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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소프라노의 조수미, 육상황제 우사인 볼트, 컴퓨터의 빌게이츠 처럼 어렸을 적부터 재능을 찾아 매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부럽기도 하다.
내 필생의 과업은 무엇일까?
나는 고스톱을 좋아하고, 리니지를 좋아해서 24시간 멈추지 않고 컴퓨터앞에 앉을 수 있고 클럽에서 이성과 춤추는 거 좋아하는데 내 열정을 찾은 것 아닌가요 라고 묻는다면?
여기서 열정과 쾌락의 구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그 실체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가 살아왔던 사실을 되돌아보면 어쩌면 이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대략 20년간 제도권 내에서의 생활에 오래도록 길들여져 왔다.
한정된 동선(학교, 집, 동네)과
교육(국, 영, 수),
인맥(친구, 친척, 선생)속에 접할 수 있는 체험은 한정적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무리다.
운이 좋아 은사를 만나거나 훌륭한 부모를 만나거나 영감을 주는 친구를 만나 자신의 길을 찾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여기서 바로 "노동의 가치"가 탄생한다.
노동의 경험은 나의 정해진 동선을 넓혀주고, 다양한 만남을 제공한다. 거기에 더해 진실한 삶의 체험 현장을 통해
나를 깨우쳐 주고 더욱 성숙하게 해주고 부단히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거기에 더해 용돈까지ㅋ
무엇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처절하게 알려준다는데 그 참된 의의가 있다.
나는 그래서 알바를 예찬한다. 특히 십대 후반 20대 초반 동생들에게!
그렇다면 먼저 나는 지금까지 어떤 삶의 체험을 해왔는가?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얘기하겠다.
● 나의 첫 알바
비교적 일찍시작했다. 서울 근교의 신도시에 살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돈을 벌고 싶어하는 친구가 나에게 명함알바를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다. 난 그 나이에 돈을 쓸 일이 없었지만 호기심에 무작정 따라갔다. 방과 후, 2~3시간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부동산 명함을 집집마다 꽂아넣었다. 명함 뭉테기를 들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어른이 되기 전 일을 하는 나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하며 열심히했다. 그러나 경비아저씨를 따돌리는게 참 고역이었다. 포복자세로 몰래 기어가기도 하고 태연한 척 사는 것 마냥 연기를 하기도 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간다고 하다 걸려 복도에서 배를 얻어맞는 적도 있었다.
명함 한 장에 10원, 500장 즉 500세대를 돌려야 5천원을 줬다. 중개소는 매일 명함을 돌릴 필요가 없어, 우리는 중개소마다 찾아다니면서 "혹시 명함 안돌리세요?"라고 물어봐야 했다. 안돌린다고 하면 잘할테니까 믿고 맡겨주세요, 한 번만 기회 주세요, 문제집살 돈이 필요해요~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졸랐다. 이때 뻔뻔함과 함께 머리들이밀기를 배웠다.
그리고 얼마 후, 피자 전단지로 갈아탔는데 이유는 돈을 2배로 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틀동안 일하면 삼만원을 받았다. 그 뿌듯함도 잠시, 돈을 받자마자 같이 일하던 친구가 형의 생일 선물을 사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 형제간의 우애를 높이사 빌려주었다. 돌려받지 못했다. 영특한 놈~! 이 자식은 돈을 어떻게하면 빌릴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놈이었다.
그 녀석의 돈 빌리는 전략
(1) 빼도 박도 못한다.
우리는 같이 일하고 함께 돈을 받았다. 그러므로 내가 돈을 받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그 순간, 돈을 빌려달라 하면 난 돈이 없다는 핑계를 될 수가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누구에게라도 내 연봉이 얼마인지, 월급날이 언제인지, 저번주에 보너스를 받았는지 알리는 순간, 야수들의 표적이 된다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아무도 모를까?
직장동료는 알 것이다.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
(반대로 돈이 필요하다면 상대의 그 날을 노려라!)
(2)핑계를 된다.
