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둔치, 신천 프러포즈 사업을 응원합니다
1. 2025.12.06(토)
2. 대구은행역 - 수성교 - 파동 - 수성못
이원근
겨울 기세가 한풀 꺾인 아침, 수성교에서 상동교를 지나 수성못까지의 길은 맑은 햇살이 번져 은근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살을 에던 바람이 스며들던 신천 둔치는 오늘만큼은 얇게나마 미소를 짓는 듯했다. 물길을 따라 길게 뻗은 산책로는 겨울빛으로 잠잠히 빛났고, 곳곳의 얇은 물결은 햇살을 받아 은빛 비늘처럼 반짝였다.
대구 신천 좌우로 난 명품 산책로는 대구 시민의 삶을 든든히 받쳐주는 큰 등뼈와도 같았다. 예전엔 그늘 하나 없어 여름이면 뜨거움에 숨이 찼던 길이었지만, 이제는 갓 심은 어린나무들이 가지를 살포시 흔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속삭이는 듯 서 있었다. 몇 해 지나면 그 나무들이 넉넉한 그늘을 드리워, 이 길을 찾는 이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리라는 믿음이 절로 생겼다. 쉼터 곳곳에는 의자가 놓여 있었고, 겨울바람이 매서운 계절엔 정자마다 비닐 막으로 바람벽이 되어주고 있었다. `온기나눔방'이라는 작은 온실 같은 공간에서는 지나는 이들의 손끝과 마음을 잠시나마 녹여준다.
천변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저마다의 박자대로 겨울 풍경에 스며 있었다. 운동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힘차게 걷는 사람들이 흐르는 리듬을 만들고, 그 사이로 우리처럼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조용한 쉼표가 되어주었다. 오래전엔 흔하던 게이트볼의 풍경이 이젠 귀한 구경거리가 되었지만, 오늘은 봄처럼 따뜻한 기운 덕인지 게이트볼장에 흰머리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망치 모양의 스틱으로 공을 두드리며 웃음 섞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그 외에도 달리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젊은이, 비둘기와 장난치며 시간을 보내는 이까지… 신천 둔치는 겨울에도 결코 비어 있지 않은 삶의 무대였다. 도시 한복판이지만 건너편 빌딩 숲과 묘하게 단절된 듯한 자연적 고요가 있어, 이곳만큼은 대구의 겨울을 가장 편안하게 품어주는 공간처럼 보였다.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건 공사 차량이었다. 신천수변공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가칭) 신천 프러포즈’ 조성 공사가 한창이라 한다. 대봉교 하류에 지름 45미터의 반지 모양 복층 덱을 세우고 물 위에 공원을 띄우는 계획이라니, 이름처럼 신천에 새로운 사랑 고백을 더 하려는 듯하다. 대구시가 신천을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지역의 정체성을 품은 상징물로 키우려는 의지가 담긴 만큼, 이번만큼은 졸속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를, 그 이름답게 품격 있는 공간으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조성이 마무리되면 사계절 물놀이장, 푸른 숲과 사색 정원, 결혼 문화거리, 김광석길 등 주변 문화 공간과 맞닿으며 대구를 대표하는 수변 문화의 심장부가 될 거라 한다. 그 변화가 단지 겉모습의 치장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사계절 내내 편안히 쉬고 걸으며 삶을 누리는 진짜 명소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겨울 신천 둔치는 오늘도 조용한 생동감으로 빛났다. 물길 위로 흘러가는 빛, 여전히 차지만 부드러워진 공기, 사람들 사이를 잇는 일상의 온기.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알 듯 모를 듯한 기대를 품었다. 곧 완성될 새로운 신천이, 걷기 좋은 곳을 넘어,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또 오늘 같은 겨울 산책의 작은 기쁨들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 게이트볼에 열중인 할매 할배들
첫댓글 ㅡ 권수문
언제부터인가 게이트볼이 어르신들의 레포츠로 각광을 받드니, 근자에는
수변공원마다 온통 파크골프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ㅁ제 신천의 '프러포즈'가 완공되면, 수변산책로는 대구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으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집 인근 율하천 상류에도 많은 파크골프장이 만들어져 시니어들의
사교와 스포츠를 겸한 명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