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에서 발간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에 게재된 ‘축구 두뇌 vs 야구 두뇌’라는 제하에 직업별로 대입, 심층분석한 기사가 자못 흥미를 끈다.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어 압축 인용해보기로 한다.
일본 소니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의 모기 겐이치로 연구원은 “같은 인기 종목이라고 할지라도 야구와 축구는 뇌를 쓰는 방법이 아주 다르다. 야구는 정형적인(틀에 박힌) 경기 흐름을 보이지만 축구는 선수가 순간적인 판단을 이어가면서 경기를 진행해 어느정도 실수가 뒤따른다”고 풀이했다. 근본적으로 야구와 축구선수가 뇌를 쓰는 것이 다르다는 얘기이다.
이를테면, 프로야구선수는 타석에 들어서서 ①시야에 들어온 볼의 형태는 자신의 측두엽(側頭葉)으로, 볼의 위치나 속도 따위는 두정엽(頭頂葉)이 각각 인식하고 ②전두엽(前頭葉)이 공을 어떻게 때릴 것인가를 결정한 다음 ③소뇌의 운동을 관장하는 세포가 움직여 운동신경이 실제로 스윙을 하게 만드는 순서를 밟게된다.
일본 국립스포츠과학센터의 히라노 유이치 주임연구원에 따르면 타석에서 타구를 100m 앞의 스탠드로 날리기 위해서는 최저 120㎞의 속도로 배트를 휘둘러야한다. 투수가 던진 볼이 타석에 이르는 시간은 약 0.4초, 프로야구선수 스윙 평균 시간은 0.23초이므로 불과 0.17초 사이에 앞서 설명한 ①②를 거쳐 ③의 과정을 밟아야하는 것이다.
반면 축구는 자기편과 상대편 선수, 볼의 위치 등이 시시각각 변하므로 선수는 경기중에 그같은 상황을 파악해나가면서 움직인다. 그들의 머리속은 계속 ‘온에어(on air)’상태이다.
야구와 축구의 차이점을 정리해보자.
A. 축구는 (하프타임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움직인’다. 야구는 움직임과 정지가 반복된다.
B. 야구는 완전 분업형이고 그 임무가 고정 돼 있다. 축구는 GK, FW, MF, DF 등으로 분업화 돼 있기는 하지만 공수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특정 포지션의 선수만 슈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
C. 야구는 경우에 따라 공 한개마다 감독의 지시를 받는 ‘상의하달’식이지만, 축구는 일단 그라운드에 나서면 선수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
D. 축구는 미래형 사고를 해야만 한다. 언제나 뒤(after)를 예측해야 한다. 야구는 앞(before)이 중요하다. 즉, 과거의 데이터에 신경쓴다.
E. 축구는 정해진 시간(전, 후반 45분씩)과 싸운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승패가 날 때까지 겨룬다.
과학적으로 축구와 야구 선수들의 경기중 뇌의 상태를 조사한 통계 따위는 아직 없다. 그러나 합리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A와 B에서 단위시간으로 보면 축구가 전두엽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C와 D항목에서는 야구나 축구, 모두 전두엽을 활용한다. E는 축구쪽이 전두엽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두엽(前頭葉)은 감정이나 사고를 통제하고 새로운 일을 창조하는 등을 구실을 하는, ‘뇌 중의 뇌’이다. 그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는 야구보다 축구쪽이 높다. 특히 야구에 비해 축구는 전술적인 눈을 가지고 뛰어야한다. 그만큼 넓은 시야를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경기를 읽고 해석하고, 창조해내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축구선수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야구는 어떤가. 한마디로 ‘포지션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명감독과 현역시대의 포지션을 연결해 보면 어느정도 윤곽을 그릴 수 있다. 가장 많은 생각을 해야하는 위치가 바로 포수이다.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고 투수를 이끄는 동시에 상대 타자와 주자를 포괄해서 파악, 공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굳이 생각량의 순서를 따지자면 포수, 유격수와 2루수, 1, 3루수, 외야수 순이다. 투수는 포수와 마찬가지이다.