사람들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땐, 그냥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꼭 뭔가 이야기를 만든다. 부모님의 간병비, 자녀의 교육비, 집값 하락에 의한 대출상환이 힘들다며 우리의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어떤 부탁을 할 땐 단순한 부탁보다는 이유+부탁 을 하는 게 더 잘 먹히고 거절하기가 어렵다. 친구가 형의 선물을 명분 삼았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말안 듣는 자식들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싶다면,
두부좀 사와라고 하는 것 보다는 오늘 시장 여는 날이니까(이유) 두부좀 사오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호프집 삐끼(호객꾼)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는 넘치는 자유시간을 주체하지 못했다. 학과 공부도 하면서 동아리(미식축구)도 들고 연기도 배워보았지만 계속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때 영어캠프를 가기도 했는데 돈 쓰는 거 그만 하고 나도 돈을 벌어보자 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 때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호객꾼이었다. 그들은 기본급에 자신들이 데려오는 손님에 따라 인센티브를 얹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알바에서는 드문 나름 능력제였다.
20살, 잠실 옆 신천거리에서 삐끼를 시작했다.
첫 날, 큰 길가에 쭉 늘어선 술집에 놀라고, 그 앞에 상가별로 서 있는 삐끼들에 두 번 놀랬다. 한 쪽길엔 호프, 유흥주점, 옆길엔 모텔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으니, 영략 없는 향략의 거리였다.
우리 가게는 큰 길가의 뒤쪽에 위치하여 불리하였으니 앞 쪽의 호객꾼들에게 손님을 뺏기게 되는 불리한 위치였다.
손님을 데려오는게 쉽지 않아 나름 궁리를 했다. 무엇보다,
전략이 필요했다!!
①과장광고
가장 쉽게 손님을 데려오는 건 역시나 "과장광고"!! 약빨이 잘먹혔다. 좋은 얘기만 하고 단점은 쏙 뺀다.
이 전략을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가게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파악을 하고 있어야 했다.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안주는 무엇인지, 단골이 있다면 왜 우리 가게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손님이 싫어한다면 왜 그런지 직접 알고 싶었다. 그래야 말빨이 생기니까. 직접 사장한테 부탁하여 일주일 간 가게 서빙을 해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서빙,, 쉽게 보다 화를 당하다..
손님이 오자, 나는 메뉴판을 들고 안내를 했다. 남자 둘 여자 둘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문을 했다.
메뉴판을 들고 그들이 안주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받아적으려 했는데 이상하게 들리지가 않았다.
"맥주 3000cc, 나쵸 하나랑, 오징어불고기, 스페셜과일 하나 주세요"
"나치,, 뭐요?"
그들은 뻥 터졌다. "아니, 점원이 메뉴가 뭔지도 모르세요?"
쪽팔렸다.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선 메뉴에 나와있는 모든 메뉴를 외우고 어떤 맛인지, 어떤 재료를 쓰고 있고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라는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했는데 나는 그냥 달랑 메뉴판만 들고 그들을 응대했다.
아무 준비 없이 나가다간 정말 화를 당한다.
이것이 바로 직원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장에서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체험했다.
남들이 할 땐 그렇게 단순하고 쉬워보이던 것이 내가 직접 하려고 하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주문을 하는 행위와 주문을 받는 행위
그 차이는 위대했다.
이와 더불어
옷을 사는 것과 옷을 파는 것
택시를 타는 것과 택시를 운전하는 것
입장권을 받는 것과 입장권을 발권해주는 것
음식을 편하게 사먹는 것과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등등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경험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볼지어다.
②두번째 전략: 지피지기 백전백승
상대에 따라 말을 달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중년의 부부가 걸어가고 있으면 조용한 곳에서 오븟한 시간을 보내시라는 말을 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해드렸고,
여자그룹이 가면(상당히 까다로운 부류 -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함), 인테리어, 안주와 더불어 가벼운 칵테일을 드시고 가라며 제안을 했고,
남자그룹이 지나가면(상당히 단순하고 쉬운 부류) 물 좋다라는 말 한마디면 순종적으로 따라오기도 하였다.
우리 가게까지 지나게 된다는 것은 이미 둘러볼대로 둘러봤단 뜻이었으므로 그만 해메시고 한 번 믿고 와보시라 하면 그만 힘들어서 따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손님이 안 잡히는 날도 있지만 잘 잡히는 날은 연속해서 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땐 잠시나마 거리의 수 많은 군중이 다 내 편처럼 보이는 착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두기로 결정하다.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과장광고의 한계를 직시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좋고, 실내 분위기 좋고 라는 온갖 미사여구로 끌여와도 막상 들어와서 실망하던 손님들의 눈빛이 참..견디기 힘들었다.
