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평생교육원에서 컴퓨터 무료 강의가 있어 6개월 정도 수업을 받았는데
자꾸 들으니 멀게만 들리던 꼬부랑 말이 제법 익숙해 졌다.
배우는 재미에 폭~ 빠저 옆 사람이 누구인지 관심 조차 없었는데
어느 날 말끔한 노 신사가 옆 자리에 앉으란다." 아니예요...저는 컴퓨터를 잘 못해서
잘 가르쳐주는 젊은 언니 옆자리를 맡아놨어요...." 예상치 못한 제의에 황당한 나는
손 사레를 저으며 사양을 했는데 "아~ 나도 잘 못해요...나이먹은 사람이 젊은 사람한테
자꾸 물어보면 속으로 싫어해요...노친네 끼리 서로 배워봅시다~그~려..아~앉아봐요...
짝지가 된 나는 오히려 물어보기 쑥스러워 우물 쭈물 하면 '영희씨 잘..돼요 ?라며 챙긴다
옆 자리에 앉은 이상 이판 사판 공사판이라는데, 아~휴~ 잘..모르겠어요...
내 엄살이 재미있는지... ㅋㅋㅋㅋ웃으며 우리는 자꾸 해봐야 늘어요. 젊을 때와 달라요..
그후 통성명을 해 보니 호는 석천이요 나이는 동갑이요, 생일은 나 보다 보름 정도 빨랐다.
한 두번 가까운 곳에서 식사도 하고 가족,일,경력등을 알고 나니 경계심도
풀리고 절친이 되었는데 마지막 수업 날 이메일 주소를 물어본다..
왜요?..그냥..요...흥!.. 그냥이라니...
어느 날 문자가 띵~똥 하고 온다...어..? 누구..지?..이메일 보냅니다. 함~열어보세요...
뭐~야...투덜대며 열어보니 와~~~그는 감성 풍부한 문학 소년이였다. ....
사람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이름만 들어도 즐거운 친구....
마음과 인품이 곱게 늙어 간다면...
올해의 끝 자락에서...
근하신년....
새해에는 이렇게 살게 하소서....
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습니다...
그대를 위한 기도....등.
영혼을 울리는 이브 몽땅의 "고엽", 김 진아의 " 나도 모르게"
J.aime 의 " 그대를 사랑해", Les Yeux Noirs 의 " 검은 눈동자"
이 동원의 "향수" 조 항조의 "정녕" 의 배경 음악을 쫙~~~깔고...
글에 걸맞는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내게 보내는 메일이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
헌데, 그는 자신의 글이 남에게 보여지면 너무 싫탄다.
까페나 블러그에 제발 올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하기에
왜? 냐고 물었더니 글쟁이는 고집에 살고 고집에 죽는단다
내 짐작엔 자신의 속내가 들킬까봐.ㅋㅋㅋ..그래서 인정하기로 했다.
글쓰는 재미로 사는 절친에게 나 또한 답신을 한다.
나는 문학 소녀는 아니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한 글 써서 답을 보내면
우~와..하고 놀랜다...왜요? 했더니 석류알 처럼 빨갛게 익은 알알의 글이
너무 감동이란다. 그 후로 나를 영희씨에서 귀하께서 라고 명칭을 바꾸고
글을 보낸다...귀하가 뭐예요...하던대로 하세요...라고 앙탈을 부렸다.
요즈음 나의 일상이 된 메일 교환이 삶에 촉진이 된다.
자꾸 메일을 확인하는 나는 글의 힘이 십전대보탕의 위력을 능가함을 느낀다.
"여자가 치매에 안 걸리고 100세까지 사는 습관"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치매에 거리지 않는 부부가 되기 위한 습관"이라는 소 제목에 이런 글이 있다.
요즈음 동호회 등에서 마음이 맞는 이성과 만날 기회가 자주 있다.
남편이 있어도 그룹 교재를 통해서 이성 친구와 대화를 즐기거나
술 한잔씩 하면서 인생을 좀 더 즐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어느 60대 여성이 웃으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오랜만에 예쁜 저녁노을을 보았던 날 남편에게, "저기 좀 봐요.하늘이 불타는 것처럼
예뻐요!" 라고 말했더니 " 그래서 어쩌라고 ? 하고 답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 동호회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음에 맞는 이성 멤버와 저녁노을을
바라본 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색체나 모네의 "황혼의 수련" 그림에 관한 이야기,
영화 (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에 대한 것 등 끊임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람은 이야깃거리가 다양하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말도 잘 들어줘요.
