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하얼빈
저자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 2022년 08월 03일
선정자 : 가을햇볕
모임일 : 2022-09-18 (일) 12시
장소 : 목동역 버거킹
작성자 : 크로
참석자 : 가을햇볕, 여름숲, 아두, 크로
[가을햇볕]
작가의 전작인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 비해서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안중근보다 오히려 이토 이등방문에 관한 내용이 더 인상적이었다.
책 서두에 안중근과 이토의 이동경로에 대한 지도가 있는데 이토 히로부미는 시모노새끼에서 1909년 10월 16일에 출발해서 하얼빈에 도착할 때까지 일련의 과정이 정확히 일치하는데 안중근은 1907년 8월 신천에서 출발해서 1년간의 행적이 생략되어 있다.
이런 책은 소설이긴 하지만 역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실증에 충실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아쉬웠다.
소설 자체는 어려운 내용이나 단어가 별로 없고 가독성도 좋기에 읽기에는 편했다.
작가의 명성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일반적인 소설로만 본다면 서사나 히스토리가 그런 대로 충실했다고 본다.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평가는 일본 입장에서는 본다면 굉장히 훌륭한 정치가가일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김구나 안중근이나 윤봉길을 테러리스트로 볼 수 있으나 안중근은 재판에서 '자신는 대한 독립군 참모장 자격으로 이토를 저격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전쟁 포로다’ 라고 주장 한다.' (물론 처음에는 단순 무직이라 하지만)
이것은 명확하게 자기의 사상적 정체성을 밝히고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토가 통감부장을 했었고 조선을 일본의 식민지배 체제 아래에 두면서 했던 유화적인 활동과 정치적 조치들에서 배울 대목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는 일본에서 천황 다음의 지도자였지만 하얼빈으로 가는 과정에서 '군중 동원하지 말고 그쪽에는 여러 민족이 섞여 있기 때문에 반감을 주는 행동을 하지 마라'고 지시하는데 오히려 현지에 있는 일본 관리들이 ‘우리는 그렇게 못하겠다‘ 부분은 이토의 정치력을 잘 보여준다.
또한 순종을 일본 기함에 오르게 하고 고려의 태공지에 가서 폐허와 초라하게 보이는 사진을 찍도록 하는데 이런 것에서 이토는 정치적인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란 걸 보여준다. 그래서 안중근 보다는 오히려 이토가 돋보이는 면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책의 뒷부분 후기에 관련 인물들의 행적 서술이었다. 누가 어떻게 했고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고 하는 것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특히 한국 천주교가 안중근에서 했던 것들을 오랫동안 반성하지 않고 있다가 김수환 추기경 때 사과했다는 내용을 알게 되어 아주 좋았다.
[여름숲]
작가의 전성기는 칼의 노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작가의 책을 읽었을때 한문장 한문장 살을 베는 가슴을 찌르는듯한 문장력에 감탄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는 비록 그 문장력을 잃지는 않았지만 계속 반복되다보니 예전 같은 감동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훌륭하지만 처음 느꼈던 그 감동은 아니었다.
이 책의 한 가지 장점은 햇볕님도 얘기했듯이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하얼빈의 주인공은 안중근 의사가 어떤 정치적인 신념이 되었든 인간적인 무엇이 되었든 그걸 가지고 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라는 그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첨병이며 명치유신 덴노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간적인 면모와 더불어 고도의 책략가스러운 모습 역시 인상깊었다.
순종을 미미하게 보이도록 폐공지에서 석양과 더불어 사진을 찍는 기술이라든가 어떻게 연출 하느냐에 따라서 군중들을 동원하는 능력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안중근과 이토를 대비시키면서 안중근는 안중근대로 이토는 이토나름의 인간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잘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숙명을 그냥 보여주는 듯이 그 둘을 대비시켜서 챕터를 왔다갔다 하며 전개하는 방식은 아주 좋은 구성인 것 같다.
그리고 안중근의 고뇌, 청년의 고뇌와 나라를 생각하는 고뇌 그리고 독실한 천주교인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
특히 천주교인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고뇌, 독립군으로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의무 사이에서 고뇌를 잘 표현했다.
