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문제 대두 이후 풍력 발전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풍력 발전의 성공은 대체 에너지 산업 전반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풍력 발전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996년 말 약 6천 MW에 달하던 세계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은 2002년 말 기준으로 3만 MW를 돌파하였다. 불과 6년만에 5배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발전 연료별로 보더라도 단연 최고의 성장세를 자랑한다.
풍력 발전이 이렇듯 고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따라서 최근 풍력 발전의 성장은 유가 문제보다는 환경 규제의 강화로 설명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1997년 선진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1990년 수준에서 5% 이상 줄이도록 규정한 교토의정서의 채택은 풍력 발전 성장의 전환점으로 기록할 만하다. 풍력 발전이 1990년대 후반 이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한 것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왜 풍력 발전인가
일반적으로 대체 에너지라 하면 기존의 주력 에너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좁게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매스, 풍력, 지열 등 자연계 내에서 순환이 가능한 재생 에너지(Renewable Energy)를 의미하나, 경우에 따라 연료전지 등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포함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대체 에너지 중에서도 풍력 발전이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무엇보다 풍력 에너지의 양호한 경제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화석연료와 대등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로는 사실상 풍력이 유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풍력은 단순한 설비 특성과 함께 현재의 기술 수준 하에서 기술 혁신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최근 재료, 우주·항공 등의 첨단 기술이 풍력 발전에 접목되면서 풍력 발전의 설비 효율은 실제로 급속히 개선되는 추세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풍력 발전은 태양 에너지, 바이오매스 등 타 대체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에서도 많은 양의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미국 풍력에너지협회(AWEA, American Wind Energy Association)에 따르면 풍력 발전 비용은 20년 전에 비해 90% 가까이 하락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향후 추가 하락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풍력 발전의 경제성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화석연료의 가격, 풍력 발전 설비의 효율 및 규모 등에 따라 화석연료와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규모 풍력 발전 설비가 집중적으로 건설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풍력 발전이 화석연료와 거의 대등한 가격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가 1996년 에너지 종류별 발전 비용을 조사한 결과 풍력 발전의 평균 비용은 KWh당 4∼6센트로 천연가스(3.9∼4.4)에는 경쟁력이 못 미치나 석탄(4.8∼5.5)과는 대등한 수준으로, 바이오매스(5.8∼11.6)에 비해서는 오히려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고성장 지속 예상
풍력 발전은 정해진 기한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선진국들의 요구 조건에 현실적으로 가장 부합하는 대체 에너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선진 각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풍력 발전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세계 풍력 발전 설비 능력은 최근 5년간 3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하였는데 그중 대부분은 유럽 및 미국의 발전 능력 확대에 기인한다. 2002년 말 기준 누적 발전 설비 능력을 보면 세계 전체의 90% 이상을 유럽과 미국 국가들이 점유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최근 수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실시한 독일이 1만2천 MW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4,830MW), 미국(4,685MW), 덴마크(2,880MW)가 뒤를 따르고 있다.
풍력 발전의 보급이 최근 들어 급속히 확대되었으나 아직까지 성장 초기 단계로 향후의 성장 잠재력은 무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풍력 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풍력 발전의 경제성이 개선되면서 독일, 덴마크 등 앞서 살펴본 국가들은 물론 지금까지 대체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국가들까지도 적극적인 풍력 발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풍력 발전이 선진국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예컨대 인도는 양호한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개발에 나선 결과 풍력 발전 능력이 세계 5위(1,702MW)에 달하고 있다. 또한 풍력 발전 시설은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오지에도 비교적 쉽게 설치할 수 있어 향후 개발도상국에서의 보급 확대가 예상된다.
