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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부갓네삿이 메대 임금 아르박삿을 쳐부수다
1
1 대성읍 니느웨에서 아시리아인들을 다스리던 느부갓네살 임금 제십이년의 일이다. 그 때에 아르박삿은 엑바타나에서 메대인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2 그가 엑바타나 둘레에 너비가 세 페퀴스이고 길이가 여섯 페퀴스로 다듬은 돌로 성벽을 쌓았는데, 성벽의 높이는 일흔 페퀴스이고 너비는 쉰 페퀴스로 하였다.
3 그리고 성문마다 예순 페퀴스 너비로 기초를 놓고 높이가 백 페퀴스 되는 탑을 세웠다.
4 성문들은 자기의 부대들이 한꺼번에 나가고 보병들이 거기에서 정렬할 수 있도록, 높이가 일흔 페퀴스이고 너비가 마흔 페퀴스가 되게 만들었다.
5 그 때에 느부갓네살 임금이 아르박삿 임금과 대평야에서 전쟁을 벌였다. 그것은 라가오 경계 안에 있는 평야였다.
6 그리하여 산악 지방에 사는 모든 주민,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와 히다스페스 강 가, 그리고 엘람인들의 임금 아룍에게 소속된 평야에 사는 모든 주민이 아르박삿에게 모여들었다. 그리고 아주 많은 민족이 켈레우드인들과 싸우려고 집결하였다.
7 그러자 아시리아인들의 임금 느부갓네살이 사절들을 파견하였다. 페르시아의 모든 주민과 서쪽 지방의 모든 주민, 곧 길리기아, 다마스쿠스, 레바론, 안티레바논의 주민, 해안 지방의 모든 주민,
8 가르멜, 길르앗, 갈릴래아 고지대, 에스드렐론 대평야의 민족들,
9 사마리아와 그 곳에 딸린 성읍들, 예루살렘까지 이르는 요르단 건너편 지역, 베다니아, 켈루스, 카데스, ‘이집트 강’, 다흐반헤스, 라므세스, 온 고센 땅의 모든 주민,
10 타니스와 멤피스 너머의 주민까지, 그리고 에티오피아 경계선까지 이르는 이집트의 모든 주민에게 사절들을 파견하였다.
11 그러나 이 지방의 주민들은 모두 아시리아인들의 임금 느부갓네살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편으로 전쟁에 가담하지 않았다. 느부갓네살을 한낱 필부로 여겨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절들을 망신스럽게도 빈손으로 되돌려 보냈다.
12 느부갓네살은 이 온 지방에 몹시 화를 내었다. 그러면서 길리기아와 다마스쿠스와 시리아의 온 영토에 보복을 하고, 또 모압 땅의 모든 주민, 암몬의 자손들, 온 유다 주민, 두 바다의 경계까지 이르는 이집트의 모든 주민을 자기 칼로 처단하겠다고, 자기의 왕좌와 왕국을 걸어 맹세하였다.
13 그리하여 느부갓네살은 제십칠년에 자기 군대와 함께 전열을 갖추고 아르박삿 임금과 맞섰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그는 아르박삿의 온 군대와 그 온 기병대와 병거대를 패주시켰다.
14 그리하여 느부갓네살은 아르박삿의 성읍들을 차지하고, 엑바타나까지 이르러 그 곳의 탑들을 점령하고 시장들을 약탈하여, 엑바타나의 영광을 수치로 바꾸어 버렸다.
15 또 아르박삿을 라가오 산악 지방에서 사로잡고서는 자기 창으로 내리 찔러, 그를 완전히 파멸시켜 버렸다.
16 그리고 나서 자기의 혼합 군대를 모두 거느리고 귀국하였다. 그것은 굉장히 많은 전사들의 무리였다. 느부갓네살은 자기 군대와 함께 백스무날 동안 쉬며 잔치를 벌였다.
홀로페르네스가 서쪽 지방을 토벌하다
2
1 제십팔년 첫째 달 스무이튿날 아시리아인들의 임금 느부갓네살의 왕궁에서는 그가 전에 말한 대로 그 온 지방에 보복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2 느부갓네살은 신하들과 귀족들을 모두 불러 자기의 비밀 계획을 그들에게 내놓고, 그 지방을 완전히 멸망시켜 버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3 그래서 그들은 그가 내린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는 누구든지 처형하기로 결정하였다.
4 회의가 끝나자, 아시리아인들의 임금 느부갓네살은 군대의 대장군으로서 자기 다음으로 가장 높은 홀로페르네스를 불러 말하였다.
5 “온 세상의 주인인 대왕이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내 앞에서 물러가, 힘이 세다고 자신하는 보병 십이만과 만 이천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6 내가 내린 명령에 불복한 서쪽 지방 전역을 치러 진군하여라.
7 그들에게 항복하라고 일러라. 분노에 찬 내가 그들에게 진군하여 그 지방의 땅을 모조리 내 군사들의 발로 뒤덮고, 그 곳을 내 군사들에게 넘겨 약탈하게 할 것이다.
8 그들의 부상자들이 그 곳의 골짜기와 마른내를 가득 채우고, 물 많은 강은 죽은 자들로 가득할 것이다.
9 또한 나는 그들을 사로잡아 온 세상 끝까지 끌고 갈 것이다.
10 너는 진군하여 나보다 앞서서 그들의 영토를 다 점령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굴복할 터이니, 내가 가서 처벌하는 날까지 그들을 지키고 있어라.
11 네가 점령한 지방 어디에서건 불복하는 자들은 가차없이 죽이고 재산을 몰수하여라.
12 내 목숨과 내 왕국의 힘을 걸고 말하는데, 나는 한 번 말한 것은 내 손으로 이루고야 만다.
13 너는 네 주군의 명령을 하나도 어기지 마라. 내가 너에게 명령한 대로 정확히 완수하여라. 그것을 지체 없이 실행하여라.”
14 홀로페르네스는 자기 주군 앞에서 물러나와, 아시리아 군대의 상장군들과 장수들과 장교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15 이어서 자기 주군이 분부한 대로 전투병으로 선발된 군사 십이만과 활 쏘는 기병 만 이천을 헤아려서,
16 전투 부대를 편성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배열하였다.
17 그리고 물자를 나를 낙타와 나귀와 노새를 아주 많이 모으고, 군량으로 쓸 양과 소와 염소도 수없이 많이 모았다.
18 또 모든 군사에게 나누어 줄 충분한 양식과 왕궁에 있던 금과 은도 아주 많이 준비하였다.
19 그리하여 홀로페스네스와 그의 온 군대는 느부갓네살 임금보다 먼저 가서, 병거대와 기병대와 정예 보병대로 서쪽 지방의 땅을 모조리 뒤덮으려고 진군하였다.
20 그 밖에도 메뚜기 떼처럼, 땅의 모래처럼 많은 잡다한 무리가 그들과 함께 나섰다. 그들은 너무 많아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21 그들은 니느웨를 떠나 사흘 동안 백티렛 평야를 향하여 행군하였다. 그리고 길리기아 고지대 북쪽에 있는 산 옆에 벡티렛을 마주하고 진을 쳤다.
22 거기에서 홀로페르네스는 자기의 온 군대, 보병대와 기병대와 병거대를 이끌고 산악 지방으로 가서,
23 푸트와 룻을 쳐부수고, 켈레아 남쪽의 사막 가장자리에 사는 라시스의 자손들과 이스마엘의 자손들을 모두 약탈하였다.
24 그리고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메소포타미아를 가로지르면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아브로나 계곡 위에 있는 모든 요새 성읍을 파괴하였다.
25 이어서 길리기아 지역을 점령하고 자기에게 대항하는 자들을 모두 쳐죽인 다음, 아라비아를 마주보는 야벳의 남쪽 경계까지 진격하였다.
26 그리고 미디안의 자손들을 모조리 포위하여, 그들의 천막들을 불사르고 양 떼를 약탈하였다.
27 또 밀을 수확할 때에 다마스쿠스 평야로 내려가서, 그들의 밭을 모조리 불사르고 양들과 소들을 죽여 버렸으며, 그들의 성읍들을 노략하고 들을 황폐하게 만들었으며 젊은이들은 모두 칼로 쳐죽였다.
28 그리하여 해안 지방의 주민들, 곧 시돈과 띠로에 사는 자들, 수르와 오끼나의 주민, 얌니아의 모든 주민이 그에 대한 공포와 전율에 사로잡혔다. 아조토와 아스칼론의 주민들도 그를 몹시 두려워하였다.
해안 지방의 민족들이 굴복하다
3
1 그리하여 그들은 홀로페르네스에게 사신들을 보내어 이렇게 화친을 청하게 하였다.
2 “느부갓네삿 대왕의 종들인 저희는 이렇게 장군님 앞에 엎드려 있습니다. 저희를 좋으실 대로 처분하십시오.
