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서울시 마을버스 사업자들의 자기반성 없는 ‘요금인상’ 주장에 반대한다
사업자 총회에서 ‘요금인상’호응하며 공직자 중립성 망각한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뭐하는 사람인가?
서울시가 졸속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하반기로 늦춰진 것은 요금인상의 정당성에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나 사업자 입장에서야 안타깝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왜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열린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의 총회는 이런 자기반성은 기대하기 어렵구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촌극이었다.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오직 요금인상 탓으로 돌리는 무능함도 가관이지만 이에 호응하며 요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응수한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여전히 자신들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요금인상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뻔뻔함을 보였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와 같은 사업자와 서울시의 태도가 1, 2월 요금인상 국면에서 놀랐던 시민들의 마음은 고사하고 스스로의 흠결조차 되돌아보지 못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평가한다. 이에 정책논평을 통해서 현재 마을버스 사업자가 주장한 것들이 얼마나 부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밝히고자 한다.
1. 사업자 총회가 요금인상 불발의 성토장이 되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은 지난 02월 22일 오후 2시 한국방송회관에서 제23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기총회엔 조합원에 해당하는 지역별 마을버스 업체 사업주 및 서울시 도시교통실 버스정책과장, 중국산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피라인 부사장을 포함한 협력업체 임원을 포함하여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마을버스 요금의 인상이었는데, 김문현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하여 “8년을 기다린 끝에 올 4월 요금 인상 소식으로 봄바람이 부나 했더니 하반기로 연기한다는 발표로 절망에 빠졌다.”라고 언급하면서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요금 수준을 책정하는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요금 인상 시기를 같이하는 것은 민영제 마을버스로선 매우 불합리하며, 그로 인해 박봉으로 운전기사가 퇴사하고 지원자가 없어서 단축 운행만이 유일한 해답이 되고 있다.”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 외에도 총회에 참석했던 사업주들은 마을버스 지원 대책이 있는지와 기사 수급의 어려움으로 운행회수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감축 범위 30%를 넘기면 불이익이 생긴다는 고압적 입장만 고수한다. 안전사고도 걱정되기에 원칙을 세워 달라!”라는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사업주들이 주로 참여하는 정기총회에 관계 부서인 서울시 도시교통실 버스정책과 과장이 참석한 것도 의문이지만, 축사에서 마을버스 요금 인상 주장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단 점이다.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이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 발표에 대해 졸속으로 추진한 부분을 인정하여 재논의 후 하반기로 늦추겠다 공언한 상황에서 마을버스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장면은 서울시가 이번 상황에 대해 해법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향성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태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꼴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조합의 요구대로 요금을 인상한다고 하여 모든 노선이 정상화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데 지금까지 마을버스 조합이 제시하는 의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요금 인상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매우 불분명하며, 중심을 찾기가 어렵다. 이에 조합에서 언급하는 주요 의견들에 대해 틀린 부분을 바로 잡고 반박할 필요가 있다.
2. 마을버스 기사의 수급 문제는 사업자의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조합에서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마치 고정된 내용으로 언급하는 부분들이 바로 ‘기사가 없어서 감축이 불가피하다.’ 또는 ‘요금 인상이 없으면 시민이 불편하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이 이뤄진다면 두 가지 문제가 과연 해결될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우선 기사 인력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그리고 우리는 이미 2015년 요금인상 이후에도 마을버스의 인력수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경험적 증거를 확인한 바 있다). 마을버스는 평균적으로 한 업체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 대부분 시내버스 입문을 위해 초보자들이 최소 2년에서 많게는 3년 정도 경력을 쌓고자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버스 기사를 준비하는 지망생들. 혹은 운전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교습소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길게 일하는 종사자들은 시내버스 회사에서 정년을 채웠거나, 촉탁직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한 고령층 기사들이 유일하기에 마을버스 업체들은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 자체가 미흡했다. 오히려 휴식 시간도 부족할 뿐 아니라, 민영제 마을버스 특성상 한 바퀴 운행이 곧 하루 수익으로 연결되기에 촉박한 배차시간으로 기사들을 압박했다. 문제는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함에도 급여는 상대적으로 낮기에 당사자들은 오래 있을 이유가 없었으며, 코로나가 시작된 후 대수를 줄이면서 권고사직을 시킨 업체도 이미 여럿 존재한다. 더불어 거리두기가 풀리고 점차 일상으로 회복되는 현시점에서 서울을 포함한 모든 지역의 인력이 부족한데,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도입한 고용노동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버스양성교육을 이수 후 14일이 지나 수료하면 경력을 인정받아 마을버스를 거치지 않더라도 곧장 시내버스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 마디로 굳이 열악한 마을버스를 입사할 필요가 없어진 이상 낮은 급여를 받아 가면서 고생할 이유가 없기에 인력난이 해결은 고사하고 악순환만 반복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 마을버스 업체 중에선 젊은 사람은 제외하면서 50대부터 지원을 받는 업체도 있고, 견습 기간에는 실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면서도 일을 한 게 아니란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습도 여전한 이상 요금이 인상된다고 기사 인력난 역시 해결될 것이란 조합의 근거는 맞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코로나 이전부터 쌓이고 쌓였던 마을버스 회사들의 행태에 대한 불만과 불신들이 한꺼번에 터져서 문제가 확대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여 요금 인상 이전에 우선 사업주들 스스로 근무환경에 어려움을 느끼는 요소가 있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며, 여기에 시민 편의를 운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 편의는 요금 인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마을버스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에서부터 먼저 시작되기 때문이다.