유럽 풍력에너지협회(EWEA, European Wind Energy Association)는 지난해 ‘Wind Force 12’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0.35%에 불과한 세계 풍력 발전 비중이 2020년에는 12%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풍력 발전이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보다 앞선 가격경쟁력을 지님에 따라 이러한 전망이 꿈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풍력 에너지가 과연 대체 에너지가 아닌 주력 에너지로 당당히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간 경쟁 치열
풍력 발전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도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이다. AWEA와 EWEA에 의하면 2002년 세계 전체로 약 7천 MW의 신규 설비가 설치되었으며, 이에 따른 시장 규모는 약 7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풍력 발전의 보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10년 풍력 발전 시장 규모는 약 2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풍력 발전 시장의 전망이 밝아지면서 기업들간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발전 설비 시장의 경우 덴마크, 독일 등의 유럽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해 왔으나 지난해 5월 GE가 참여하면서(Enron Wind 인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GE는 Enron Wind 인수 직후 엔지니어 수를 배로 늘리고 기술개발 투자를 6배로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기업간의 첨예한 경쟁 결과 우선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설비 대형화이다. 지금까지 1MW 내외에 머물던 설비 용량은 해양 풍력 발전의 등장과 함께 최대 5MW 규모로까지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풍력 발전소 운영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전력 구매 보장, 보조금 지급 등 각국 정부의 대체 에너지 지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사업성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참여와 함께 풍력 발전 시설은 갈수록 대형화, 집약화되는 추세이다. 시설이 집약화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으나 유지·보수 비용 및 간접비가 절감되는 등 평균 발전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Shell, TotalFinaElf, 동경전력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향후 환경세 도입, 대체 에너지 생산 전력의 의무 도입 등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에너지 기업의 신규 참여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시장내 인수·합병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보급 실적 극히 부진
대체 에너지 자원은 자원의 종류 및 부존량에서 국가별로 차이가 날 수는 있으나 대체 에너지 자체가 자연계 내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석연료 만큼 특정 지역에 편재하는 경향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자원 역시 부족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한국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대체 에너지 연간 확인 잠재량은 태양열(116억 TOE), 풍력(1억6,500만 TOE), 바이오매스(1,128만 TOE) 등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00년 현재 연간 총에너지 수요가 1억9천만 TOE(Tonnes of Oil Equivalent)임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한 자원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대체 에너지 개발 및 이용이 활발한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이용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2001년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보급 실적은 약 246만 TOE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24%에 불과하다. 전체 가용 자원량(확인 잠재량의 약 30%) 기준으로는 0.06%의 대체 에너지가 이용될 뿐이다. 분야별로는 폐기물 소각이 전체의 94%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풍력(0.1%), 태양광(0.2%), 소수력(0.9%) 등은 실적이 극히 미미하다. 이중 폐기물 소각의 목적이 당초 대체 에너지 확보보다는 환경문제 해결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개발은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속적인 지원 정책 필요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가 대체 에너지 육성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체 에너지 보급률을 전체 에너지 소비의 2%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취지 하에 태양광, 연료전지, 풍력 등을 중점 개발분야로 선정한 바 있으며,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차액 지원제도(대체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기준 가격과 전력시장 거래가격의 차액을 지원)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 강화 이후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는 바로 풍력 발전이다. 우리나라의 풍력 발전은 현재 제주 행원 지역 등에 17기(약 8MW 규모)가 설치되어 운영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현재의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국내 교량부품 전문업체인 유니슨산업은 강원도와 독일 라마이어 등과 함께 대관령에 총 설비 용량 98MW의 강원풍력단지 조성 사업을 2004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코에지는 경남 양산에서 6MW 규모의 풍력 발전 단지를 2004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제주도(행원 단지 증설) 등의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남부발전 등이 풍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가 모두 원활히 추진될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지만 향후 3∼4년 내에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풍력 발전 국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 발전이 국내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향후 풍력 발전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대체 에너지가 화석연료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하에서 상당 기간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양한 지원 수단을 강구하되 그것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는 신뢰감을 투자자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국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이다. 정부의 지원이 사실상 국민들의 부담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국민들의 이해 없이 풍력 발전이 확대되기는 어렵다. 또한 입지 선정에 따른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사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중인 풍력 발전 시스템의 국산화는 물론 장기적으로 해양 풍력 발전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풍력 자원 조사와 함께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