3 저희의 집과 모든 땅, 모든 밀밭, 양들과 소들, 그리고 저희의 모든 천막이 장군님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들을 좋으실 대로 다루십시오.
4 저희의 성읍들과 그 주민들도 장군님의 종들이니, 오셔서 보기에 좋으실 대로 처리하십시오.”
5. 그 사람들이 홀로페스네스에게 가서 이러한 말을 전하자,
6 그는 자기 군대를 거느리고 해안 지방으로 내려가서, 요새 성읍들에 주둔군을 배치하고 그 곳 주민 가운데에서 뽑은 사람들을 보충병으로 삼았다.
7 그들과 이웃 주민들이 모두 화관을 쓰고 손 북에 맞추어 춤을 추며 그를 맞아들였다.
8 홀로페르네스는 그들의 모든 신전을 부수고 그들의 신성한 수풀들을 베어 버렸다. 그는 세상의 신들을 모두 없애 버리라는 임무를 받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민족이 느부갓네살만 섬기고, 말이 다른 종족들과 부족들이 모두 그를 신으로 받들어 부르게 하려는 것이었다.
홀로페르네스가 유다 땅에 다다르다
9 그리고 나서 홀로페르네스는 유다의 가파른 산비탈과 마주한 도다인 곁의 에스드렐론으로 가서,
10 게바와 스키토폴리스 사이에 진을 쳤다. 그리고 자기 군대의 물자를 모두 모으기 위하여 옹근 한 달을 그 곳에 머물렀다.
유다인들이 항전을 준비하다
4
1 유다에 사는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아시리아인들의 임금 느부갓네살의 대장군 홀로페르네스가 민족들에게 한 모든 일, 그리고 그 신전들을 모조리 약탈하고 파괴한 일을 전해 들었다.
2 그러자 그들은 홀로페르네스를 몹시 두려워하며, 예루살렘과 자기들의 하느님이신 주님의 성전 때문에 걱정하였다.
3 그들이 최근에야 유배에서 돌아오고 또 얼마 전에야 유다의 모든 백성이 한데 모여, 더럽혀졌던 기물과 제단과 하느님의 집을 축성하였기 때문이다.
4 그리하여 그들은 사마리아, 코나, 벳-호론, 벨마인, 예리고의 모든 지역, 그리고 코바, 아이소라, 살렘 계곡으로 전령을 보내어,
5 곧바로 높은 산 꼭대기를 모두 점령하고, 지역 안에 있는 마을들에 성을 쌓으며 전쟁 준비로 양식을 저장하게 하였다. 마침 그들의 들판은 수확이 막 끝난 뒤였다.
6 그 때에 예루살렘에서 봉직하던 요야킴 대사제는 베툴리아, 그리고 도다인 옆의 평야 맞은쪽에 있는 에스드렐론과 마주한 베트마스타임 주민에게 서신을 보내어,
7 산악 지방의 고갯길들을 지키라고 하였다. 그것들은 유다로 들어가는 관문으로서, 그 길목이 겨우 두 사람이 지날 정도로 좁아 올라오는 자들을 쉽게 막을 수 있는 곳이었다.
8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요야킴 대사제,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회의를 한 온 이스라엘 백성의 원로단이 지시한 대로 하였다.
유다인들이 참회하며 기도하다
9 이스라엘 남자들은 모두 하느님께 아주 간절히 부르짖고 또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고행하였다.
10 그들은 물론 그들의 아내들과 아이들, 집짐승, 모든 이방인, 삯꾼, 팔려 온 종까지 허리에 자루옷을 걸쳤다.
11 그리고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이스라엘 남자와 여자와 어린이는 성전 앞에 엎드려 머리에 재를 뿌리고, 주님 앞에 자기들의 자루옷을 펼쳐 놓고,
12 제단도 자루옷으로 둘렀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이 잡혀 가지 않게 해 주십사고, 여자들이 끌려가지 않게 해 주십사고, 자기들이 상속받은 성읍들이 파괴되지 않게 해 주십사고, 그리고 성소가 더럽혀져 치욕스럽게도 이민족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해 주십사고,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마음을 모아 간절히 부르짖었다.
13 주님께서는 그들의 소리를 귀여겨들어 주시고 그들의 곤경을 눈여겨보아 주셨다. 백성이 온 유다 땅에서,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는 전능하신 주님의 성소 앞에서 여러 날 금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14 요야킴 대사제와 주님을 모시는 모든 사제와 주님을 시중드는 이들은 허리에 자루옷을 걸치고, 일일 번제물과 백성의 서원제물과 자원제물을 바쳤다.
15 그들은 머리쓰개에 재를 뿌린 채, 온 이스라엘 집안을 은혜로이 돌보아 주십사고 힘을 다하여 주님께 부르짖었다.
홀로페르네스가 회의를 소집하다
5
1 이스라엘의 자손들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산악 지방의 통행로들을 폐쇄하였을 뿐만 아니라 높은 산 봉우리마다 성을 쌓고 평야에는 장애물을 설치하였다는 사실이, 아시리아 군대의 대장군 홀로페르네스에게 보고되었다.
2 그러자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모압의 모든 제후와 암몬의 장수들과 해안 지방의 모든 총독을 불러 놓고,
3 이렇게 말하였다. “가나안의 자손들아, 저 산악 지방에 사는 백성이 어떤 백성인지, 저들이 사는 성읍들이 어떠한지, 저들의 군대가 얼마나 큰지, 저들의 능력과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저들을 다스리고 군대를 지휘하는 임금이 누구인지 말해보아라.
4 이 서쪽 지방의 모든 주민 가운데에서 왜 저들만 나를 맞으러 오기를 거부하느냐?”
아키오르가 이스라엘인들에게 관하여 말하다
5 모든 암몬인의 수령인 아키오르가 대답하였다. “주인님께서는 이 종이 하는 말씀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주인님께서 계시는 이 부근 산악 지방에 사는 저 백성에 관하여 진실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이 종의 입에서는 거짓이 하나도 흘러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6 저 백성은 갈대아인들의 후손입니다.
7 그들은 갈대아 땅에서 살던 조상들의 신들을 따르기가 싫어서, 한때 메소포타미아에서 산 적도 있습니다.
8 그들이 조상들의 길을 버리고 하늘의 하느님, 자기들이 알게 된 하느님을 경배하였으므로, 조상들의 신들 앞에서 쫓겨나 메소포타미아로 달아난 뒤에 오랫동안 거기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9 그런데 그들의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는 곳에서 나와 가나안 땅으로 가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여기에 자리잡고 번성하여 금과 은, 그리고 아주 많은 가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0 그 뒤에 기근이 온 가나안 땅을 뒤덮자 그들은 이집트로 내려가, 먹고 살 수 있을 때까지 거기에서 살았습니다. 그 곳에서 그들의 겨레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무리로 불어났습니다.
11 그러자 이집트 임금이 그들에게 적대심을 품고 나서서, 교묘한 방식으로 벽돌을 만드는 노역을 시키며 그들을 억누르고 또 종으로 삼았습니다.
12 그래서 그들이 저희 하느님께 부르짖자, 그분께서는 손쓸 길 없는 여러 가지 재앙으로 온 이집트 땅을 치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집트인들이 그들을 내쫓았습니다.
13 하느님께서는 또 그들 앞에 놓인 홍해의 물을 마르게 하시고,
14 시나이와 카데스-바르네아 길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들은 광야의 주민을 모두 내쫓고,
15 아모리인들의 땅에 자리를 잡고서는 헤스본인들을 자기들의 힘으로 전멸시켰습니다. 그리고 요르단을 건너서 저 산악 지방을 모두 차지하였습니다.
16 그들은 가나안인, 브리즈인, 여부스인, 세겜인, 그리고 모든 기르갓을 내쫓고 저 곳에서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17 그들이 저희 하느님 앞에서 죄를 짓지 않는 한, 불의를 미워하시는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셨기 때문에 그들은 번영하였습니다.
18 그러나 하느님께서 명하신 길에서 벗어나자, 그들은 많은 전투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이국 땅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의 성전은 완전히 파괴되고 그들의 성읍들은 적군에게 빼앗겼습니다.
19 그러나 이제 자기들의 하느님께 되돌아간 그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곳에서 돌아와, 자기들의 성소가 있는 예루살렘을 되찾고 황폐해 있던 저 산악 지방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 그러니 이제 저의 상전이신 주인님! 만일 저 백성이 잘못하여 자기들의 하느님께 죄를 지었고, 몰락의 원인이 되는 그 죄를 우리가 그들에게서 찾아 낸다면, 올라가서 그들과 싸울 수 있습니다.