아무튼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대화가 즐거워요.결혼한 지 40년 되었는데 지금에서야
"나는 계속이런 대화에 굶주렸구나!"하고 절실히 깨닫고 있어요. 동호회에서 귀가할 때
만큼은서로 연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지 뭐예요."
그녀는 짧았던 머리를 길러서 부드럽게 컬을 넣고 "마리로랑생'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옷을 골라 입었다. " 그 사람"이 칭찬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아내의 변화를 눈치 챈 남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갑자기 웬 케이크를 다 사주더라고요. 선물 같은 건 몇 십 년 만이라 놀랐어요.
70대 남편이 동창회에서 50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해서 휴대 전화로 가끔 즐겁게 이야기하게 되자
질투가 난 동갑내기 아내가 흰머리를 염색하고 화장도 살짝 하기 시작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부부가 각자 다른 이성과 연인이 된 듯한 기분을 즐기고 젊게 대화를 나누면
부부 관계도 새로워진다. 만약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또 어쩌겠는가?
"사랑하라.인생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조르주 상드가 말했다.
102 P~103 P에서 옮긴 글입니다.
핵심 여러분 ! 내가 제목에 "요즈음 살맛이 난다"라는 글이 이해가 되나요?
내 나이가 되다보니 떠오르는 태양보다 붉게 물든 석양이 더 아름다워 보여요.
핸섬한 젊은 이 보다 중후한 중년이 더 멋져보여요.
젊은 땐 검은 색의 슈트를 즐겨 입었는데 화려한 칼라풀이 눈에 들어와요.
내 딸이 하는 말 ..엄마 나이에 걸맞는 옷좀 입고 다녀...레깅스가 뭐야...
야~야~야~이 개나리같은 딸아~야..너는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다..ㅆ ㅆ ㅆ
그래요... 나도 우리 친정 어머니께서 일찍 혼자 되셔서 우리 6남매 기르실 때
어머니는 하루 종일 죽어라 힘들게 일하셔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달아빠지고 발 뒷굼치 갈라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첫 새벽 가마솥에 물 뎁혀서 따듯하게 세수하면 엄마는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도시락 싸고 나면 솥에 붙은 누룽지가 고작 인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뎅이 남겨둔 것 짠지에 비벼주면 엄마는 배 부른 줄 알고 우리만 실컷 먹었습니다.
방방이 연탄불 갈고 나면 새벽녘에 쪽잠 주무시는 우리 엄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
김장하고 매운 손이 아리고 쓰려 밤새 호호 불어도 엄마는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100살을 먹어도 엄마도 여자인 줄 알게된 난...너무나 불효한 여식임을 이제 알았습니다.
엄마처럼 살라시면 난 절대로 못살것 같은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세상 살기 좋아졌다고 부모님 은혜 잊어버리지 말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나..너무 말과 글이 장황하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그래서 끝내겠습니다.
2014년 1월 21일 12 : 20. 朴 妙喜
첫댓글 글의 받침이 빠진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ㅎㅎ
정말 조으시겠다요~~
부럽습니다~~
집 사람 모르게 함 해보실래요? ㅋㅋㅋ
집사람과 연애는 지금 현재 진행형이라서..ㅋㅋㅋ
@이계선 엄청 경처가시내...ㅎㅎㅎ
구구절절한 사연 감동입니다.문학소녀 맞고요^^
사연 많은 흰머리 소녀죠....ㅋㅋㅋ
폭풍감동입니다... 수필가 등단이요...
천상 책 한권 내야겠네....
독자층이 다양하네ㅎㅎㅎ
요즘 살맛 나시겠습니다..나도 그런 살 맛 함 느껴보고 싶네요...
일단 담배부터 끊고~~
안되요...
안은미샘 한테 혼나요...ㅎㅎㅎ
소녀감성 박영희 강사님!!~~ㅋㅋ
순수하게 봐줘용...^^
너~~~~무 순수해영
강사님...아~ 뭐라고 해야 할까요??
글이 읽을수록 빠져들구요..시큼했다가 구수했다가..들어다 났다..거의 요물 수준이에요..ㅎㅎㅎ
결혼을 함과 동시에,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서만 살기를 우리사회는 원하는것 같아요.
좋은 이성친구(?) 너무 너무 부러워요...
현재를 즐겨라^^* 소녀가 된 듯한 기분 맘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ㅋㅋㅋ공개하지 말라고 했는디...
궁금합니다
필친구분
문학소년이란 말 오랜만에듣습니다
이런 로맨틱 분이 계시는구나 ^^
모른척하세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