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감사해 / 메세데스 소사르]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눈을 뜨면 흰 것과 검은 것
높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그리고 군중 속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알아보는
샛별 같은 눈을 주어서.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귀뚜라미 소리, 새소리
망치 소리, 기계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밤낮으로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어서.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소리와 글자를 주어
그것들로 단어들을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엄마', '친구', '형제자매’
그리고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추는
'빛' 같은 말들을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지친 다리로도
도시와 물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들판을
그리고 당신의 집, 당신의 길, 당신의 정원을
걸을 수 있는 힘을 주어서.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인간의 정신이 맺은 열매를 볼 때
악에서 멀리 있는 선을 볼 때
그리고 당신의 맑은 눈의 깊이를 볼 때
내 고정된 틀을 흔드는 심장을 주어서.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웃음과 눈물을 주어서.
그것들로 행복과 고통을 구별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그 웃음과 눈물로 내 노래가 만들어졌지.
당신의 노래도 마찬가지
우리들 모두의 노래가 그러하듯이
나의 이 노래도 마찬가지
생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어서.
메세데스 소사르 (칠레 가수 비올레타 파라 원곡)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시인들은 문자로 쓰지 않고 자작시를 노래한 트루바두르, 즉 음유시인이었다. 영혼에게는 문자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시는 암송되어 전해졌다.
메르세데스 소사(1935~2009)는 뉴욕 링컨센터, 카네기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등에서 전석 매진 공연을 하고 그래미 상과 라틴 그래미 최우수상을 수차례 받은 전설적인 가수이다. 아르헨티나의 시골에서 태어나 15세에 라디오 방송 노래 경연에서 우승해 가수가 되었다. 머리카락이 칠흑 같아 '라 네그라 (검은 여인)'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라틴아메리카 음악 운동인 누에바 칸시온에 앞장섰다. 에디트 피아프를 이은 최고의 디바였다.
좋은 곡이 셀 수 없이 많은 소사의 노래들은 중남미 군사정권시절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저항 음악이며 민중가요였다. 공연중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으며,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유럽으로 추방당했다. 다시 본국에 돌아왔을 때 청중의 우레 같은 박수 속에서 울먹이며 부른 노래가 <생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이다.
어떤 일들은 우리 삶에 축복을 주고, 어떤 일들은 고통을 안긴다. 폭풍의 언덕에 서게 한 이도 있고, 햇빛을 비춰 준 이도 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가수가 "생에 감사해, 너무 많은 걸 주어서!"하고 노래한다. 그라시아스 아 라비다! 인생이 준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나의 삶, 너의 삶, 우리 모두의 삶이 같은 노래라고.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