21 그러나 저 민족에게 죄과가 없으면, 주인님께서는 그냥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주님, 그들의 하느님께서 그들을 보호하시어 우리가 온 세상의 우셋거리가 될 것입니다.”
아키오르가 반대에 부딪히다
22 이키오르가 이 말을 마치자 천막 둘레에 빙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웅성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홀로페르네스의 지휘관들과 해안 지방과 모압의 주민들은 일제히 아키오르를 처단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23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손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격렬한 전투를 벌일 힘도 능력도 없는 백성입니다.
24 그러니 저희의 상전이신 홀로페르네스님, 올라갑시다. 그들은 대장군님 휘하 온 군대의 먹이가 될 것입니다.”
홀로페르네스가 대답하다
6
1 회의장 둘레에 선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그치자, 아시리아 군대의 대장군 홀로페르네스가 온 외국인 무리 앞에서 아키오르와 모압의 모든 자손에게 말하였다.
2 “네가 뭐길래 에브라임의 품팔이꾼들을 데리고 오늘 이처럼 우리에게 예언을 한답시고, 저 이스라엘 종족의 하느님이 저들을 보호할 터이니 저들과 전쟁을 하지 말라고 말하느냐? 느부갓네살말고 신이 또 어디 있단 말이냐? 바로 그분께서 이제 당신의 병력을 보내시어 저들을 이 땅에서 전멸시키실 터인즉, 저들의 하느님이 저들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3 그리고 그분의 종인 우리는 저들을 단 한 사람인 양 쳐부술 것이다. 저들은 우리 기병대의 위력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4 우리는 기병대로 저들을 휩쓸어 버릴 것이다. 그리하여 저들의 산은 저들의 피로 젖고 평야는 저들의 시체로 가득 차리니, 저들의 발자국마저 우리 앞에서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저들은 완전히 멸망할 것이다. 이렇게 온 세상의 주인이신 느부갓네살 임금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분께서 한 번 하신 말씀은 하나도 헛말이 되지 않는다.
5 너, 암몬 출신의 품팔이꾼 아키오르야, 너의 불의가 드러난 이 날에 그러한 말을 한 너는, 오늘부터 내가 이집트에서 나온 저 종족에게 보복할 때까지 더 이상 내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다.
6 내가 돌아올 때에 내 군대의 칼과 내 시종들의 창이 네 옆구리를 꿰뚫어, 너는 저들의 부상자들 사이에 쓰러질 것이다.
7 이제 내 종들이 너를 저 산악 지방으로 끌고 가서 그 길목 곁의 한 성읍에 내버릴 것이다.
8 그러면 네가 저들과 함께 전멸할 때까지는 죽지 않을 것이다.
9 네가 정녕 저들이 점령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마음에 품고 있다면, 그렇게 얼굴을 떨굴 필요가 없다. 내가 한 번 한 말은 하나도 어김이 없다.”
아키오르가 유다 진영으로 넘겨지다
10 홀로페르네스는 자기 천막에서 시중드는 종들에게, 아키오르를 붙잡아 베툴리아로 데리고 가서 이스라엘의 자손들에게 넘기라고 분부하였다.
11 홀로페르네스의 종들은 아키오르를 붙잡아 진영 밖 평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들은 평지를 가로질러 산악 지방으로 올라가 베툴리아 밑에 있는 샘터에 다다랐다.
12 산 꼭대기에 있는 성읍 사람들이 그들을 보자 무기를 들고 산 꼭대기에 있는 그 성읍에서 나왔다. 또 돌팔매질하는 사람들은 모두 돌을 던져 그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았다.
13 그들은 산 아래로 들어가 아키오르를 묶어서, 그 곳 산 발치에 던져 둔 채 저희 주인에게 돌아갔다.
14 성읍에서 나온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아키오르가 있는 곳에 멈추어 서서 결박을 풀고 그를 베툴리아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를 성읍의 수장들 앞에 세웠다.
15 그 때의 수장들은 시므온 지파 출신 미가의 아들 우찌야, 고토니엘의 아들 카브리스, 멜키엘의 아들 카루미스였다.
16 그들은 성읍의 원로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그러자 모든 젊은이와 여자들까지 회의장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아키오르를 온 백성 한가운데에 세우자, 우찌야가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17 아키오르는 홀로페르네스가 회의를 연 일과, 자기가 아시리아인들의 수장들 한가운데에서 한 말이며, 홀로페르네스가 이스라엘 집안을 두고 거만하게 지껄인 말을 그대로 전하였다.
18 그러자 백성은 엎드려 하느님께 경배하며 부르짖었다.
19 “주 하늘의 하느님, 저들의 교만을 내려다보십시오. 그리고 비참하게 된 저희 겨레를 가엾이 여기시고, 오늘, 당신께 봉헌된 이들의 얼굴을 굽어보아 주십시오.”
20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아키오르를 위로하며 크게 칭송하였다.
21 우찌야는 아키오르를 회의장에서 데리고 나가 자기 집으로 가서 원로들을 위하여 술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날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였다.
홀로페르네스가 베툴리아를 포위하다
7
1 이튿날 홀로페르네스는 전 군대와 보충 부대로 편입된 모든 병사에게, 진을 걷어 베툴리아로 출발하면서 산악 지방으로 올라가는 길목들을 점령하고 이스라엘의 자손들과 싸우라고 명령하였다.
2 그 날에 전사들이 모두 진을 걷어 출발하였다. 그들 군대의 병력은 보병이 십칠만, 기병이 만 이천이었으며, 그 밖에도 물자와 또 그것을 나르는 보졸들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큰 무리였다.
3 그들은 베툴리아 근처 넓은 계곡의 샘 옆에 진을 쳤다. 그 진의 너비는 도다인을 넘어 벨바임까지 이르고, 길이는 베툴리아에서 에스드렐론 맞은쪽에 있는 키아몬까지 이르렀다.
4 그들의 무리를 본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깜짝 놀라 서로 말하였다. “이제 저자들이 온 땅을 먹어 치워 버리겠구나. 어떠한 높은 산도 어떠한 골짜기도 어떠한 언덕도 저들의 무게를 견디어 내지 못하겠구나.”
5 그러면서 그들은 저마다 병기를 들고 탑마다 불을 피우고서는, 그 날 밤을 새우며 망을 보았다.
6 이틀째 되는 날, 홀로페르네스는 베툴리아에 있는 이스라엘의 자손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의 온 기병대를 이끌고 나왔다.
7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의 성읍으로 가는 길목들을 살펴보고 샘들을 돌아본 다음에 그것들을 점령하고 나서, 군사들의 초소를 세워놓고 자기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8 그 때에 에사오 자손들의 모든 수장과 모압 백성의 모든 수령과 해안 지방의 장수들이 홀로페르네스에게 가서 말하였다.
9 “주인님께서는 이 말씀을 들으시어, 주인님의 군대가 손실을 입지 않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10 이스라엘 자손들의 이 백성은 자기들이 가진 창이 아니라, 자기들이 사는 산들이 높은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는 산들의 꼭대기로 오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11 그러니 이제 주인님, 대열을 갖추고 싸우는 전투에서 하듯이 그들과 전투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주인님의 병사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도 쓰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12 주인님께서는 진영에 머무르시면서, 주인님의 군대에 속한 이들은 한 사람도 빠뜨리지 말고 아끼십시오. 그리고 주인님의 종들을 시켜 저 산 발치에서 흘러 나오는 샘을 장악하게만 하십시오.
13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이 저 샘에서 물을 길어 먹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목말라 죽게 되어 마침내 자기들의 성읍을 넘길 것입니다. 그 동안 저희와 저희 병사들은 부근의 여러 산 꼭대기에 올라가 거기에 진을 치고, 저 성읍에서 한 사람도 나오지 못하도록 지키겠습니다.
14 그들은 물론 여자들과 아이들도 굶주림에 쇠약해져서, 칼이 그들에게 닿기도 전에 자기들이 사는 길거리에 쓰러져 널릴 것입니다.
15 이렇게 하면 그들이 주인님을 평화롭게 맞아들이지 않고 반역한 죄에 대하여 혹독한 보복을 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6 그들의 말이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모든 시종의 마음에 들어, 홀로페르네스는 그들이 말한 대로 하라고 명령하였다.
17 그리하여 암몬 자손들의 군대는 아시리아인 천오백 명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 계곡에 진을 치고, 이스라엘 자손들의 물길과 샘들을 점령하였다.
18 에사오의 자손들과 암몬의 자손들도 올라가서 도다인 맞은쪽 산악 지방에 진을 쳤다.그리고 자기들 가운데에서 일부를 남쪽과 동쪽으로, 곧 에그레벨 맞은쪽으로 보냈다. 에그레벨은 모크무르 마른내 위의 쿠스 부근에 있었다. 아시리아인들의 나머지 군대는 평야에 진을 쳐 온 땅을 뒤덮었다. 그들의 천막과 물자가 수없이 펼쳐져 아주 큰 무리를 이루었던 것이다.
