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시절 나는 특별히 시력이 좋았다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아주 미세한것도 내 눈에는
어찌그리도 잘 보이는지..
그런데 나의 시력이 모든 면에서 특별했던것이 아니고 음식을 먹을때만 더 밝았던것 같다.
다른 이들은 음식속에 이물질이 들어있어도 모르고 잘들 잡수시는데 나의 눈은 반찬이나
밥에 있는 아주 작은 이물질을 기어이 찾아내어서 어머님이나 누님 그리고 형수님들의
입장이 난처하게 했던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마 나에게 약간 비 정상적인 결벽증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처럼 음식에 까탈스럽던 내가 청년시절 예수를 믿게 되었고 얼마 후 나의 결벽증은
큰 시련에 부딪힌 사건이 있었다.오래전 내가 청년때 목사님 사택에서 무거운 물건을
좀 옮겨드렸고 사모님은 큰 수고를 했다며 밥이라도 먹고가라 하셨다.
그때 혼합곡(쌀과 보리가 섞인)으로 지은 밥을 간단한 반찬과 함께 한상 차려 주셨다
방금 힘든일을 했던터라 시장하여 크게 한 숫갈을 떠서 막 입으로 운반하는 순간 이상한
이물질이 내눈에 딱 보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내눈에 분명하게 보인것은 다름아닌
쌀벌레였다. 나는 잠시 밥 숫갈을 입에 넣지않고 밥그릇으로 시선을 옮겨 보았다
이게왠일? 밥 그릇의 밥에도 제법 통통한 쌀벌레가 한두 마리가 아닌 거의 밥반 벌레반
정도로 엄청난 대군이 포진하고 있지 않은가?
양곡창고에서 몇년을 묵은 쌀이라 벌레들이 많이 생겼던 모양이다 사모님은 시력이
그다지 좋지 않으셨는지 거의 벌레가 절반인 밥을 한상 차려 주시고는 이제 내가 맛있게
먹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목사님과 함께 맞은편에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순간 내 마음속은 짧지만 아주 복잡해졌다 만일 내가 들었던 밥숫갈을 내려 놓는다면
사모님과 목사님이 금방 알아차리실 것이고 그때 사모님이 당하실 무안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수 없었다. 나는 어릴적부터 아주 비위가 약했다 아마 나의 결벽증은
내 비위가 약한데서 온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나는 예수를 믿은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성도들이 남을 무안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일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인줄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결국 통통한 벌레가 여기저기 보이는 밥 한그릇을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게 눈딱 감고
씹지도 않은채 뚝닥 해 치웠다.친절하신 사모님은 밥이 맛이 있어서 허겁지겁 먹는줄 알고
밥은 많이 있으니 한그릇 더 드실래요 하신다..아...아닙니다 전 이미 배가 부른걸요..
부랴부랴 인사를 드리고 집에와서 양치를 하고 별의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어이하리.....
만일 지금 또 그런일이 생긴다면 밥을 차려주신 분의 무안함을 들어 드리기 위해서
그 밥을 또 먹을 수 있을지 장담할순 없지만 그때 사모님과 목사님앞에서 전혀 내색하지
않고서 그 영양이 풍부한 밥을 허겁지겁 다 먹어치운 일은 비록 내가했던 일이지만
잘했던 일이라 여겨진다. 자신이 좀 희생하여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옹색해지는것을
막을수 있다면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바로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의 길이 아닐까?....
첫댓글 옳습니다 우리가 온유하고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진리를 사수하는 일에는 나도 부인하고 때로는 가족과의 화평에도 심각한 위기를 맞을때가 있더라도 감수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