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걸어 보랏빛 섬 여행, 신안 퍼플섬
바다 위를 걸어 보랏빛 섬으로, 신안 퍼플섬
한 번에 섬 3곳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이색 명소가 있다. 마을 지붕부터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까지 보랏빛 일색인 전남 신안군 퍼플섬이다. 퍼플섬은 안좌도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면 입장료(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000원)가 면제된다.
퍼플섬으로 단장한 뒤 인기 관광지가 된 반월·박지도
신안군은 섬 천국이다. 유인도와 무인도 합쳐서 1000개가 넘는다. 흑산도나 홍도처럼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이름조차 처음 듣는 섬이 대부분이다. 반월도와 박지도 역시 미지의 섬이었으나, 퍼플섬으로 단장한 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에 들었고, 같은 해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의 별’ 본상을 받았다.
박지도와 안좌도를 잇는 퍼플교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라색 해상보행교로 이어진다.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 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 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다. 섬 관광을 생략하고 보행교만 따라 걸어도 족히 30분은 걸린다. 문브릿지는 배가 지날 때 부잔교가 열리는 전천후 교량이다.
퍼플교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
퍼플교는 평생 박지도에 산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됐다. 안좌도에서 배를 타고 드나들던 섬에 2007년 처음 다리가 생겼다. 그 뒤 반월·박지도에 많이 나는 도라지와 꿀풀 꽃, 콜라비가 보라색이라는 점에 착안해 두 섬을 퍼플섬으로 만들기로 하고, 이때 다리를 보라색으로 단장했다. 퍼플교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반월도 관문인 매표소와 복합 문화 창고 ‘퍼플박스’
매표소는 2곳, 반월매표소와 박지매표소다. 어느 섬에 먼저 가도 상관없지만, 대개 반월도로 들어가 박지도를 거쳐 나온다. 문브릿지로 향하는 매표소 옆에 미디어 아트 쇼를 상영하는 복합 문화 창고 ‘퍼플박스’가 있다. 신안 앞바다 해저 유물 이야기, 고흐와 고갱, 클림트 등의 작품이 20×10m 초대형 공간에 펼쳐진다. 입장료 7000원이 아깝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가을꽃 아스타가 만개한 박지도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바다 위를 걷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낭만적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만조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푸른 하늘과 바다, 보라색 섬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간조에는 찰랑이는 물결 대신 너른 갯벌을 만난다.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형물이 사랑스럽다.
섬에 아기자기한 포토 존이 여러 곳이다. 반월도에서 박지도로 건너가는 퍼플교 앞 조형물이 특히 인기다. 예쁜 반달 위에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나란히 앉아 박지도를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다리쉼하기 좋은 ‘반월도카페’가 퍼플교 앞에 자리 잡았다.
박지도 퍼플교 앞에서 대여하는 4인승 전동카트
여유가 있다면 해안을 따라 걸어보자. 반월도에 5.7km, 박지도에 4.2km 해안일주도로가 있다. 걷기 부담스러우면 전동카트를 이용한다. 박지도 퍼플교 앞에서 4인승 전동카트를 2만 원(30분)에 대여한다. 반월도에서는 1인당 3000원으로 전동카트 섬 일주가 가능하다.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박지마을호텔과 식당
반월·박지도를 여행할 때 보라색 아이템이 필수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거나 우산(양산)을 소지하면 무료로 입장한다(양말, 스카프, 안경 등 액세서리는 2인 이상 착용 시 무료). 매표소 옆 기념품점에서 구입해도 된다. 섬은 상시 개방하며, 박지마을호텔과 식당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해가 진 뒤 보라색 조명을 밝힌 퍼플교도 아름답다.
신안 김환기 고택 늦가을 풍경
반월·박지도의 본섬인 안좌도는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 화백의 고향이다. 그의 생가가 읍동리에 있다. 2007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무료로 개방한다. 읍동선착장에 김환기 작품을 본뜬 벽화와 대표작 ‘사슴’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본 천사대교
반월·박지도에 가려면 여러 섬을 거쳐야 한다. 목포나 무안에서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로 들어가 천사대교를 건넌 뒤,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를 지난다. 섬끼리 연륙교와 연도교로 연결돼 반월·박지도매표소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는 바다 위 교량만 7.2km에 달하는 신안 명물이다. 천사대교라는 이름은 신안군에 1004개 섬이 있는 데서 착안했다. 압해도 천사대교전망대와 암태도 오도선착장이 조망 명소다.
천사섬분재공원 내 저녁노을미술관
암태도로 건너가기 전 천사섬분재공원에 들러보자.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압해도 송공산 기슭에 조성한 생태 예술 공원이다. 분재원과 야생화원, 초화원, 애기동백숲길을 거닐고, 저녁노을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뒤 북카페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도 지나치기 아쉬운 포토 존이다. 집주인 노부부의 머리카락을 동백나무로 표현한 벽화가 담장 안에 자라는 동백나무와 맞물려 볼수록 재미있다. 기동삼거리 벽화를 마주 보고 우회전하면 자은도, 좌회전하면 팔금도와 안좌도, 반월·박지도로 간다.
1004뮤지엄파크 내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자은도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기로 유명하다. 최근 대규모 리조트가 개장한 백길해변, 울창한 솔숲이 장관인 분계해변, 퍼플교에 이은 명물 무한의다리가 있는 둔장해변이 인기다. 양산해변에는 해양 복합 문화 단지 ‘1004뮤지엄파크’가 들어섰다. 국내 최대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세계조개박물관, 바다휴양숲공원 등 특색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천사대교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객
신안시티투어버스가 매주 토·일요일 목포역과 광주송정역에서 퍼플섬까지 운행한다. 목포역과 광주송정역에서 각각 오전 10시 30분, 10시에 출발해 오후 7시쯤 돌아온다. 요금은 어른 기준 목포역 출발 1만 5000원, 광주송정역 출발 2만 원이다(관광지 입장료·식비 별도). 천사섬분재공원, 천사대교(오도항),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 등 주요 장소를 거친다.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
2023-06-02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