽을 지도 모릅니다.
폭풍우 때문에 육지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 제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보람 : (울먹이며) 봄이 엄마가......봄이 보다 나를 먼저 꺼내줬어.......
봄이가 자기는 괜찮으니까 나보구 너 먼저 나가라 그랬어.
보람모 : (괜히 화를 내며) 알았어. 고만해. 그 소리 백번도 더 들었잖아. 아까 부터.
보람부 : (보람모를 스윽 보며) 당신, 혈액형이 뭐야? B형 아냐?
보람모 : (뜨끔!) 당신하구 똑 같이 AB형이잖아요.
S#45. #석현모방
석현모, 심난한 표정으로 붕대를 머리에 감고 누워 있다.
한 손으로는 염주를 계속 돌리며.....손 끝이 바들바들 떨린다.
심심, 옆에서 걸레로 방을 훔치고 있다.
심심 : 쯧쯧쯧......봄이 엄마두 참 .........안 그래두 에이즈 땜에 옆에 가는 것도 끔찍해 하는데 사람들이.......
누가 수혈을 해 주겠냐구? 머리에 총 맞았냐구?
석현모 : (생각에 잠겨 있는)
심심 : 영신이한테 수혈하겠다는 인간 있음 내가 표창장 준다. 표창장.
석현모 : (툭) 그 표창장 니가 받어, 그럼!!
심심 : 네?
석현모 : (일어나 앉으며) 너 B형이잖아. 가서 수혈해주구 와. 내가 표창장 주께.
심심 : 고모!!!!
석현모 : 산 목숨은 살리구 봐야 할 거 아냐.......갔다 와. 표창장에다 내가 10만원 얹어주께........좋다! 20만원!!
심심 : 고모가 가요, 그럼! 고모도 B형이잖아. 용주도 B형! 석현이도 B형!!!
석현모 : 짱뚱어 개춤추는 소리 하구 자빠졌네......우리 식구들은 죄다 A형이야!! A형!!
S#46. #보건소
영신의 몸에서 빠져 나온 피가 관을 통해 통에 가득 담기고 있다.
기서, 싸늘하게 굳어 창백해져 있다.
한쪽에선 소란, 성규의 혈액을 채혈하고 있다. “여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목이 메어서 말을 잇지 못하면,
성규, 따뜻하게 웃으며 소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소란 : (서운해서) 그렇게 목이 터져라 방송을 했는데, 어떻게 한 명도 안 오냐?
종수 : (통에 담겨진 피의 양을 보며 새파랗게 질려) 벌써 2L예요.......이러다간 진짜 죽겠어요.....
(울 듯한 표정으로 기서 보며) 이...일단 tube를 clamp (주; 클램프-관을 집어서 막는 행위)해야 하는 거 아니예요?
기서 : (있는 힘을 다해 의연해지려 하며 고개 저으며) 지금 clamp하면
hemothorax(주;헤모쏘락스-혈흉, 흉강에 혈액이 고인 것)로
tension(주; 텐젼- 흉곽내 압력으로 순환 장애가 발생하는 것) 이 걸려 바로 arrest 날거야.
종수 : 근데, 이래 가지군 헌혈자 한 두명으론 어림도 없겠는데요? (걱정스럽게 성규쪽을 보는)
기서 : (걱정스럽게 영신을 지켜보다가 소란에게) 마을 주민들 중에 B형 가진 사람들 명단 좀 뽑아줘요.
소란 : (성규에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라고 말해주고 기서 쪽으로 오며) B형 가진 사람들요?
기서 : 일대일로 직접 설득하는 수 밖에 없어요. (겉옷을 챙겨 입는다)
종수 : 같이 가시죠. 여기 지리도 잘 모르실텐데.
기서 : (소란에게) 일단 헌혈한 혈액, 빨리 달아 주시구,
normal saline (주; 노말 샐라인-수액의 일종. 피가 없을때 대용으로 사용함.) 이라두 자주 많이 주세요.
