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남궁원씨는 젊었을 때(60,70년대) 아주 커다란 고민거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때로서는 매우 심각했다. 그 고민거리라는 것은 ‘키가 크다는 것’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부리부리한 눈망울에 시커먼 눈썹,오똑한 콧날이었다. 어디로 보나 아주 잘생긴 모습이고 사나이다운 외모인데,오직 ‘키가 큰 것 때문’에 고민을 했다. 감독들이 좋은 작품이 나와도 남궁원을 쓰지 않으려고 했으므로 고민을 안할 수 없었다. 키가 커서 써주지 않는다? 키가 커서 속상하다? 이게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키가 크기 때문에 곤란한 첫번째 이유는 상대방 여자와 키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다. 그 당시 유명 여배우들,즉 김지미,엄앵란,최지희,태현실,문희,윤정희,남정임 등 전부 체형이 아담하다. 따라서 남궁원과 함께 출연하면 키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다. 사실 키 차이가 좀 나면 어떤가? 그러나 카메라워크의 문제가 있다고 본 모양이다. 그런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남궁원은 아주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지금도 활약하고 있다.
알고 보면 미국에서도 여배우들은 체구가 작다. 일부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주 큰 여배우들이 드물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키가 165㎝ 미만이다. 나는 그녀가 출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인 ‘작은 여우들’이란 작품을 세 번이나 보러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에 갔었다. 그리고 연극이 끝나는 마지막날에는 특별파티에도 갔었는데,173㎝인 나보다 주먹크기 하나 정도가 작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주 키가 크고 육체파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소피아 로렌도 그리 크지 않다. 뉴욕에 살 때 나는 그녀를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자주 보곤 했는데 역시 키가 크지 않다. 리즈 테일러 정도의 키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요즘 인기 있는 연기자 중에 이의정양이 키가 작아서 고민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키를 조금만이라도 더 크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만일에 그녀가 180㎝의 큰 키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지금과 같은 그렇게 개성 있고 귀여운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 문제는 자기 노력이다. 키가 커서 고민하던 남궁원씨가 실력과 매력으로 극복했듯이 키가 작아서 고민하는 이의정양도 이제는 “키가 문제가 아니므로 실력으로 자신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