19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주 저희 하느님께 부르짖었다. 적군들이 모두 자기들을 포위하여 그들에게서 빠져나갈 방도가 없어, 용기를 잃고 말았던 것이다.
20 아시리아의 온 군대, 그들의 보병대와 병거대와 기병대가 이스라엘의 자손들을 서른나흗날 동안 에워쌌다. 마침내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이 물을 받아 놓은 그릇마다 물이 떨어지고,
21 저수 동굴은 바닥이 났다. 마실 물을 일정 양만 배급 받았기 때문에, 그들은 단 하루도 물을 실컷 마실 수 없었다.
22 아이들은 생기를 잃고 여자들과 젊은이들은 목이 말라 기력을 잃어, 성읍의 길거리와 성문 통로에 쓰러졌다. 이제 그들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
23 그러자 젊은이,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온 백성이 우찌야와 성읍의 모든 수장에게 몰려들어, 원로들이 다 있는 앞에서 큰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
24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우리 사이를 판가름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아시리아인들과 화친을 맺지 않아 우리에게 큰 불의를 저질렀습니다.
25 이제 우리를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목이 마르고 기운이 다 빠져서 그들 앞에 쓰러져 널리도록,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들 손에 팔아 넘기셨습니다.
26 그러니 저들을 불러들여, 이 온 성읍을 홀로페르네스의 병사들, 그의 모든 군대의 전리품으로 넘기십시오.
27 우리에게는 그들의 노획물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우리는 정말 종이 되겠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목숨을 부지할뿐더러, 우리 아이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아내들과 자식들의 목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우리 눈으로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28 우리는 하늘과 땅의 이름으로, 또 우리의 죄와 우리 조상들의 죄악에 따라 우리에게 보복하시는 우리의 하느님, 우리 조상들의 주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우리가 말한 대로 바로 오늘 실행해 주십시오.”
29 그러자 온 회중 가운데에서 큰 울음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주 하느님께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30 그 때에 우찌야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형제들이여, 용기를 내십시오. 닷새만 더 견디어 냅시다. 그 동안에 주 우리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비를 다시 우리에게 돌리실 것입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마냥 내버려 두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31 만일 닷새가 지나도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오지 않으면, 여러분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32 그리고 나서 우찌야는 백성을 해산시켜 저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들은 여자들과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고서 성읍의 성벽과 탑으로 올라갔다. 성읍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가라앉았다.
유딧이 나서다
8
1 그 때에 유딧이 이 소식을 들었다. 유딧은 므라리의 딸이고, 므라리는 옥스의 아들, 옥스는 요셉의 아들, 요셉은 오지엘의 아들, 오지엘은 엘키아의 아들, 엘키아는 아나니아의 아들, 아나니아는 기드온의 아들, 기드온은 라파임의 아들, 라파임은 아히툽의 아들, 아히툽은 엘리야의 아들, 엘리야는 힐키야의 아들, 힐키야는 엘리압의 아들, 엘리압은 나타나엘의 아들, 나타나엘은 살라미엘의 아들, 살라미엘은 사라사대의 아들, 사라사대는 이스라엘의 아들이다.
2 유딧의 남편은 므나쎄라는 사람으로 유딧과 같은 지파, 같은 가문 출신이었는데 보리를 수확할 때에 죽었다.
3 들에서 보릿단을 묶는 이들을 감독하고 있던 그는 뜨거운 열기가 머리를 덮치는 바람에, 자리에 누웠다가 자기가 살던 성읍 베툴리아에서 죽었다. 그리하여 도다인과 발라몬 사이에 있는 들에 조상들과 함께 묻혔다.
4 유딧은 세 해 넉 달 동안 자기 집에서 과부 생활을 하였다.
5 그는 자기 집 옥상에 천막을 치고 살면서 허리에 자루옷을 두르고 과부 옷을 입었던 것이다.
6 그리고 과부 생활을 하는 동안, 안식일 전날과 안식일, 그믐날과 초하룻날, 이스라엘 집안의 축제일과 경축일 말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금식하였다.
7 유딧은 용모가 아름답고 모습이 무척 어여뻤다. 그의 남편 므나쎄가 금과 은, 남종과 여종, 가축과 밭을 남겼는데, 유딧은 그것들을 계속 소유하였다.
8 유딧에 관하여 좋지 않은 말을 하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그가 하느님을 크게 경외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9 유딧은 백성이 물 부족으로 용기를 잃고 수장에게 한 그 좋지 않은 말을 들었다. 그리고 우찌야가 닷새 뒤에 성읍을 아시리아인들에게 넘기겠다고 맹세하면서 백성에게 한 말도 다 들었다.
10 그리하여 유딧은 자기의 온 재산을 관리하는 시녀를 보내어, 성읍의 원로 우찌야와 카브리스와 카르미스를 모셔 오게 하였다.
11 그들이 오자 유딧이 말하였다. “베툴리아 주민의 수장님들, 제 말씀을 들어 보십시오. 여러분이 오늘 백성 앞에서 하신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닷새 안에 우리에게 도움을 베풀지 않으시면 이 성읍을 적군들에게 넘기시겠다고 여러분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심으로써 여러분은 하느님과 여러분 사이에 맹세를 내거신 것입니다.
12 도대체 여러분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오늘 하느님을 시험하시고, 사람에 지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느님의 자리에 서시는 것입니까?
13 지금 여러분은 전능하신 주님을 시험해 보시지만, 끝내 아무것도 알아 내지 못하실 것입니다.
14 여러분은 사람 마음의 깊은 곳을 찾아 내지도 못하시고, 그 속 생각들을 알아차리지도 못하십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을 세밀히 살펴보시고 그분의 생각을 알아내시며 그분의 계획을 헤아리실 수 있단 말입니까? 안 됩니다. 형제 여러분, 주 우리 하느님을 노엽게 해 드리지 마십시오.
15 하느님께서는 닷새 안에 우리를 도우실 뜻이 없으시더라도,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우리를 보호하실 수 있는 권능을, 또 적군들 앞에서 우리를 전멸시키실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16 주 우리 하느님의 뜻을 담보로 잡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달리 협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시고, 인간과 달리 부추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십니다.
17 그러니 하느님에게서 구원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우리를 도와 주십사고 그분께 간청합시다. 당신 마음에 드시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실 것입니다.
18 사실 우리의 어느 지파, 어느 가문에서도, 또 어느 씨족, 어느 성읍에서도, 이전처럼 손으로 만든 신들에게 경배하는 일이 우리 세대에는 일어난 적이 없고 오늘날에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19 바로 그 일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살륙과 약탈을 당하고, 우리의 적들 앞에서 무참히 파멸하였습니다.
20 그러나 우리는 그분 말고는 다른 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그분께서 우리나 우리 겨레 가운데 아무도 업신여기지 않으시리라고 우리는 희망할 수가 있습니다.
21 그렇지만 우리가 함락되는 날에는 온 유다도 넘어가고 우리의 성소도 약탈당할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성소가 더럽혀진 그 잘못을 우리 자신의 피로 갚게 하실 것입니다.
22 그분께서는 우리가 어디에서 종살이를 하든지, 그 곳의 이민족들 사이에서 동포들이 학살당하고 온 나라가 유배로 끌려가고 상속 토지가 황폐하게 되는 일이 우리에게 들이닥치게 하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를 종으로 사들이는 자들 앞에서 조롱거리와 우셋거리가 될 것입니다.
23 그리고 우리는 종살이를 하면서 아무런 은혜도 입지 못할 것입니다.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치욕으로 돌려 놓으실 것입니다.
24 그러니 이제 형제 여러분, 우리가 동포들에게 모범을 보입시다. 그들의 목숨이 우리에게 달려 있고, 성소가, 하느님의 집과 제단이 우리에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25 모든 것이 그러하더라도 주 우리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그분께서는 우리 조상들에게 하신 것처럼 지금 우리도 시험하고 계십니다.
26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어떻게 하셨는지, 이사악을 어떻게 시험하셨는지, 그리고 야곱이 시리아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외숙 라반의 양 떼를 칠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27 그들의 마음을 시험하시려고 그들에게 불 같은 시련을 주신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도 그냥 보복을 하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 가까운 이들을 깨우쳐 주시려고 채찍질하시는 것입니다.”
28 그 때에 우찌야가 유딧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한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니, 그대의 말을 반박할 자 아무도 없소.
29 그대의 지혜가 오늘만 드러난 것이 아니오. 그대의 생애가 시작될 때부터 온 백성이 그대의 슬기를, 또 그대의 마음씨가 얼마나 고운지를 다 알아 왔소.
