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하루는 어땠니?
는개비가 새벽부터 내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몽환적이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가 어느 해, 나의 아들로 온 날이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선비, 신부님, 파블로, 라는 별명이 있다. 공군 헌병으로 나라의 부름도 마친 대한의 아들이다.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나의 삶은 매일 서프라이즈다.
어젯밤에 물에 불려놓은 미역을 깨끗이 씻어놓았다. 아들 낳는다고 수고했으니 맛있게 끓여서 엄마가 먹어야 한다. 생일에 왜 미역국을 먹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안 했다.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생일에 엄마는 미역국을 항상 끓여주셨는데 그때마다 흰밥과 미역국을 삼신할머니에게 차려놓고 기도를 하셨다. 그 밥을 생일인 아들딸에게 주셨던 기억이 난다. 열 살 까지는 떡을 해주는 거라고 하시면서 결혼 전까지 떡을 해주셨다. 아들 생일날 미역국 끓이면서 <생일과 미역국>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다.
‘미역국은 먹었니?’ 하면서 생일 인사를 한다. 결혼해서는 내 손으로 미역국 끓여서 맛있게 먹는 이유는 부모님께 감사해서였다. 미역국을 먹으면서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낳으셨을까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내 생일이어서 내가 먹는다는 생각은 안 했다. 아들 낳는다고 제왕절개까지 하면서 낳았으니 고생했다고 나를 위로하는 미역국이고 귀한 아들을 보내주신 삼신에게 감사드리는 미역국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로 우리에게 온 아들에게 고맙다고 차려주는 밥상이다. 맛있는 냄새가 거실에 가득하다. 우리 아들 생일이라고 푸지게 냄새 풍기는 아침이다.
생일에는 가장 행복해야 한다. 가장 즐거워야 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나눠주어야 한다. 생일에 먹고 싶은 요리를 미리 주문을 받았다. 저녁 메뉴도 예약해놓고 형에게 선물 준비도 미리 말해놓았다. 심성이 고운 형도 동생 생일에 백화점에 나가서 청바지를 사 왔다.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저릿저릿하다. 불고기, 딸기, 계란찜, 두부 요리를 준비했다. 점심 식사 때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다. 파리바게트에 우산 앞세워 케이크를 사러 갔다. 각자 예쁨을 발산하면서 나를 유혹한다. 생일 주인공하고 느낌이 비슷한 케이크를 선택했다. 멋쟁이 오빠 생일에 초대를 받은 행운의 여신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있다.
어느 해 막내아들 생일이었다. 선물을 준비하러 시내에 나갔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앞서 걸어오던 남자분이 머뭇거리면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만 오천만 빌려달라고 했다. 만 원짜리 지폐만 있어서 2만 원을 그냥 드렸다. ‘힘들게 나에게 이야기 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바보 같기도 하고 잘한 것 같기도 해서 멍하고 슬프고 찝찝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버스를 탔다. 그때 나에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오늘 아들 생일이잖아. 귀한 아들을 선물로 받았는데 좋은 일 하나 했으니 잘했어, 다들 바보라고 놀려도 설령, 그 남자분이 거짓으로 그런 행동을 했어도 속상해하지 마, 오늘은 소중한 아들 생일이니까.” 그 후로 가족들 생일과 내 생일에는 한 가지 특별한 이벤트를 한다. ‘사랑 나눠주기’ 이다. 생일을 유난히 챙기고 좋아하는 만큼 그날은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 나눠준다. 생일을 맞은 사람을 위해서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다.
2020년 막내아들 생일에는 케이크를 하나 더 샀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딸이 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이 있는 친구가 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안아주고 싶었다. 케이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에게 주는 마음이다. 케이크를 2개 사서 들고 잠시 만나 전해주었다. 돌아서 오는 길이 꽃길이었다.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땠니?” 엄마 마음을 미리 알아서 챙겨주는 속이 깊은 아들. 언제나 든든하고 자랑스럽단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해보길 바래. 너를 믿고 응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