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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졸업등반입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일기예보를 주시한 결과..
토요일에 비가 온다고 했습니다.
손목부상으로 홍미언니도 못 온다고 하니
비가 올 확률이 점점 높아만 집니다.
그래서 맘 편히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속도 편했고, 잘 먹고, 잘 잤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아침에 하늘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졸업등반이 가능하겠구나;;;;'
그제서야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금요일 밤 10시.
일찍 잠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합니다.
부현언니에게서 잘 다녀오라는 격려 문자가 옵니다.
갑자기 더 긴장됩니다.
눈을 번쩍 뜨니 5시입니다.
제길!! 비가 오지 않습니다.
꾸물꾸물 준비를 해서 암장으로 갑니다.
오늘 집결시간은 7시.
버스에서 산지기님을 만납니다.
역시나 안도감이 듭니다.
문주언니, 라운씨가 오고..
술독에 빠졌다가 나온듯한 정훈선배님이 술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타나십니다.
홍미언니도 옵니다. 워킹만 하겠답니다.
진국선배님께서는 북한산으로 바로 오시기로 해서 출발합니다.
라운씨는 내내 긴장해 있었다고 하더니 잘만 잡니다-_-;
도선사에 도착해서 아짱님과 합류합니다.
진국선배님은 인수봉으로 바로 오기로 하고 출발합니다.
체력이 더 좋아졌나봅니다.
2주차에 갈 때보다 훨 수월합니다.
케로찌 체력이 더 좋아지면 어쩌냐고 홍미언니가 걱정을 해 줍니다.
나도 걱정이 됩니다-_-;;
여군장교로 갈까봅니다..하기엔.. 나이가 초과되었달까요;;
9시 경, 인수봉 아래에 도착합니다.
다들 준비에 착수합니다.
아짱님은 딸 썬크림을 뽀려왔다며 열심히 바르십니다(자료사진 참조).
홍미언니는 우리의 준비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두 패로 나눕니다.
유선생님과 교육생들(라운, 케로찌, 아짱)은 패시로.
정훈선배님, 산지기 선배님, 진국선배님, 문주언니는 우정B로 갑니다.
인수봉 길 공부하라고 하셔서 공부하면서.. 우정B에 가고 싶었었는데..
교육생은 걍 유선생님을 따르랍니다. 뭐.. 따를 수 밖에요.
유선생님께서 대슬랩을 성큼성큼 걸어가십니다.
저더러 세컨이랍니다(유선생님-케로찌-라운-아짱의 순서).
대슬랩 1피치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유선생님 표정이 안 좋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속이 안 좋으시답니다.
제게서 휴지와 물티슈를 받아서 내려갈 준비를 하십니다.
라운씨의 자일을 받아 내려가신다는데.. 자일을 받는 손이 떨리십니다.
급하신 모양입니다.
선생님도 교육생들만 데리고 암벽타려니 긴장이 되는 모양입니다. 캬캬캭-_-^
휙휙내려가셔서는 아짱님을 제지하고 볼일 보러 가십니다.
그 사이에 진국 선배님께서 도착하십니다.
얼마후 평온한 얼굴의 선생님께서 다시 올라오십니다.
저는 정훈선배님의 빌레이를 받으며 대슬랩 2피치에 오릅니다.
오아시스 도착!!!
2주차 때 피치교육을 위해 올라왔던 오아시스.
오늘은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아짱님까지 올라오자 선생님께서 선등을 서십니다.
정훈선배님은 우정B로 가십니다.
패시길로 가는 선생님 빌레이를 봅니다.
아래에서 볼 때는 평온해 보입니다만.. 바위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패시길 1피치는 변형 슬랩, 2피치는 크랙입니다.
1피치와 2피치는 다소 수월하게 오릅니다.
지난 후기에서 머리 쓰라는 선생님 말에 토를 달았더니..
이제는 "몸을 써"라고만 하십니다-_-;;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3피치!!!
눈썹 모양의 오버행.
선생님께서 슬링을 달아줄테니 밟고 올라오라십니다.
교육생들은 쪼로록 바위에 붙어 슬링의 길이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선생님께선 선심 쓰듯 슬링 하나를 더 달아주십니다.
그리고는 휘리릭 올라가십니다.
"출발"을 외치며 출발합니다.
오버행 아래까지는 크랙을 아래에서 위로 당기며 올라갑니다.
드디어 슬링 밑에 도착!
슬링에 발이 안 닿습니다-_-;;
게다가 이 놈의 바위, 엄청 미끄럽습니다.
질질질.. 슬링에 팔을 뻗으면 한 쪽 다리는 미끄러집니다.
아짱님께 슬링 하나를 더 받아서 고리를 만듭니다.
선생님께서는 그게 왜 안 닿냐고 뭐라뭐라 하십니다.
저는 또 말대꾸를 합니다.
"저랑 선생님 신장이 20cm는 차이나겠구만!!!!"