작가는 '안중근의 이렇게 인간적인 많은 고뇌를 담고 싶었다.' 라고 했는데 이 말이 충분히 느껴졌다.
책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말 중에 가장 안중근의 고뇌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 p89) 자기이 이토를 죽여야 하는 목적을 표현한 부분이다.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
이 사람의 고뇌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처음 심문관이 물어봤을 때 ‘이토는 한국인이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총을 쏜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있느냐 알고 죽었느냐?’ 이런 것을 물어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토가 한국인이 자기를 쏘았다는 걸 알았다면 자신이 왜 이런 죽임을 당하는가에 대해서 이토는 조금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계속 이 청년은 너는 잘못된 행위를 하고 있어 너의 제국주의는 잘못됐어. 너의 제국주의가 잘못했다는 것을 조선의 식민지 청년으로서의 고뇌와 제국주의를 반하는 사람의 그런 고뇌가 들어 있고 하지만 죽이고 싶진 않아 말을 하고 싶은 것일 수 있다.
이 부분은 가톨릭 신자로서의 고뇌가 같이 들어 있는 아래 문장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나는 정말 꼭 죽여야 하는가? 이 죽임이 정당한가? 그래서 보면 과녁이 흔들리는 거를 많이 느끼게 된다. 중간에 흔들렸다가 마지막에는 정말 결정하고 단 한방에 총을 쏘고 혹시 몰라 여러번 쏘고 양쪽 옆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서 양쪽옆 사람들에게도 쏜다.'
그런 과정이 고뇌와 고통의 흔들림 속에서 결국은 자신의 하고자 뜻한 바를 했고 자신은 할일은 마쳤다는 안도감도 느껴진다.
'
마지막의 후기 역시 좋았는데 작가가 냉정한 글을 쓰긴 하지만 '이제 자기가 소설로 감당할 수 없어 후기로 남긴다.'고 했듯이 너무 처절한 사실의 나열을 보여 준다.
안중근의 가족은 2년 후에 큰아들은 죽었는데 이것은 그 추운 땅을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못 먹고 아플때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큰애가 죽었을 것이고 나머지 자식들도 결국 30년대 일제의 회유에 못 이겨서 아버지의 일에 대하여 일제 사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또한 우리나라 가톨릭에서 보여준 그 시대 주교가 했던 행동들 오랫동안 반성 없다가 100년이나 지난 다음에야 사과하는 모습은 굉장히 서글펐다.
후기에서 그냥 사실을 나열했는데도 이렇게 슬플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김훈 작가의 힘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작가 필력이 예전 같지 않다, 뭐 맨날 똑같은 것의 반복이지 않느냐 이렇게 혹평을 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김훈만의 미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된다.
[아두]
앞 두분과 다르게 나는 작가가 글을 아주 잘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남한산성보다 좋았다.
이 책은 마치 인물 다큐멘터리처럼 개별 인물에 대한 인터뷰라 생각된다. 그런 느낌으로 읽으면 더 흥미롭다.
기존에도 이토 히로부미에 관한 책은 많지만 이 책에서 이토를 묘사한 방식은 나름 흥미로웠다.
이 사람을 통해서 일본 제국이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사람들에 통해서 성장했는지 잘 보여주었다.
물론 김훈이 마냥 이토를 찬양한게 아니고 내용 중에 조선민중의 저항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결국 모두 죽음으로 몰았다는 걸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매맞아 죽고 쫓기다가 기관총에 사살되고 이런 내용이 몇 번씩 반복하며 일제의 악행을 강조한다. 이토는 자기 나라를 위해서 훌륭한 일을 했지만 지배받는 사람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천대 받고 굶어죽고 군인이든 민중이든 똑같은 방식으로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이토가 지배자의 의도와 행동을 어떻게 미화하고 정당화하더라도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학살이다는걸 작가는 강조한다. 이토의 평화론이 결국 제국주의의 위선이라는 걸 보여준다.
또한 천주교 사제인 빌렘과 뮈텔은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 하지만 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학살이란 걸 보여준다.
