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가정에는 근심 걱정이 없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이 진짜 성가정이지만, 성가정을 닮으려고 노력하고 주님 뜻을 실천하면서 주님 정신으로 사는 신앙가정을 그냥 성가정이라고도 말합니다.
성가정이라고 하면 흔히 아무 근심 걱정도 없고 고통도 없는 가정, 순풍에 돛 단 듯 하는 일마다 다 잘 되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가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성가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정이 과연 몇 가정이나 되겠습니까? 그토록 완벽한 가정만이 성가정이 될 수 있다면 그 누가 성가정을 꾸릴 꿈이나 꾸겠습니까?
우리가 바라는 성가정이란 그런 가정이 아닙니다. 혹시 운이 좋아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는 가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성가정이 될 수 없습니다. 고통 없는 가정, 하는 일마다 잘되는 가정이 성가정은 아닙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원조 성가정이야말로 아무 근심 걱정도 없고 고통도 시련도 없는 가정이 아니라 고통과 시련이 많은 가정이었습니다. 세속적으로만 볼 때 성가정은 아주 불행한 가정처럼 보였습니다.
먼저 경제적으로 가난했습니다. 성가정의 가장인 요셉의 직업은 목수였는데, 그 시대 그 나라의 목수는 대개 천민들 직업인 가난한 일용직으로 한 끼 배부르게 먹는 것도 힘겨웠다고 합니다. 우리 가정들은 그 성가정에 비하면 부자 중 부자입니다. 물질이 부족해 성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질 때문에 성가정을 꾸리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지금 부자입니다. 가난하다고 행복할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물질이라면 성가정은 물질의 풍요로움을 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물질이 가정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예수님과 마리아는 가난하게 사셨던 것입니다. 돈이 없어 가난해도 행복한 성가정이 될 수 있음을 예수 마리아 요셉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부부간에 아무런 갈등이 없어야 성가정일까요? 요셉과 마리아 부부에게는 아무런 갈등이 없었을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결혼도 하기 전에 마리아가 임신하자 요셉은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을 만큼 갈등과 오해로 부부생활을 시작했고, 살아가면서도 아들 예수 때문에 속을 많이도 썩였습니다. 이것을 보면 부부 사이에 충돌이 전혀 없어야 성가정을 이루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갈등 없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갈등 속에서도 '주님의 뜻'을 찾고 가족이 주는 아픔을 '주님의 힘'으로 극복해 나간다면 성가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녀가 속을 썩이지 않아야 성가정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부모 속을 많이도 썩였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자식인 예수님 때문에 무던히도 속을 태우고 졸이고 썩혔습니다. 예수 아기를 낳을 방이 없어 짐승 우리인 마구간에서 낳았고, 아기를 낳고도 축하를 받기는커녕 그 아기를 죽이려는 헤로데 왕 때문에 한밤 중에 이집트로 도망을 가야 했고, 예수님이 12살 때에는 사흘이나 찾아 헤매는 동안 피를 말리는 애간장을 태워야 했습니다. 급기야 예수님은 어머니 앞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자식이 죽는 모습을, 그것도 자랑스럽게 죽는 것이 아니라 치욕적으로 죽는 모습을 봐야 하는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예수님보다 부모 마음을 더 아프게 한 자식이 또 있을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 가정을 성가정의 모델로 여깁니다. 그 가정의 중심에 하느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을 가정의 중심에 모시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가정도 하느님을 모시고 살기만 한다면 아무리 큰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 성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성가정은 고통이 없는 가정이 아니라 주님을 모심으로써 주님의 도우심을 얻어 고통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가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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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가정이란 문제 없는 가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루카2,40)
성가정에 대한 표면적인 해석은 가족 모두가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두가 세례를 받아 신자대장에 그 이름이 올랐다고 하는 것이 성가정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결국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이 따르지 않는 가정이라 한다면 세례를 받은 것이 오히려 족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일반적인 성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성가정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문제 없는 가정은 없다.
아픔을 안고 살지 않는 가정은 없다.
노력과는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는 가정은 없다.
신자가 되었다는 것이 모든 장애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모든 아픔도 상처도 가정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따라서, 성가정이란 문제 없는 가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가정이란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들 속에 늘 그리스도를 한가운데
모시는 가족을 말한다.
결국 부모의 기도가 있고 자식들의 기도가 있어 그 안에서 답을 찾는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함을 명심해야 한다.
가족은 하느님이 주신 가장 고귀하고 그 어떤 힘으로도 끊어서도 안되고, 끊을 수도 없는 선물이다.
오늘 모두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도를 올릴 수 있는 하루였으면 한다.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