30 이 백성은 너무 목이 말라 우리가 자기들에게 약속한 것을 실행하도록, 또 우리가 어길 수 없는 맹세를 하도록 강요한 것이오.
31 그대는 신심 깊은 여인이니 이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저수 동굴들이 가득 차게 비를 내려 주셔서, 우리가 더 이상 기력을 잃지 않을 것이오.”
32 유딧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제 말씀을 들으십시오. 저는 대대로 우리 겨레의 자손들에게 남을 일을 하려고 합니다.
33 오늘 밤 여러분은 성문 곁에 서 계십시오. 그러면 저는 시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이 이 성읍을 적군들에게 넘기겠다고 말씀하신 그 날짜 안에, 주님께서는 제 손을 통하여 이스라엘을 구하실 것입니다.
34 그러나 제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아 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제가 하려는 일이 끝날 때까지는 여러분에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35 우찌야와 다른 수장들이 유딧에게 말하였다. “평화와 함께 가시오. 주 하느님께서 우리 적군들에게 보복하시기 위하여 그대 앞에 서서 가시기를 비오.”
36 그리고 나서 그들은 그 초막을 떠나 자기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유딧이 기도하다
9
1 유딧은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 머리에 재를 뿌리고, 속에 입고 있던 자루옷을 드러내었다. 때는 예루살렘에 있는 하느님의 집에서 저녁 향을 피워 올리는 시간이었다. 유딧이 큰 소리로 주님께 부르짖었다.
2 “저의 조상 시므온의 하느님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이민족에게 보복하라고 시므온의 손에 칼을 들려 주셨습니다. 처녀의 아랫도리를 풀어 부정하게 만들고, 그 허벅지를 드러내어 욕을 보이고, 태를 더럽혀 모욕을 준 이민족 말입니다. 당신께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하셨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고야 말았습니다.
3 그리하여 당신께서는 그들의 수장들을 학살당하게 하셨습니다. 또 그 이민족의 속임수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그 침상을 다른 속임수로 피에 물들게 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종들을 제후들과 함께 치시고, 제후들을 그 옥좌와 함께 치셨습니다.
4 그들의 아내들을 끌려가게 하시고, 그들의 딸들을 잡혀 가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들이, 곧 당신을 위한 열성으로 불타고 자기들의 피가 부정하게 되는 것을 혐오하여 당신께 도움을 간청한 자녀들이, 그들에게서 뺏은 모든 노획물을 나누어 가지게 하셨습니다. 하느님, 저의 하느님, 이 과부의 말씀을 귀담아들어 주십시오.
5 그 때의 일, 그 앞의 일과 그 뒤의 일은 모두 당신께서 하신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현재와 미래를 계획하셨습니다. 당신께서 뜻하신 것은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6 당신께서 원하기만 하시면 무엇이든지 앞으로 나와 ‘예, 여기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당신의 모든 길은 미리 준비되어 있고 당신의 판결은 선견으로 이루어집니다.
7 그런데 저 아시리아인들은 무력이 넘쳐나, 말과 기병으로 우쭐대고 보병의 위세로 뽐내며, 방패와 창과 활과 투석기에 희망을 겁니다. 저들은 당신께서 전쟁을 쳐 없애 버리시는 주님이심을 모릅니다.
8 당신의 이름은 주님이십니다. 당신의 권세로 그들의 힘을 부수시고 당신의 진노로 그들의 세력을 꺾으십시오. 저들은 당신의 성소를 더럽히고, 당신의 영광스러운 이름이 머물러 있는 천막을 부정하게 만들며, 당신 제단의 뿔을 칼로 내리치려고 합니다.
9 그들의 교만을 보시고 그들의 머리 위로 당신의 분노를 쏟아 부으십시오. 뜻한 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이 과부의 손에 주십시오.
10 제 입술의 속임수로 종을 수장과 함께, 수장을 시종과 함께 치십시오. 저들의 오만을 이 여자의 손으로 깨뜨리십시오.
11 당신의 능력은 수에 달려 있지 않고 당신의 위력은 힘센 자들에게 달려 있지 않습니다. 당신께서는 오히려 미천한 이들의 하느님, 비천한 이들의 구조자, 약한 이들의 보호자, 버림받은 이들의 옹호자, 희망 없는 이들의 구원자이십니다.
12 제 조상의 하느님, 당신의 상속 재산 이스라엘의 하느님, 하늘과 땅의 주님, 물의 창조주님, 당신께서 만드신 모든 조물의 임금님, 부디, 부디 저의 기도를 귀담아들어 주십시오.
13 당신의 계약과 당신의 거룩한 집, 시온 산, 그리고 당신 자녀들이 소유한 집에 잔혹한 짓을 저지르려는 저들에게, 저의 말과 속임수가 상처와 타격을 입히게 해 주십시오.
14 그리하여 당신께서 모든 권세와 능력을 지니신 하느님으로서, 당신 말고는 이스라엘 겨레를 보호하실 분이 없음을, 당신의 온 백성과 모든 지파가 깨달아 알게 하십시오.”
유딧이 적진으로 가다
10
1 유딧은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부르짖으면서 이 모든 말씀을 다 아뢰었다.
2 그리고 나서 엎드려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시녀를 불러, 자기가 안식일과 축제일을 지내던 집으로 함께 내려갔다.
3 유딧은 속에 있고 있던 자루옷을 벗고 과부 옷도 치웠다. 그리고 물로 몸을 씻고 값비싼 향유를 바른 다음, 머리를 빗고 머리띠를 두르고서 자기 남편 므나쎄가 살아 있을 때에 있던 화사한 옷을 차려 입었다.
4 또 발에는 신발을 신고 발찌를 두른 다음, 팔찌와 반지와 귀걸이와 그 밖의 모든 패물을 찼다. 이렇게 유딧은 자기를 보는 모든 남자의 눈을 호리려고 한껏 몸치장을 하였다.
5 그리고 나서 유딧은 포도주가 든 가죽 부대와 올리브 기름 단지를 시녀에게 주었다. 또 가죽 자루에 볶은 밀과 건포도 과자와 정결한 빵을 가득 넣고, 그릇들을 모두 싸서 그 시녀에게 주어 나르게 하였다.
6 그들은 베툴리아 성문으로 나가, 성읍의 원로 카브리스와 카르미스를 데리고 서 있는 우찌야를 만났다.
7 그들은 유딧의 얼굴이 바뀌고 복장도 달라진 것을 보고서는, 그의 아름다움에 몹시 경탄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8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이스라엘 자손들의 영광과 예루살렘의 영예를 위한 그대의 계획이 이루어지게 해 주시기를 비오.” 유딧은 하느님께 경배하고 나서,
9 그들에게 말하였다. “성문을 열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제가 나가서 여러분이 저에게 말씀하신 그 일을 이루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유딧이 말한 대로 젊은이들에게 성문을 열어 주라고 명령하였다.
10 그들이 그대로 하자 유딧이 나갔다. 그와 함께 그의 하녀도 나갔다. 성읍의 남자들은 유딧이 산을 내려가 계곡을 지나서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 보았다.
11 그 여자들은 계곡에서 곧바로 나아가다가 아시리아인들의 전초병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12 그들이 유딧을 데려다가 물었다. “당신 어느 편이오?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거요?” 유딧이 대답하였다. “저는 히브리 여자인데, 히브리인들이 곧 여러분에게 넘겨져 먹혀 버릴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오는 길입니다.
13 저는 여러분 군대의 대장군 홀로페르네스님 앞으로 가서 사실을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또 그분의 부하들이 잡히거나 살해되어 한 사람이라도 목숨을 잃는 일 없이, 산악 지방으로 올라가서 그 곳을 전부 정복할 수 있는 길을 그분 앞에서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14 그 사람들은 유딧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크게 경탄하며 유딧에게 말하였다.
15 “당신은 우리 주인님 앞으로 서둘러 내려오는 바람에 목숨을 구하였소. 그러니 그분의 천막으로 어서 가시오. 우리 가운데 몇 사람이 당신을 호위하여 그분의 손에 넘겨 드릴 것이오.
16 그분 앞에 서거든 마음 속으로 두려워하지 말고 방금 이야기한 대로 말씀하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잘해 주실 것이오.”
17 그들은 자기들 가운데에서 백 명을 뽑아 유딧과 그의 시녀에게 붙여 주어,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인도하게 하였다.
18 온 진영에 소동이 벌어졌다. 유딧이 도착한다는 소문이 군사들의 천막 사이로 퍼졌기 때문이다. 유딧은 홀로페르네스에게 자기에 관하여 보고가 될 때까지 그의 천막 밖에 서 있었는데, 군사들이 와서 그를 에워쌌다.