물론 안중근도 지적하지만 이 사람들이 프랑스 쪽 사람이라서 큰 국가에 있는 사람들의 한계가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이토나 선교사들이나 그 사람들 입장에서 충실했지만 결국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을 막지 못했다.
안중근은 분명 본질적인걸 느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으로 행동했을 것이다.
안중근은 '이런 식으로 지배를 통해서 동양평화에 대한 완성되겠는가?'라는 그런 본질적 질문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약간 불만이라면 안중근이 물론 인간적으로 등장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이미 완성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31살인 사람이 그 어려움 과정을 고민이나 실수없이 완벽하게 행동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작가는 영웅을 인간으로 내리려고 했지만 결국은 영웅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서 인상 깊게 본 사람은 우덕순 이었다.
취조자인 검찰이 안중근의 사주를 받아서 이런 일을 벌인걸로 연결 하려고 했지만 우덕순은 자기의지를 갖고서 한것이지 안중근이랑은 단지 몇 마디 말을 오간것이 전부이며 뜻이 맞아서 같이 동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안중근에 사주받은 걸로 계속 엮었지만 우덕순 능동적으로 자기의 뜻대로 이토를 암살하려고한 것이다.
이 사람을 통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는 소수의 불만세력이 아니라 민중이 갖고 있는 분노를 대변하는것을 보여준다. 우덕순의 등장으로 안중근의 행동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안중근은 지주집 아들이며 배운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그런 논리가 있지만 우덕순은 그런 논리로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꼭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사실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이 조선을 합병해서 일본과 같은 문명국을 만들려고 애썼지만 그 결국은 피지배민을 억압하고 통치하려걸 보여준다.
김훈의 글에서 주저함이 느껴지는건 이미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자기의 삶의 기록을 많이 남겨놨기 때문에 작가는 그것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토 또한 메이지 유신의 주역 중에 한 명이고 심지어 만화책에도 수시로 등장한다.
일본 만화의 메이지 유신과 관련된 내용에 항상 등장하는 영웅중에 한 사람이고 심지어 이토가 죽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군부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의 부재로 일본은 폭주를 했고 2차 대전까지 이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크로우]
전체적인 의견은 가을햇볕님과 거의 똑같다.
나도 여름숲님처럼 처음 읽은 작가의 작품인 칼의 노래를 정말 재미있게 충격적으로 읽었다.
물론 이 책에서 작가의 문체나 인물묘사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묘사에 대한 깊이와 세밀함은 예전에 비해서 덜하고 약간 식상함도 있었다.
작가의 이전 책들은 인물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잘 되었으나 이 책에서 그 세밀함이라든가 그 수위가 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의 분들도 얘기했듯이 차라리 안중근보다는 그 외의 주변 인물들 이토라든가 덴노라든가 일본에 볼모로 간 이은왕자나 순종의 심리 묘사는 잘되었다. 이에 비해 안중근에 대해서는 약간 건조하게 표현된 것 같다.
그 이유는 안중근은 가장 최근의 역사 인물이고 근대 역사가 아직 논란이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표현하기가 약간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토와 같은 인물에 대한 표현을 잘못하면 친일 논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을 바탕으로 건조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안중근은 가족도 있고 또 배 속에 애도 있음에도 이 모든걸 버리고 죽으러 가는데 마음이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엄청난 마음속에 분노가 있었을 것이다.
이토에 대한 분노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 아무리 대의 보다는 개인의 내면을 중심으로 쓴다고 하더라도 그런한것이 거의 표현이 안 되어서 안중근의 거사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진 것 같다.
그리고 같이 간 우덕순에 대한 묘사도 너무 아무 생각 없는 사람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안중근도 우덕순도 그 암살에 대한 동기와 개연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후기는 단순 나열인데 후기에 그 안중근 일가의 실종된 사람도 있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이야기 그리고 주교들이 밀정 역할도 한 내용을 알게 되어 좋았다.
후기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들을 이렇게 보면서 여러 감정들이 들었다. 짧지만 후기가 오히려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안중근보다는 안중근 주위에 사람들 특히 이토의 심정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첫댓글 수고하셨어요~~^^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