"#$%^*&()_%*^&(" 선생님께서 뭐라뭐라 또 하시지만 오버행 덕에 안 들립니다.
"저랑 선생님 경력 차가 20년은 나겠구만!!!!"
슬링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계속 궁시렁거립니다.
제 밑에서 아짱님과 라운씨, 반트팀 분들이 갤러리처럼 관전을 합니다.
관전평도 냅니다. 평에 따라 움직입니다.
한 30분 매달려있어도 진전이 없습니다.
평소 선생님 가르침에 따라 머리를 씁니다.
이 길이 안 되면 다른 길로!!!!
산천지 길로 가겠다고 한 후 내려옵니다.
선생님께서는 퀵드로가 오버행 바로 위에 있기때문에
산천지로 가다 미끄러지면 크게 추락한다고 우려하십니다.
그래도 슬링에 더 매달려 있기는 싫어서
산천지로 갑니다.
빌어먹을!!!!
산천지길 바위도 엄청 미끄럽습니다.
그래도 여긴 틈이 좀 넓은 크랙이라도 있어..
몸을 우겨 넣고 팔꿈치로 버티며 올라갑니다(덕분에 현재 제 팔꿈치는 학대받는 아동의 팔꿈치입니다;;)
중간 쯤 올라가서 이제 산천지 길에서 패시길로 옮기려 합니다.
미끌미끌 바위에 손과 발을 대는 순간...
주~욱 미끄러집니다.
아뿔싸!!!
선생님의 우려가 현실화됩니다.
두 바퀴 돌아서 오버행 밑으로 2m 가량 추락합니다.
쿵!!!!
다행히 배낭으로 떨어져서 부상은 없습니다.
"아이씨!! 다 올라갔는데!!!"
아픈 곳은 별로 없고, 약만 오릅니다. 젠장젠장젠장!
확보줄에 매달린 제 갤러리들이 또 관전평을 합니다-_-;
다들 배낭으로 떨어져서 다행이랍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코스를 산천지로 바꿉니다.
다시 올라가려는데 손에 힘이 없습니다.
라운씨를 세컨으로, 아짱을 써드로 보냅니다.
두 분을 올려보내고, 오이를 먹습니다.
추락을 하니 배도 고픕니다.
산천지길 바위가 미끄럽다고, 점잖던 아짱님도 궁시렁 거리십니다.
웬지 인간미가 느껴져 친숙해집니다.
역시 바위 앞에서는 본성이 나오는가 봅니다.
3피치는 산천지길로 돌아서 갑니다.
슬링에 30분 매달렸겠다, 추락도 먹었겠다..
이제 별로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_=;
게다가 아짱님께서 잘 이끌어 주십니다.
패시길 4피치에서는 인양되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감사감사~(_ _)
4피치에 도착하니, 작은 오아시스입니다.
흙이 있고, 평지가 있으며, 나무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간식을 드시다가 벌써 왔냐고 하십니다.
반가움은 아닌 듯 합니다-_-;;
휴식시간이 짧아진 아쉬움인 듯 싶습니다.
패시길 5피치(이 때 시간은 2시).
시작 점이 다소 난해합니다.
슬랩인데.. 거 참... 거시기합니다.
라운씨가 세컨으로 가는 동안, 바닥에 배낭을 침대삼아 누웠습니다.
하늘도 보이고, 바람도 불고 좋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오늘 선생님의 예상도착 시간은 2시였습니다.
2피치 더 가야하는데 지금이 2시!!
웬지 지체된 책임이 제게 쏟아질 듯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께서 저 위에서 통화를 하십니다.
전후 내용은 모르겠지만...
"케로찌 때문에 1시간 지체됐다" 라는 건 또렷히 들렸습니다.
이럴수가!!!
저 때문에 지체된 건 맞지만;;
제자가 공중 2회전에 2m 추락을 했는데.. 그걸 저렇게 간략히 요약하시다니요
흑흑..
이 상황에서 비마저 내리면 하산 후에 숙청당할 것 같습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살살 그칠 것 같습니다.
아짱님은 물바위는 싫다며 그치기를 바라십니다.
아짱님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손끝과 발끝에 초크를 묻히고 가십니다.
이 번에도 살짝 궁시렁 거려주셔서 더더욱 친숙함을 느끼게 해 주십니다.
제 차례입니다.
아짱님께서 본인이 힘들었던 위치에 제가 도달하면..
또 쓱쓱 인양해주십니다.
이러다 아짱님 어깨도 나가면 어쩌나 걱정을 합니다.
이번주 Special Thanks에는 아짱님을 써 드리리라 다짐합니다.
6피치는 쉽습니다.
그냥 걸어서 슬슬 갑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닌가 봅니다.
옆에 계신 분들이 인수봉은 저 쪽으로 가야 한다고 알려주십니다.
저 쪽으로 가자...
또 바위가 나옵니다.
여긴 자일도 없는데.. 맨몸으로 올라갑니다.