(영신에게 걱정스런 시선 주며) pulse rate 확인 자주 해주구......이상 있으면 바루 핸드폰 해주구...
(영신을 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신 : (점점 하얗게 창백해져 가는)
S#47. #보건소 앞
여전히 거센 비와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기서, 운전석에 올랐다.....문득 뒤를 돌아본다.
뒷자리에 담요 덮고 잠든 봄이를 가슴 아프게 보는.
S#48. #마을
기서, 한 집의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종수, 옆에서 같이 걱정스럽게 서 있고.
기서 : 문 좀 열어주세요.....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종수 : 주희 어머니.......저 보건소 오 선생입니다......봄이 엄마가 혈액이 없어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헌혈 좀 해주세요, 네?.........물론 강요하는 건 아니구요......같은 이웃 사촌끼리......헌혈 좀 부탁 드립니다.
집 안에서 전혀 반응이 없다.
기서, 다시 다른 집 문을 두드린다. (불 켜져 있는)
기서 : 도와 주세요.........헌혈 좀 부탁드립니다.....헌혈은 전혀 위험한 게 아니예요......부탁 드립니다. 제발 부탁 드립니다.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꺼져 버린다. 젠장하는 표정으로 대문을 걷어차려다.....그만 두고)
기서와 종수, 주소를 보고 찾아 다니며 대문을 두드려 보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S#49. #보건소
혈액 팩이 주사되고 있지만, 영신 얼굴의 핏기는 점점 가시고 있다.
소란, 걱정스런 표정으로 normal saline을 다시 주사 한다.
S#50. # 마을
천둥이 다시 치고, 폭우가 쏟아진다. 바람도 점점 더 거세진다.
기서, 주소 보고 한 집 앞에 와 서며.....대문을 두드리려다 멈칫 손을 멈춘다.
두드려 보나 마나다. 또 거절일 것다....저도 모르게 암담한 표정이 지어지는데.
이때, 누군가의 손이 대문을 두드린다.
박씨(E) : 민구야아! 민구야아아....문 좀 열어봐아.......
기서, 흠칫해서 고개 돌려보면, 판초를 입은 박씨, 옆에 서 있다.
기서 : (당혹스런 표정으로 박씨를 보는데)
박씨 : 이 자식요.....나랑 40년 지기 친군데......헌혈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구 헌혈 광신도예요.
헌혈 증서가 10개두 넘어요, 이 자식.
기서 : (마음 한 켠이 싸아해 온다)
박씨 : 이 자식이 다행히 B형이거든요. 걱정 마세요. 이 자식이라면 두 말 않구 해줄 거예요......
(뻐기듯 다시 문을 힘껏 두드리며) 민구야!! 나다! 택동이!! 문 좀 열어 봐!!
기서 : ..........(희망이 생기는)
박씨 : (문을 두드리다 말고 아차 하며 멈춘다) 참....내 정신좀 봐.
기서 : (무슨 일인가......)
박씨 : 모친이 팔순이라구 경주에 여행 모시고 갔는데......내일 쯤 온다구 했는데......
기서 : (다시 암담해진다)
박씨 : 아, 짜식은 꼭 이 중요한 순간에.......아우, 진짜.....(하며 대문을 뻥 걷어찬다)
난 왜 하필 A형인거야? 이 중요한 순간에?!!
기서 : (괴롭게 얼굴을 쓰는)
종수 : (기서쪽으로 뛰어 온다.)
기서 : (보는)
종수 : (암담하게 고개 젓고).....이제 마지막으루 딱 한 집이 남긴 했는데......(기대도 안 한다는 표정)
기서 : (보는)
S#51. #보건소
소란, 영신을 지키고 있다.....영신의 안색 점점 더 창백해져 간다.
성규가 헌혈한 피로 수혈을 하고 있긴 하지만, 튜브를 통해 흘러 나오는 피도 역시 상당하다.
