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월저수지 낚시터엔 붕어가 없다.
2013년5월21일
당초에 5월25일 충북 대동지에 밤낚시하러 C아우님과 C 형과 함께가기로 했었으나 사정이 있어 연기가 될것 같아 괜히 손맛에 손이 근질거린다.
아무래도 당일치기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저수지를 갔다와야 할것 같은 생각에 C아우에게 연락하니 같이 가잖다. C아우도 25일은 보름 이튼날이라 모처럼 밤낚시가는데 붕어에게 월력(?)의 영향을 받는 날자에 꼭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금년에 벌써 2월달, 3월달에 이어 3번째 찾는 저수지 관리형 낚시터이다. 그때는 가두리형 손맛낚시였는데 오늘은 저수지에서 직접 낚시를 한다, 같은 낚시터라도 역시 저수지형 낚시터가 넓고 탁 튀여서 좋다.

< 달월 낚시터 전경 >
10시30분쯤 달월저수지에 도착했다.
역시 야외로 나오니 기분이 좋다. 앞이 훤히 트인 물가 저수지는 강태공들의 꿈이 있는 곳이다. 그 꿈은 소박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교훈(?)을 주기 때문에 그래서 낚시가 좋은 것이다. 그것은 오늘 오전에 고기가 안잡히면 오후에 잡히겠지, 오후에 안잡히면 내일에는 잡히겠지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강태공들의 집념을 불 태우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 C아우님의 진지한 모습과 상류권 >
뭔가 낚시터가 달라졌다. 낚시터 좌대에 있어야 할 기존의 낡은 쇼파(의자)가 모두 없어졌다. 개인들이 지참하여 갖고 다니란 뜻이다. 유료낚시터에 당연히 있어야 할 쇼파(의자)를 낚시터 사장님이 아마도 알량한 돈에 콩깍지가 끼어 의자값을 아끼고자 낚시꾼에게 의무적으로 의자를 가져오게 뒤집어 씌운 사례가 아닌가 싶다.
사실 여러 유로 낚시터에 갈때마다 달월낚시터도 예외없이 대부분 폐품수준의 쇼파를 고객(낚시꾼)의 의자라고 갖다 놓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폐품을 구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새로 사자니 돈이 아까웠나? 그런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입장료를 2만원씩 받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주변을 청소부터하고 자리를 잡았다. C아우와 나는 각각 2대씩 대편성을 마치고 본격 낚시하기전 막걸리 1병을 비웠다. 그래야 2잔이다.
저수지 낚시터에는 꾼들이 대부분 상류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요즘은 아무래도 잉어 산란기라 상류쪽을 택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상류측보다 좀더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잉어 산란철에 상류에 있던 붕어님이 밀려서(?) 아래쪽으로 몰려 있을것 같은 추측에서다.

< 우리가 낚시하는 건너편 잔교 모습 >
낚시대를 드리우고 잔잔한 저수지의 수면을 바라보노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초록빛 산그림자가 수면의 색갈을 초록빛으로 변하게 한 낚시터 풍경은 아늑하기만 하다.
우리 앞 잔교에서 강태공 한분이 잉어를 낚아 올린다. C아우에게도 입질이 오는 모양이다. 맘이 설랜다. 자주 낚시터를 찾지만 갈때마다 설래는 마음은 항상 같다.
짜릿한 손맛을 앉겨줄 놈이 어떤놈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그놈이 그놈이겠지만 그놈 때문에 우리 강태공들은 즐거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강태공의 망중한 >
어!??? 제법 시간을 흐르는데도 입질의 기미가 안보인다. 찌가 바람에 일렁거릴뿐 조용하다.
무료함을 달랠겸 C아우가 주변의 조황을 알아본다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는 의자를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는 좀더 편안한 자세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잠시뒤 돌아 온 C아우는 모두가 잉어만 잡아놓고 붕어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나의 낚싯대 에서 찌가 솟아 오르는 입질을 보인다. 입질 형태로 보아, 아~ 붕어인가보다.
때를 기다린 나에겐 한 순간을 좋치지 않고 힘껏 챔질을 하였다. 순간 묵직한 특유의 손맛이 낚싯줄을 타고 낚싯대로 전해지는 손맛은 언제나 힌결같은 느낌이었다. 30CM급 잉어였다. 붕어인줄알았는데 잉어라서 다소 아쉬웠다.

