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 2008. 2. 2(일)
2.
장소 : 백운산(562m)
3.
행로 및 시간
[지지대고개(14:45) -> 수의사거리(15:10) -> 헬기장(15:35)
-> (간식) -> Madison부대
(16:15) -> 백운산 정상(16:40) -> (휴식)
-> 고분재(17:15) -> 송원농원(17:35)]
4.
동행 : 강형, 대식, 우진
5.
뒤풀이 : 백운호수
대지
< 프롤로그 >
지난 1월 20일 도봉산 산행에서 도진 무릎의 통증이 걱정되어 정형외과를
찾아 검진한 결과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으나 무릎에 물이 고였으니 2-3주 산행을 하지 말란다. 큰 이상이 없다 하니 다행이지만 물이 고인 것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는 알려 주질 않는다. 대개 조금 큰 병원 의사라는 작자들은 자기들 할말만 하고 환자들의 질문에는 성의 있게 대해주질 않고 때로는
면박까지 주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한 바, 2-3주 쉬라는 것으로 스스로 이 정도겠지 하고 판단을 한다. 의사들에 대해 “공짜로 진료해 주는 것도 아닌데 좀 친절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을 늘 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추해 보면, 부산에서 ‘청십자병원’을
운영하며 평생을 소외계층 편에서 인술을 펼친 장기려 선생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지난 한 주 집에서
주말을 보내면서 익숙지 않은 휴식에 좀이 쑤심을 느끼던 바, 오늘은 산 벗들에게 미리 연락하여 오후
산행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산은 눈 걱정이 비교적 덜되고 오르고 내림이 완만한 백운산으로 정하고, 코스는 지난 6월 홀로 올랐던 것의 역코스로 잡았다. 백운산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깝게는
바라산, 광교산과 연결되고 조금 멀리는 청계산과 종주 산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의 산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산꾼들에게 연계 산행을 제공해 주는 ‘중계’ 산으로서의 매력이 있는 곳이라 하겠다.
< 정상을 향하여 >
2시에 평촌에서 모여 출발하기로 했는데 우진이 20분 이상을 늦게 왔다. 다른 사람들의 시간의 소중함을 배려하는
마음이 늘 아쉽다. 집사람의 도움으로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지지대 고개 효행공원에 도착했다. 정조대왕 동상과 프랑스군 참전비 등이 있는 곳에서 산오름을 시작한다. 북수원IC 밑 굴다리를 지나니 초입에 급경사 길이 나온다. 오늘 산행 길을
통틀어 가장 가파른 길이다. 5분여 된비알을 오르니 곧 능선에 붙는다.
광교산 지능선인 이곳은 헬기장, 미군부대를 거쳐 백운산에 오르는 코스로 약 2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산이라기 보다는 완만한 산책로라 부르는 것이
보다 적합할 정도로 길은 완만하다. 강형의 말로는 초보 냄비랑 같이 와도 좋은 코스라 한다. 그래도 오름과 내림 그리고 평지가 조화롭게 이어져서 지겨운 길은 아니다. 햇살이
비치지 않는 응달을 제외하고는 눈이 대부분 녹아서 위험하지 않았고 바닥에 떨어진 소나무 잎이 발바닥의 감촉을 포근하지 해 주었다. 회복기에 들어선 내 무릎을 위해선 최고의 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오전
내내 책과 지도를 들여다 보며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늘 탐구하자.
범봉을 지나 수의사거리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5분을 빨리 왔다. 좌측 의왕으로 표시된 길로 내려가면 지지대 고개
밑 고천 근처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확인해 보자. 내쳐 20여 분을 더 걸으니 헬기장이 나오고 사람들로 꽤 붐빈다. 사진
한 장 찍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쉰다. 뒤처진 대식과 우진도 합류한다.
< 광교 헬기장에서 >
오늘은 등산 내내 강형과 내가 앞장서고 우진과 대식이 100여 미터 후방에서
따르는 패턴이 계속된다. 평소에도 ‘여유 산행’을 즐기는 두 사람이 만났으니 궁합이 딱 맞는다. 우진은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멀리서도 소리가 계속해 들려 온다. 헬기장에서 매디슨 부대까지의 길도 완만함이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산 9분 능선 즈음에 자리잡은 미군의 통신부대인
매디슨 부대는 중대 규모로 전형적인 미군부대 건물의 특징과 색체를 보여주고 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인데, 문산의 캠프 팰램의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내 청춘의 황금기에 느꼈던 육체적 고통과 이질적인 문화와의 만남, 풍요로운
나라 미국에 대비해 초라한 내 조국에 대한 연민, 다양한 외모와 가치관을 지닌 미군병사들…. 등등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생생히 머물고 있다.
매디슨 부대를 지나 정상까지는 계단 오르막이다. 여기서부터는 성치 않은
무릎이 걱정되어 계단 난간을 잡고 오른다. 짧지 않은 계단을 지나 정상 통신대 기지를 돌아 정상에 오른다. 벌써 10여 번을 오른 백운산 정상이다. 지지대 고개 기점으로부터 약 1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 서산에 해가 낮아지고 있다. 하산 길 어드메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을 여건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 본다
< Madison 부대 앞에서 >
< 백운산 정상에서 >
< 아래 세상으로 >
정상에서 준비한 커피로 몸을 녹이고
성우와 뒤풀이 합류 통화를 한 후 하산 길로 접어든다. 고분재로 향하는 초입은 눈이 녹지 않았다. 일전 강형이 지방에 있을 때 이 길을 걸으며 ‘고분재 길을 홀로
걷는다. 돈 그만 벌고 어여 올라와’와 비슷한 문구의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데, 이 길을 걸을 때마다 강형은
그 메시지를 이야기 하곤 한다. 사소한 메시지가 받는 이에겐 사무친 그리움으로 읽혀 진 경우라 할 것이다.
서울 근교 대표적 육산인 백운산에서 바라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초입만 내려서면 완만하고 포근한 길이다. 겨울이라 잎이 진 나뭇가지 사이로 백운호수의 전경이 들어온다. 포근한
겨울 해질녘의 풍광을 감상한다. 아쉽게도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은 찍게 못했지만 걱정했던 것 보다는 편하게
오늘 등산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고분재에서 느껴본다. 고분재에서 송원농원까지의 길은
눈밭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계곡 길 응달이라 눈이 녹지 않았고 다니는 사람도 적어 내린 눈이 온전이
남아 있다. 뜻하지 않게 눈다운 눈을 밟아 보게 되었다. 송원농원
앞까지 내려서니 남은 해가 숨어버리고 어둠이 내려 앉는다. 오늘 산행은 이것으로 종료다.
< 뒤풀이 >
백운호수 가에 자리잡은 ‘대지’는 지난 연말 부서 회식 때 온 곳인데 몇 번 드나들며 단골이
되었다. 지난 주에는 음식 값도 지불하지 못하고 나왔는데도 주인의 맞아주는 태도가 곰살맞다. 오랜만에 산벗들 6명이 다시 모여 음력 송년회를 가졌다. 이후 우리 집으로 이동하여 포커를 2시간여 치고 헤어졌다. 돈을 놓고 하는 놀이에 익숙하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