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매니저 `데니스 스탯먼` 작품 40개국 700여개 주식 채권 단기유동성에 투자 화끈한 수익보다 확실한 분산효과로 안정성 추구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라" 오랜 투자 격언이다. 특히 연금이나 노후자금처럼 멀리 내다보고 굴려야 하는 자금이라면 리스크 분산은 필수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국가의 어느 자산에 어느 정도의 비율로 분산투자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이럴땐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가 답이다. 최근 블랙록자산운용이 선보인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증권 투자신탁`은 주식, 채권, 선진국, 이머징마켓에 알아서 분산투자하는 `All-in-one` 펀드. 비록 화끈한 고수익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꾸준한 수익과 함께 리스크는 확실하게 분산시킬 수 있다.
◇자산배분펀드는 위험하다?
자산배분펀드란 주식, 채권 등 기대수익과 리스크가 서로 다른 자산에 투자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펀드다. 이를 통해 위험은 분산시키고 수익은 꾸준히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자산배분펀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출시되면서 부터다.
2007년 10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를 표방하며 특정 지역이나 자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면 투자하는 전략으로 설정 이후 한달만에 4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자산배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중국 증시에 거의 올인 하듯 투자했고, 금융위기와 함께 출시 1년도 안돼 반토막 펀드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약관상 주식 편입 비중을 시장상황에 따라 0~100%까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지만, 인사이트 펀드로 대표되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는 자연스럽게 헤지펀드에 가까운 `위험한` 펀드로 인식됐다.
중국 증시 회복과 함께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개선됐지만 안정적으로 장기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자산배분을 적절하게 했다면 약세장에서 주가 하락 위험을 어느정도 방어하면서 강세장에서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철저한 분산투자로 리스크 줄인다
블랙록의 한국법인인 블랙록자산운용이 최근 내놓은 `블랙록 글로벌자산배분 증권 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은 이같은 분산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본사 대표 펀드 `BGF Global Allocation Fund`에 투자한다.
지난 7월1일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으로 한 펀드에만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출시가 허용되면서, 블랙록의 글로벌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해외 유명한 펀드 수익률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고, 여기에 100% 환위험 헤지는 덤이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원 펀드인 `BGF Global Allocation Fund`를 해부해보자. 일단 전세계 40개국 700여개 주식과 채권, 단기유동성에 투자한다. 약관상 자산배분 비중을 명시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주식 60%, 채권 40%로 나눠놓았고 지역별로는 미국 60%, 그 외 지역 40%로 기준을 정해놓았다. (아래 그래프 참조)
결국은 미국 주식 36%, 미국외 주식 24%, 미국 채권 24%, 미국외 채권 16%가 되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펀드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투자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지만 당초 정해놓은 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현재 자산배분 비중은 주식이 53%, 채권이 33%, 유동성이 14%다.
`자산배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이 펀드 자산의 1.5%를 넘지 않는다. 현재 비중이 가장 높은 마이크로소프트는 1.2% 담고 있고, 브라질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는 1%다.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종목의 투자비중을 합해도 12.5%에 불과하다.
그만큼 철저한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몰빵`은 있을 수 없다.
◇ 약세장에 방어하고 강세장에 수익
이에 따라 약세장에서는 덜 깨지고 강세장에서는 같이 수익을 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약세장에서 -2.2% 수익률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동안 벤치마크가 될만한 FTSE 월드 지수나 MSCI 월드 지수, 자산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자체 벤치마크 지수가 마이너스 두자리수 수익률이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선전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 참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강세장에서는 111% 수익을 달성했다. FTSE월드 지수(133.9%)나 MSCI월드 지수(118.9%)에 비해서는 다소 뒤처지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래 그래프 참조)
설정 이후 연평균 수익률을 보면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는 7.5%로 MSCI월드 지수의 3%를 상회했고 리스크 측정 수단인 표준편차는 10.8%로 MSCI 월드 지수의 16.5%보다 낮았다. 리스크는 낮고 수익률은 높았던 셈이다.
동종 펀드와 비교해도 선전했다. 설정 이후 지난 7월말까지 누적 수익률은 154.88%. 동종 펀드 평균인 72.3%를 크게 웃돌았다. 블랙록 자체 벤치마크 지수의 수익률 95.96% 역시 상회했다.
◇ 스타 매니저와 12년 팀웍
이 펀드는 역사와 명성을 자랑한다. 1997년 룩셈부르크에서 설정된 역외 펀드로 벌써 12년째 운용되고 있다. 펀드 규모는 약 14조5000억원에 달한다.
블랙록의 스타 펀드 매니저인 데니스 스탯먼(사진)이 이끌고 있다. 스탯먼은 1989년 메릴린치자산운용으로 입사해 2006년 블랙록에 인수된 이후에도 남아 20년째 펀드를 운용중이다. 이에 앞서 메리디안매니지먼트컴퍼니에서 리서치 디렉터로 일하며 종목발굴 능력을 키웠고 세계은행에서 연금투자를 담당하면서 장기투자에 대한 혜안을 쌓았다.
스탯먼이 최종 자산배분 비중을 결정하면 3명의 펀드 매니저와 7명의 애널리스트들이 섹터별 비중과 개별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 스탯먼이 설정 이후 계속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운용팀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초기 멤버다.
`블랙록 글로벌자산배분 증권 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은 지난달 25일부터 키움증권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오는 7일부터 씨티은행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