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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운동으로 단련된 주부들로 구성 |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주민참여는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올바른 지 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주민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착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시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우고 훈련하는 과정으로서 광명YMCA 시정지기단은 1999년에 지방자치에 대한 학습을 하고 시정참여를 본격화하기로 하였다.
시정지기단의 구성은 대부분 생활협동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는 회원들로 이루어졌다. 이는 여성들이 처음부터 시정참여라는 주제의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생활주변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점차 지역사회로 관심을 확대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결과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시정지기단을 운영할 수 있었다. 시정지기단의 구성인원은 많지 않다.
처음에 지방자치 시민교실을 할 때는 30명으로 출발했고, 그중 1/3은 남자들로 구성되었지만 활동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남자회원들은 활동에의 참여가 저조해지고, 그동안 YMCA 생협을 통해 활동하던 전업주부들이 주로 남게 되었다. 현재 구성원은 남성이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전업주부들이고,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의회방청활동을 할 때 오후까지 활동하기가 어렵다.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는 것도 함께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중간에 빠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서명운동을 할 때나 설문조사를 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해야 한다. 그럴 경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미리 나누고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아이들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다.
예비교육-지방자치 시민교실 |
광명YMCA 생활협동운동은 1995년 10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지역공동체 운동을 전개해 왔고 현재는 250여명으로 확대되었다. 생활협동운동은 구성원이 전부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성들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자신들이 생활영역에서의 주인임을 확인해 가는 과정으로서 일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독서, 문화, 환경 문제 등을 토론하는 모임이다.
1996년에는 당시 가장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던 쓰레기 문제를 주제로 시민설문조사를 해서 쓰레기 종량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시민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지역사회의 촌지문제를 갖고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지속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한 결과 이제 촌지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되는 성과를 보였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시정활동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으게 되었다.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보다 약자의 입장을 배려하고 시민적 입장에서 지역사안을 다루도록 하며 여성이 생활정치를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하였다. 구성원들은 대부분 수년간 공동체 활동을 통해 모임을 운영하는 방법, 토론하는 방법, 어떤 일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방법, 회의하는 방법 등을 익혀 왔다. 따라서 의회 방청활동이나 시정모니터 활동을 하더라도 권위적인 태도나 형식적인 절차에 크게 위압당하지 않고 자신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
교육을 통해 지역자치 공감대형성 |
시정지기단은 지방자치 시민교실을 열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의회방청활동은 예산안 검토나 쓰레기 소각장 건설과 같은 중대한 지역사안이 있을 때 회원들이 조를 짜서 방청하고 각자 자신이 속한 모임의 사람들이 의회방청에 참여하는 등의 형태로 활동을 했지만 공식적인 시정지기단을 목적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1999년 6월 18일부터 7월 16일까지 6회에 걸친 강좌를 통해 지역자치 참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후 의정, 시정활동 참여를 위한 공식적인 조직형태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지역만들기 워크샵에서는 회원들이 우리 지역을 어떤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관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교환하였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는 항상 약수터 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것을 조금만 활용하면 실개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든지,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퇴비로, 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논의했던 것은 생활의 주역인 여성들이 지역자치활동에 가장 적합하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토론회 개최 |
그린벨트 정책관련 토론회 |
교육이 끝난 다음 매주 모여서 지역현안을 갖고 토론하였다. 우리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문제라는 공감대가 있어서 교육문제를 가지고 시민설문조사와 토론회를 열기로 했지만, 당시에 그린벨트 해제가 여론화되고 있었고, 특히 광명시의 경우 77%가 그린벨트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시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가 어디인가에 따라 표 계산을 하느라고 입장의 차이가 심했다. 그린벨트문제를 가지고 설문조사 및 토론회를 하기로 하고 설문을 만들고 이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500부를 인쇄했다.
20일 동안 길거리를 헤매고 다닌 끝에 설문조사를 끝내고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는 그린벨트 지역의 주민들이 너무 많이 와서 자료집도 모자라고 앉을 자리도 없어서 그 분들과 사전에 토론회 개최 중에 절대 발언하지 않고 자유토론시간에 따로 시간을 주기로 하고 진행했다. 다행히 그 분들도 시정지기단 회원들이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 서 있다고 이해해 주어서 큰 마찰 없이 토론회를 마쳤다.