역시나 아짱님의 도움을 받아 올라갑니다. (_ _)~
3시, 드디어 정상!!!
우정B로 간 선배님들을 만납니다.
무쟈게 반갑습니다.
2시에 도착하셨답니다.
제가 공중 2회전 후 2m 추락을 해서 1시간 지체되었노라고 고합니다.
도시락을 먹습니다.
그리고 증거사진을 남깁니다.
태어나 처음 올라가 본 인수봉 정상은 좋았습니다.
이 맛에 바위를 타나봅니다.
30분 가량 머문 후..
비둘기길로 하강을 합니다.
하산을 하니, 5시.
암장으로 돌아가서 종강파티를 하기로 합니다.
홍미언니와 은정언니도 합류한다고 합니다.
암장에 오니 6시.
해물탕을 먹으러 가서 해물찜과 아구찜을 먹습니다.
홍미언니, 은정언니, 상원씨, 인성군, 강선생님께서 합류하십니다.
2차로 인디언에 가서 또 술을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노래방에서 카드로 긁어주신 멋진 은정언니께 감사를~)
12시 30분 경에 선생님, 상원씨, 인성군, 진국선배님, 아짱님은 3차를 하러 가고..
저는 은정언니와 집으로 왔습니다.
덧붙여)
바위를 타면서..
체력과 근성 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도 얻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내가 왜 여기있지?"라고 후회하면서도
바위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5주간..
매주 끊임없는 저의 궁시렁거림을 참아주신 유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주말반 동기 언니들께도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또 함께 등반하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 선배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선배님들의 존재만으로도 제게는 큰 힘이 되었답니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살펴주신 부현언니, 문주언니, 정미언니~
제가 설악에서 흥미를 잃었다가 되찾은건 다 언니님들 덕이에요!!
마지막으로 이번 주 Special Thanks 아짱님!!!!
정말정말 감사감사드립니다. 호호호~
그리고.. 진국선배님!
'나는 문제없어'를 꼭 부르셔야 했는데..(내 해장국;;;)
담에는 꼭 1순위로 예약 넣겠습니다요~
참.. 아래는 추락먹은 제 무릎 사진입니다.
훈장이랄까요... 즐감하세요~ ㅋㅋㅋㅋ
첫댓글 졸업 등반 너무 축하하고, 무릎 빠른 꽤유 바랄께요~ 덕택에 나도 즐거웠어요~
팔뚝도 멍 투성이에요. ㅋㅋㅋㅋㅋ
무릎이라고 말 안해줬음 먼지 몰랐을 사진이다...---
딱 봐도 무릎이구만!!!! -_-;;;
"저랑 선생님 경력 차가 20년은 나겠구만!!!!" 이번 후기의 명언이네...ㅋㅋㅋㅋ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후기! 기대한만큼 좋네요..!실감 만빵! 그리고 이번에 북한산 기념품이 크네...ㅎㅎㅎ
제 교복 웃도리 팔뚝도 찢어졌어요. 영광의 훈장들이 많달까요. ㅋㅋㅋㅋ
사무실로 오니라... 마무트 스티커 한 중 줄테니.
스티커 그냥 붙이면 되는거에용????
섬유에 붙이는 스티커라네.
무릎팍보다 그 밑에 깔린 "비리 의혹 전모"가 더 눈에 들어옴..전경보다는 배경, 배후에 관심이 간다는 ^^
시사IN 지난주꺼인데~
왼쪽 무릎? 기억력도 뛰어나고, 문학적 표현이 어쩜 이렇게 실감나게 잘... 앞으로 지속적인 산행과 작가의 능력 발휘를...
선배님~ 오른쪽 무릎입니다. 등반을 지체시켰으니 기억력으로라도 기여해야죠. ㅋㅋㅋㅋㅋㅋ
인수... 졸업등반 "축" 하고~ 무르팍이 숙성 되듯이 실력도 일취월장 하기를..^^
무릎팍이 깨진 만큼 실력이 는다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 헤헤헤
이제 진정한 산세계로 들어왔으니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하며 평생의 취미로 삼기 바랍니다.
선생님~ 그 동안 망나니같은 제자 덕에 고생하셨습니다~(_ _)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 한사람의 클라이머가 탄생 했네요. 인수가 좀 더 복잡해 질듯..^^ 축하드리고 안전산행을 앞으로도 쭈욱~
헤헤헤~ 감사합니다~(_ _)
케로찌! 너무 리얼하게 잘 쓴다...감동....~~그대를 후기작가로 임명합니다~~
캬캬캭;;;; 후기 쓰는데 1시간 가량 걸려요;;;;;;;;;;;; T^T
또 돈을 떼일지도 모를 위기에!!!! 어떻게 수수료 10%내에서 안될까요...그리고 무릎은 영수증 청구하시면 the top에서 초크로 해결해 주실겁니다
제 무릎도 영수증 청구가 가능한가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