3. 요금인상을 해야 시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건 억지다
이번 문제를 바라보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선 요금 인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조합의 고집이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논리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오히려 시민 불편을 계속 조장하는 쪽은 마을버스 조합이자 사업주들이 하고 있는데, 어떻게 지금 요금체계가 원인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모든 서울시 마을버스 회사가 영세한가를 봐야 하는데, 차라리 모든 회사가 영세한다면 조합의 입장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동시에 구민 민원으로 개통시킨 노선들에 대해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다는 부분이 불합리하다는 입장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 회사들도 규모에 따라 중소로 난립한 것처럼 마을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즉 노선을 한 개만 소유한 곳은 유일한 재산이기에 수요가 적어지면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반대로 노선을 여러 개 보유했거나 두 곳 이상의 계열사. 더 나아가 자체 차고지 소유 및 CNG 충전소를 보유하여 이익까지 가져가는 회사들까지 어렵다고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싶다. 실제 마포구의 한 마을버스 회사는 2020년도에 준공영제 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하여 운영하거나, 원래 소유한 노선이 코로나로 인한 적자로 감차하거나 폐선한 후 다른 자치구에서 개통하는 신규 노선을 새롭게 입찰하는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금천구의 금천11번 노선의 경우 2013년에 개통하여 재정지원 제외대상 노선에 포함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서울시로부터 재정지원이 없다는 조건을 들었음에도 입찰 받았을 땐 그에 따라 목적에 맞게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최소 인가 대수 7대를 입찰 시에만 맞춰놓고 나중에는 적자란 이유로 감차했다가 작년 12월에 송파구 마을버스가 최초로 개통하는 과정에서 금천구 회사가 입찰에 뛰어들고 금천구 출신 말소면허를 송파구로 부활하여 운행을 재개했다. 결국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코로나 때문이라 생각하고 긴 시간을 보내면서 어렵게 이용하고 있는데, 요금 인상이 안 되면 시민이 불편하다는 주장. 이 말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며, 더불어 마을버스의 적자 누적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횡포나 다름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4. 한계 사업자 퇴출과 공영노선 도입 등 운영체계 다양화가 대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갑작스러운 대중교통 요금 인상 추진에 대해 졸속으로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하반기에 다시 논의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런 상태서 마을버스 조합은 끊임없이 요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며,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가게 되면 전체 노선에 대한 운행중단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마을버스 문제 해법으로 요금 인상이 결코 정답이 될 수 없으며 이번을 계기로 마을버스의 운영체계 다양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특히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외 마스크 의무도 해제된 시점에서 마을버스가 차량을 계속 감차한 원인에는 코로나 상황을 이용하여 사업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목적과 차량을 줄이더라도 독점 구간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우리 노선만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재정지원 제외대상 노선은 공영제로 전환하고 나머지 흑자 노선에 대해서만 민영제로 유지하여 경쟁을 구축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마을버스들 자체가 사업주들에겐 하나의 재산이면서 권력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계속 이어지는 악순환들을 끊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변함없이 서울시 마을버스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필 것이며, 특히 시민 불편 해소가 요금 인상에서 시작된다는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반박과 비판 의견을 낼 것이다. 더불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마을버스 노선들의 운행현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진실을 왜곡하여 이용 불편을 더욱 초래하는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서울시 역시 문제 해결의 중심을 제대로 잡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작성: 김훈배 정책위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