소란, 초조한 표정으로 다시 normal saline 주사하며......어쩔 줄을 몰라하는.
S#52. #석현집 대문 앞
비와 바람은 계속 되고.
기서와 종수, 석현 집 앞으로 와서 선다.
기서, 이 집이었어?......하는 표정......얼굴에 암담함이 스치고.
종수 : 포기하구...... 돌아가는 게 낫겠죠?
기서 : (멀건이 석현집 쪽을 보는)
종수 : 삶은 감자에서 싹이 나는 게 훨씬 쉽지.......가시죠.
기서 : 마지막......집이라면서요?
종수 : 용주 할머닌 첨 부터 기대두 안했구......강 심심씨라구 이 집 일두 봐주구 하는 용주할머니 먼 친척 조카가 있는데
그 분이 B형이더라구요..
기서 : .......
종수 : 근데, 뭐 그 나물에 그 밥 아니겠어요? 괜히 힘만 빠져요. 차라리 갔던 데 한번만 더 돌자구요. (하는데)
기서 : (불쑥 가서 초인종을 누른다)
종수 : ........(당혹스럽게 보는)
S#53. #석현모 거실
심심, 인터폰 받고 있고.
석현모, 한쪽 소파에 편한 자세로 기대 앉아 텔레비전 보고 있다.
텔레비전은 건성으로 보며 심심의 통화에 신경 쓰고 있는.
심심 : 아, 글쎄.....전 A형이라니까요.......지난 번에 검사한 거 잘못된 거래요.
육지 병원에서 다시 하니까 A형이었어요........글쎄, 저두 도와 드리구 싶은데요......어떡해요? 피가 다른 걸.......
죄송합니다. (탁 인터폰 끊어 버린다) 아, 진짜 왜 찾아와서까지 난리야? 끔찍하게 피를 어떻게 뽑아?
(하다가 흠칫 의아한 표정이 된다)
석현모 : (심심을 향해 반지를 보란 듯이 들어 보이고 있다. 커다란 알맹이의 보석 반지다.)
S#54. #석현집 대문 앞
기서와 종수, 패닉 상태에 빠진 듯 멍하니 서 있다. 이정도로 냉담할 줄 몰랐다.
종수 : ......다시 한번만 더 돌죠. 그새 맘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니까.
기서 : (착잡한 표정......고개 끄덕이는)
종수 : 내일 아침 되면 날씨가 좋아진다던데......낼 아침까지만 버텨주면 되는데......무리겠죠?
기서 : 참.....좋은 사람인가 봐, 오 선생.....이 빗속에 이렇게까지 발 벗고 나서서..........
종수 : 민 준호 교수님한테 배웠습니다.
기서 : (흠칫 보는)
종수 : 선생님 아버지......민 준호 교수님께서 그렇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병을 보지 말구 사람을 먼저 보라구....
기서 : (가슴 한켠이 울컥하는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이때, 석현집 앞으로 석현의 차가 와서 멎는다.
기서와 종수, 차 안이 잘 보이지 않아 누군가? 의아한 표정 짓는데.
운전석 문 열리고, 초췌한 석현, 내려선다.
기서 : (흠칫......여긴 웬일인가......당혹스럽게 보는데)
석현 : (역시 기서 보고 당황하고)
종수 : 지금 서울에서 오시는 길이예요? 배두 안 뜰텐데, 지금.....어제 오셨구나아.....
석현 : (대꾸 않고 기서에게만 의아한 시선 주고 있는데)
종수 : (무안해서 기서 보며) 빨리 움직이시죠! 일 분 일초가 급한데....
기서 : (종수와 함께 석현을 스쳐서 지나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석현을 돌아보며 다짜고짜) 혹시....... B형이예요?
S#55. # 보건소 진료실 안
석현,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영신 옆을 지키고 있던 소란, “석현아! ”부르고.
점점 패닉 상태로 빠지고 있는 영신을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보는 석현,
충격 받은 표정으로 영신 앞으로 털레털레 걸어온다.