동네신문 발간으로 마을사랑 구체화 |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학교 |
그때 누군가 “동네신문 어때요? 사람사는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 그런 신문 말이예요.” 그래서 2000년 8월부터 신문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함께 동네소식들을 모아보기로 했다. 1호를 만드는 것은 시정지기단 회원들이 발로 뛰어서 만들었다. 하지만 1호가 나오자 다른 동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를 원했고, 현재는 편집부 구성원들이 역할을 맡아서 뛰고 있다. ‘마을사랑’은 현재 7호까지 나왔다. 하안4동 6천가구에 배포되는데 이제는 주민들이 기다리는 신문이 되었다.
우리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 동네소식들이 실린다. 마을사랑 편집팀 역시 전부 주부들로 구성되었고 남성은 단 한사람 뿐이다. 마음씨 좋고 사람 좋은 편집팀의 신장수씨는 다른 여성들이 전혀 남성으로서 의식하지 못할 만큼 평화주의자이다. 본인이 나서기보다는 다른 여성회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또한 아이들도 마을사랑 신문제작에 많은 관심을 갖고 신문이 나오면 자신들이 반드시 배포하는 일을 도우려고 한다.
5,500세대를 전부 일일이 배포하고 은행이나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곳에 갖다 놓아야 하기 때문에 무척 힘든 일인데도 어쩌다 어른들끼리 신문을 배포하면 아이들이 무척이나 서운해 한다. 아이들도 마을사랑 신문팀의 일원임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시민청원, 모두의 힘을 모아서 |
시정지기단 회원들은 각자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주민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으로서 추진하고 있는 앨범공동구매, 교복공동구매 등은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 주는 것만이 아닌 뿌리 깊은 관행을 없애는 일이다. 동네에서는 동대표로 활동한다.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넓히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한다. 또 도정모니터 활동을 통해 도로공사로 불편한 지역, 게시판이 훼손되어 미관상 좋지 않은 점, 교통신호체계를 변경함으로써 항시적인 도로정체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였다.
2001년도 6월에 임시의회에서 광명시 도시계획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업지구로부터 30미터만 떨어지면 위락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것으로 조례가 통과되었다. 이미 다른 자치단체들이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을 위해 위락시설을 지을 수 있는 조건을 100미터에서 200미터로 하고 있는데 비하여 광명시는 코 앞에 위락시설을 짓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정지기단은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시정지킴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이에 조례검토를 위한 시민청원을 하기로 하고 각 단체당 천명씩 서명을 받아 5,900명의 서명을 받기로 하였다.
6월 25일부터 7월 7일까지 1,7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일반적인 서명운동과는 다르게 광명시민에 한해 서명할 수 있으며 동네별로 구분해서 주민등록번호를 적고 지장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도 어려웠다. 서명운동을 할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나와 사람들을 붙잡고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설득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선뜻 서명해 주고 함께 분노하면서 남편의 것까지 대신 서명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협조적이었다. 역시 생활환경의 문제는 여성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였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조만간 6천명의 서명이 의회로 들어갈 예정이다.
여성이 지방자치의 주역이 되어야 |
살기좋은 마을만들기라는 활동으로 마을사랑 신문을 만듦으로써 단지 내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삭막한 아파트 생활이 아니라 인간미가 넘쳐나는 마을에 산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고 참여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마을사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편집부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여성일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다. 이 분들이 이후 자연스럽게 시정지기단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 행정이나 의정활동에의 참여를 통해 시민의 입장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시민적 의견을 모으거나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위한 청원활동을 하는 등 시민권력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진정한 지방자치를 채워가는 일이다.
여성들이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지방자치의 주역이 여성이어야 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며 여성이 참여할 때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시정지기단은 지속적으로 의정,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이제까지는 자료를 제때 주지 않아서 이미 결정이 된 다음에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응하기가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행정이나 의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시민을 제외하고 의사결정을 해서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도시계획 조례 개정문제나 반딧불이 서식처 보존의 문제 등을 놓고 의원들이나 공무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미리 이야기를 해 주면 반영을 했을 텐데, 왜 이제야 지나간 문제를 놓고 문제를 삼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우리에게도 사전에 물어 봐라, 그리고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변하고 있다.
<광명 YMCA 시정지기단>은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단순한 의회방청이나 모니터링으로 끝나지 않고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주소 :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61-1 주은 플라자 9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