※다음 회에서는 야구두뇌와 축구두뇌의 직업 상관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홍윤표 OSEN 대기자
야구와 축구라는 운동의 특성을 한마디로 뭉뚱그려 말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야구는 집중력, 축구는 응용력을 상대적으로 더 요구하는 종목으로 본다.
야구는 곡선적이고 세밀한, 축구는 직선적이고 선이 굵은 운동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이를 다시 설명하자면, 야구는 ‘소뇌형(小腦型)=개인에 의한 무의식 플레이’, 축구는 ‘전두엽형(前頭葉型)=집단에 의한 의식적 플레이’로 요약할 수 있다.
소뇌는 그 무게가 약 130g이다. 야구공(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 <공인 야구규칙> 1.09에 따르면 야구공의 무게는 141.7~148.8g(5~5¼온스)으로 돼 있다)보다 약간 가볍다.
뇌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지만 뇌 전체의 신경세포가 절반 이상 집중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복잡한 운동을 관장하며 본능이나 직감같은 능력을 이끌어낸다.
소뇌형인 야구를 무의식적 플레이에 의한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투구나 타격의
‘기술’이라는 것이 머리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부단한 단련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는 점 때문이다. 훈련에 의해 다져진 그같은 몸의 기억은 소뇌에 쌓인다. 이를테면, ‘무심타법’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투수가 온 신경을 기울여 던지는 일구, 일구에 맞서 타격하는 순간에 평소 단련한 그대로 그저‘무심히’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다.
반면 축구의 전두엽형은 순간적인 상황 판단능력이나 공간인식을 길러준다. 온 몸을 사용하는 축구는 특히 어렸을 때에 신체의 좌우 균형을 잡거나 지구력을 길러가는데 아주 좋은 운동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이 ‘야구적인 것인가, 아니면 축구적인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야구형이라기 보다는 축구형에 가깝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의 속도는 둔화되고 연공서열이라든지 종신고용같은 개념은 거의 무너졌거나 희석 됐다. 변하는 사회가 현장에서의 자율적인 판단, 창조력, 업무형태의 급변에 잘 대처하는
축구형의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야구형은 높은 업무 숙련도, 매뉴얼 중시, 전문성 같은 재료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창조력(축구형)인가, 숙련(야구형)인가. 유형별로 야구형과 축구형 직업을 무 자르듯이 딱 자르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구분은 할 수 있다. <아에라>가 종합, 정리한 분류에 의하면 야구형 직업은 측량이나 설계, 시스템개발, 기계, 금형설계, 운수, 배송, 창고업, 농림, 수산관련업, 정비사나 인쇄 등의 업종이 있다.
비교적 야구형에 가까운 직업은 신소재, 과학의 연구개발, 패션디자이너, 식품, 화장품의 상품개발, 외식산업, 이미용업, 경비, 청소, 설비관리 등이다.
축구형 직업은 선전과 마케팅, 금융전문직, 영업이나 섭외, 컨설턴트나 싱크탱크연구원, 반도체설계 등이 속한다. 축구형에 가까운 직업 유형은 게임이나 인터넷 개발자, 광고, 그래픽디자이너, 출판편집자, 총무, 인사, 재무 관련, 비서 등이다.
야구형이나 축구형 양다리를 걸치는, 쌍방 요소를 두루 지니고 있는 직업 유형은 조리사나 의약품개발, 공무원과 특정 단체직원, 부동산업, 교육이나 통역 인스트럭터 등으로 분류된다.
사실, 직업이라는 것을 ‘야구형이다, 아니다, 축구형이다’하는 식으로 일도양단의 구분을 짓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살이의 고단함 속에 ‘이런 분류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한다면 좋겠다.
축구는 영국의 옛 식민지배에 따른 영향도 분명히 있음인지 많은 나라가 친숙하다. FIFA(국제축구연맹)에는 207개 협회가 가입해 있고, 2006 독일 월드컵에는 32개국이 출전했다.
하지만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일단 올림픽무대에서 퇴출될 정도로 성행하는 나라가 국지적이다. 미국의 주도로 월드컵을 본받아 2006년 봄에 야구월드컵(WBC)을 열긴 했으나 그 열기가 아직은 축구 월드컵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야 어쨋든, 야구와 축구로 대별되는 거대 종목이 우리네 삶 속으로 파고들어 생활양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