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an data-ke-size="size20">중이염</span></p><p> </p><p>김분홍</p><p> </p><p> </p><p>어느 기지국 이야기일까</p><p>연필에</p><p>붕대를 감아 놓으면</p><p>면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상대의 말 펀치를 막아 내기엔 어휘력이 부족하다</p><p> </p><p>달팽이관에 출입문이 닫혔다는</p><p>의사의 처방전에 폭설이 내렸다</p><p>그는 내가 면봉을 들고 있으면 오른쪽 귀를 후벼팠고 면봉을 들고 있지 않으면 왼쪽 귀를 후벼팠다</p><p> </p><p>새로운 말을 실어 나르는 면봉, 헌 면봉을 새 면봉으로 교체해주지 못해도</p><p>기지국에 쌓인 적설량은 줄지 않았다</p><p> </p><p>지퍼백에 냉동했던 나의 난청이 해동되면서 사이렌 소리가 사라졌다</p><p> </p><p>내가 체크무늬 셔츠에서 오목을 두는 동안 면본 없는 아침은 굴러온다</p><p>그는 아침을 후비다가 청력을 부러뜨렸다</p><p> </p><p> </p><p>-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파란)</p><p> </p><p> </p><p>김분홍</p><p>충남 천안 출생.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p><p> </p>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