19 그들은 유딧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또 유딧 때문에 이스라엘의 자손들에 관해서도 경탄하며, 서로 말하였다. “이런 여자들이 있는 저 백성을 누가 얕잡아 볼 수 있겠는가? 저 백성 가운데에서 남자를 하나라도 살려 두는 것은 좋지 않다. 그들을 내버려 두면 온 세상을 속여 먹을 수도 있겠다.”
20 이윽고 홀로페르네스의 호위병들과 모든 시종이 나와 유딧을 천막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21 홀로페르네스는 자색 천과 금과 취옥과 다른 보석들로 짜 만든 닫집 아래에 놓인 침상에서 쉬고 있었다.
22 유딧에 관한 보고를 들은 홀로페르네스는 은으로 된 등들을 앞세우고, 천막 앞방으로 나왔다.
23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시종들 앞으로 가자, 모두 그 미모에 경탄하였다. 유딧은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 홀로페르네스에게 절하였다. 이어서 그의 종들이 유딧을 일으켜 세웠다.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와 만나다
11
1 홀로페르네스가 유딧에게 말하였다. “여인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 속으로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온 세상의 임금 느부갓네살님을 섬기기로 작정한 사람은 아무도 해친 적이 없다.
2 이번에도 저 산악 지방에 사는 너의 백성이 나를 멸시하지 않았으면, 그들에게 창을 겨누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이렇게 하도록 만들었다.
3 그러면 이제 네가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우리에게 왔는지 말해 보아라. 아무튼 너는 안전한 곳을 찾아 이리 온 것이다. 용기를 내어라. 오늘 밤은 물론 앞으로도 너는 안전하다.
4 너에게 해를 끼칠 자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나의 주군이신 느부갓네살 임금님의 종들에게 하듯, 너에게도 모두 잘해 줄 것이다.”
5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종의 말씀을 받아 주시고, 이 하녀가 주인님 앞에서 말씀 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 밤 저의 주인님께 거짓은 하나도 아뢰지 않겠습니다.
6 이 하녀의 말씀대로만 하시면 하느님께서는 주인님의 일을 완전히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인님께서는 계획하신 일에서 하나도 실패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7 온 세상의 임금이신 느부갓네살님의 목숨을 걸고, 또 모든 생물을 관장하라고 주인님을 파견하신 그분의 능력을 걸고 말씀 올립니다. 주인님 덕분에, 사람들만 그분을 섬기는 것이 아닙니다. 들짐승과 집짐승과 하늘의 새들까지 주인님의 힘 덕분에 느부갓네살님과 그분의 온 집안 밑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8 저희는 주인님께서 가지신 지혜와 주인님의 영이 지니신 수완에 관해서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온 나라에서 주인님 홀로 훌륭하시고 식견이 출중하실뿐더러 전술에도 뛰어나시다는 것을 온 세상이 잘 알고 있습니다.
9 주인님께서 소집하신 회의에서 아키오르가 한 말을 저희도 들었습니다. 베툴리아의 남자들이 그의 목숨을 살려 주자, 자기가 주인님 곁에서 지껄인 말을 모두 그들에게 들려 준 것입니다.
10 그러니 저의 상전이신 주인님! 그의 말을 그냥 넘겨 버리지 마십시오. 그의 말은 참말이니 마음에 새겨 두십시오. 사실 저희 겨레는 하느님께 죄를 짓지 않는 한, 징벌을 당하지도 않고 칼에 압도되지도 않습니다.
11 그러나 그들이 옳지 않은 일을 할 때마다 하느님을 노엽게 하며 짓는 죄가 그들을 덮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인님께서는 좌절하거나 실패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죽음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12 그들은 식량이 떨어지고 물도 거의 다 바닥났기 때문에, 집짐승들에게 손을 대려고 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법으로 먹지 마라고 금지하신 것들까지 모두 먹기로 계획하였습니다.
13 그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봉헌한 다음 예루살렘에서, 곧 저희 하느님 앞에서 봉직하는 사제들을 위하여 떼어 놓은 곡식의 맏물과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의 십일조로서, 일반 백성은 그 누구도 손으로 만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것들을 먹기로 결심하였습니다.
14 또 예루살렘 주민도 그러한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원로단의 허락을 받아 오라고 사람들을 그리로 보냈습니다.
15 그 답이 오는 대로 그들은 그것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날로 그들은 주인님께 넘겨져 멸망할 것입니다.
16 이 여종은 이 모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듣기만 하여도 깜짝 놀랄 일을 주인님과 함께 하도록 하느님께서 저를 보내신 것입니다.
17 이 여종은 신심이 깊은 사람으로서, 밤이나 낮이나 하늘의 하느님께 예배합니다. 이제 저의 주인님, 저는 주인님 곁에 머무르겠습니다. 다만 밤에는 이 여종이 골짜기로 나가서 하느님께 기도하겠습니다. 그들이 언제 그 죄를 저지를지 그 때에 하느님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18 그러면 제가 와서 알려 드릴 터이니 온 군대를 이끌고 나가십시오. 그들 가운데에서 주인님께 맞설 자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19 주인님께서 유다 한복판을 지나 예루살렘 앞에 다다를 때까지 제가 인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한가운데에 주인님께서 앉으실 옥좌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러면 주인님께서는 그들을 목자 없는 양들처럼 몰게 되시고, 주인님 앞에서는 개조차 짖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저의 선견을 통하여 저에게 말씀하시고 알려 주신 것으로서, 저는 이를 주인님께 알려 드리라고 보냄을 받았습니다.”
20 유딧의 말이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모든 시종의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그의 지혜에 경탄하면서 말하였다.
21 “세상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저토록 얼굴이 아름답고 슬기롭게 말하는 여자는 다시 없을 것이다.”
22 그 때에 홀로페르네스가 유딧에게 말하였다. “우리의 손에는 힘을 주시고 나의 주군을 멸시하는 자들에게는 멸망을 가져다 주시려고 너를 저 백성보다 먼저 보내셨으니, 하느님께서는 참 잘 하셨다.
23 너는 용모가 아리따울 뿐만 아니라 말도 훌륭히 하는구나. 네가 말한 대로 하면, 너의 하느님은 나의 하느님이 되시고, 또 너는 느부갓네살 임금님의 왕궁에 살면서 온 세상에 명성을 떨치게 될 것이다.”
유딧이 적진에서 지내다
12
1 홀로페르네스는 자기의 은 그릇들을 간수하는 곳으로 유딧을 인도하라고 분부하였다. 그리고 자기 요리에서 덜어다가 유딧에게 상을 차려 주고, 자기 포도주도 마시게 해 주라고 명령하였다.
2 그러나 유딧은 “저는 그것들을 먹을 수 없습니다. 율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져온 것을 먹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 그러자 홀레페르네스가 유딧에게 물었다. “네가 준비한 양식이 떨어지면, 그것과 똑같은 것을 우리가 어디에서 구해다가 너에게 줄 수 있겠느냐? 우리에게는 네 종족 출신이 한 사람도 없다.”
4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저의 주인님, 주인님의 목숨을 걸고 말씀 드립니다. 주님께서 뜻하신 일을 제 손을 통하여 이루실 때까지, 이 여종이 준비한 양식을 다 소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5 그러자 홀로페르네스의 시종들이 유딧을 천막 안으로 인도하였다. 유딧은 한밤중까지 잠을 자고 새벽녘에 일어나,
6 홀로페르네스에게 사람을 보내어, “주인님께서는 이 여종이 기도하러 나갈 수 있게 허락하도록 명령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7 홀로페르네스는 유딧을 막지 말라고 호위병들에게 명령하였다. 이렇게 유딧은 그 진영에 사흘을 머물렀다. 그러면서 밤에는 베툴리아 골짜기로 나가 진영에 있는 샘에서 몸을 씻었다.
8 물에서 올라와서는,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자기의 길을 이끄시어 자기 백성이 다시 일어서게 해 주십사고 간청하였다.
9 그리고 나서 정결한 몸으로 천막에 들어가, 저녁에 음식을 가져올 때까지 그 안에서 지냈다.
홀로페르네스가 유딧을 넘보다
10 나흘째 되는 날에 홀로페르네스는 자기의 종들만을 위한 연회를 열었는데, 장교들은 한 사람도 부르지 않았다.
11 그리고 자기의 모든 개인 용무를 관리하는 내시 바고아에게 말하였다. “가서 네가 돌보는 히브리 여자더러, 우리에게 와서 함께 먹고 마시자고 설득하여라.
12 저런 여자와 놀아 보지도 않고 그대로 돌려 보낸다는 것은 우리에게 수치다. 우리가 자기를 꾀어 내지 않으면 저 여자가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13 그리하여 홀로페르네스 앞에서 물러나온 바고아는 유딧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아름다운 처녀는 주저하지 말고 내 주인님께로 가서, 그분 앞에서 영광을 누리며 우리와 함께 즐겁게 술을 마시도록 하시오. 그러면서 오늘은 느부갓네살님의 왕궁에서 시중을 드는 아시리아 여자처럼 되시오.”
