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채나물을 아시나요?
글 德 田 이응철(수필가)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며 사나보다.
배우고 또 배워도 자꾸 모르는 것이 기다렸다는 듯이 앞을 가로막는다.
지난 주였다. 문학을 사랑하는 지인 네 명이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 하는 일이 다르니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월요일 모임인데 세 번째 장소까지 옮기며 점심을 들 정도로 곤혹을 치룬 적도 있다.
네 명이 찾은 곳은 아담한 한정식을 주로하는 곳인데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 애를 먹기도 한 곳이다.
주택 한 가운데 자리한 식당이다. 때마침 살구가 익어가던 때라 얼굴이 홍조가 된 살구들이 반기던 곳이라 더욱 잊지 못한다. 허나 진정 그날 잊지 못한 것은 열 가지도 넘게 차린 나물 가운데 궁채나물을 처음 맛보았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었다.
궁채나물!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세계 음식재료 1001에 선정된 식재료 궁채나물 볶음-. 후덥지근한 계절, 맛보았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궁채나물은 무엇인가? 줄기상추라 하기도 한다. 상추는 자르면 하얀 진액이 나올 정도로 효능이 뛰어난 채소로 무한정 리필하던 것이, 요즘 장마철에 한 장에 200원 꼴로 폭등해 귀하신 몸이 되었다.
먼저 식탁에 들어오는 널브러진 한식들이 입맛을 자극해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까 망설일 정도였다. 후에 들은 얘기는 내 젓갈이 궁채나물엔 한 젓갈도 가지 않더라고 해 무지한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궁채나물-보통 일반 나물이라 간과했다. 궁채나물 볶음의 존재를 안 것은 두번째 그 맛집을 다시 찾을 때였다. 손님 예의상 처음엔 내 앞에 나물을 의미없이 먹었을 때였다. 특유의 아삭한 식감이 내 입맛을 자극하는 게 아닌가? 들깨향이 가득했다. 구수하게 볶아 처음에는 가지나물인가 했지만, 궁채나물이라고 주인께서 다시 주문한 한접시를 들고 와서 조용조용 설명해 진정 알게 되었다.
며칠 전이었다. 싱싱한 채소들이 새벽에 촌로들이 머리에 이고 차에 싣고 와서 풀어놓은 후평동 애막골 새벽장터를 평소 즐겨 찾는다. 삶의 현장이라 축처진 자신을 일깨우는데 그만이다.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옆에 새벽장은 볼거리 또한 다양하다. 생생하다. 그곳에서 우연히 판매하는 상추를 접했는데 아니 상춧잎만이 아니라 길게 내린 줄기와 둥근 뿌리까지를 팔아 매우 궁금한 적이 있다.
알고보니 바로 그 상추 줄기가 유명한 궁채요리의 재료인 것이다. 궁채볶음, 궁채 짱아찌, 궁채 들깨볶음, 궁채김치, 궁채 김밥등에 재료인 것을 이제서야 알고 나서 관련 요리책을 뒤적여 보았다. 물에 두어 시간 줄기를 담그었다가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서 나물을 만든다. 국간장, 참치액, 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간이 잘 배도록 버무려 주면 된다.
궁채요리-. 들깨가루를 넣고 물이 자박자박해질 때까지 끓이다가 불을 끄면 궁채 나물볶음으로 오독오독씹히는 맛이 개운하고 들깨향이 배어 고소하고 귀한 나물볶음이 탄생한다.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라고까지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마트면 모르고 지날 뻔 했다.
효능 또한 대단하다. 심신안정에 좋고, 변비에 뛰어나다. 수면유도 효과에도 좋고 식욕을 촉진해 좋다, 한방에서 특히 답답한 가슴을 편안하게 하며 머리를 맑게 해준다. 상추가 원래 밭 한쪽에 심어 남편에게 몰래 주었다던 채소라니 오죽하겠는가?
고전 배우러 가서 궁채나물를 자랑했더니 20%만 익히 알 뿐 거의 생소한 나물이었다.
모르던 것을 아는 기쁨은 그야말로 신나는 하루가 아닐 수 없다. 궁채나물 전도사가 되어 한동안 그 식감에 더위도 잊곤 했다. 한시(漢詩)에서 배운 노익장(老益壯)을 확삭재 시옹야(矍鑠哉 是翁也)라 바꾸어 부른다는 것 보다 궁채나물이 훨씬 내겐 큰 기쁨이었다.