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출판사
- 현대문학 | 2012-12-19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기 대표작으로 손꼽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따뜻한 타임머신, 인연, 상담의 고전, 네 인생의 지도를 그려라 -
하가시노 게이고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불러온 본격 추리소설부터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왔다. 이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작가 생활 25주년을 기념해 『기린의 날개』 『한여름의 방정식』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연달아 발표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3월에 출간되어 추리소설 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문학 독자들을 매료시킨 최신작이다. 대표작으로 『용의자 X의 헌신』(제134회 나오키상, 제6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비밀』(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백야행』 『붉은 손가락』 『악의』 『유성의 인연』『성녀의 구제』 『신참자』 외 다수가 있다.
--- 난 왜 저자가 여자라고 생각한 걸까? 이름 때문일까? 여자라는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자료를 찾다보니 남자다. 게다가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까지 있다. 저자의 이러한 경력이 글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추리소설로 이름이 나 있던 분이었다. 58년 개띠라 우리나라에서 흔히들 말하는 그 유명한 58년 개띠, 대학까지 나왔다면 먹고 살만했다는 얘기가 되는가?
제목이 주는 묘한 느낌이 있다. 환타지 냄새가 살짝 느껴졌다고나 할까? 벽장속에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나니아연대기가 떠올랐다. 잡화점이라는 제목에서 그런 종류의 책이라는 육감이 들었는데 허걱! 잡화점이 타임머신이었다. 잡화점의 여러 물건 중에서 딴 세상과 연결되는 특별한 물건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과 연결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이 제목을 볼때 일어났다. 특별한 일은 일었나지만 일어나는 사건의 종류와 방법들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시간이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는 통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제목으로 따뜻한 타임머신이라고 해 보았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따듯한 인간성에 맞춰져 있다. 처음과 끝부분을 맞추어 놓고 그 속에 수 많은 이야기들을 엮어 놓은 것이 저자가 즐겨쓰는 수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그리고 저자는 상담의 기본이자 제일 중요한 요소들을 알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 나는 잡화점에서 포장마차문화를 떠올렸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포장마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흉금없이 자신의 얘기를 나눈다. 그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기에 더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잡화점의 상담이 그런 것이지 않을까? 답은 스스로 찾아간다. 그냥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하나둘 답을 찾아가게 된다. 나미야씨에게 물어보았지만 정작 자신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 진심을 나미야씨는 잘 알고 있었기에 진심어린 상담을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겉표지와 속표지가 180도 다르다. 겉표지는 잡화점으로 보이는 건물그림, 초승달. 빨간 자전거, 고양이. 영어로 된 간판이름 등이 보인다. 이야기속 상상의 잡화점과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속표지는 그냥 제목만 있다. 빨간 바탕에 제목이 오른쪽 위에 적당한 크기로 잡리잡고 있으면 제목 아래에 작은 우체통이 그려져 있다. 이 또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한 우체통이 아니다. 읽고 나서 보니 겉표지, 속표지가 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158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복적으로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거야. 증거를 대 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으로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보런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거야. 생각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정 궁리 해겨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 162
“요즘에는 꼬마들도 배배 꼬아서 어려운 고민을 보내는 통에 나도 여간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게 아니야. 꽤 힘들어” 아버지의 표정에서는 생기가 엿보였다.
#167
“내가 몇 년째 상담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아버지의 표정에는 생기가 엿보였다.
--이런 것이 아마 천직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지 않을까? 남들이 보면 힘들어보이지만 정작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생기가 돋게 만드는 일, 아마도 상담이 나미야씨의 천직이 아닐까.
5개의 큰 이야기들이 나중에는 하나로 연결된다. 나미야 잡화점과 한광원의 공간적 공간에서 나야미, 아들 다카유키, 손자 나야미 슌고의 3대째에 이르는 시간적 공간이 존재한다. 모든 인물들이 두 공간안에서 연속된 시간의 흐름에서 얽혀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목을 인연이라고 했다. 처음에 읽을 때는 개별로 된 에피소드들을 나열했구나 싶었는데 뒤부분으로 가니 그 이야기들이 전부다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사건의 원인과 결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단순한 나열에 그쳤다면 그저 재미있는 단편을 읽었을 것인데 약간 복잡하게 얽어 놓은 이야기속에서 지은이의 구성력이 돋보인다.
상담가는 나미야 한사람으로 시작하지만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세명의 좀도둑- 우리사회의 루저들이다-이 상담가로 나서게 된다. 처음엔 상담은 다서 어설펐지만 갈 수록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 세명의 초보 상담가들은 전문 상담가보다 멋진 상담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가능하다. 세명의 좀 도둑은 자신의 뜻대로 반응하지 않는 상담가를 보면서 진심으로 상담을 하게 된다. 상대를 상담하면서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세명의 좀도둑을 통해서 인간의 선량함으로 보여주려고 했을까? 착한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환경에 의해서 도둑질을 하게되었지만 그 마음만은 선량하고 끝으로는 선량한 본성으로 돌아간다는 구성을 해 두었다.
난 마지막 편지가 -나미야씨가 좀 도둑이 쓴 백지편지에 답한 편지-가 대단원의 결말이라고 본다. 아무 의미없이 그냥 빈 종이를 보냈는데 그에 대해 나미야 씨의 정성어린 답변. 백지를 무한한 가능성의 종이로 보자는 의견. 길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저자가 보내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세지이다. 타인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인생에 깊숙히 개입하게 된다. 훈수를 두면서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이도 있다.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몰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개입은, 깊은 인연으로 만들어 가는 개입은.......
#447
편지를 다 읽고 아쓰야는 고개를 들었다. 두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모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자신의 눈빛도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아쓰야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내 447쪽을 꽉 채워서 끝을 냈다. 세명의 좀 도둑은 나미야씨가 보내는, 저자가 보내는 희망의 메세지를 받았다. 그리고 느꼈다. 이로써 그들은 새로운 인생, 새로운 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다. 잡화점과 한광원이라는 공간에서 인연의 끈으로 엮어있는 그들에게 나미야씨가 준 삶의 에너지이다.
재미삼아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혹시 고민이 있다면 툭 하고 틀어놓을 곳이, 사람이 필요하겠지. 자신을 들키기 싫어, 보여주기 싫어서 우리 스스로가 그런 상대를 만들지 못한다. 마음속에 응어리져있는 그것을 풀 곳이 필요하다. 나나 너나. 우리모두, 그래서 이 시기는 말 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병이 많아진다. 나미야 잡화점은 따뜻함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사람에 대한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람에 대한 정성이 상담이다. 잡화점의 기적은 듣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진심어린 응답에서 잡화점의 기적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