14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무엇이길래 저의 주인님을 거절하겠습니까? 그분의 눈에 드는 것은 무엇이든지 곧바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죽는 날까지 저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15 유딧은 일어나 의복과 다른 모든 여성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유딧의 여종은 먼저 가서 홀로페르네스 앞 바닥에 그가 앉을 양 가죽을 깔아 놓았다. 그 가죽은 날마다 쓰라고, 식사할 때에 기대어 앉으라고 바고아가 준 것이다.
16 이윽고 유딧이 들어가 앉았다. 그러자 유딧 때문에 홀로페르네스의 마음은 들뜨고 정신은 아뜩해졌다. 그는 유딧과 동침하고픈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그를 처음 본 날부터 유혹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17 홀로페르네스가 유딧에게, “자, 술을 마시며 우리와 함께 즐겨라.” 하고 말하자,
18 유딧이 대답하였다. “저의 주인님, 그럼 마시겠습니다. 제가 태어난 이후 오늘 저의 삶이 다른 어느 날보다도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19 그리고 나서 유딧은 자기 여종이 준비한 것을 받아 먹고 마셨다.
20 홀로페르네스는 유딧 때문에 기뻐하면서 포도주를 무척 많이 마셨다. 그가 태어난 뒤로 그렇게 마신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다
13
1 저녁때가 되자 홀로페르네스의 종들이 서둘러 물러갔다. 천막을 밖에서 잠근 바고아가 시종들까지 자기 주인 앞에서 내보내니, 그들도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연회를 오래 끌었기 때문에 모두 지쳐 있었다.
2 천막에는 유딧만 혼자 남았다. 홀로페르네스는 술에 잔뜩 취하여 자기 침상 위에 쓰러져 있었다.
3 유딧은 여종에게 침실 밖에 서서 다른 날처럼 자기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라고 미리 일러 두었었다. 기도하러 나가겠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바고아에게도 같은 말을 해 두었다.
4 모든 사람이 홀로페르네스 앞에서 물러가고, 침실에는 낮은 자에서 높은 자까지 남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 때에 유딧은 홀로페르네스의 침상 곁에 서서 마음 속으로 말하였다. “모든 권세의 하느님이신 주님, 이 시간 예루살렘의 영예를 위하여 제 손이 하는 일을 굽어 보아 주십시오.
5 바로 지금이 당신의 상속 재산에 도움을 베풀고, 저희를 치러 일어선 적군들을 멸망시키려는 저의 계획을 실행할 때입니다.”
6 이어서 유딧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맡에 있는 침대 기둥으로 가서 그의 칼을 집어 내렸다.
7 그리고 침상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털을 잡고,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오늘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하고 말한 다음,
8 힘을 다하여 그의 목덜미를 두 번 내리쳐서 머리를 잘라 내었다.
9 그리고 나서 그의 몸뚱이를 침대에서 굴러 버리고, 닫집을 기둥에서 뽑아 내렸다. 잠시 뒤에 유딧은 밖으로 나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자기 시녀에게 넘겼다.
10 여종은 그것을 자기의 음식 자루에 집어 넣었다.
유딧이 베툴리아로 돌아가다
11 그 두 사람은 기도하러 다닐 때처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진영을 가로지른 다음에 그 곳의 골짜기를 돌아서 베툴리아 산으로 올라가 마침내 그 곳 성문의 파수꾼들에게 말하였다. “여십시오. 성문을 여십시오.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우리의 하느님께서 오늘 이렇게 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이스라엘에 당신의 힘을, 적군들에 향하여 당신의 능력을 펼치셨습니다.”
12 성읍 사람들은 유딧의 목소리를 듣고서, 서둘러 성문으로 내려가며 성읍의 원로들을 불러모았다.
13 유딧이 돌아왔다는 것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 달려왔다. 그들은 성문을 열고 유딧과 그의 여종을 맞아들였다. 그리고 불을 피워 밝게 하고서는 그 여자들을 둘러쌌다.
14 그러자 유딧이 그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하느님을 찬양하십시오, 찬양하십시오. 하느님을 찬양하십시오. 그분께서는 이스라엘 집안에서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않으시고, 바로 이 밤에 제 손을 통하여 적군들을 쳐부수셨습니다.”
15 유딧은 자루에서 머리를 꺼내어 그들에게 보여 주면서 다시 말하였다. “보십시오. 아시리아 군대의 대장군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닫집인데, 홀로페르네스가 잔뜩 취하여 그 아래에 누워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여자의 손으로 그를 치셨습니다.
16 제가 저의 길을 걸어갈 때에 저를 지켜 주신, 살아 계신 주님을 걸고 말합니다. 저의 얼굴이 그를 유혹하여 멸망시켰습니다. 그러나 그가 저에게 죄를 저질러, 저를 부정하게 만들거나 수치스럽게 만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
17 온 백성은 대단히 놀라서 엎드려 하느님께 경배하며 일제히 말하였다. “오늘 당신 백성의 적군들을 섬멸하신 저희의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18 이어서 우찌야가 유딧에게 말하였다. “딸이여, 그대는 이 세상 모든 여인 가운데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가장 큰 복을 받은 이요.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우리 적군 수장의 머리를 치도록 그대를 이끌어 주신 주 하느님께서 찬미 받으시기를 바라오.
19 그대의 희망이 하느님의 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오.
20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 주시어 그대가 영원한 영광을 얻고, 그대에게 좋은 상이 내리기를 비오. 우리 겨레가 비참하게 되었을 때, 그대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우리 하느님 앞에서 똑바로 걸어, 우리에게 닥친 파멸을 물리쳤소.” 그러자 온 백성이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였다.
유딧이 동포들에게 조언하다
14
1 유딧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제 말을 들으십시오. 이 머리를 가져다가 여러분의 성가퀴에 걸어 놓으십시오.
2 그리고 동이 트고 해가 땅 위에 솟아오르면 여러분은 저마다 무기를 들고, 건장한 남자들은 모두 성읍 밖으로 나가십시오. 그들에게 대장을 앞세워 아시리아인들의 전초를 향하여 평야로 내려가는 척하십시오. 그러나 내려가지는 마십시오.
3 아시리아인들은 병기를 들고 진영으로 가서 아시리아 군대의 장수들을 깨울 것입니다. 장수들은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달려가지만 그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여러분 앞에서 달아날 것입니다.
4 여러분과 이스라엘 온 영토에 소는 주민은 모두 그들을 쫓아가 그 자리에서 쳐죽이십시오.
5 이렇게 하기 전에 먼저 암몬 사람 아키오르를 불러 주십시오. 그래서 이 자가 이스라엘 집안을 얕보고 또 자기를 우리에게 보내어 죽게 하려고 한 홀로페르네스임을 확인하게 합시다.”
6 그래서 그들은 아키오르를 우찌야의 집에서 불러 내었다. 그가 와서 백성의 회중 가운데 어떤 사람 손에 들린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보더니, 기절하여 앞으로 쓰러졌다.
7 사람들이 그를 일으켜 세우자, 그는 유딧의 발 앞에 엎드려 그에게 절하고 나서 말하였다. “당신께서는 유다의 모든 천막에서, 또 모든 민족에게서 찬미를 받으실 것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듣는 이들은 모두 무서워 떨 것입니다.
8 요사이 당신께서 하신 일을 이제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리하여 유딧은 백성 한가운데에 서서, 자기가 떠나던 날부터 그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 때까지 자기가 한 모든 일을 알려 주었다.
9 유딧이 이야기를 마치자 백성은 크게 소리를 질러 성읍에 환성이 울려 퍼지게 하였다.
10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모두 본 아키오르는 하느님을 깊이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집안에 합류하여 오늘날까지 이른다.
아시리아인들이 혼란에 빠지다
11 동이 트자 사람들이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성벽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남자들은 모두 무기를 들고 부대 별로 산악 지방 길목을 향하여 나갔다.
12 그들을 본 아시리아인들은 저희 상관들에게 전갈을 보내고, 이 상관들은 장수들과 천인 대장들, 그리고 다른 모든 수장에게 갔다.
13 그들은 또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가서, 그의 모든 개인 용무를 관리하는 자에게 말하였다. “우리의 주인님을 깨우시오. 저 종들이 아주 전멸하려고 감히 우리에게 내려와 싸움을 걸고 있소.”
14 그리하여 바고아가 안으로 들어가 천막의 휘장 앞에서 손바닥을 쳤다. 홀로페르네스가 유딧과 함께 자고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15 아무도 듣는 것 같지 않아 휘장을 열고 침실로 들어가 보니, 홀로페르네스는 머리가 없는 시체로 침대 발판에 너부러져 있었다.