< 하류 제방권 모습 >
삼겹살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는 다시 낚시에 몰입하였는데 찌를 바라보는 강태공의 마음은 한가하면서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강태공에 대하여 알아보자.
원래 강태공이라는 중국 사람은 정치인,전략가,병법가로서 천하를 평정한 사람이다. 흔히들 미끼없는 바늘로 세월을 낚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위수강에서 미끼없는 바늘로 낚시를 하면서
기다림끝에 문왕을 만나 주나라를 세우고 제나라의 시조가된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도하다. 문왕을 만나 자신의 뜻을 펼칠때까지는 8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한다.
그래서 낚시꾼들을 보고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기다림에 비유하여 강태공이라 부르고 있는것이다. 나도 강태공이 되어 세월이 흐르는 기다림을 맛보고 있는것이다. 그래, 세월을 낚고 있다고 해 두자.

< 이제야 소식이 오나?>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C아우님이 헛챔질을 한다, 그 순간 내 낚싯대가 스르르 ~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끌려가버린다. 엄청난 놈이 낚싯대를 빠른 속도로 저수지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끌고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제방권쪽으로 끌고가 낚싯대를 물속에 꽂아 세워버린다. 아마도 엄청큰놈이 낚싯대를 끌고가서 물속에서 감겨버린 모양이다. 다행이도 낚싯대가 꺼꾸로 꽂혀 더 이상 움직이지를 않고 있어 위치파악이 용이하였다.
관리인실로 전화를 하여 꺼내 줄것을 요청하였으나 알았다는 말만하고 꺼내줄 생각을 않는다. 서너번 더 전화로 요청하다 못해 항의를 하니까 그제서야 꺼내주었다. 옆에 있던 낚싯꾼 한분이 원래 이곳은 잘건져주지 않고 나중에 한꺼번에 꺼내주는등 불친절하다고 한다.
낚싯터 관리인실에서 당연히 해주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달월낚싯터를 달리 보아야 할것 같다. 요즘은 을이 대세인데 이런식으로 정신을 못차리는 낚시터는 머지 않아 손님이 줄어들것만 같다.
한바탕 잉어가 소란피운뒤라 이곳 달월 낚시터에는 정말 붕어가 없는 것일까 아까부터 궁금증이 있었는데 관리인에게 물어 보았다.
" 붕어는 없습니까?"하고 물어 보니
" 붕어는 없고 잉어와 향어만 있습니다" 그것도 단호하게 말한다.
여차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도 없이 당연하다는듯 단호하게 말하는 관리인의 속내를 모르겠다.
씁쓸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17시30분까지 더이상 입질이 없다. 조황은 잉어 1마리가 전부인 꽝! 수준이다.
하지만 나와 C아우는 낚시터관리실의 운영 불만이나, 조황부진등 더이상 불만은 갖지 않기로 했다. 진정한 강태공의 심정으로 돌아가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실천에 만족하며 하루를 즐겁게 마감을 하고 다음주에 지방으로 밤낚시를 떠나기로 약속하며 붕어가 없는 달월 낚시터를 철수하였다.
감사합니다 2013.5.23 . 마침
첫댓글 달월 낚시터 초여름이라 녹음이 우거진 푸른 주위 풍경이 아름답고 멋있네요,
그럴데 이 넓고 멋진 낚시터에 붕어가 없다니 붕어 없는 붕어빵 이라더니 붕어없는 낚시터인가 봐요,
그러나 맑은공기 마시며 흘러가는 세월이라도 낚가채는 손맛을 보며 즐겁게 보내는 염 강태공님이 정말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