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55cm의 구조캡슐 <불사조>가 혹시 고장 나면 어쩌나. 구조통로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데...
땅 밑 700m 죽음의 암흑에서 삶의 빛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좁고 어둡고 길었다.
때문에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칠레 광부 33명의 구출 실황을 지켜보면서도 내내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자꾸만 몹쓸 생각이 고개를 내밀었다.
죽음과의 처절한 맞대결에서 이긴 첫 번째 광부의 '멋진 모습'에 전 세계가 환호했지만 나머지 32명의 승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불안했다.
두 손을 모으게 만든 이 불안감과 초조는 칠레 광부 33명 모두가 69일 동안의 죽음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진정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불사조'가 이름값을 했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만한 22시간의 휴먼 리얼리티 드라마는 이렇게 감동의 눈물을 선사하며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고 지금도 짜릿한 전율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노벨상 시즌은 종료됐지만 칠레 광부들이 보여준 의지와 용기, 믿음과 인내는 '노벨 희망상'을 제정해서라도 수상자로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극을 감동적 승리와 환희로 바꿔놓은 그들은 진정 영웅이다.
얼굴도 모르는 어쩌면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들이 몸부림치며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에 대한 너무나도 값진 교훈을 안겨준 것이다.
살아있음의 의미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의 해답을 줬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생환에 눈물을 흘렸지만 그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들에게 눈물은 사치다.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었다.
죽음을 패퇴시키기 위해 하나님께 의지해 기도한 결과는 눈물 대신 이를 악물라는 것이었다. 서로를 위로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수아에게 힘을 실어주며 반 스푼의 참치로 하루를 버티는 고통을 감내했다.
물론 그들도 영웅이기에 앞서 나약한 인간이었다.
일부 광부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생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17일 동안은 악몽 그 자체였다", "죽음을 기다렸을 뿐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 의견 불일치와 몸싸움이 있었다"고 지하 700미터 암흑의 실상을 전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죽음을 이겨내야 할 의무를 확인했다.
광부들은 악마의 손을 뿌리치고 하나님의 손을 잡는 것으로... 우의와 단결을 통해 암흑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고, 칠레와 세계는 그들을 지상으로 끌어 올렸다.
두 달 여 지하에 갇혔던 33명 칠레 광부들의 생환을 온 지구촌이 기뻐하는 가운데 신자 광부들과 지상 사역자들 사이의 뜨거운 우애도 조명을 받았다.
매몰 광부들 중엔 신앙영웅이 있었다. 호세 엔리케즈.
대다수가 카톨릭 신자들인 동료 광부들 가운데 당초 유일한 신교 교인이었다. 그러나 33인이 매몰 갱을 탈출했을 무렵, 신자는 모두 3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광산을 떠나는 광부들 상당수는 ....
'주님께 영광과 존귀!',
'감사합니다 하나님!',
'그라시아스 세뇨르!'(주님, 고맙습니다)등 문구나
"그 분의 손길, 땅 속 깊은 곳에도 있었네"(시95:4) 성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갇혔던 19세 청년 광부인 지미 산체즈는 팔로마('비둘기'란 뜻의 작은 운송수단)로 지상에 보낸 편지에서.....
"사실 이곳엔 우리를 결코 떠나시지 않는 주님과 합해 모두 34명입니다"
..... 라고 썼다.
마르셀로 레이바는 칠레 침례교 목사.
바에나르 침례교회를 이끄는 그는 매몰 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광부 호세 엔리케즈 씨와 편지와 한 통의 전화로 마음의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둘 사이는 반 마일(2천300피트) 분량의 바위가 메우고 있었다.
현장에는 레이바 말고도 오순절계 목회자 한 명이 있어 둘이 팀사역을 할 수 있었고 레이바는 가족은 물론 칠레 경찰, 일본 기자를 포함한 외국 언론, 로렌체 골보르네 광업부 장관을 상대로도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엔리케즈는 레이바 목사를 통해 얻는 용기와 희망과 의지, 긍정적인 자세를 동료 광부들에게도 나눠주며 힘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신교 교인인 엔리케즈는 지하에 갇힌 두 달간 매일 몇몇 광부들을 위한 성경공부와 기도회를 이끌었다.
매몰 당시 엔리케즈를 합해 3명이 신교 교인이었다. 그런데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2명이 더 신자가 됐다. 나머지 대다수는 카톨릭 교도들. 나중 광부들이 입은 티셔츠는 엔리케즈가 요청한 것이었다.
엔리케가 광부들과 지상의 가족을 위한 복음주의 목회자 한 명을 긴급 요청하자 지상에서는 신자 구조요원인 이고르 브라보 씨와 침례교 연맹의 사회증언네트워크(STN)의 베르나르디노 모랄레스 총무가 적당한 목회자를 물색하던 중 레이바 목사를 불렀고 레이바는 '아멘'으로 응답, 2주전 이곳 캠프 에스페란자에 도착했다.
레이바 목사는 엔리케즈 가족과 연결되어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와 용기, 구조의 소망을 갖기 시작했다. 갇힌 중에 신자가 된 광부의 아내는 레이바와 만나면서 역시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구조작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엔리케와 레이바 둘은 곧 서로 만날 희망을 갖게 됐다. 지상의 캠프 에스페란자에 있는 가족들은 정부가 제공한 군용 텐트에서 지내면서 하루 세 끼니와 침구 등의 혜택도 받았다.
레이바는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어울리며 저녁엔 더 많은 대화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리스도를 아는 가족과 모르는 가족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전자는 폭풍 속에서도 흔들릴 줄 모르는 깊은 평화와 강한 신뢰, 의지를 드러낸 것.
구조작전을 짤 동안 레이바는 10월 6일자로 된 엔리케의 편지를 읽었다. "존경하는 마르셀로 목사님.."이란 문구로 시작됐다.
"33명 모두에게 전해 주시는 목사님의 격려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사합니다. 내일 목사님의 편지를 읽을 수 있을 테니 실로 큰 복입니다. 주님께서 바깥의 님을 비롯해 우리 모두를 위한 그분의 목적을 이루신다는 소망으로 쓰신 글 다시 감사 드립니다. 곧 서로 만나게 되겠군요. 그때까지.... 제 난필을 용서해 주세요. 호세 엔리케즈."
레이바는 이에 대한 답장을 10월 11일자로 양측간의 소형 운송수단인 팔로마('비둘기'란 뜻)를 통해 보냈다. 레이바는 이 편지에서 엔리케즈에게 남은 매몰기간을 잘 견디라고 격려하고 똑같은 하나님의 약속과 소망과 확신을 다른 광부들에게도 전달해 주길 바랐다.
엔리케즈는 10분간 전화로 전체 광부들에게 소망의 메시지를 전할 기회도 가졌다. 이때 엔리케즈를 위한 특별한 간구도 했다.
레이바 목사는 편지 마무리를 이렇게 했다.
"피르메스, 아델란테스, 우에스테스 델라 페 (담대히 전진하라 믿음의 용사들!)"
칠레는 인구 1천7백만 중 신교도/복음주의자들은 16.8% 정도이다. (언) |
첫댓글 Gracias Senor!!!!!
주님 감사합니다. We give thanks to You for everything you have done for miners and for us!!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에요. 전세계가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는데, 이 감동 스토리의 뒤엔 믿음과 용기를 제공한 목회자가 계셨군요. 하나님의 함께하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