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교회는 오늘 4 복음서 중 루카 복음서의 저자로 알려진 복음사가 성 루카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루카 복음사가는 시리아의 안티오키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의 전교 여행에도 함께 하였던 루카는 주님의 복음을 기록한 루카 복음서와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한 사도행전을 기록한 복음사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카는 다른 복음사가와는 달리 예수님의 유년시절에 관한 부분을 성모 마리아와 함께 상세히 묘사함으로서 ‘성모 마리아를 최초로 그린 화가’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한 루카의 직업이 의사였다는 교회의 전승 역시 존재하는데 이는 예수님의 치유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 전승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같은 성 루카 복음사가를 기념하는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사도들이 갖추어야 할 믿음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복음의 말씀은 사도들이 갖추어야 할 외적인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 복음서의 내용과 공관복음의 병행 구절 중 마태오 복음의 내용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도들의 모습을 그려보면 그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예수님은 그 먼 여행길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제자들을 보내는 것이 마치 양들을 이리 떼 한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이 염려된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정작 떠나는 제자들에게 아무 것도 지니지 말고, 정말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이 빈 몸뚱이 하나로 그 멀고도 험한 여행길을 떠나라고 명하십니다.
아무 것도 없이 떠나라. 제자들은 정말 아무 것도 없이 하느님 나라를 전하기 위한 길을 나섰을까요? 제자들은 이렇듯 무정하고 매정하게 이야기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 험난한 길을 떠날 수 있었을까? 제자들은 정말 예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아무 것도 없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험난한 길을 떠날 수 있었을까? 사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이 갖추어야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그것 하나면 모두가 충분하고도 남을 그 본질 중의 본질, 정수 중의 정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특유의 화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그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그것 하나면 모든 것이 갖추어지는 가장 본질적인 한 가지는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독서의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안에서 자신의 가련한 처지를 처연하게 고백합니다. 한 때 자신과 함께 부활하신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던 협조자들이 현세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을 떠나 버린 가슴 아픈 일과 함께 복음을 전하던 이들 중 바오로를 배반하고 도리어 바오로에게 큰 해를 입힌 일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던 바오로를 거부하고 저버린 일들을 통해 자신이 처한 절박하고도 절망적인 처지를 하소연하듯 전합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결코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독서의 바오로 사도가 힘 있게 외치듯 바오로는 주님께서 그의 곁에 계시면서 언제나 그를 굳세게 해 주신다는 사실을 믿으며 이를 삶 안에서 깊이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체험을 바오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의 첫 변론 때에 아무도 나를 거들어 주지 않고, 모두 나를 저버렸습니다. 그들에게 이것이 불리하게 셈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나를 통하여 복음 선포가 완수되고 모든 민족들이 그것을 듣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2티모 4,16-17)
이 같은 바오로 사도의 힘찬 고백, 곧 언제나 어떠한 조건이나 환경에서도 그것이 비록 모든 이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버림을 받는 절박한 상황일지라도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우리와 함께 해 주시며 우리를 굳세게 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무장한 바로 그 자세, 곧 하느님만을 향한 굳은 믿음의 자세가 오늘 복음이 말씀으로 요구하는 제자들이 갖추어야 할 내적 자세, 거칠고 험한 길을 떠나는 제자들일 갖추어야할 유일한 믿음의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오직 그것 한 가지, 곧 하느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그 사실 외에 다른 무엇도 필요치 않다는 것을 오늘의 복음의 예수님은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이 같은 면에서 요한복음의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할 때, 곧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 안에서 이루시는 놀라운 일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요한 15,16)
우리를 뽑아 세우신 분은 하느님 그 분이십니다. 우리가 잘나서, 남들보다 뛰어나고 능력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부족한 우리를 통해 당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남보다 부족하고 열등하며 잘난 것 하나도 없는 우리들을 선택하셨다는 사실. 그러니 우리는 내 자신의 능력과 나의 의지와 뜻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내 주머니에 있는 돈 주머니와 식량 주머니, 가방에 든 여러 기타의 물건에 의지하고 기댈 것이 아니라, 나를 뽑아 주신 하느님 그 분만을 믿고 의지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열매를 맺게 된다는 사실. 오늘 복음환호송은 바로 이 진리를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루카 복음사가가 바로 그 삶의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의 모범을 따라 여러분 역시 여러분의 삶 안에서 하느님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신다는 그 사실 하나로 온전히 무장하여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삶으로 실천하고 그 모습으로 이웃들에게 그 기쁨을 전하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요한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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