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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르 꼬르뷔제, 미건사
예전 작은 형의 책상에서 보고 읽었던 책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고 얇아 읽었지만, 내게 집에 대한 사유와 나만의 집을 짓고 싶은 꿈을 키워준 책이다. 르 꼬르뷔제는 그가 유명해지기 전 1923년 30대에 부모님을 위해 남프랑스의 레만 호숫가에 지은 집의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쓴 것은 50년대 그가 유명해진 뒤, 자기 건축의 굵은 선을 보여준 다음이다. 그러나 이미 이 시기에 그의 건축에 대한 철학과 태도가 드러난다. 더구나 부모님을 위해 지은 가정 집이니 만큼 더 애착이 많았을 것이다. 전체가 80쪽 분량, 실제 글은 단편 소설보다 작은 분량이다. 집을 짓게 된 배경과 담, 벽, 옥상, 전망, 그 외 이런저런 것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을 읽으면 저절로 그 집을 머리에 그릴 수 있고, 그의 건축관을 흡수할 수 있다. 나도 나만의 작은 집을 가지고 싶다. 까치과 나뭇가지들을 보아 나무의 우듬지에서 사람 키 만큼 내려오는 높은 곳에 집을 짓듯, 돌 하나, 나무 하나에 내 목적과 의미과 용도를 생각하며 자기가 사는 집을 짓고 싶다. 자기가 들어가 살 집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작품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직접 자기가 자기 손으로 짓는 집은 가장 아름다운 꿈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집은 흔히 말하는 예쁜 집이 아닐 것이다. 자기 집을 직접 짓는 사람은 팔자가 사나운 사람이라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짐승도 제 집을 제가 짓는 걸 생각하면 유독 사람만이 팔자가 사나울 리는 없다. 누구나 자기 몸에 좋은 옷을 입고 싶듯 그런 집을 원하는 것이다. 그걸 돈주고 산다는 게 나로서는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건축가만이 집을 설계하고 지을 수 있다는 생각도 내게는 이상하게 느껴진다. 마치 가르치는 건 교사만 할 수 있고, 병은 의사만이 고칠 수 있다는 것처럼 낯설고 어색한 말이다. 아마도 내 사유엔 '자급자족의 최소성'이라는 가치가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 근대 건축의 최고 거장. 1887년 스위스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샤를르 에두아르 쟌느레(Charles Eduard Jeanneret)이다. 라 쇼 드 퐁(La Chaux-de-Fonds)의 공예학교(Ecole des Arts et Metiers)를 졸업했다. 1965년 7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30여 개의 크고 작은 건축.도시 작품들을 계획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인 100여 개의 작품이 실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