석현 : (눈빛이 충혈되어.....곧 자기도 쓰러질 것 같다.) 영신아.....
영신 : (그대로 의식 잃은 채.....점점 핏기 없어져 가는)
기서 : (온 몸이 비로 젖은 채 들어와 선다......석현과 영신의 모습을 착잡하게 보는)
초췌한 석현, 한 켠에서 헌혈하며 영신을 애틋하게 응시하고 있다. 소란이 채혈중이다.
기서, 젖은 옷을 채 갈아 입지도 못한 채 영신의 팔에 주사를 놓고 있다. 싸늘하게 굳은 채 절망하지 않으려 애쓰는.
(영신의 몸에는 세 군데 정도 주사가 놓여 있고, 링겔과 피가 걸려 있다.)
종수 : (역시 젖은 옷 그대로 피가 모여 있는 통을 절망적으로 보고 있다) 벌써 피가 절반을 빠져 나갔겠다........
(절망적으로) 버틸수 있을까요? 봄이 엄마?.....가망 없는 거 아니예요?
기서 : (꾹 입 다물고....무너지지 않으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석현 : (영신을 바라보는 눈가가 충혈 되는)
소란 :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견디고 있다)
종수 : (혈압 재며 울먹이는) 봄이를 봐서라두 힘 내요....내일 아침까지만 제발 힘 좀 내요, 봄이 엄마......
죽으면 안돼요...... (하다가 표정이 창백해진다) 혀...혈압이.....80/50 pulse rate 150이예요!!!
기서 : (그 말에 당황하며 주사 놓은 부분에 석현이 헌혈한 피를 가져다 달며 손으로 백을 짜준다)
석현 : (창백하게 표정 굳어 영신을 지켜보는)
종수 : (바들바들 떨며 다른 수액을 짜주는...긴박함이 흐르는)
소란 : (결국 참았던 울음이 터진다) 안돼....영신아.....이대론 못 보내.....봄이랑 할아버지 두구 니가 어딜 가!.......
절대 못 가, 이 영신!!!
종수 : (혈압을 다시 재보며 자기도 울 듯이 절망스럽게 고개를 젓고)
석현 : (쿵! 하는 표정)
기서 : 박 간호사님!! (소란에게 백을 짜라고 눈짓 주고...자기는 다시 혈압을 잰다)
소란 : (달달 떨며 와서 혈액 백을 짜 주고)
기서 : (혈압을 재며 창백하게 굳어 있는....얼마간의 긴장감 흐르다.......안도하는....곧 주저 앉을 것 같은 표정)
종수 : (보며) 혀....혈압이 다시 올랐다........100/80이야.
(소란과 함께 안도하지만, 그래도 다시 상황이 어찌될지 몰라 걱정스러운데)
석현 : (여전히 표정 굳은 채)
기서, 영신을 보다가.......온 몸에 힘이 쫘악 빠져 나가는 듯 한쪽 구석으로 가 주저 앉는다.
잠깐 생각하던 기서, 핸드폰을 들어서.....힘겹게...... 핸드폰 번호를 누른 후, 귀에 다 댄다.
얼마간의 신호음 들리고, 딸깍 전화 받는 소리 들리는.
준호(F) : 여보세요.
기서 : ..........(입이 안 떨어진다)
준호(F) : 여보세요....여보세요.
기서 : .........(힘겹게 입을 달싹거리지만.....차마 말이 안 나온다...영신에게 시선주고 있는)
준호(F) : 여보세요. 말씀 하세요.
기서 : (무섭게 피가 고이고 있는 통에다 시선 주며)....기섭니다.
S#56. #서울 한적한 거리 (비가 내리고 있는)
준호의 택시, 비상등을 켜고 멎는다.
S#57. # 택시안
준호, 당혹스런 표정으로 이어폰 꽂고 있다. 아들에게서 4년만에 처음 걸려온 전화다.