16 바고아는 큰 소리로 부르짖으면서 울고불고 크게 통곡하며 자기 옷을 찢었다.
17 그리고 나서 유딧이 머무르는 천막으로 갔다. 그 여자가 보이지 않자 사람들에게 달려나가 외쳤다.
18 “저 종들이 반역을 일으켰소. 히브리 여자 하나가 느부갓네살 임금님의 집안에 수치를 주었소. 보시오. 홀로페르네스님께서 머리가 없이 바닥에 쓰러져 계시오.”
19 아시리아 군대의 수장들은 이 말을 듣고 자기들의 겉옷을 찢었다. 커다란 충격을 받은 그들의 울부짖는 소리, 매우 큰 통곡 소리가 진영에서 터져 나왔다.
아시리아 군대가 달아나다
15
1 천막에 있던 자들도 이 사건 이야기를 듣고서는 깜짝 놀랐다.
2 그리하여 공포와 전율에 사로잡힌 그들은, 옆 사람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한꺼번에 몰려나가 산길과 들길로 닥치는 대로 달아났다.
3 산악 지방에서 베툴리아를 둘러싸고 진을 친 자들도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그 때에 이스라엘의 자손들, 군인들이 모두 그들을 향하여 돌진하였다.
4 우찌야는 베트마스타임, 코바, 콜라를 비롯하여 유다 전역에 사람들을 보내어, 그 때까지 일어난 일을 알리고 모두 적들에게 돌진하여 그들을 몰살시키라고 하였다.
5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그 말을 듣고 일제히 적들에게 달려들어 코바까지 쫓아가며 그들을 쳐죽였다. 예루살렘과 온 산악 지방 사람들도 적군들의 진지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 듣고 나왔다. 또 길르앗과 갈릴래아 사람들도 다마스쿠스와 그 경계선을 넘어갈 때까지 그들을 쫓아가면서, 양 옆으로 공격하여 그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6 베툴리아의 나머지 주민은 아시리아의 진영에 달려들어가 약탈을 하여 크게 부유해졌다.
7 그러고도 남은 것은 적군을 쳐죽이고 돌아오던 이스라엘의 자손들이 차지하였다. 산악 지방과 평야의 마을들과 동네들도 많은 노획물을 손에 넣었다. 노획할 것이 그처럼 아주 많았던 것이다.
유딧이 칭송을 받다
8 요야킴 대사제와 예루살렘에 사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원로단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하신 좋은 일을 보고 또 유딧을 만나 인사하려고 왔다.
9 그들은 유딧의 집에 들어가 모두 이렇게 말하면서, 일제히 유딧을 축복하였다. “그대는 예루살렘의 영예이고 이스라엘의 큰 영광이며 우리 겨레의 큰 자랑이오.
10 그대는 이 모든 일을 그대의 손으로 이루었소. 그대는 이스라엘에 좋은 일을 하였소. 하느님께서도 그 일을 기쁘게 여기신다오. 그대가 전능하신 주님께 영원히 복을 받기 바라오.” 그러자 온 백성이 “아멘!” 하고 응답하였다.
11 온 백성은 적의 진영을 서른 날 동안 노획하였다. 그런 다음 홀로페르네스의 천막, 그의 모든 은 기물, 침상들, 그릇들, 그리고 그의 모든 가구를 유딧에게 주었다. 유딧은 그것들을 받아 자기의 노새에 싣고 수레들을 준비하여 거기에도 쌓았다.
12 이스라엘의 모든 여자가 유딧을 보러 달려와서 그를 축복하고,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유딧을 위하여 춤을 추었다. 유딧은 잎이 무성한 가지들을 가져다가 자기와 함께 있는 여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13 또 유딧은 함께 있던 이들과 올리브 가지로 관을 만들어 썼다. 그런 다음에 유딧은 춤추는 모든 여자를 인도하며 온 백성의 앞장을 섰다. 무장을 갖춘 이스라엘의 모든 남자는 화관을 쓰고 입으로는 찬미가를 부르며 그들을 뒤따랐다.
14 그 때에 유딧이 모든 이스라엘 사람 앞에서 감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온 백성도 이 찬양가를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유딧의 찬양가
16
1 유딧이 이렇게 노래하였다.
“손 북 치며 나의 하느님께 바치는 노래를 시작하여라.
자바라 치며 나의 주님께 노래를 불러라.
시편과 찬양 노래를 지어 바치고
그분을 높이 받들며 그분의 이름을 불러라.
2 주님께서는 전쟁을 쳐 없애 버리시는 하느님,
그분께서 백성 가운데에 당신의 진을 치시고
뒤쫓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구하셨다.
3 아시리아가 북녘 산에서 내려왔다.
무수한 군대를 거느리고 내려왔다.
그 무리들이 골짜기들을 메우고
기병대는 언덕들을 뒤덮었다.
4 그는 내 영토를 불태우고
나의 젊은이들을 칼로 치고
나의 젖먹이들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내 어린것들을 노획물로 삼고
나의 처녀들을 전리품으로 삼는다고 하였다.
5 그러나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그들을
여자의 손으로 물리치셨다.
6 그들의 영웅이 젊은이들 손에 쓰러진 것도 아니고
장사들이 그를 쳐죽인 것도 아니며
키 큰 거인들이 그에게 달려든 것도 아니다.
므라리의 딸 유딧이
미모로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이다.
7 유딧은 이스라엘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끌어올리려고
과부 옷을 벗었다.
얼굴에 향유를 바르고
8 머리를 띠로 동이고
아마포 옷을 입고 그를 유혹하였다.
9 유딧의 신발이 그의 눈을 호리고
유딧의 아름다움이 그의 넋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칼이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10 페르시아인들이 유딧의 담력에 떨고
메대인들이 유딧의 용기에 깜짝 놀랐다.
11 그 때에 압박 받던 내 백성이 함성을 지르고
연약한 내 백성이 고함을 치자
적들이 무서워 몸서리치고
소리를 높이자 적들이 거꾸러졌다.
12 어린 계집종들의 자식들까지 그들을 무찌르고
도망자들의 아이들을 다루듯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들은 주 내 하느님의 군대 앞에서 멸망하였다.
13 나는 내 하느님께 새로운 노래를 부르리라.
주님, 당신께서는 위대하고 영광스러우신 분,
힘이 놀라우신 분,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14 당신께서 말씀하시자 생겨났으니
모든 조물은 당신을 섬겨야 합니다.
당신께서 영을 보내시니 그것들이 지어졌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 거역할 자 하나도 없습니다.
15 산들이 그 밑바닥부터 바다와 함께 뒤흔들리고
바위들이 당신 앞에서 밀초처럼 녹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
그들에게 당신께서는 자비를 베푸십니다.
16 향기로 바치는 희생제물도 모두 별 것 아니고
당신께 번제물로 바치는 굳기름도 모두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언제나 위대합니다.
17 불행하여라, 내 겨레를 치러 일어나는 민족들!
전능하신 주님께서 심판날에 그들에게 보복하실 것이다.
그들의 몸 속으로 불과 벌레를 보내시면
그들은 고통 속에 영원히 통곡할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승리 축제를 거행하다
18 예루살렘으로 들어왔을 때에 그들은 하느님께 경배하였다. 그리고 백성은 자신들을 정화하고 나서 번제물과 자원 예물과 다른 예물들을 바쳤다.
19 유딧은 백성이 자기에게 준 홀로페르네스의 기물을 모두 하느님께 봉헌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홀로페르네스의 침실에서 가져온 닫집을 하느님께 완전 봉헌물로 바쳤다.
20 백성은 석 달 동안 예루살렘의 성소 앞에서 축제를 벌였는데, 유딧도 그들과 함께 머물렀다.
유딧의 말년
21 이 기간이 끝난 다음에 사람들은 저마다 제 상속 재산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유딧도 베툴리아로 가 자기 소유지에서 살았다. 그는 여생 동안 온 나라에서 존경을 받았다.
22 유딧을 탐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의 남편 므나쎄가 죽어서 선조들 곁으로 간 때부터 유딧이 살아 있는 동안 내내, 어떠한 남자도 유딧과 관계하지 못하였다.
23 유딧은 점점 더 큰 명예를 얻으며 자기 남편의 집에서 나이를 더해 가, 백 다섯 살까지 살았다. 그는 자기의 시녀에게 자유를 주기도 하였다. 그 뒤에 베툴리아에서 죽어 자기 남편 므나쎄의 동굴 묘지에 함께 묻혔다.
24 이스라엘 집안은 이레 동안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유딧은 또 죽기 전에 자기 재산을 남편 므나쎄의 모든 근친과 친정의 근친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25 유딧이 살아 있을 때는 물론 그가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자손들을 위협하는 자가 더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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