호프집의 존재를 알리고 손님을 데려오는 일(마케팅)이 처음엔 재미도 있었지만 그러한 손님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참 미안했다.
우리 가게는 내가 봐도 정말 들어오고 싶진 않았다. 싸구려 붉은 빛 조명은 미사리주변의 술집을 연상시켰고, 안주 맛도 보통이고, 사장이라는 사람은 칵테일을 만들 때마다 설명서를 보면서 만들었다.
한 번 온 사람은 두 번 다시 찾지 않았으며 그럴때면 나의 어깨힘이 쭉 빠졌다. 한 번 와 준 사람이 계속해서 오고 친구들에게도
소개시켜줘야 보람도 있고 갈수록 일이 줄어들진데, 매번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해야했다.
의문이 들었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어떨지, 한 번 가보았다.
잘 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어
독일 맥주집을 표방한 000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렸다. 한가한 우리집과는 달리 수명의 점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녔고
빈 자리도 보이지 않았다. 탁자위에 냉동칸이 있어 맥주잔을 넣으면 시원함이 유지된 당시로서는 최신시설이있다. 사장님에게 물었다.
혹시 삐끼 안구하시냐고.. 사장님 왈
"우리는 삐끼가 필요없어"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모든 가게가 다 삐끼를 고용하는 줄 알았는데..잘 되는 집은 삐끼가 필요 없다, 그러면 장사가 안 되는 집만 삐끼를 데리고 있다는 뜻.. 한 마디로 삐끼가 설치는 곳일수록 가면 안 되는 곳이란 얘기였다.
처음 가본 장소에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른다면..? 호객꾼들이 제안하는 곳을 제외하고 고르다보면 결국엔 그 동네의 명소를 고를 확률이 높아진다.
필요이상의 광고엔 수상한 냄새가 난다..
만약 갑자기 어느 기간 동안 특정 광고가 필요이상으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면 유의해서 지켜보아야 한다.
얼마 전에 신문에 보청기 광고가 쇄도 했다. (아는 분이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 보청기광고를 유심히 봤다.)
하루 신문에 보청기 광고가 5~6개 실린 적도 있고 모두 지면을 가득 채우는 광고였다. 왜 이렇게 보청기를 과도하게 선전할까?
아니나다를까, 얼마 후 "소리청" 소리증폭기(보청기보다 기능이 좋다)라는 새로운 기기가 소개되면서 보청기 광고가 쏙~ 들어갔다.
요즘엔 또 자동차 광고가 과도하게 나오고 있는데, 이것 또한 지켜보아야 한다. 자동차 회사간의 치열한 할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또 새로운 차원의 자동차(전기, 수소, 친환경 에너지)가 소개되기 전 물량털기일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정말 가치있는 것들은 알려지지 않아.. 꽁꽁 숨기려들어..
맛집으로 소문난 곳은 간판을 달지 않고도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저금리시대에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확실히 보장하는 상품들은 증권사에서 광고를 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찾아와 마감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요즘 사람들은 삼성, LG, 현대에 입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치지만 대기업보다 더 좋은 회사(복지, 월급, 전망성)들은 사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대사관 취업을 들어보았는가?
칼퇴근, 근무중 스트레스 제로에 정년이 65세까지 보장된다.(공무원 60세)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사관이 외교공무원만 일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일반 사무직 직원들도 뽑는다.
이 취업 정보에 관한 것은 정말 찾기 힘들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합격을 할 수 있는지, 정보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들을 통해 나오는 단편적인 정보에만 의지하자면 4개국어는 기본으로 해야하고 석,박사 학위까지 있어야 가능성이 조금 있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확인된 바 없다. 사람은 일년에 한 두명 뽑을까 말까다.
네이버에 삼성채용, 롯데채용 검색순위는 들어봤어도 대사관 채용은 절대 뜨지 않는다.
취업사이트에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카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별 대사관사이트에 개별적으로 찾아가면서 알아야 하는데
공시 또한 예정이 없고 불시에 뜬다. 대사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그들은 정보제공을 상당히 제한한다.
개인적인 추측으로 보건데 일반 사람들은 절대 대사관 직원이 될 수 없다. 그 좋은 자리를 공채를 해서 남에게 주려하겠는가.
외교부 고위급 자녀와 유력인사 자제들도 자리가 없어 대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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