준호 :(눈물이 그렁해져 어떤 말도 못하는. 시선은 차 한켠에 놓인 가족 사진에 간다.)
S#58. #보건소 진료실 안
기서, 피가 고이고 있는 통에만 시선을 주고 있다.
준호(F) : 그래, 민기서.......애비다.........잘.....지내구 있지?
기서 : (무슨 말인가 하려다....바로 사무부터 말하는) multile rib fracture(주; 멀티플 립 프랙쳐-다발성 갈비뼈 골절)로
frail chest가 되구, hemothorax가 있어 tube를 꽂았는데 bleeing(주;블리딩-출혈)이 멎지 않아요.
S#59. # 택시안
준호 : (눈물이 그렁해져 웃는다.....이런 질문 다시는 기서에게 들을 줄 몰랐다.....)
기서(F) : (버럭) 블리딩이 멎질 않는다구요!!!
준호 : (예전의 그 엄한 모습으로) 혈관을 묶어야지, 그럼!.......기초 적인 거 아니냐, 그건!!
기서(F) : 이미 해봤다구요, 그건!!
S#60. #보건소 진료실 안
기서 : (마치 어리광이라도 부리듯) 할 수가 없어요. 해두 안돼요.
여긴 빌어 먹을 섬마을 보건소지, 종합 병원이 아니라구요!!
S#61. #택시안
준호 : (기서의 어리광이 반갑다. 인자하게 웃으며) intercostal artery를 rib하구 같이 밖에서 묶었어?
S#62. #보건소 진료실 안
기서 : (당황해서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벌떡 일어서서 영신쪽으로 가서 상처 부위를 보는)
준호(F) : 혈관 시작 부위를 일단 묶어....골절된 부위보단 근위부를 묶으면 될거야.
기서 : (떨리는 손으로 영신의 부러진 갈비뼈를 따라 손으로 짚으며 등쪽으로 가며 여기쯤 될까 하고
한 지점 쯤에서 손을 멈춘다)
S#63. #택시 안
준호 : 거기 혈관은 갈비뼈 바로 밑에 있으니까 1-0(원 제로) nylon(나일론)으로 묶어.
S#64. #보건소 진료실 안
기서 : (핸드폰을 종수에게 주고 소란에게) 1-0(원 제로) nylon(나일론)!
소란 : (얼떨떨한 표정으로 얼른 찾아서 기서에게 가져다 준다)
기서 : (1-0 nylon으로 갈비뼈 밑으로 크게 떠서 실을 묶는다....그러자, 비로소 tube에서 나오는 피가 줄어든다)
석현 : (피가 고이는 통을 본다. 피가 멈추고 있다)
종수 : (흥분해서) 피가 멎구 있어요.
소란 : (안도하는)
기서 : (비로소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영신을 보다가 다시 종수의 손에 들린 핸드폰 받아 귀에 대고 밖으로 나오며)
......출혈이 멎어도 흉곽을 펴지 못하면 호흡 곤란으로 intubation해야 할지도 몰라요.
S#65. #택시안
준호 : towel clip으로 뼈를 잡아 밖으로 당겨서 고정해.......external fixation!
S#66. #진료실 밖
기서 : (먹먹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역시 아버지가 싶다.)
준호(F) : 이제 의사로써 니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그 다음은 신의 영역이야.
기서 : ..........
준호(F) : 여보세요......기서야!!
기서 : .......(저도 모르게) 고맙....습니다.
S#67. #택시안
준호 : (그 말이 먹먹하다)
기서(F) : 고맙습니다.
준호 : 나두....나두 고맙다.......민 기서........
S#68. #진료실 밖
기서, 핸드폰을 끊고 벽에 등을 댄다.....지겹고 긴 오랜 숙제를 마치고 난 기분이다.
시원하기도 하고, 허허롭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도 같고.
이때, 저 앞으로 두섭모, 두섭의 멱살을 끌고 온다.
