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와 여행을 좋아하는 손주. 그 동안 엄마, 아빠와 간 여행지 몰디브와 다낭이나 나짱 그리고 태국과 보라카이를 수시로 읊조리며 여행의 추억을 그리는 녀석, 며칠 전부터 강원도로 여행을 간다며 좋아하는, 올 해 일곱 살인 손자와 처음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내 차를 타고 강원도 평창으로 가는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쫑알거리는 것이 딴에는 좋아서 마음이 들떠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들 내외가 주말을 이용하여 2박3일 일정으로 계획을 세우고 평창의 한화리조트에 숙소 예약을 하였다며 같이 가자고 하여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하는 기회를 맞아 코로나 때문에 손주를 돌보느라고 꼼짝을 못하고 지내다가 가을로 접어드는 멋진 계절에 가족 여행을 하게 되니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되어 안식구는 간단하게 반찬과 먹거리를 준비하여 손주가 다니는 유치원에 잠시 들른 다음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가슴이 탁 드리는 것이 좋기만 하다. 대낮이라 그런지 도로가 한산하여 전혀 막힘없이 달릴 수 있으니 그 또한 상쾌한 기분을 부추기는 듯하고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거나 단체로 모이는 것을 피하는 영향도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가족여행하기에 절호의 기회인 것 같았다.
오후 세 시경에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손주와 같이 놀면서 쉬고 있는데 동쪽 산허리에 우리의 평창 입성을 반겨주는 듯 멋진 무지개 떴다. 충주 현장에서 바로 온 아들이 도착해 식당에서 기다린다고 하여 근처에 있는 다래라는 한우 전문식당으로 가니, 거기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가는 곳마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경계하며 조심할 뿐만 아니라 웬만한 식당과 프랜차이즈나 커피숍도 파리를 날리는 판인데 이 식당은 그 동안 조심하던 것이 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좌석마다 빈자리가 없고 대개 가족끼리 여행을 온 사람들인 것 같은데 음식을 먹으려니 마스크를 벗는 것은 물론이요 떠들며 거나하게 먹고 즐기는 모습이 조금은 염려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고기 맛이 장난이 아니다. 횡성 한우가 유명한 것은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평창의 한우도 횡성 못지않은 것 같다. 횡성이나 평창이 이웃으로 거기가 거기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름값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하는 말로 부드럽고 살살 녹는 느낌이다. 아들 덕분에 모처럼 한우를 실컷 먹고 냉면으로 가볍게 입가심을 하니 계산이 만만치가 않다. 아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와서 손주의 말벗이 되어 재미나게 놀다가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노인들이 먼저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으니 손주 녀석이 살짝 문을 열고 빙그레 웃으며 나오는데 잠옷을 입은 모습이 얼마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승우 잘 잤어? 하고 아침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간 것들로 간단하게 아침 준비를 했는데 아들 내외는 아침을 먹지 않는단다. 안식구와 둘이서 식사를 하고 한 낮이 다 되어서 아들 내외는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보니 밖에는 비가 오고 코로나로 워터파크가 문을 닫아서 물놀이를 좋아하는 손주는 아쉬운 표정이다. 그래도 방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 나들이 준비를 하고 나오니 근처에 곤돌라가 운행을 하여 곤돌라를 타고 태기산 꼭대기로 올라가니 지난 동계올림픽 때 스키장으로 쓰던 곳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1,060m의 정상을 몽불랑이라고 하며 제법 카페도 있고 분수와 전망대에 잔듸까지, 산책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아서 둘러보면서 하얀 구름이 뒤덮은 먼 산세를 조망하니 공기도 신선하고 시야가 탁 트여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한참을 둘러보고 내려와서 봉평 이효석 생가 옆 막국수 집에서 막국수와 돼지 수육을 먹는데 막국수도 그렇지만 수육 맛이 야들야들한 것이 너무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후에는 아들 가족과 우리 내외가 각자 놀기로 하고 헤어져서 아들 가족은 용평의 알펜시아 워터파크로 가고 우리 내외는 근처 흥정 계곡으로 들어가니 계곡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데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글 요량으로 살펴보다가 넓고 깨끗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철다리를 건너가려고 하니 아주머니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뭐가 있느냐고 하니 바로 허브나라라는 것이다. 경로 우대로 5,000원을 주고 입장을 하니 제법 넓고 깨끗하게 잘 꾸며 놓았다. 천혜의 산골 오지에 이런 멋진 공원을 꾸민 분의 선견지명이 놀라웠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먹고 살기가 급해서 꿈도 못 꾸던 시절에 먼 미래를 보고 제주도의 목석원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 독림가들에 의해 편백나무나 자작나무숲을 가꾸기도 하고 수목원이나 허브농장을 만든 분들의 그 혜안과 정신이 놀라웠다.
허브나라를 지나 더 들어가니 얕은 개울 가운데 의자를 만들어 놓은 곳이 있어서 물에 발을 담그고 한참을 앉아서 더위도 식히고 개울에서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서너 시간을 쉬고 있으니 아들 가족들이 돌아오고, 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고 어두워지는 시간 산허리에 걸린 짙은 구름을 보면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쉬었다.
2박3일의 마지막 날 숙소 옆에 있는 동계올림픽 종목 중의 하나였던 루지를 타려고 했는데 역시 아침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느긋하게 짐을 정리하여 아들 가족은 아들 차를 타고 나는 안식구와 같이 단 둘이 면온 톨게이트로 진입하여 집으로 오는데 역시 도로가 한산하여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서 여행 기분도 좋았지만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았다.
처음으로 한 가족 여행, 사랑하는 손주와의 동행은 어린 손주에게 또 하나의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의미와 보람을 가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