두섭모 : 선생님! 이 놈도 B형이예요!! 똥둑간에 숨어 있는 걸 내가 잡아 왔어요.
두섭 : 아, 이것 좀 놔아.......나 할망구 아들 맞냐? 친 아들 맞어?!!......피 빼는 거 무섭단 말야, 씨이.
두섭모 : 너는 좀 빼줘두 돼, 이 눔아.......영신이 누나 봐라.
떡 세 쪽이 생기면 하나를 저 갖구 두 개를 우리한테 나눠 주던 거 잊었어?
두섭 : 에이즈는 그럼? 영신이 누나랑 봄이 옆에 잘못 갔다가....
두섭모 : (O.L.) 무식한 놈!! 영신이랑 봄이 땜에 니가 에이즈에 걸리면 우리 모텔 너 주께.
두섭 : 진짜야? 진짜 나 줘?
기서 : (피식 씁쓸하게 웃는다)
두섭모와 두섭 뒤로 들어오고 있는 심심의 모습 보인다.
심심, 석현모의 반지를 끼고 좋아라 헤헤 웃고 있다. (#53의 커다란 알맹이 반지)
S#69. #진료실
기서, 진료실 밖에 서서 진료실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두섭, 울듯한 표정으로 “이거 하면 초코파이랑 우유 줘요?” 철없는 질문하며 헌혈하고 있다.
소란이 채혈하고 있다. 두섭모, 옆에서 지키고 있고........
심심, 찜찜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다. 영신을 지키고 있는 석현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는.
서울에 있는 석현이가 대체 여긴 웬일이래?
종수, IV 라인에 항생제 놓고 있다.
석현, 심심의 송곳 같은 눈길은 아랑곳 않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영신만 바라보고 있다.
기서, 그런 석현과 영신을 보는데.....극도의 피로감이 엄습한다.
S#70. #보건소 마당/기서 차안
여전히 비는 억수 같이 퍼붓고 있다.
기서, 운전석에 오른다. 문득 아버지의 말을 다시 생각하는.
준호(F) : 이제 의사로써 니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그 다음은 신의 영역이야.
기서 : (차 시동을 건다)
S#71. #교회 앞
기서의 차, 와서 멎는다.
차 안의 기서, 멍한 표정으로 교회를 본다.
빗줄기는 여전히 세차게 쏟아지고.
S#72. #교회 안
문 열리고, 기서 안으로 들어선다.
교회 안, 촛불들이 소담스럽게 켜져 있다.
기서, 무표정한 얼굴로 십자가를 향해 걸어간다.
십자가를 멀건히 도전적으로 보다가........천천히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는다.
묵념하듯 고개를 숙이고.......눈을 감고......간절히 기도하는.......
시간 경과.
어둠이 걷히고, 창문을 통해 화사한 이른 아침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무섭던 빗소리도 완전히 그쳤다.
기서, 여전히 그 자세로 눈 감고 무릎 꿇고 앉아 있다.
영신(E) : (힘겹게) 아저씨이......아저씨이......
기서 : (그 말에 흠칫 눈을 뜨고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S#73. #보건소 안 (이른 아침)
베드에 누워 있던 영신, “아저씨.....아저씨......” 들릴듯 말듯 내뱉다가 천천히 눈을 뜬다.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 영신, 눈 앞에 있는 뭔가를 보고 당혹스런 표정이 된다.
눈 앞에 석현이 눈물이 그렁해서 영신을 지켜보고 있다.
석현 : .....잘......잤니?
영신 : (당혹스럽다)
석현 : (눈물이 흘러내린다.) 고맙다....살아 줘서....(몸을 숙여 영신의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영신 : (당황하다가......뭔가 발견하고 더욱 놀란 표정이 된다.)
진료실 안으로 초췌한 기서가 들어서고 있다.
기서, 영신에게 입맞춤하는 석현을 보며......기가 막힌 표정 되는.
ENDING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